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만 하기로 했잖아 유부녀씨

키스만 하기로 했잖아 유부녀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By:  루니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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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만 하자며.” 남편 빚 갚으려고 재벌가 청소부가 된 유부녀 윤서하. 그런데 왜 자꾸 저 집 문제아 차이준이 청소 끝날 때마다 문을 잠그는데? 🔥 “유부녀 씨.” “왜요.” “남편한테도 그렇게 예쁜 척해요?” 미쳤다. 진짜 미쳤다. 딱 입술만. 진짜 딱 한 번만. …그랬는데 왜 매일 밤 이 남자 방으로 들어가고 있지? 😵‍💫💋 “오늘은 청소 안 해요?” “네.” “그럼 나 좀 어질러도 되겠네.” 하필 그 순간. 📞 남편 전화. “서하야, 지금 어디야?” 숨도 못 쉬고 얼어붙은 서하 뒤에서 이준이 웃었다. “받아요.” 그리고 아주 작게, “나랑 있는 거 들키면 재밌겠다.” 🔥🖤 유부녀. 재벌가 문제아. 남편 몰래 시작된 위험한 밤. 💋 키스만 하기로 했잖아, 유부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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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유부녀 씨

첫 출근 17분 만에, 윤서하는 남의 집 서재에서 반쯤 풀어헤친 남자를 대걸레로 밀었다.

정확히는 밀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더니 그대로 버텼고,

서하는 힘을 더 주다가 괜히 얼굴만 가까워졌다.

“놔요.”

“싫은데.”

“처음 보는 여자 청소도구 뺏는 취미 있어요?”

“처음 보는 유부녀한테 밀리는 취미는 오늘 생겼고.”

그 말에 서하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남자는 방금 전부터 그녀 왼손의 결혼반지만 보고 있었다.

재수 없게도, 꽤 잘생긴 얼굴로.

“눈 치워요.”

“눈은 붙어 있어서.”

“그럼 제가 뽑아드려요?”

남자가 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하는 이 집에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편 도현이 기사팀 계약직으로 들어온 지 3개월, 전세사기로 날린 돈과 망한 가게 빚을 같이 갚으려면 체면보다 야간수당이 급했고, 그래서 재벌가 저택 청소 일까지 따라 들어왔다.

총괄 하우스키퍼 김미자가 동관 끝 서재 카드키를 건네며 했던 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책이랑 사진은 손대지 말고 바닥이랑 가구만. 그리고 안에 누가 있어도 놀라지 마요.”

“귀신이에요?”

“귀신이면 편하지.”

그때 물었어야 했다.

사람이면 얼마나 귀찮은지.

서하는 카드키를 찍고 불 꺼진 서재에 들어왔고, 소파에 던져진 검은 코트를 집는 순간 그 밑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사람 자는데 시끄럽게 하네.”

“미친!”

코트를 내던지고 대걸레부터 세웠는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는 놀란 사람 앞에서 미안해하기는커녕 느긋했다. 셔츠 단추 몇 개가 풀려 있었고 머리도 엉망이었는데 이상하게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 더 짜증났다.

“여기서 왜 자요?”

“내 방이라서.”

“침대는 장식이에요?”

“소파가 더 편해서.”

“그럼 소파랑 결혼하지 왜 사람 놀래켜요?”

“결혼 얘기 좋아하네.”

그때부터였다.

남자의 눈이 자꾸 서하의 반지로 내려간 건.

서하는 일부러 왼손을 카트 위에 올렸다. 숨길 것도 없었고, 숨기면 진 것 같아서.

“그렇게 신기해요?”

“뭐가.”

“유부녀 처음 봐요?”

“아니.”

“그럼 왜 자꾸 봐요?”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한 걸음 다가왔다. 키가 커서 서하는 대걸레 손잡이를 가로세웠고, 남자 가슴팍과 자신의 몸 사이에 억지로 선 하나를 만들었다.

“거기까지.”

“내 방인데?”

“지금은 제 청소구역이에요.”

“청소하는 사람이 주인이네.”

“근무시간 동안은요. 그러니까 비켜요.”

“안 비키면?”

“밀어요.”

“해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하는 진짜 밀었다.

