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무렵, 카라와 헬레나는 마침내 자신들이 빌린 아파트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걸음은 몇 시간 전 밖으로 나섰을 때보다 훨씬 느려져 있었다. 아까까지 가득 차 있던 두 개의 여행 가방은 이제 훨씬 가벼워졌지만, 이상하게도 카라의 가슴은 오히려 더욱 답답해졌다.
여행 가방 안에 생긴 빈 공간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삶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아파트 문이 닫히자마자 카라는 낡기 시작한 작은 소파에 몸을 내던졌다. 얇은 쿠션으로는 등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조차 가라앉힐 수 없었다. 헬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날 아침, 카라는 아파트를 일찍 나섰다. 그녀는 여행 가방 안에 남아 있던 가장 수수한 정장을 입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브랜드 정장이나 값비싼 가방을 들고 각종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모든 사치스러운 것들은 이제 그녀의 자존심을 조금도 되돌려주지 못하는 옷가지로 바뀌어 있었다.떠나기 전, 헬레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오늘 일자리를 알아보러 갈 거니?"카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선택의 여지가 없어."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닫았다.가는 내내 카라는 구직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아직 채용 중인 몇몇 회사에 연락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죄송합니다. 해당 직무는 이미 채용이 완료되었습니다.""추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카라는 그것이 그저 정중하게 돌려 말한 거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 관한 기사는 여전히
다음 날 아침, 그 작은 아파트는 다시금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카라는 밤새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수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혼인증명서를 내보이던 타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과 아드리안에 관한 소식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었다. 게다가 찾아온 수사관들 때문에 머릿속은 더욱 복잡했다.한편 헬레나는 간소한 식탁에 앉아 아까부터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찻잔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날 무엇을 해야 할지 미처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카라와 헬레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라의 심장이 다시 평소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또 누구야?" 헬레나가 낮게 중얼거렸다.문을 열자, 이번에는 수사관이 아니었다. 마흔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제복을 입은 채, 아동보호기관의 로고가 찍힌 서류철을 들고 있는 남성과 함께 서 있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아동보호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여자는 신분증을 내보인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리오라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그 이름에 카라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오라?""네." 여자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도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무렵, 카라와 헬레나는 마침내 자신들이 빌린 아파트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걸음은 몇 시간 전 밖으로 나섰을 때보다 훨씬 느려져 있었다. 아까까지 가득 차 있던 두 개의 여행 가방은 이제 훨씬 가벼워졌지만, 이상하게도 카라의 가슴은 오히려 더욱 답답해졌다.여행 가방 안에 생긴 빈 공간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삶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듯했다.아파트 문이 닫히자마자 카라는 낡기 시작한 작은 소파에 몸을 내던졌다. 얇은 쿠션으로는 등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조차 가라앉힐 수 없었다. 헬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옆에 앉았다.두 사람 모두 지쳐 있었다.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때라면 자신들을 미소로 맞이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수차례 거절당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헬레나는 천천히 갈색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물건들을 팔고 받은 돈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지폐를 한 장씩 천천히 세었다. 마치 다시 셀 때마다 돈의 액수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같았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다.그녀는 길게 숨을 내쉰 뒤 소파에 등을 기댔다.
“가자. 어서 가는 게 좋겠어.”헬레나가 재빨리 카라의 팔을 잡아끌었다.결국 카라와 헬레나는 정말로 그 호텔을 떠났다.두 사람은 각자 여행 가방을 끌며 로비를 지나갔다. 처음 호텔에 들어왔을 때보다 발걸음이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대기 공간에 앉아 있던 몇몇 투숙객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저 힐끗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고, 한낮부터 텔레비전과 소셜 미디어를 가득 채운 뉴스에서 카라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곧바로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었다.카라는 걸음을 재촉했다. 턱에는 힘이 들어갔고, 여행 가방 손잡이를 쥔 손가락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귀에 들려오는 모든 수군거림을 무시하려 애썼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할수록 그 목소리들은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호텔 정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서둘러 택시 한 대를 세웠다. 운전기사가 내려 트렁크를 열고는 그들이 가지고 나온 짐더미를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부인.”운전기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짐이 너무 많습니다. 차 한 대로는 다 실을 수 없어요.”
타라를 태운 차는 천천히 법정 마당을 빠져나갔다. 아직 차량이 정문을 벗어나기도 전인데, 뒤쪽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소란스러워져 있었다.아까부터 법정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던 기자들은 거의 뛰다시피 각자의 중계 차량으로 향했다. 일부는 편집부에 전화를 걸기에 바빴고, 또 다른 이들은 방금 촬영한 영상을 곧바로 전송했다. 스튜디오로 돌아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속보입니다! 애시본 그룹 전 CEO의 재판이 다시 한번 세상을 발칵 뒤집었습니다!”“오늘 재판에서 아드리안 애시본은 자금 횡령 및 권한 남용 혐의로 공식적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습니다.”“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오늘 재판에서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아드리안이 타라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은 불과 몇 분 만에 퍼져나갔다. 이어 타라가 아드리안과 카라의 혼인증명서 사본을 공개하는 장면도 빠르게 확산됐다.그리고 가장 많이 공유된 한마디.“나를 임신시킨 남자는…… 내게 이미 죽은 사람이야.”
“결혼했다고?”“말도 안 돼!”“그럼 그 불륜 소식은…….”타라는 누구도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리오라는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가 아니야, 아드리안. 리오라는 너와 카라의 친딸이야. 너희는 온갖 핑계를 대서 그 죄 없는 어린아이를 우리 집에 들여보냈지. 너희가 쉽게 지켜볼 수 있도록.”자신도 모르게 타라의 손이 꽉 쥐어졌다.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그리고 지금까지…….”타라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얼굴을 들었다.“나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어.”분위기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기자들이 본능적으로 서로 앞다투어 앞으로 몰려들었다. 카메라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사방에서 온갖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