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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ผู้เขียน: 네입클로버
온하준은 결국 홍순자 앞에 섰다.

한때 누구보다도 그를 아끼고 감싸주던 홍순자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 어딘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체념과 피로가 얇게 깔려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강지연과 강시우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할머니...”

온하준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퇴원하신다면서요. 제가 모시러 왔어요. 우리 집으로 가요.”

홍순자는 예전처럼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주 작은 한숨만 흘러나왔다.

“할머니, 정말 죄송해요.”

온하준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제때 구하지 못했어요.”

그 반달 동안 홍순자가 어떤 시간을 견뎌냈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이 찢어질 듯 아팠다.

홍순자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하준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럼...”

온하준은 다시 물었다.

“우리 집으로 가면 안 돼요? 우리가 함께 살기로 했던 그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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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연은 무의식적으로 강시우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온하준 다리...없어졌어.”강시우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럴 줄 알았어요. 상태가 괜찮았다면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닌데.”강지연은 담담하게 웃었다.“그 민박 주인은 그냥 걷기 좀 불편하다고 했는데.”“그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지.”그 말을 마치자 강시우는 가슴이 서서히 조여 오는 것 같았다.“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없는 거예요?”강지연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녀는 거의 강시우에게 몸을 기대다시피한 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강시우는 평생 이렇게 말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전부.”짧은 두 글자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강지연의 발걸음이 멈췄다.“지연아?”강시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괜찮아?”강지연은 고개를 들어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괜찮아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그냥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았으니까 됐어요. 그걸로 충분해요.”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오히려 강시우의 가슴을 더 세게 죄어 왔다.“속여서 미안해, 지연아. 가자.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하자.”강시우는 수없이 상상해 왔다. 언젠가 이 아이가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지.울거나, 방에 틀어박히거나, 자신을 원망하거나.그 모든 경우를 대비해 마음의 준비도 해 두었다.하지만 웃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게 가장 무서웠다.게다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의사는 모든 사실을 다 말하지 못한 듯했다.만약 강지연이 모든 걸 알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될지 그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강시우는 거의 그녀를 이끌다시피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 문을 열어 태우고 자신도 급히 올라탔다.경호원이 눈빛으로 상황을 묻자 강시우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집으로 출발해.”차가 부드럽게 움직였다.강지연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강시우가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78화