남자의 셔츠 위로 대걸레 손잡이가 눌렸고, 그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은 채 서하를 내려다봤다.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풀린 셔츠 사이가 자꾸 눈에 들어와 서하는 일부러 얼굴을 더 구겼다.

“몸에 힘 빼요.”

“왜, 만져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아?”

“미쳤어요?”

“아직은.”

“그 ‘아직’ 빼요. 기분 더러우니까.”

“근데 귀는 빨개졌네.”

서하는 대걸레 끝으로 그의 구두를 밀었다.

“그건 화나서.”

“나는 다른 이유였으면 좋겠는데.”

“꿈 깨요.”

“남편 있어도 꿈은 꿀 수 있잖아.”

그 말에 서하가 대걸레를 확 거둬들였다. 남자가 순간 앞으로 쏠리며 둘 사이가 더 좁아졌고, 서하는 한 발 물러났다가 뒤에 있던 카트에 허리를 부딪쳤다.

덜컹.

남자가 손을 뻗었지만 서하는 그 손목을 먼저 잡았다.

“만지지 마.”

“안 넘어지게 잡아주려던 건데.”

“그게 더 싫어요.”

“왜.”

“처음 본 남자 손까지 빌릴 만큼 약해 보이기 싫어서.”

남자는 잡힌 손목과 서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순순히 손을 내렸다. 그런데 물러나지는 않았다.

“성질 진짜 더럽다.”

“칭찬 감사하고.”

“남편 불쌍하네.”

“우리 남편 걱정을 왜 당신이 해요?”

“나도 궁금해서.”

“뭐가.”

그의 시선이 또 반지에 닿았다.

“저거 끼고도 원래 이렇게 아무 남자랑 붙어서 싸워?”

서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 남자 아니고, 청소 방해하는 민폐.”

“그럼 민폐 말고 남자로 보면?”

“일단 씻고 와요.”

“봤네, 나.”

“눈이 있으니까.”

“어디까지?”

“진짜 미친놈이네.”

서하가 이를 악물자 남자가 또 웃었다. 당장 문밖으로 밀어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방금 전보다 심장이 빨랐다.

그게 더 짜증났다.

휴대폰이 울렸다.

[끝나면 연락해. 같이 집 가자.]

도현이었다.

서하는 화면을 잠깐 보다가 껐고, 남자는 그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았다.

“남편?”

“네.”

“여기 있어?”

“그건 왜 묻는데요?”

“재밌잖아.”

“뭐가.”

“남편 있는 데서 나랑 이렇게 붙어 있는 거.”

서하는 대걸레를 다시 그의 가슴에 갖다 댔다.

“착각하지 마요.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밀어내는 거예요.”

“근데 안 밀리네.”

“이번엔 세게 밀어요?”

남자가 반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결혼했네.”

서하는 눈도 피하지 않고 대꾸했다.

“눈 있네.”

“좋다.”

“뭐가 좋아요?”

남자가 문을 열다가 돌아봤다.

“이름 외울 필요 없잖아.”

“저도 그쪽 이름 관심 없거든요.”

“그럼 공평하네.”

문을 반쯤 연 그가 서하의 반지를 한 번, 얼굴을 한 번 봤고, 웃는 낯이 딱 사고 칠 사람처럼 생겨 먹었다.

“잘 부탁해요, 유부녀 씨.”

문이 닫혔다.

서하는 그 자리를 노려보다가 대걸레 손잡이를 꽉 쥐었다.

