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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나 이 일에 대해서 심윤아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그해 그녀도 물에 빠졌었다. 그녀는 고열에 시달리고 나서도 큰 병에 걸렸었다. 의식이 돌아온 뒤로 많은 기억을 잃었고 자기가 어쩌다 물에 빠졌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녀가 장난치다가 실수로 물에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심윤아는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고 느끼지만, 아쉽게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후로 나이가 들고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당시의 기억들은 더 철저하게 잊혀갔다.

심윤아는 진수현이 자기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이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둘 줄은 몰랐다.

‘차라리 진수현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린 사람이 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이 순간 심윤아는 꿈과 현실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가슴은 큰 바위에 눌린 것처럼 답답하고 괴로웠고, 두통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왜 그때 진수현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뛰어내린 사람이 그녀가 아니었을까?

‘만약에... 만약에...’

갑자기 눈앞에 진수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윤아야, 아이는 지워.”

곧이어 그의 곁에 강소영이 나타났고 그녀는 진수현의 곁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윤아 씨, 아이를 지우지 않으려는 게 설마 우리 관계를 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관계를 망치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진수현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심윤아의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

“말 들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강압적으로 아이를 지우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

진수현은 심윤아의 턱을 쥐어뜯을 정도로 손에 힘을 줬다.

심윤아는 몸부림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문득 창밖으로 뒤로 밀려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꿈이었나? 어떻게 그렇게 생생할 수가 있을까...’

심윤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윤아 씨, 깼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심윤아가 고개를 들자, 강소영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잘됐어.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했어요.”

‘강소영? 그녀가 왜 여기에 있지?’

곧이어 심윤아는 무언가를 깨닫고 그녀 쪽으로 쳐다보았다. 역시 운전석에는 진수현이 앉아 있었고 강소영이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진수현은 차를 몰다가 그녀가 잠에서 깼다는 소리를 듣고 백미러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깼어? 또 어디가 아파?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얘기해.”

심윤아는 조금 전의 악몽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깨어난 후 가까스로 심장의 고동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진수현의 말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병원에 갈 필요 없어. 난 괜찮아.”

심윤아의 말을 듣고 진수현은 다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야? 너 지금 열이 나는 거 알아?”

강소영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윤아 씨. 고열은 병원에 가야 해요. 어젯밤에 비를 맞았다고 들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된 거라고?’

앞에 놓인 강소영을 바라보던 심윤아는 창백한 입술이 살짝씩 움직여 봤지만 끝내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어제 그 해프닝에 강소영도 분명히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이렇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서일까?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소영이 얼굴에 근심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미안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어제...”

진수현은 강소영의 말을 끊고 차분하게 말했다.

“어쨌든 병원에 먼저 가봐야 해. 요 며칠간 아프면 푹 쉬어. 당분간은 회사에 나올 필요도 없...”

강소영은 자기 말을 끊은 진수현을 약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심윤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 밑에 깊은 서늘함이 있었다.

‘역시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는 강소영이라는 건가? 감싸고 도는 것 좀 봐!’

한참 후에야 심윤아가 고개를 들었다.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심윤아가 제멋대로인 것 같았다.

“아픈데 병원도 안 가겠다고 하고,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심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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