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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심윤아는 좀 난감했다.

“그냥 비 좀 맞았을 뿐이야.”

말이 끝나자, 그녀는 앞으로 나와 어제 자 업무 보고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어제 자 업무 보고서야. 다른 일도 있어서 이만 가볼게.”

“두 사람 옛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심윤아가 강소영을 바라보자, 강소영은 곧 웃음을 지었다.

심윤아는 나갔으나 진수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수현 씨?”

강소영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진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강소영은 마음속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윤아 씨의 컨디션이 확실히 좋지 않아 보이거든, 비록 지금은 수현 씨의 비서로 일하고 있지만, 파산하기 전에는 어쨌든 심씨 가문의 큰 아가씨였잖아, 너무 매몰차게 굴지 마.”

‘매몰차게 굴어? 누가? 내가?’

진수현은 마음속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어느 누가 감히 심윤아를 가혹하게 할 수 있다고, 참!’

그러나 진수현은 이런 생각들을 꺼내지 않았고 다만 대답만 재깍 했다.

“응.”

심윤아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현기증이 더 심해졌다.

조금 뒤 심윤아는 임연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윤아 님, 급한 거 아니면 돌아가서 쉬세요.”

심윤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몹시 괴로워하며 작은 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유, 나 눈 좀 붙일게.”

말을 마치고 심윤아는 깊은 잠에 빠졌다.

심윤아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녀는 열여덟 살의 나이로 돌아갔다. 그날은 심윤아와 진수현의 성년식 파티였다. 양가의 성년식은 함께 거행되었는데, 당시 심윤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색의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일부러 웨이브 파마를 하고 손톱까지 받고, 그날이 가기 전에 진수현에게 고백하려고 했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진수현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작은 정원에서 진수현을 찾았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들고 걸어가려 할 때 진수현의 친구 몇 명이 그에게 장난치는 소리를 들었다.

“수현아, 어른이 다 되었구나, 좋아하는 여자는 있니? 이젠 약혼을 고려해 볼 만해.”

“윤아, 저 계집애도 괜찮은 것 같아. 하루 종일 네 뒤를 따라다니고 있어.”

심윤아는 이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진수현의 대답을 들으려고 걸음을 멈추었다.

결국, 그의 대답은 그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에도 중요했다. 그러나 진수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미리 말하였다

“윤아는 아니야, 수현이한테 윤아는 그저 여동생 같은 아이일 뿐이지. 우리 수현이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 바로 그것이 바로 강소영이지.”

‘강소영...’

심윤아는 몰래 진수현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소년은 돌의자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친구들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소영 씨가 좀 더 다정하고 여성스럽지. 윤아는 그냥 계집애가 따로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영 씨가 수현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거야.”

이 말을 한 사람은 이선우였는데, 그는 진수현의 친한 친구 중의 한 사람이었다. 평소에 심윤아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며,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치곤 했다. 그 때문에 이선우는 심윤아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누가 계집애야!’

“맞아, 소영이가 네 생명을 구했었지, 만약 그때 소영이가 강물에 뛰어내려 너를 구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이미 진수현은 없었을 것이다.”

진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침내 모처럼 응하는 소리를 냈다.

은은한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쾅...

심윤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창백하기 그지없게 변했다. 뜻밖에도 그녀는 고백조차 못 해보고 차인 신세가 되었다.

강소영이 진수현의 생명을 구한 것은 온 세상에 소문난 일이었다.

옛날에는 영웅이 미인을 구한다지만, 반대로 미인이 미소년을 구했다고 일파만파 퍼진 상황이었는데, 그 주인공들이 다르면 아닌 강소영과 진수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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