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를 버린 밤, 그의 비서가 내게 왔다

남편이 나를 버린 밤, 그의 비서가 내게 왔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Por:  6jay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goodnovel12goodnovel
No hay suficientes calificaciones
30Capítulos
186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남편의 외도와 시댁의 멸시에 짓눌려 살던 한서경. 남편이 집을 비운 밤, 그의 수행비서 권태하가 안방 문을 두드린다. 남편의 비밀을 모두 아는 남자와 손잡은 순간, 서경은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한다.

Ver más

Capítulo 1

1화. 상간녀의 흔적

새벽 2시, 45층 펜트하우스의 마스터 드레스룸.

한서경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세면대 물에 남편의 이탈리아산 최고급 맞춤 화이트 실크 와이셔츠를 담그고 있었다.

새하얀 깃 안쪽에 번져 있는 번들거리는 진한 체리색 립스틱 자국.

그리고 낯선 여자의 짙고 저열한 인공 바닐라 향수 냄새가 코끝을 사납게 찔러왔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3년 동안 이어진 지옥 같은 정략결혼.

해성물산의 총괄 상무이자 남편인 강진우는 매주 여자를 갈아치우며 안방 드레스룸을 상간녀들의 흔적으로 난도질해 놓았다.

남편은 새벽마다 술에 취해 들어와 화장대 거울을 보며 서경의 턱을 쥐어짜듯 비틀곤 했다.

‘네가 침대에서 목석처럼 굳어 있으니 내가 밖으로 도는 거 아니냐. 살결에 온기 하나 없는 인형 같은 년.’

서경은 차가운 손으로 셔츠 깃을 비벼 빨았다.

손톱 밑이 시리도록 붉은 물이 배어 나왔지만, 그녀의 아름답고 메마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모든 감각과 자존감이 거세된 채, 그저 가문의 결속과 비즈니스를 위한 허수아비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영혼이 곪아 터져 감각을 잃어버린 식물처럼 서경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남편이 던지는 모욕적인 언사들은 서경의 심장을 날마다 송곳처럼 찔러대며 마모시켰다.

달칵.

적막을 찢고 등 뒤에서 조용하고 절제된 구두 굽 소리가 울렸다.

서경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드레스룸 입구의 어둠 속에서 완벽하게 정돈된 블랙 스리피스 수트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편 강진우의 수석 전담 수행비서, 권태하(權泰河)였다.

187cm의 장대한 체격, 콧등에 걸친 은빛 무테안경, 그리고 그 너머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칠흑 같은 눈동자.

남자는 낮에는 강진우의 온갖 더러운 사생활과 뒷감당을 도맡으며 90도로 허리를 굽히던 완벽한 충견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깊은 밤, 홀로 선 남자의 넓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위압감은 안방의 주인을 능가하고 있었다.

단정한 넥타이 핀 아래로 묵직한 가슴팍이 천천히 오르내렸다.

"사모님."

태하의 낮고 서늘한 중저음이 적막한 드레스룸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고급스러운 벨벳 상자를 화장대 위에 정갈하게 내려놓았다.

"상무님께서는 조금 전 청담동 룸살롱에서 강남 텐프로 출신 내연녀와 함께 호텔 스위트룸으로 입실하셨습니다. 오늘 정오까지는 귀가하지 않으실 예정입니다."

남편의 난잡한 외도 현장을 보고하는 비서의 어조는 지나치리만큼 건조하고 정중했다.

서경은 젖은 손을 린넨 타월에 닦아내며 씁쓸한 자조의 미소를 흘렸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권 비서. 셔츠는 내일 세탁소에 맡길 테니…… 그만 퇴근해요."

대답을 마쳤는데도 구두 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서경은 거울 속 남자를 살폈다.

남편의 일을 보고한 뒤에는 늘 곧바로 돌아서던 사람이었다.