“미친 새끼.”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였는데,

서하는 방금 그 얼굴을 너무 자세히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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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유부녀 씨
첫 출근 17분 만에, 윤서하는 남의 집 서재에서 반쯤 풀어헤친 남자를 대걸레로 밀었다.정확히는 밀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더니 그대로 버텼고,서하는 힘을 더 주다가 괜히 얼굴만 가까워졌다.“놔요.”“싫은데.”“처음 보는 여자 청소도구 뺏는 취미 있어요?”“처음 보는 유부녀한테 밀리는 취미는 오늘 생겼고.”그 말에 서하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남자는 방금 전부터 그녀 왼손의 결혼반지만 보고 있었다.재수 없게도, 꽤 잘생긴 얼굴로.“눈 치워요.”“눈은 붙어 있어서.”“그럼 제가 뽑아드려요?”남자가 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하는 이 집에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편 도현이 기사팀 계약직으로 들어온 지 3개월, 전세사기로 날린 돈과 망한 가게 빚을 같이 갚으려면 체면보다 야간수당이 급했고, 그래서 재벌가 저택 청소 일까지 따라 들어왔다.총괄 하우스키퍼 김미자가 동관 끝 서재 카드키를 건네며 했던 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책이랑 사진은 손대지 말고 바닥이랑 가구만. 그리고 안에 누가 있어도 놀라지 마요.”“귀신이에요?”“귀신이면 편하지.”그때 물었어야 했다.사람이면 얼마나 귀찮은지.서하는 카드키를 찍고 불 꺼진 서재에 들어왔고, 소파에 던져진 검은 코트를 집는 순간 그 밑에서 손이 튀어나왔다.“사람 자는데 시끄럽게 하네.”“미친!”코트를 내던지고 대걸레부터 세웠는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는 놀란 사람 앞에서 미안해하기는커녕 느긋했다. 셔츠 단추 몇 개가 풀려 있었고 머리도 엉망이었는데 이상하게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 더 짜증났다.“여기서 왜 자요?”“내 방이라서.”“침대는 장식이에요?”“소파가 더 편해서.”“그럼 소파랑 결혼하지 왜 사람 놀래켜요?”“결혼 얘기 좋아하네.”그때부터였다.남자의 눈이 자꾸 서하의 반지로 내려간 건.서하는 일부러 왼손을 카트 위에 올렸다. 숨길 것도 없었고, 숨기면 진 것 같아서.“그렇게 신기해요?”“뭐가.”“유부녀 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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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손목도 서비스예요
다음 날, 윤서하는 어제 대걸레로 밀어버린 남자가 회장 손자라는 사실을 들었다.문제는 놀란 게 아니었다.조금 더 세게 밀 걸 싶었다.“차이준 도련님 몰라봤어요?”김미자가 청소용 장갑을 끼며 묻자 서하는 쓰레기봉투 입구를 묶던 손을 멈췄다.“도련님이요?”“어제 동관 서재에 있던 사람.”“아.”“그게 끝이에요?”“그럼 절이라도 해야 돼요?”미자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서하는 봉투를 카트에 얹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회장 손자든 회장 증손자든 밤마다 쌓이는 먼지가 알아서 피해주진 않을 테고, 월급명세서에 ‘재벌 손자 비위 맞춤 수당’이 붙는 것도 아니었다.“앞으로 말조심은 좀 해요.”“제가 먼저 시비 건 것도 아닌데요.”“도련님이 원래 좀 그래.”“좀?”서하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남편 있냐고 캐묻고, 얼굴 가까이 들이밀고, 이름 대신 유부녀 씨라고 부르던 인간.“많이 같은데.”미자가 카트를 밀다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괜히 엮이지 마요.”“제가 미쳤어요?”대답은 빨랐고 진심이었다.적어도 그때까진.미자가 떠난 뒤에도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입안에 남았다. 