    강지연은 지금 그런 상태였다.의사는 그녀의 설명을 끝까지 듣고서야 기억을 더듬어 냈다. 그런 사례는 그의 경력에서도 흔치 않았으니 쉽게 잊히지 않았을 것이다.“당신은 그분의?”의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물었다.“저는 친구입니다.”강지연은 잠시 망설이다 그렇게 답했다. 자신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순간 떠오르지 않았다.의사의 얼굴에 이해한 듯한 기색이 번졌다.“결혼은 하셨나요?”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찾아와 인사를 건네는 걸 보니 두 사람의 관계가 각별했으리라 짐작한 듯했다.그 순간 강지연은 의사가 자신을 안나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시간은 많은 걸 흐리게 만든다. 환자의 병력은 또렷이 남아도 가족의 얼굴은 희미해질 수 있었다.그녀는 바로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하지도 않았다.그저 옅게 웃으며 말했다.“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그때 치료해 주셔서 감사했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의 두 다리를 지켜 내지 못해서 저희도 유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곁을 지키셨다니 대단하십니다.”그 말이 천천히 귀 안에서 울렸다.강지연은 두 다리를 지켜 내지 못했다는 그 말에 숨이 막혀 왔다.의사는 말을 이었다.“저는 외과 의사라 수술까지만 담당했고 이후의 재활은...”“강지연!”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시우의 목소리가 대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그가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그가 다가오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리됐다.“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쪽은 제 여동생인데 오늘 정기 검진 때문에 왔습니다.”의사는 바쁜 사람이었다. 강지연과의 대화도 그저 우연히 마주쳐 나눈 몇 마디에 불과했고 강시우가 끼어들자 그는 짧게 인사를 건넨 뒤 곧 다른 환자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자. 예약 시간 맞춰야지.”강시우는 조용히 그녀를 이끌었다.검사 내내 그녀는 차분했다. 질문에도 성실히 답했고 추가 검사도 묵묵히 받았다.결과는 언제나처럼 정상이었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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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덴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자 강지연은 결단을 내렸다.무용단 운영권을 민다혜에게 넘기고 자신이 부재할 때 모든 결정권을 민다혜가 행사하도록 정리했다.에딘버러 페스티벌을 위해 안무한 작품은 전부 영상으로 남겼다.완성본뿐 아니라 동작을 끊어 설명한 세부 영상, 음악 큐 포인트, 무대 동선까지 빠짐없이 기록했다.혹시 다시 눈을 뜨지 못한다면 무용단이 갑작스러운 공백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또 변호사를 찾아가 유언장도 작성했다. 재산 분배와 권한 위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까지 하나하나 점검했다.석 달이나 잠들어 있었던 경험은 그녀에게 깊은 공포를 남겼다. 더 길게, 어쩌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그래서 그녀는 매일 하나씩 빠뜨린 일이 없는지 확인하며 살아갔다.동시에 삶의 속도를 늦췄다.무용단 일 외의 불필요한 일정은 줄이고 대신 할머니와 고모 곁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듯 잠들어 버리면 이 세계의 할머니는 다시는 자신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마치 마지막 시간을 세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니었다.온하준과 이혼을 앞두고도 그녀는 날짜를 세었었다. 그때는 고통을 통과하면 더 나은 앞날이 기다릴 것이라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너무 행복했지만 그 행복 뒤에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종말의 날짜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무서웠다.그녀는 매일 시간과 싸우듯 보냈다. 혹시 모를 공백을 대비해 하나씩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그러나 걱정과 달리 이번에는 꿈속으로 빠져들지 않았다.여름이 지나 가을이 왔고 에딘버러 페스티벌도 무사히 끝났다. 가을에서 겨울로,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시 찾아왔고 그녀는 또 한 해를 이곳에서 보냈다.그동안 강시우는 매달 병원 검진을 받게 했다.강지연은 병원에서 이 증상을 밝혀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가족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76화

    지금 중요한 건 하나뿐이었다. 온하준이 살아 있다는 것.비록 걸음이 조금 불편했다고 해도 두 달 전까지 이곳에 직접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정확한 행방을 모른다 해도 괜찮았다.제이미의 말처럼 어쩌면 무소식이 희소식일지도 모른다.적어도 그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었다.“제이미...”강지연의 눈물이 결국 터졌다.“괜찮으세요?”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린 그녀를 보고 집주인이 놀라 다가왔다.강지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너무... 다행이라서요. 고맙습니다.”웃고 있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그녀가 바란 건 거창한 재회가 아니었다. 붙잡고 되돌리고 따지는 일이 아니라 그저 각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그 한 가지면 충분했다.행방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눈 위에 남은 발자국처럼 그가 이 도시를 지나갔다는 흔적은 확인했다. 어딘가에서 걷고 있고 숨 쉬고 있고 밥을 먹고 있을 것이다.제이미의 말처럼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면 그 이상은 당장 바라지 않기로 했다.“혹시 떠나면서 어디로 간다고 말한 적은 없나요?”강지연은 오래전 그가 바라던 삶을 떠올렸다. 차유준의 발자취를 따라 떠도는 생활.차유준이라는 이름이 스치자 꿈속에서 또렷이 움직이던 그 소년의 모습이 겹쳤다. 이런 기억이 몇 번만 더 반복되면 정신이 흐려질 것만 같았다.집주인은 고개를 저었다.“구체적인 말은 안 했습니다. 그냥 여행을 계속할 거라고만 했어요.”“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비록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잘 살아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제이미, 우리 이만 돌아가요.”두 사람은 민박집을 나섰다.차가 떠난 뒤, 집주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전화를 걸었다.“네, 다녀갔습니다. 물어봤는데 문제없이 넘겼어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다음 날은 공연이었다.강지연은 이번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뒤에서 동선을 점검하고 조명을 확인하고 단원들의 호흡을 챙겼다.세레니아에서 그녀의 무용단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객석은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75화