젖은 셔츠를 다시 집으려던 손이 세면대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하지만 태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태하는 긴 다리로 세면대 쪽을 향해 걸어 들어왔다.

남자가 다가올 때마다, 강진우의 역겨운 시가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서늘한 시더우드와 은은한 베르가못 향이 드레스룸의 공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묵직하고 남성적인 체향이 서경의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서경의 심장이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쿵쿵 뛰기 시작했다.

"권 비서……?"

태하가 서경의 바로 한 뼘 앞까지 다가와 우뚝 멈추어 섰다.

남자의 넓고 거대한 어깨 그림자가 서경의 가녀린 체구를 온전히 집어삼키듯 덮어버렸다.

무테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남자의 시선은, 낮에 보던 비서의 공손한 눈빛이 아니었다.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옭아매듯, 서경의 차갑게 붉어진 손가락과 떨리는 가녀린 쇄골, 그리고 얇은 실크 잠옷 실루엣을 삼킬 듯 노골적으로 훑어내리고 있었다.

서경은 타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먼저 비켜 달라는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태하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남자의 단단하고 커다란 손이 세면대에 놓여 있던 젖은 와이셔츠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툭.

"그 셔츠는 버리십시오. 사모님이 씻어낼 일이 아닙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서경의 귓바퀴를 뜨겁게 스쳤다.