서하는 카트 손잡이를 밀며 혼자 중얼거렸다.“도련님은 무슨. 도른님이면 몰라도.”“그건 나 부르는 거?”등 뒤에서 바로 답이 떨어졌다.서하가 멈췄다가 천천히 돌아보니 이준이 복도 기둥에 기대 있었다.“엿듣는 취미도 있어요?”“내 이름 비슷한 게 들려서.”“도른님이 이름이에요?”“차이준.”“안 물어봤는데.”“이제 모른다는 핑계 못 대게.”“알아도 안 불러요.”“왜?”“입 아까워서.”“그럼 도련님이라고 해봐.”서하는 일부러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아주 조금 숙였다.“도련님, 청소하는 데 방해되니까 저쪽으로 꺼져주시겠어요?”이준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졌다.“그건 하지 마.”“왜요? 잘 어울리는데.”“소름 돋아.”“좋네요. 앞으로 자주 해야겠다.”서하는 그대로 지나쳤고, 뒤에서 투덜거림이 따라왔다.“칭찬 고맙습니다, 도련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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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10분도 돈이에요
“손목 꺾는 것도 서비스예요.”윤서하가 그렇게 말했을 때만 해도 차이준은 웃고 있었다.그런데 다음 날, 그 인간이 정말로 돈 얘기를 꺼냈다.“10분만 기다려.”“싫은데요.”“아직 아무것도 안 시켰는데?”“당신이 ‘10분만’이라고 시작하면 꼭 사고 나더라고.”서하는 동관 서재 앞에서 청소 카트를 세운 채 이준을 올려다봤다. 어제 손자국을 닦아놓은 유리문은 멀쩡했고, 다행히 오늘은 그가 손바닥부터 찍는 짓은 하지 않았다.대신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청소 전에 사진 좀 찍게.”“왜요?”“박물관 만들기 전에 생활 흔적 남기는 중.”“사람 사는 집을 왜 박물관으로 만들어요?”“돈 많은 집은 늙으면 박물관 되나 봐.”“본인 집 욕을 되게 남 일처럼 하네.”“남 일 맞아. 난 여기 별로 안 좋아해서.”말은 가볍게 했으나 이준은 카메라 화면을 확인하며 방 안을 훑었고, 서하는 괜히 그 옆얼굴을 한 번 더 봤다가 바로 시선을 거뒀다. 저 인간에게 사연까지 붙으면 귀찮아질 게 뻔했다.“그래서 10분 기다리라고요?”“응.”“추가수당 줘요.”이준이 카메라에서 눈을 뗐다.“10분인데?”“제 10분은 공짜 아니에요.”“유부녀 씨, 생각보다 돈 좋아하네.”“당연하죠. 사랑으로 대출 갚아요?”“남편이 들으면 섭섭하겠다.”“당신이 왜 또 우리 남편 걱정해.”“걱정 아니고 비교.”“뭘 비교해요?”“남편이랑 돈 중에 뭐가 더 센가.”서하가 청소 카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지금은 돈.”“솔직해서 좋네.”“그러니까 돈 내요.”이준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정말 송금 화면을 열었다.“계좌.”“진짜 줄 거예요?”“달라며.”“말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는데.”“나 돈 많은데.”“그 말 어제도 했어요.”“오늘도 많아.”“재수도 오늘도 없고.”서하는 계좌번호를 불러줬고, 몇 초 뒤 휴대폰이 울렸다. 약속한 금액보다 조금 더 들어와 있었다.“왜 더 보냈어요?”“말값.”“무슨 말값.”“나랑 싸워준 값.”“그건 무료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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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남편도 여기 있어?
“유부녀한테 붙어놓고 둔감하길 바라요?”윤서하가 그렇게 쏘아붙인 지 정확히 6분 뒤, 차이준과 단둘이 서비스 엘리베이터에 갇혔다.하필 불도 꺼졌다.“와.”“웃어요?”“아니. 타이밍이 너무 좋아서.”“뭐가 좋아요. 문 열어봐요.”서하는 휴대폰 불빛을 켜며 비상 버튼부터 눌렀다. 버튼은 잠깐 붉어졌다가 꺼졌고, 천장 조명마저 한 번 깜빡인 뒤 완전히 죽어버렸다.“정전인가 본데.”“그건 나도 알아요.”“유부녀 씨 화나면 말 더 짧아지네.”“당신이 옆에 있으면 수명이 짧아져서 그래요.”“그 정도로 영향력 있어?”“죽이고 싶은 쪽으로.”“욕망이 크네.”서하가 휴대폰 불빛을 그의 얼굴에 정면으로 비췄다.“그 입 다물어요.”“아까는 붙지 말라더니 이제 얼굴까지 비춰주네.”“비상구 찾는 거예요.”“내 얼굴에서?”“비상사태 원인이 여기 있으니까.”