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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Author: 꽃솜
김수정이 의원을 나설 무렵에는 이미 해가 기울어 있었다.

그녀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길모퉁이를 돌아서려는 순간, 새까만 마차 한 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눈앞에 멈춰 섰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뛰어내렸다.

그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김수정을 붙잡아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김수정은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입과 코가 틀어막히더니 곧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차는 덜컹거리며 한참을 달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수정은 거칠게 마차에서 밀려나 텅 빈 방 안으로 내던져졌다.

잠시 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김수정은 힘겹게 눈을 떴다.

이현이었다.

그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상궁들과 시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현은 이미 화려한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서려 있던 초조함과 걱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냉기만이 남아 있었다.

"김수정,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게 그렇게 좋았느냐?

오늘은 본왕이 사람을 시켜 너를 대낮에 납치해 며칠 동안 자취를 감추게 하겠다. 네 명예가 짓밟히고 정절이 더럽혀지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똑똑히 맛보아라!"

이현은 음산한 눈빛으로 뒤에 있는 상궁들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여기에 갇혀 있는 동안 가만히 있을 생각은 마라.

저들은 궁에서 나온 교양 상궁들이다. 잘못을 저지른 종친 여인들을 가르치던 자들이지. 황자부에 시집오기 전까지, 웃어른과 부군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 저들이 똑똑히 가르쳐 줄 것이다. 네 고약한 성질머리도 이번에 단단히 고쳐지겠지."

이후 며칠은 김수정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 교양 상궁들은 겉으로는 상처 하나 남기지 않으면서 사람을 괴롭히는 온갖 수법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수 바늘로 그녀의 손끝을 한 땀 한 땀 찔러 댔다.

또 깨진 사기 조각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뜨거운 차를 수없이 올리게 했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찬물에 적신 천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아 질식 직전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손발이 묶인 김수정은 반항할 여지조차 없이 그저 묵묵히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그녀는 매일 무너질 듯한 벼랑 끝에서 버텨야 했다.

그런 고문은 혼례 전날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현은 다시 별장으로 찾아왔다. 그는 눈빛마저 텅 비어 버린 김수정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훈육을 통해 앞으로는 그 못된 심보를 버리고 좀 더 분수에 맞게 행동했으면 좋겠구나."

그의 말에는 조금의 연민도 담겨 있지 않았다.

김수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현의 측근 하인이 황급히 달려왔다.

"전하, 김서월 아가씨께서 찾으십니다. 내일 혼례와 관련된 일을 전하와 하나하나 상의하고 싶으시답니다."

이현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갔고 더는 김수정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만 서월을 만나러 가겠다. 서월이 너를 보면 또 마음이 상할 테니 혼자 황자부로 돌아가거라."

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떠나 버렸다. 그렇게 김수정만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다.

별장에서 승상부까지 십여 리가 넘는 거리였다.

김수정은 더럽혀진 옷차림으로 큰길을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갔다.

발바닥은 자갈에 쓸려 피가 배어 나왔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고 모진 말들이 선명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저것 좀 봐. 며칠 전에 납치당했다던 김씨 집안 큰아가씨 아니야?"

"쯧쯧, 자업자득이지. 적녀라는 허울만 가졌지 품행은 엉망이라니까."

"저 꼴을 보니 이미 악인에게 정절을 빼앗긴 모양이군. 셋째 황자께서 저런 여인을 받아 주시겠어?"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오직 마지막 의지 하나로 무뎌진 몸을 이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익숙한 승상부의 측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던 초록이 김수정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면서 달려왔다.

"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초록의 뒤에 서 있던 건장한 표사가 김수정에게 예를 갖춘 뒤,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큰 아가씨, 인원과 마차는 모두 뒷골목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시는 길은 저희가 반드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김수정은 마차에 올랐고 큰길에서 이현의 혼례 행렬과 스쳐 지나갔다.

멀어져 가는 꽃가마를 바라보던 김수정은 끝까지 팽팽히 조여 있던 긴장이 비로소 풀렸다.

며칠 동안 이어진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힘없이 마차 안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직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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