"그리고 오늘 밤은…… 사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냥 돌아갈 수는 없겠습니다."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30 Capítulos
1화. 상간녀의 흔적
새벽 2시, 45층 펜트하우스의 마스터 드레스룸.한서경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세면대 물에 남편의 이탈리아산 최고급 맞춤 화이트 실크 와이셔츠를 담그고 있었다.새하얀 깃 안쪽에 번져 있는 번들거리는 진한 체리색 립스틱 자국. 그리고 낯선 여자의 짙고 저열한 인공 바닐라 향수 냄새가 코끝을 사납게 찔러왔다.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3년 동안 이어진 지옥 같은 정략결혼. 해성물산의 총괄 상무이자 남편인 강진우는 매주 여자를 갈아치우며 안방 드레스룸을 상간녀들의 흔적으로 난도질해 놓았다.남편은 새벽마다 술에 취해 들어와 화장대 거울을 보며 서경의 턱을 쥐어짜듯 비틀곤 했다.‘네가 침대에서 목석처럼 굳어 있으니 내가 밖으로 도는 거 아니냐. 살결에 온기 하나 없는 인형 같은 년.’서경은 차가운 손으로 셔츠 깃을 비벼 빨았다. 손톱 밑이 시리도록 붉은 물이 배어 나왔지만, 그녀의 아름답고 메마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모든 감각과 자존감이 거세된 채, 그저 가문의 결속과 비즈니스를 위한 허수아비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영혼이 곪아 터져 감각을 잃어버린 식물처럼 서경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남편이 던지는 모욕적인 언사들은 서경의 심장을 날마다 송곳처럼 찔러대며 마모시켰다.달칵.적막을 찢고 등 뒤에서 조용하고 절제된 구두 굽 소리가 울렸다. 서경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드레스룸 입구의 어둠 속에서 완벽하게 정돈된 블랙 스리피스 수트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남편 강진우의 수석 전담 수행비서, 권태하(權泰河)였다.187cm의 장대한 체격, 콧등에 걸친 은빛 무테안경, 그리고 그 너머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칠흑 같은 눈동자. 남자는 낮에는 강진우의 온갖 더러운 사생활과 뒷감당을 도맡으며 90도로 허리를 굽히던 완벽한 충견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깊은 밤, 홀로 선 남자의 넓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위압감은 안방의 주인을 능가하고 있었다. 단정한 넥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2화. 출장의 밤
"권 비서, 지금 제정신이에요?! 무슨 짓을……!"서경이 질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남편 앞에서 고개를 숙이던 남자가 맞는지 믿기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공손히 귀가 시간을 알리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서경은 열린 드레스룸 문으로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태하를 바라보았다.남편의 비서가 제 앞에 이렇게 서 있을 줄은 몰랐다. 문밖에는 사람 소리 하나 없었다.당장 나가라는 말부터 해야 했다.하지만 등 뒤는 차갑고 단단한 대리석 세면대 벽이었다.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태하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남자의 커다란 양손이 세면대 상판을 짚으며 서경의 가녀린 몸을 양옆에서 가두었다.남자의 탄탄한 가슴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체온과 서늘한 시더우드 향이 서경의 온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결박했다.가까이서 마주한 태하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그녀의 영혼까지 집어삼킬 듯 짙고 어두운 심연이었다.서경의 가파른 숨결이 남자의 스리피스 수트 조끼 깃에 닿았다.숨소리마저 얽혀드는 극도의 밀착이었다."사모님은 왜 언제나 그딴 버러지 같은 남자 밑에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계십니까."태하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서경의 귓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목소리에는 억눌린 지배욕과 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상무님은 사모님 탓을 하며 밖으로 돌았지요. 그건 핑계입니다. 사모님 잘못이 아닙니다.""선 넘지 마요, 권태하 비서! 당신은 강진우 상무의 돈을 받고 일하는 고용인일 뿐이에요!"서경이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가슴팍을 밀었다.태하는 곧바로 상판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알겠습니다. 여기서 멈추겠습니다."서경은 열린 문과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나가라고 하면 그는 나갈 참이었다. 그러나 방금 들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남편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요?"태하는 고개를 저었다. 서경이 먼저 그의 소매를 붙들자 그제야 다시 가까이 왔다.남자의 기다란 손가락이 서경의 떨리는 턱끝에 가볍게 닿았다.은빛 무테안경을 벗어 가슴 포켓에 꽂아 넣는 남자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3화. 첫 결재
