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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오월 여름
한여월은 한태강이 윤기가 반지르르한 구운 수육 꼬치를 건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목을 단단히 조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꿈에서 본 눈앞의 고기는 흐릿한 검은 그림자로 변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간 것 같았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이 된 듯 무거워 좀처럼 눈을 뜰 수 없었다.

“으...”

목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살짝 새어 나왔다. 의식은 깨어날 듯 말 듯 한 경계를 오가고 있었다.

동굴 속 횃불이 나시원을 비춰 그림자가 암벽 위에 길게 드리워져 유난히 커 보였다.

시선을 내리깔고 있어 긴 속눈썹의 그늘이 눈 밑에 드리워졌다. 하지만 보라색 수정 같이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한 음험함이 거칠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한여월의 목을 조르는 손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자 한여월의 얼굴이 벌게지다가 차츰 새파래졌다. 입술은 부르르 떨렸고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의식이 흐려지려는 찰나 누군가 나시원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뼈를 으스러뜨릴 것 같은 센 힘에 나시원도 억지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김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마른풀 위에 축 늘어진 한여월은 격렬하게 기침하며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가슴도 심하게 오르내렸다.

“나시원, 너 미쳤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외친 윤이산은 나시원을 죽일 듯이 응시했다. 어두운 빛을 내뿜는 붉은색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우리 모두 같이 죽일 셈이야?”

수인 세계의 철칙이 바로 계약한 암컷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살해당할 경우 계약을 맺은 모든 수컷이 수인 마크를 배신한 대가로 그 자리에서 몸이 터져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이산의 말에도 나시원은 여전히 온몸을 떨고 있는 한여월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눈빛이 얼마나 차가운지 동굴 안의 모든 공기조차 얼려 버릴 듯했다.

몇 초가 지나자 갑자기 손을 놓은 나시원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동굴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발목에는 초록색 수인 밴드가 가끔씩 겉으로 드러났다.

윤이산은 나시원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나시원이 왜 이렇게 한여월을 증오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뽑힌 비늘과 밤낮으로 이어진 학대... 윤이산도 그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통제력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한여월은...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고개를 돌려 아직도 기침하고 있는 한여월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조금 전 나시원이 정신력을 사용해 한여월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모양이었다.

눈가에 맺혔던 마른풀마저 살짝 적셔져 있어 유난히 가엾어 보였다.

윤이산은 저도 모르게 한여월의 손에 시선을 돌렸다. 목걸이에 베인 상처는 아직도 벌어진 상태로 가장자리만 붉게 변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몇 초간 침묵하다가 저도 모르게 몸을 굽힌 뒤 품속에서 말린 지혈 풀 한 줌을 꺼냈다. 예전에 서기현이 준 것을 계속 아껴 두며 쓰지 않고 있었다.

약초를 입에 넣고 잘게 씹자 쓴맛이 혀끝에 퍼졌다.

손을 내밀어 다소 뻣뻣한 움직임으로 한여월의 손을 들어 올린 뒤 씹어서 으깬 약초를 상처 위에 발랐다.

약초의 시원함에 한여월이 움찔하며 살짝 신음 소리를 내자 윤이산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비교적 깨끗한 수피 한 조각을 꺼내 조심스럽게 한여월의 손끝에 감은 뒤 매듭까지 지었다.

모든 것을 마친 윤이산은 약초 찌꺼기가 묻은 자기 손을 바라보자 왠지 모를 어색함이 밀려왔다.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려 동굴 입구로 걸어간 뒤 한여월에게 등을 돌린 채 돌부처처럼 지키고 섰다.

동굴 안에는 한여월의 고른 숨소리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가끔씩 팡팡 튀는 소리만 들렸다.

목구멍의 칼칼함과 간지러움에 잠에서 깬 한여월은 눈을 뜨자마자 목이 무거운 뭔가에 짓눌린 듯 아팠다.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앉아 ‘물’이라고 외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쉬어버린 것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아야...”