이준이 웃었고, 서하는 더 말 섞으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에 벽 쪽으로 붙었다. 문제는 서비스 엘리베이터가 사람 둘이 나란히 서면 충분한데, 왜인지 지금은 지나치게 좁게 느껴진다는 거였다.그때 엘리베이터가 한 번 툭 꺼지듯 흔들렸고, 청소 카트가 서하 쪽으로 밀려왔다. 이준이 재빨리 손잡이를 붙잡아 멈췄지만 손끝은 그녀 허리에서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손.”“카트 잡았는데.”“알아요. 그러니까 그대로 있어.”“이 자세로?”“움직이면 진짜 맞아요.”“유부녀 씨, 나 지금 되게 억울한데.”“얼굴이 하나도 안 억울해 보여요.”그는 정말 그대로 멈춰 있었고, 오히려 서하가 먼저 몸을 틀어 거리를 만들었다. 닿지도 않았는데 괜히 숨이 답답해져서 더 짜증났다.카트와 벽 사이에 서하가 섰고, 맞은편에는 이준이 기대 있었는데 휴대폰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풀린 셔츠 깃과 목선이 괜히 눈에 들어왔다.서하는 곧장 시선을 내렸다.그 순간 왼손의 반지가 번쩍였다.“또 보죠?”“뭘.”“반지.”“네가 계속 만지잖아.”그제야 서하는 엄지로 결혼반지를 돌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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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키스만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차이준이 그렇게 말한 지 3분도 안 돼서, 윤서하는 그 입을 직접 막아버렸다.정전이 풀리며 서비스 엘리베이터 불이 번쩍 들어왔고, 멈췄던 문도 천천히 열렸다. 서하는 청소 카트부터 밀어 밖으로 빠져나왔는데, 뒤에서 이준이 태연하게 따라붙었다.“유부녀 씨.”“말 걸지 마요.”“왜.”“정신 차리라며요, 내가.”“응.”“그럼 차렸으면 조용히 가.”“근데 난 아직 정신 차릴 이유를 못 찾았는데.”서하가 카트를 멈췄다.이준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 한쪽 눈썹만 살짝 올렸고, 서하는 대걸레 손잡이를 움켜쥔 채 그를 노려봤다.“남편도 여기 있는 거 알았잖아요.”“방금 알았지.”“알았으면 더 조심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내가 뭘 했는데.”“그렇게 쳐다보잖아.”“어떻게.”“사람 열받게.”“그건 원래 내 얼굴인데.”“진짜 재수 없다.”“근데 계속 보네.”서하가 바로 고개를 돌렸으나 늦었다. 들켰다는 기분이 들어 더 짜증났고, 이준은 옆에서 웃음을 참지도 않았다.“귀 또 빨개졌어.”“당신 때문에 화나서.”“아까도 그 말 했어.”“그럼 믿든가.”“싫은데. 다른 이유가 더 재밌어서.”서하는 청소 카트를 세게 밀었다. 이준은 또 따라왔고, 복도 끝까지 가는 동안 한 걸음도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왜 계속 따라와요?”“내 방 이쪽인데.”“세상에 방이 하나예요?”“내 방은 하나지.”“그럼 빨리 가.”“같이 가자.”“싫어요.”“나는 좋은데.”“누가 물어봤냐고.”둘이 투닥거리며 동관 서재 앞까지 왔을 때, 서하는 문을 열고 카트를 밀어 넣었다. 이준도 자연스럽게 들어오려 하기에 문을 반쯤 닫아 그의 가슴 앞을 막았다.“여긴 청소해야 돼요.”“내 방인데.”“그래서 더 더러워요.”“상처받네.”“받으라고 한 말이에요.”“그럼 나도 상처 주면 돼?”“해봐요.”이준이 문틈 사이로 얼굴을 가까이했다.“남편 여기 있는데 나랑 갇힌 거, 진짜 하나도 안 떨렸어?”서하가 문을 더 닫으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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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입술 왜 그래?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순간, 윤서하는 차이준부터 밀어냈다.“뒤로 가요.”“방금 키스해놓고?”“죽고 싶으면 계속 말해.”문이 반쯤 열리자 서하는 대걸레를 집어 들며 카트 쪽으로 몸을 틀었고, 이준은 놀랍게도 이번엔 군말 없이 뒤편 보조문으로 빠졌다.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이라 더 얄미웠지만, 지금은 욕할 틈도 없었다.“서하야?”