드레스룸 중앙, 묵직한 이탈리아산 원목 아일랜드 수납장 위.서경의 얇은 실크 슬립 잠옷 자락이 허벅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차가운 대리석 상판의 서늘함과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단단하게 가르고 들어온 태하의 묵직한 체온이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살결을 마비시켰다.남자의 스리피스 수트 조끼 위로 맞닿은 서경의 가슴팍이 가파르게 들썩였다.밀폐된 드레스룸 안을 메운 서늘한 시더우드 향과 달아오른 살결의 냄새가 뒤섞이며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켰다.“잠깐…… 멈춰요, 권 비서.”서경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태하의 손이 즉시 멎었다.3년 동안 남편 강진우의 폭언과 가스라이팅에 짓눌려 얼어붙어 있던 몸이, 태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미친 듯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그 낯선 쾌락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배덕감이 서경을 극한의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남편의 최측근이자 가장 완벽한 충견의 가면을 쓴 남자와의 밀회는, 그 자체로 돌이킬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서경은 그 사실을 똑똑히 알았고, 자신의 대답도 그만큼 분명히 해야 했다.태하는 한 걸음 떨어져 두 손을 내렸다. 서경이 숨을 고르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만둘까요?”태하의 낮고 서늘한 중저음이 서경의 귓바퀴를 뜨겁게 핥아 내렸다.남자의 거친 숨결이 목덜미를 스칠 때마다 서경의 하얀 살결 위로 붉은 소름이 돋아났다.서경은 문 쪽을 보았다가 다시 태하를 바라보았다.“아니요. 내가 무서운 건…… 들키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줘요.”“기다리겠습니다.”태하는 그 자리에서 서경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경은 수납장 끝을 쥐었던 손을 펴고, 먼저 그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었다. 그제야 남자의 뜨겁고 커다란 손이 서경의 떨리는 등줄기를 따라 척추 마디마디를 부드럽지만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악력으로 쓸어 올렸다.얇은 실크 안쪽으로 스며드는 손끝의 열기가 살결을 녹여내렸다.실크 잠옷 끈이 스르륵 어깨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드레스룸 전면 거울 속에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4화. 넥타이 핀
“어이, 한서경! 목석! 집에 없어?! 물 한 잔 가져와!”펜트하우스 거실 복도를 가로질러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오는 강진우의 거친 고함과 발소리.드레스룸 안의 공기가 일순간 영하의 냉기 속으로 얼어붙었다.서경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입술은 붉게 부르터 있었고, 얇은 실크 잠옷은 어깨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흘러내려 있었다.전신에 남겨진 태하의 붉은 키스마크들이 심장 박동과 함께 욱신거렸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꼴은 방금 전까지 다른 남자에게 안겨 탐닉당한 음란한 아내 그 자체였다.심장이 흉곽을 뚫고 튀어나올 듯 거칠게 요동쳤다.“어, 어떡해요…… 권 비서…… 남편이……!”서경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아일랜드 수납장에서 내려오려 버둥거렸다.만약 이 자리에서 남편에게 들킨다면, 3년간 가문을 위해 버텨온 모든 것이 파멸하고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벌어질 터였다.하지만 태하는 서경의 떨리는 어깨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남자의 깊은 눈동자에는 단 한 치의 당황도, 두려움도 없었다.오직 맹수처럼 서늘한 침착함이 서경의 공포를 짓눌렀다.“진정하십시오, 사모님.”태하가 서경의 흐트러진 잠옷 끈을 신속하고 정갈하게 올려 매어주었다.남자의 뜨거운 엄지손가락이 서경의 입가에 번져 있던 타액과 붉은 기운을 조심스럽게 훔쳐냈다.“옷장에 걸린 캐시미어 가운을 목 끝까지 여미고 나가십시오. 차가운 얼음물을 한 잔 건네고 소파에 쓰러지게 만드시면 됩니다.”“권 비서는요……? 여길 어떻게 나가려고……!”“드레스룸 비밀 금고실 안쪽에 비상 점검용 도어가 있습니다. 제가 알아서 빠져나갑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십시오.”태하가 서경의 차가운 뺨을 감싸 안으며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귓전을 델 듯이 달구었다.“안쪽 문으로 나가겠습니다. 남편분이 이상한 기색을 보이면 제게 연락하십시오.”태하는 바닥의 안경과 넥타이를 집어 재킷 안에 넣었다.서경이 가운을 꺼내는 사이, 재킷을 걸친 남자는 드레스룸 안쪽 그림자 속으로 소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5화. 백미러 속 시선