    세레니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강지연의 심장은 내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처음에는 주소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앞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고개를 들었다.온하준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지 몇 년.그동안 그녀는 세레니아를 여러 번 오갔다. 잠들어 있던 시간을 빼더라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단서 하나 찾지 못했다.“단장님, 무슨 생각 하세요?”옆자리에 앉은 민다혜의 물음에 강지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응?”“승무원이 아까부터 기내식 뭐로 하실 거냐고 물었어요.”“아, 죄송해요.”강지연은 승무원에게 고개를 숙이고 메뉴를 훑어본 뒤 말했다.“저는 따뜻한 물이면 돼요.”민다혜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단장님,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요.”강지연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세레니아 가서 얘기하자.”‘그래. 이번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주소가 있으니까. 적어도 목적 없이 헤매지는 않을 거야.’세레니아에 도착한 뒤 단원들은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석 달의 공백이 있었던 그녀는 이번 공연 무대에는 오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루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 제이미와 함께 주소를 찾아가기로 했다.“제이미, 그 사람 여기 있을까요?”가는 길 내내 강지연의 머릿속은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 긴장과 기대, 불안과 혼란이 뒤죽박죽 얽혀 있었다.열일곱의 온하준과 병상 위의 온하준이 번갈아 겹쳤다. 만약 마주한 그가 망가진 모습이라면 자신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가 보면 알겠죠.”제이미는 늘 그렇듯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막막하게 느껴졌다.잠시 뒤 제이미가 덧붙였다.“아가씨, 가끔은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도 있어요.”강지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혹시 뭔가 알고 있어요? 오빠가 뭐라고 한 거죠?”제이미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냥 제 생각이에요. 몇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74화

    결국 장시연은 마음을 정리했다.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하나였다. 언니는 좋은 사람이고 더는 상처받게 두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우리 오빠랑 그 사람, 잘 어울리기도 해요.”장시연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둘 다 집착 심하고 소유욕 강하고. 천생연분이에요.”어느 한쪽이라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상대를 지치게 할 성격이었다. 차라리 둘이 붙어 있으면 세상에 피해가 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의 티타임은 이상할 만큼 즐거웠다. 고작 석 달을 비웠을 뿐인데 강지연은 정말 세상이 한 번 뒤집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전생의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았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모두 한 생전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졌다.그래도 장시범이 잘 지낸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한의원에도 들렀다.곽현성은 그녀의 증상이 평생 처음 보는 경우라며 노골적인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석 달을 자는 동안 의식이 전혀 없었어요?”강지연은 잠시 말을 고르다 입을 다물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또 다른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면 믿어 줄 리 없었다.“말하고 싶어질 때 말해도 돼요. 저한테도 딱히 치료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곽현성은 이것이 단순한 수면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었다.강지연은 강시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과학의 끝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혹시 다시 해성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땐 절에라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스쳤다.춤 연습, 사람들과의 만남, 밀린 메일 정리. 깨어난 뒤 첫 주에 그녀가 한 일들이었다.일주일이 지나자 몸은 서서히 감각을 되찾고 있었고 생활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세레니아로 떠나기 이틀 전, 오래된 메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두 달 전 날짜였다.발신자 이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칫했다.HJUN ON, 온하준.실종 상태였던 온하준이 메일을 보냈다.메일을 열자 카드 한 장이 펼쳐졌다. 생일 축하 메시지였다. 날짜를 확인하니 그녀가 잠들어 있던 동안 지나간 자신의 생일이었다.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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