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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일

네가 모르는 일

By:  문계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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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실명한 그해, 나는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중에 시력을 회복한 그는 갖은 수단으로 나를 찾아내더니 제 옆에 강제로 남겨두었다. 다들 그가 나를 너무 사랑한다고 한다. 내게 버림받았음에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가 약혼녀를 데리고 내 앞에 나타났다. “박지유, 배신당한 느낌이 어때? 아주 좋아?” 나는 머리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며칠밖에 안 남았으니까. 이제 곧 그를 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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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김서준에게 감금당한 지 4년째 되는 해, 그에게 약혼녀가 생겼다.

그녀는 바로 전설 속의 해상 그룹 따님 허다은이었다. 지적이고 온화한 성격에 김서준과 나란히 서 있으면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알아간 지 반년이 넘었고 어느덧 결혼 얘기가 오갔다.

이 몇 년간 김서준이 만났던 여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다들 스쳐 가는 인연일 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친구가 전화로 나를 일깨워주었다.

“김서준 이번엔 진지한 것 같아. 상대가 예쁠뿐더러 김서준의 사업에도 보탬이 되잖아.”

나는 허다은에 대해 줄곧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그녀와의 첫 만남이 김서준 회사일 줄은 몰랐다.

그날 아침 나는 재진 받으러 병원에 갔다. 나의 선배였던 주치의가 말하길 병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3개월 뒤엔 내가 모든 기억을 잃을 거라고 했다.

“너 진짜 김서준한테 얘기 안 할 거야? 지금 말해주면 마음 되돌릴 수도 있을 텐데.”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이미 변심한 사람에게 굳이 아픈 상처를 드러내서 뭐할까? 다만 나는 그를 찾아가서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야 했다.

내 병은 죽는 병이 아니다. 외국에 특별히 내 상황에 특화된 요양원이 있는데 비용이 어마어마할 따름이다.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별다른 친인척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그에게 내 일을 맡기고 대신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김서준 비서와 예약하지 않은 채 회사에 찾아갔더니 허다은도 자리에 있었다.

나와 그녀는 응접실 양쪽에 각자 떨어져 않았고 그녀의 주변에는 몇몇 직원들이 둘러싸였다. 다들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며 아양을 떨었고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저분은 누구시죠?”

그녀가 물었다.

이에 다른 동료들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박지유예요.”

김서준 신변의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너무 잘 안다.

이때 허다은이 떠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쭉 훑어보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건넸다.

“박지유 씨?”

나는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이건 묵인이나 다름없었다.

“상상했던 거랑 많이 다르네요.”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러웠다.

“다들 지유 씨가 서준 씨 마음속의 여신이라 미련을 못 버린다고 하던데 이제 보니 우리 서준 씨 젊을 때 여자 보는 눈이 별로였네요.”

옆에 있던 동료가 피식 웃으며 그 틈을 타서 아양을 떨었다.

“쟤를 어떻게 다은 씨한테 비교하겠어요?”

“박지유 이 회사에서 어떤 지위인지 아세요? 지나가는 개도 박지유 보면 두어 번 걷어찰 지경이라니까요.”

이런 말을 듣고 있는 나지만 전혀 아무렇지가 않았다. 전부 사실이니까 굳이 화낼 이유가 없었다.

외부에 알려진 나는 김서준에게 사랑받는 여자이지만 사실상 지나가는 개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아무 말 없자 허다은의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날 선 공격에 내가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패배감을 느꼈나 보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서준 씨가 힘들 때 떠나버렸다고 하던데 왜 또다시 나타난 거예요?”

“밀당이 남자 마음을 사로잡는 참 괜찮은 방법인 건 알겠으나 서준 씨는 보통의 남자가 아니에요.”

“원하는 게 돈이면 내가 도와줄게요. 하지만 지유 씨 처지에 너무 많이 갖진 못할 거예요.”

그녀는 앞머리를 살짝 들고 눈썹 사이의 미인 점을 드러냈다. 그제야 이 여자가 나를 좀 닮았다는 걸 알아챘다. 물론 내 점은 6년 전에 이미 없앴지만 말이다.

내가 줄곧 아무 말이 없자 허다은이 끝내 참지 못하고 아양 떠는 동료들에게 질문을 쏘아붙였다.

“프런트에서 일 똑바로 안 해요? 여기가 개나 소나 함부로 들어오는 곳이냐고요?”

질책을 당한 여자 동료는 묵묵히 나를 바라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해명했다.

“그렇지만 대표님께서 분부...”

“됐고! 지금 당장 저 여자 내보내요. 안 나가겠다면 그땐 그쪽이 쫓겨날 줄 알아요.”

이 회사를 통틀어 내게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프런트 데스크 여직원일 뿐이니 그녀를 차마 난처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서준 씨만 만나면 바로 떠날 테니 굳이 내쫓을 필요 없어요, 다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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