아침 8시, 45층 펜트하우스의 다이닝룸.“어이, 한서경. 이거 봐.”새벽부터 넥타이 핀의 주인을 추궁하던 강진우는 아침 식탁에서도 같은 물건을 꺼냈다.식탁 의자에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그가 백금 넥타이 핀을 식탁 위로 툭 던졌다.대리석 상판에 부딪힌 차가운 금속이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남편의 핏발 선 눈동자에는 의처증과 의구심에 사로잡힌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권태하 그 새끼 넥타이 핀이 왜 내 침실 드레스룸 바닥 구석에 굴러다니지? 네년, 비서 놈이랑 눈이라도 맞았어?”숨이 턱 막히는 절체절명의 위기.하지만 서경은 찻잔을 든 손끝 하나 떨지 않았다.핀을 내려다보면 먼저 시선을 피하게 될 것 같았다.서경은 진우의 얼굴에 눈을 고정했다.어젯밤의 일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입술을 열기 전, 잔을 받침에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어젯밤 남자의 품 안에서 깨어난 서늘한 자존감이 서경의 표정을 완벽한 얼음 가면으로 덮어주었다.서경은 붉은 입술 끝에 오만한 비소를 머금으며 남편을 똑바로 응시했다.“어젯밤 권 비서가 당신을 안방까지 부축했잖아요. 멱살까지 잡아당겼는데 기억 안 나요? 술 취해서 흘린 물건으로 날 추궁하지 마세요.”서경의 태연한 대꾸에 강진우의 낯빛이 굳어졌다.어젯밤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폭음했던 남자는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머리를 긁적였다.자신이 밖에서 내연녀와 질펀하게 뒹굴다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내가 차갑게 꼬집자, 도리어 제 발이 저려 헛기침을 내뱉었다.“크흠…… 그래? 그 새끼,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지랄이야.”진우는 넥타이 핀을 양복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툴툴거렸다.등 뒤로 식은땀이 서늘하게 흘러내렸지만, 서경은 태연하게 따뜻한 홍차를 넘겼다.어젯밤 태하가 귓가에 남겨준 차가운 침착함이 서경의 온몸을 보이지 않는 방패처럼 감싸고 있었다.***오후 6시, 서울 강남의 대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뒷좌석.저녁에 열릴 정재계 VVIP 자선 갈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6화. 자선 파티
손바닥 안쪽을 파고든 태하의 뜨거운 손끝에 서경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지만 남자는 은빛 무테안경 너머로 지극히 공손한 비서의 미소를 지으며 90도로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조심하십시오, 사모님. 오늘 드레스가 아주 기품 있게 어울리십니다.”완벽한 충견의 가면.그 위선적인 태연함에 서경은 가쁜 숨을 삼키며 마이바흐에서 내렸다.강진우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호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서경의 손바닥 안쪽에는 여전히 남자의 거친 지문이 남긴 불꽃 같은 잔향이 욱신거리고 있었다.***서울 최고급 5성급 호텔 그랜드볼룸.수백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내는 VVIP 자선 갈라 파티장은 대한민국 상류층의 화려한 사교계였다.강진우는 와인 글라스를 들고 정재계 고위 인사들 사이를 누비며 서경을 트로피 와이프처럼 곁에 세워두었다.“제 아내 한서경입니다. 명진그룹 장녀답게 조용하고 순종적인 게 유일한 장점이죠.”아내의 인격과 자존감을 바닥으로 짓밟는 남편의 모욕적인 소개.그때, 붉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여인이 샴페인 잔을 들고 다가왔다.강진우가 최근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수억 원대의 비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청담동 모 갤러리의 관장이자 내연녀, 유채은이었다.“강 상무님, 오랜만이에요. 안주인 분도 참 단아하시네요.”내연녀의 교태 섞인 눈빛에 진우의 입꼬리가 헤벌쭉 찢어졌다.진우는 서경의 귓가에 차갑고 잔인하게 속삭였다.“나 거래처 귀빈들과 은밀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으니, 너는 파우더룸에 가서 화장이나 고치고 있어. 사람 많은 데서 방해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으라고.”남편은 서경을 짐짝처럼 밀어내고 내연녀와 함께 어두운 야외 테라스 쪽으로 사라졌다.치밀어 오르는 모욕감과 배신감에 서경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서경은 혐오스러운 파티장을 빠져나와 복도 끝의 프라이빗 VIP 파우더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남편의 뒤를 따라가던 습관 때문에 첫걸음이 잠시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서경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7화. 바뀐 비밀번호