숨을 거칠게 들이쉰 뒤 무의식적으로 목을 더듬자 손끝에 닿은 피부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발견했다. 약간 부은 듯한 감촉도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비틀거리며 물이 담긴 도자기 항아리로 걸어가 몸을 굽혀 수면에 얼굴을 갖다 대자 흐린 물에 희미한 그림자가 비쳤다. 목 부분에 붉은 흔적 같은 게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한 모양은 알아볼 수 없었다.

“어젯밤에 감기라도 걸렸나 보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을 뻗어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의사도 약도 부족한 수인 세계에서 감기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어지럽고 힘이 빠지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심하면 몸을 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태강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지금 한여월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한태강밖에 없기에 고작 감기에 걸린 것 때문에 일정을 미룰 수는 없었다.

설령 밖에 천둥 번개가 친다고 해도 오늘 반드시 출발해야 했다.

맑은 물로 간단히 양치질하고 얼굴을 한 번 닦자 시원한 감촉에 혼미했던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들었을 때 손끝에 거친 수피 가죽 한 겹이 감겨 있는 것을 보고는 그제야 어제 베인 상처를 누군가 조심스럽게 수피 가죽으로 싸매준 것을 알았다. 상처에는 어느새 얇은 딱지가 앉아 있었다. 약초의 시원함이 수피 가죽 사이로 스며 나와 이제는 아프지 않았다.

순간 한여월은 멍해졌다.

‘누가 해 준 거지?’

어젯밤 몸을 웅크리고 자느라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설마 수인 남편들 중 한 명인 걸까?’

누가 했든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다.

반드시 제때 칭찬해 줘야 그들이 한여월에게 더 잘해 줄 것이다.

비록 진심으로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한여월에 대한 증오심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동굴 입구로 걸어간 한여월은 목청을 가다듬은 뒤 아직도 쉬어 있는 목소리로 최대한 높게 외쳤다.

“너희들, 모두 좀 들어와 봐.”

말이 끝나자마자 동굴 입구에 몇몇 그림자가 나타났다.

서기현, 윤이산, 지유혁, 강진우, 그리고 맨 마지막에 걸어오는 나시원까지... 다섯 명의 수인 남편들이 줄지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이내 한여월의 목을 발견한 그들은 눈빛이 순식간에 복잡하게 변했다.

서기현은 속눈썹을 살짝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약초 보따리를 꽉 움켜쥐었다.

눈썹을 치켜올린 지유혁은 나시원과 윤이산을 번갈아 바라봤다.

눈살을 찌푸린 강진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빛을 내뿜는 파란 눈동자에 복잡한 기색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시원과 윤이산은 하나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땅만 응시하며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 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수인 남편들은 나시원과 윤이산의 반응에서 뭔가를 짐작한 듯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젯밤에 분명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고 십중팔구 나시원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한편 그들의 눈빛 교환을 눈치채지 못한 한여월은 웃으며 물었다.

“어젯밤, 이거 누가 한 거야?”

동굴 안에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한여월이 아무래도 뭔가 알아채고 범인을 찾으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한여월은 온갖 트집을 다 잡으며 갖은 방법으로 그들을 학대했다. 오늘은 목을 조르는 큰일을 저질렀으니... 이제 그들을 직접 죽이려는 건 아닐까?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나시원은 보랏빛을 내뿜는 눈동자에 체념한 듯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늘 그렇듯 맑은 목소리였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야.”

담담한 어조로 말한 뒤 고개를 들어 한여월을 바라보았다.

“어떤 벌이든 다 받을게. 대신 다른 사람들은 끌어들이지 마.”

나시원의 반응에 한여월은 잠시 멈칫했다.

“벌을 받겠다고? 왜 벌을 줘야 하는데?”

싸맨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든 한여월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상처를 치료해 줬으니 내가 고맙다고 해야지. 이렇게 하자. 앞으로 누가 내 상처를 세 번 싸매주면 그 사람한테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줄게. 어때?”

이 말이 나오자 나시원뿐만 아니라 다른 수인 남편들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여월이 말한 것이 목의 상처가 아니라 손가락의 붕대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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