도현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어, 여기.”서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문을 더 열었다. 도현은 손에 작은 봉투와 물병을 들고 있었고, 눈부터 서하 얼굴을 훑었다.“왜 이렇게 늦어. 무전도 안 받고.”“청소하다가 못 들었어.”거짓말은 너무 빨리 나왔다.그게 제일 싫었다.도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봉투를 내밀었다.“배고플까 봐. 아까 직원 식당에서 남은 거 챙겨왔어.”“이걸 왜.”“첫날부터 굶으면서 일할까 봐.”“나 애 아니거든.”“애 아니라서 더 안 챙겨 먹잖아.”도현이 웃으며 물병 뚜껑까지 열어줬고, 서하는 순간 입술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다른 남자의 입술이 닿아 있던 곳에 남편이 건넨 물병이 닿는다는 게 이상하게 선명해져서였다.“왜?”“뭐가.”“안 마셔?”“마셔.”서하는 급하게 물을 한 모금 삼켰고, 괜히 입술을 손등으로 훔쳤다.한 번.또 한 번.도현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물었다.“입술 왜 닦아.”“물 묻었잖아.”“물 마셨으니까 묻지.”“그러니까 닦지.”“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아.”그 말에 서하는 물병을 괜히 세게 쥐었다.평소 같으면 바로 받아쳤을 텐데, 오늘은 말 하나하나가 자꾸 걸렸다. 도현은 눈앞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었고, 몇 걸음 뒤 어딘가에는 방금까지 자기 셔츠깃을 잡혀 있던 남자가 있었다.서하는 속으로 욕했다.미쳤네, 윤서하.진짜 미쳤어.도현이 봉투를 열어 작은 빵 하나를 꺼내 건넸다.“이거라도 지금 먹어.”“나중에 먹는다니까.”“당신 나중에 먹는다는 말 하고 맨날 새벽에 라면 찾잖아.”“그걸 왜 기억해.”“남편이니까.”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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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오늘은 키스 안 함
“입술 왜 그래?”도현의 질문보다 더 먼저 귀에 박힌 건, 복도 저편에서 터진 차이준의 웃음이었다.윤서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보면 진짜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아서.“건조해서 그래.”“아까는 물 묻었다며.”“그게 마르면 건조해지지.”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현이 한 번 더 입술을 보자 서하는 물병을 들어 얼굴 앞을 가렸고, 뒤쪽에서는 웃음이 끊겼다.제발 가라.이번만큼은 제발.그런데 평소라면 한마디쯤 더 던졌을 인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준은 도현에게만 짧게 인사한 뒤 그대로 지나갔다. 서하 쪽은 보지도 않았고, 어깨가 스칠 거리에서도 고개 한번 돌리지 않았다.그게 더 열받았다.뭐야.아까 키스한 입은 자기 입 아니었나.“왜 저 사람 봐?”도현이 묻자 서하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누가 봤다고.”“봤잖아.”“길 막나 확인했어.”“길 넓은데?”“오늘따라 말 많네.”서하는 도현을 먼저 보내고 카트를 잡았으나, 손잡이를 미는 힘이 괜히 세졌다. 바퀴가 문턱에 걸리며 덜컹했는데도 속은 안 풀렸다.다음 날은 더 심했다.점심 무렵, 서하가 직원 휴게실에서 커피를 받아 나오는데 이준이 맞은편에서 자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서하가 지나가자 그는 몸만 살짝 비켜 길을 내줬다.“먼저 가세요.”“……뭐라고요?”“지나가시라고.”존댓말까지 썼다.어제는 유부녀 씨를 입에 달고 살더니 오늘은 세상 예의 바른 남자 행세라니, 서하는 괜히 멈춰 섰다.“왜요.”“뭐가.”“오늘 왜 이렇게 멀쩡해요?”“멀쩡하면 싫어?”“아니. 기분 나빠서.”“그럼 다시 귀찮게 해?”“됐거든요.”“그래. 그럼 계속 멀쩡할게.”이준은 정말 다시 자료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서하는 커피 뚜껑을 괜히 세게 눌렀다. 자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라 더 열받았다.퇴근 직전에는 동관 서재까지 일부러 두 번이나 확인했는데도 이준은 없었다. 첫날엔 소파에 드러누워 사람 놀래키더니, 찾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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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또 하고 싶어져서