덜컥, 덜컥—!“한서경! 문 열어보라니까, 당장!”파우더룸 문고리가 부서질 듯 거칠게 흔들리는 쇳소리에 서경의 심장이 차가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태하의 뜨겁고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의 떨리는 입술을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었고, 남자의 단단한 흉근이 서경의 여린 가슴을 으스러뜨릴 듯 강하게 밀착하고 있었다. 남자의 은빛 무테안경 너머 눈동자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하고 서늘한 이성으로 빛나고 있었다.태하는 신속하고 은밀한 손놀림으로 서경의 드레스 등 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정하게 정돈해 주었다. 남자의 긴 손가락이 서경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문 여십시오, 사모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당하게요.”태하가 안쪽 탈의실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감추자마자, 서경은 떨리는 가쁜 숨을 삼키며 자물쇠를 돌렸다.달칵.문이 열리자마자 술에 취해 눈이 벌겋게 충혈된 강진우가 신경질적으로 들이닥쳤다.“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안에서 혼자 대체 뭘 하고 있었는데?!”진우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파우더룸 안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서경은 팔짱을 끼며 차갑고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남편의 얼굴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화장 고쳤어요. 가방은 차에 뒀다고 아까 말했잖아요. 열쇠가 급하면 당신 주머니부터 봐요. 나한테 맡긴 적은 없으니까.”진우는 곧바로 받아치려 입을 열었다가, 서경의 시선에 말문이 막혔다. 한 걸음 더 들어오려는 그 앞을 서경이 거울 쪽으로 옮겨 서서 막았다. 남자는 파우더룸 공기 중에 은은하게 맴도는 서늘한 시더우드 향과 묘하게 달아오른 열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했지만, 아내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자태 앞에서 더 이상 구체적인 트집을 잡지 못했다.“쯧, 쓸데없이 시간이나 끌고…… 얼른 나와, 가자.”진우가 혀를 차며 복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서경은 대리석 문가에 기대어 다리에 풀린 힘을 간신히 추슬렀다. 거울 너머로 탈의실 문틈에서 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8화. 빗속의 테라스
철컥.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젖은 우산을 든 권태하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남자의 단단한 손이 서경의 손목을 낚아채 현관문 문고리를 단숨에 잠갔다. 남자의 스리피스 수트 어깨와 짙은 흑발에는 차가운 가을 빗물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비에 젖은 시더우드 향과 차가운 빗물 냄새가 펜트하우스 현관의 적막을 지배했다.“권 비서, 안 돼요…… 어서 나가요! 거실이랑 복도에 남편이 홈캠을 전부 설치해 뒀어요……!”서경이 공포에 질려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을 필사적으로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태하는 손에 쥔 소형 재머의 스위치를 가볍게 껐다 켰다. 거실 천장과 복도 벽면의 홈 CCTV는 여전히 불빛을 내고 있었다.태하는 렌즈 대신 손에 든 기기를 확인했다.“무선 연결은 끊었습니다. 상무님의 스마트폰에서는 지금 이곳의 실시간 영상을 볼 수 없습니다.”태하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서경의 귓전을 묵직하게 파고들었다.“다만 연결이 끊긴 건 알아챌 수 있습니다.”남자의 커다란 손이 서경의 얇은 실크 나이트가운 허리끈을 스르륵 풀어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한 팔로 번쩍 안아 올려 거실 너머 45층 야외 테라스의 통유리문을 거침없이 열어젖혔다.쏴아아아—!귀가 먹먹할 정도로 거센 폭우와 차가운 비바람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서울 강남의 화려한 마천루 불빛들이 거센 빗줄기 너머로 보석처럼 아득하게 번져나갔다. 테라스 처마 밑, 빗물이 들이치지 않는 깊고 어두운 그늘 속으로 태하가 서경의 몸을 난간 벽으로 밀어붙였다.차가운 대리석 난간에 등이 닿는 순간, 서경의 숨이 턱 막혔다.“여긴 밖이에요…… 읏! 누가 보면 어쩌려고……!”서경이 찬 바람에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남자의 젖은 셔츠 깃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태하는 서경의 가녀린 두 다리를 자신의 단단한 골반 양옆으로 거칠게 끌어올렸다. 차가운 가을비의 냉기와 남자의 화상이라도 입을 듯 뜨거운 체온이 맞닿는 순간, 서경의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왔다.살결과 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9화. 남편의 광기
