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타라의 사무실.
“내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거냐?” 빅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의 시선은 아까부터 줄곧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인에게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대답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아버님의 질문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서요.” 타라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 제안을 하신 뒤 제 대답을 듣고 싶으셨다면… 제 대답은 충분히 드린 것 같습니다.”
빅터는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내 입을
차가 천천히 애쉬본 그룹을 떠났다. 차 안에는 너무도 깊은 침묵이 내려앉아 있어 평소보다 차량의 엔진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타라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은 비비안이 건네준 갈색 서류철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에 너무 세게 힘을 준 탓에 서류철 모서리가 구겨지기 시작했다.그 안에는 불과 몇 분 전, 그녀의 세상과 지금껏 이어온 결혼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문서들의 사본이 들어 있었다.혼인증명서, 병원 기록, 이제야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행정 서류들, 그리고 비비안이 신뢰하는 사람이 진행한 조사 보고서까지. 모든 자료가 서로 맞물리며 지난 5년 동안 그녀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그동안 타라는 아드리안이 위조된 혼인증명서로 자신을 속였다고만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그 배신만으로도 충분히 무너질 만큼 큰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비비안의 설명을 듣고 어젯밤 수집된 모든 증거를 직접 확인한 후에야, 타라는 아드리안의 거짓말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결혼만이 아니었다. 카라가 이미 그들의 결혼 생활에 먼저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만도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고 믿었던 모든 결정조차 사실은 아드리안의 계획 속에서 미리 계산되어 있었던 것이다.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팠다.타라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흘러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방금 읽었던 문서들이 한 장씩 떠올랐다.그곳에 적힌 날짜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위한 문서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문서가 그저 자신이 진실을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사람이라는 사실만 증명하고 있었다.지금 혼자였다면……어쩌면 이미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비명을 질렀을지도
그날 밤, 비비안은 빌라에 머물지 않았다. 빅터가 몇 번이나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도시에서 머물고 있던 호텔로 돌아가기를 택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그녀는 짧게 말한 뒤 집을 나섰다.빅터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그는 여동생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비안이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녀가 탄 차가 한산해지기 시작한 밤거리를 가르며 달렸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일렁였지만, 비비안은 그것을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 빌라를 떠난 순간부터 그녀의 생각은 계속 한 이름으로 돌아갔다.카라.그 여자의 고백은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게다가 비비안이 카라의 이름을 꺼냈을 때, 빅터는 조금의 놀라움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빠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다만 비비안은 빅터가 아드리안의 결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캐묻지 않았다.그리고 비비안 역시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곧바로 믿어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추측이나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었다.차가 호텔 앞에 멈췄지만, 비비안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지 않았다. 로비로 들어서며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움이 필요해.”수화기 너머에서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무엇을 조사하면 됩니까?”“전부.”비비안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아드리안 애쉬본의 관계.”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특히 발몽 가문과 카라.”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그들의 관계를 전부 원해.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결혼에 관한 것. 회사 이력. 찾을 수 있는 건 전부.”“기한이 있습니까?”비비안은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내일 아침.”통화가 종료됐다.그날 밤, 비비안은 거의 잠들지 못했다.그녀는 호텔 방 창가에 홀로 앉아 있었고, 곁에는 천천히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물론이지.” 타라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 하실 게 있으세요, 이모?”“지금은 아니야.”짧은 대답에 타라는 더욱 의아해졌다.비비안은 오히려 방 안쪽으로 더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여전히 서류 더미로 가득한 업무용 책상을 훑다가, 미처 치우지 못한 도시락 두 개에 멈췄다. 로즈메리와 버터 향이 아직 은은하게 방 안에 감돌고 있었다.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너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네.”그 말에 타라는 반사적으로 빅터를 바라봤다가 다시 비비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인지 이모의 입에서 이런 단순한 말이 나오자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비안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빅터가 자신의 커피잔을 옆으로 밀었다.“저희는 그냥 점심을 먹었을 뿐입니다.”비비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그녀의 시선이 다시 타라에게 향했다.“내가 말하는 건…… 너희 관계야.”타라는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듯 작게 웃었다.“별거 아니에요, 이모.”“정말?”“네.”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저희가 일을 이야기하면서 점심을 자주 같이 먹긴 해요. 가끔 오늘처럼 둘이서만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길버트 씨와 함께하고, 가끔은 고객을 만나면서 식사를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그냥 습관이 됐어요.”타라가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게다가 아빠는 일하고 있으면 밥 먹는 걸 자주 잊으시니까요.”빅터가 타라를 힐끗 바라봤다.“너도 그렇잖아.”타라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서로 챙겨주는 거예요.”비비안은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방 한가운데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평소처럼 차분한 눈빛이었기에, 타라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욱 짐작하기 어려웠다.잠시 후, 비비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나저나.”그녀가 타라를 바라봤다.“새 직책
“정말 그러냐?”레너드가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난 그저 모든 걸 구하려고 하는 겁니다!”“아니면 너 자신을 구하려는 거냐?”“닥쳐!”아드리안이 앞으로 성큼 다가가 두 사람 사이에 몇 걸음도 남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레너드는 조금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고요하던 수감실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두 사람의 고성이 바깥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옆방의 몇몇 수감자들은 소란에 짜증이 난 듯 철창을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쾅!철문이 너무 세게 두드려져 두 사람 모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사나운 표정의 교도관 한 명이 철창 너머에 서 있었다.“이봐! 너희 둘!”두 번째로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전보다 더 크게 울렸다.
카라가 변호사들과의 면담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레너드는 마침내 수감실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는 제복을 갖춰 입은 두 명의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왔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지팡이 없이 걷는 탓에 고개가 조금 숙여져 있었고, 걸음도 다소 불편해 보였다.철문이 그의 뒤에서 다시 닫히며 좁은 방 안에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드리안은 방 한구석에 앉아 두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바닥에 머물러 있었다. 얼굴은 카라와 변호사를 만나러 나갔을 때보다 훨씬 창백해 보였다.레너드는 곧바로 걸음을 멈췄다.“무슨 일이냐?”대답은 없었다. 그 때문에 레너드는 더욱 의심스러워졌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이봐.”레너드가 아드리안의 옆에 앉았다.“무슨 일이야? 아무 말도 하기 싫은 거냐?”아드리안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레너드를 똑
그 결혼식 날은 거짓말 위에 세워진 5년간의 삶의 시작이 되었다.그 누구도 결혼반지를 처음 손가락에 끼운 그날부터 타라가 법적으로는 아드리안의 정식 아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아이러니하게도 타라는 철저히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아드리안을 사랑했고, 두 사람의 결혼이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미래의 시작이라고 믿었다.그렇기에 그녀는 조금의 의심도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아드리안의 부서 아래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타라는 애쉬본의 발전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거의 모든 중요한 프로젝트가 그녀의 손을 거쳐갔다.그녀는 보고서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고위 임원들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허점을 찾아낸 뒤, 그 모든 결과를 아무런 공도 요구하지 않고 아드리안에게 넘겼다.프로젝트가 성공할 때마다 아드리안의 이름은 더욱 빛났다.빅터는 이사회 앞에서 아들을 칭찬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