다음 날 아침 9시, 45층 펜트하우스의 다이닝룸.외박을 마치고 펜트하우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강진우는 지독한 술 냄새와 피로에 찌든 얼굴로 다이닝룸 식탁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한서경이 완벽하게 재단된 최고급 블랙 테일러드 실크 정장을 입고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단아하게 빗어 넘긴 흑발, 처연하게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에 깃든 서늘하고 당당한 카리스마.그리고 무엇보다, 목석처럼 메말라 있던 아내의 입술이 잘 익은 체리처럼 탐스럽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피부 위로는 은은한 시더우드 향과 함께 숨길 수 없는 관능적인 생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어젯밤 테라스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겨 온몸을 적셨던 여인의 눈부신 음기였다.남편의 동물적인 나르시시즘 직감이 불길한 위험 신호를 요란하게 울렸다.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다른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 듯한 생생한 육체적 변화.“너…… 오늘 꼴이 왜 그래?”진우가 미간을 험악하게 구기며 거칠게 식탁으로 다가왔다.서경은 손에 들고 있던 고급 본차이나 찻잔을 식탁 위에 달칵,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남편을 싸늘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남편의 거친 위압감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서경은 잔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어젯밤 본 장부의 숫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진우의 말에 움츠러들던 버릇은 남아 있었지만, 오늘은 먼저 시선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식탁 아래에서 두 발을 바닥에 단단히 붙였다.“외박하고 들어와서 아침부터 행패 부릴 생각이면 방에 들어가서 술이나 깨고 자요. 당신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껍고 역겨우니까.”“뭐? 역겨워? 이년이 진짜 단단히 돌았나!”서경의 차가운 멸시에 강진우의 자존감이 뇌관처럼 폭발했다.남자는 식탁 위의 최고급 도자기 에스프레소 잔을 거칠게 후려쳐 바닥에 깨뜨려버렸다.와장창—!뜨거운 커피와 날카로운 도자기 파편이 대리석 바닥 사방으로 튀었다.진우가 핏발 선 눈으로 서경의 멱살을 잡으려 사납게 달려들었다.“네년 요즘 어떤 새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10화. 비자금 장부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내려다보던 강진우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해성물산 채권단 협상 대리인 위임장][위임자: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록 아시아 (BlackRock Asia)][수임인: 총괄 전무 권태하 (권한: 해성물산 채권 회수 협상 및 경영진 교체 요구 전권)]“이, 이게 뭐야……? 블랙록 아시아…… 총괄 전무 권태하……?!”진우의 입술이 사시나무 떨듯 경련했다.남자의 눈앞에 서 있는 자는 지난 3년간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90도로 고개를 숙이던 비루한 수행비서가 아니었다.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치며 수조 원대 자금을 운용하는 거대 자본의 진짜 포식자였다.자신이 개처럼 부려먹었다고 자만하던 남자가, 실은 자신의 목을 꺾기 위해 발톱을 숨기고 있던 거인이었던 것이다.남편의 간담이 서늘하게 얼어붙었다.“네놈이…… 내 밑에서 똥수발을 들던 개새끼가 블랙록의 이사였다고?!”진우가 패닉에 빠져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태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우를 내려다보며 무테안경을 벗어 가슴 포켓에 꽂아 넣었다.안경을 벗은 남자의 날카로운 눈매에서 억눌려 있던 맹수의 살기가 적나라하게 뿜어져 나왔다.“비서 자리는 제 판단으로 들어갔습니다. 필요한 자료는 확보했고요.”태하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펜트하우스 다이닝룸을 서늘하게 울렸다.“상무님이 지난 5년간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400억 원의 횡령 장부, 그리고 강남 유흥업소와 마카오 카지노 원정 도박에서 탕진한 법인카드 결제 명세서 원본은 이미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제출되었습니다.”“말도 안 돼……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널 가만둘 것 같아?! 해성그룹이 널 찢어 죽일 거다!”“해성그룹 회장님께서는 이미 자금난과 세무조사 충격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채권단은 상무님의 직무배제를 요구했습니다. 곧 소집될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겁니다.”식탁 앞에 앉아 있던 한서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