[유부녀 씨, 오늘은 키스 안 함. 실망 금지.]윤서하는 메모를 세 번 구겼고, 세 번 다 다시 폈다.“미친놈.”침대 옆 쓰레기통에 던져놓고 문까지 나갔는데, 복도 끝에 도착하자 발이 멈췄다. 별것도 아닌 종이 한 장이 자꾸 신경 쓰여 결국 다시 돌아왔고, 쓰레기통 안에 손을 넣는 자기 꼴이 제일 한심했다.“내가 지금 뭐 하는 거냐.”구겨진 종이를 다시 펴자 ‘실망 금지’라는 글자가 더 얄밉게 보였다. 서하는 메모를 작업복 주머니에 쑤셔 넣었고, 스스로에게 딱 한 번만 변명했다.버린 건 아니다.증거물 보관이다.저 인간이 또 헛소리하면 얼굴에 붙여주려고.그렇게 정리했는데도 퇴근할 때까지 주머니 안 종이가 자꾸 손끝에 걸렸다. 버릴 기회는 널렸으나 이상하게 한 번도 손이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서도 작업복을 벗다가 메모가 떨어지자 서하는 얼른 주워 서랍에 처박았다.그날 밤 도현이 잠든 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미쳤다.키스 한 번 가지고 왜 이래.정확히는 두 번이었지만 그건 굳이 세지 않기로 했다.다음 날 오후, 직원 식당 앞에서 차이준과 다시 마주쳤다. 서하는 먼저 모른 척 지나가려 했으나 이준이 카메라 가방을 들고 옆으로 붙었다.“유부녀 씨.”“오늘은 키스 안 한다며.”말이 먼저 튀어나왔다.서하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이준은 한 박자 늦게 웃었다.“메모 봤네.”“청소하다 나온 거라 본 거예요.”“버렸어?”“당연하죠.”“근데 왜 내용까지 외워.”“글자가 네 개밖에 안 되잖아요.”“꽤 길었는데.”“시끄러워요.”이준은 더 캐묻지 않고 카메라 가방을 들어 보였다.“직원 식당 찍어야 하는데 좀 도와줘.”“싫어요.”“아직 조건도 안 말했는데.”“당신 부탁은 듣고 나면 더 싫어져서.”“이번엔 진짜 일.”“지난번에도 진짜 일이라면서 허리 옆으로 팔 들어왔잖아요.”이준이 입술을 꾹 눌렀다. 웃음을 참는 게 뻔해서 서하는 더 짜증이 났다.“그거 아직 기억하네.”“기억 안 하려고 해도 재수 없어서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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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모르는 척 잘하네
“또 하고 싶어져서.”차이준이 그렇게 말한 다음 날, 윤서하는 그 인간이 자기 남편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걸 봤다.아침부터 기분이 더러워질 이유로는 충분했다.“뭐 해?”뒤에서 도현 목소리가 들리자 서하는 황급히 청소 카트 손잡이를 잡았다. 주차장 출입구 쪽에 검은 승용차가 서 있었고, 운전석에는 도현, 조수석에는 이준이 앉아 있었다. 하필 창문까지 내려져 있어 둘 얼굴이 너무 잘 보였다.“아무것도.”“아무것도 하는 얼굴 아닌데.”“차 지나가길 기다렸어.”“저 차 우리 거잖아.”“그러니까 기다렸지.”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웃더니 서하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문제는 그 옆이었다. 이준도 분명 서하를 봤다. 눈이 정확히 마주쳤으니까.그런데 모르는 척했다.고개 한 번 까딱하지 않았고, 입가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앞만 봤다.서하는 괜히 카트 바퀴를 세게 밀었다.“미친놈.”“뭐라고?”“바퀴가.”“바퀴가 미쳤어?”“오늘 좀 그래.”도현이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확인하는 동안 이준도 따라 내렸다. 서하는 속으로 한 번 더 욕했지만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이준이 먼저 도현에게 말했다.“오늘 하루 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 기사팀에서 배정받았으니까요.”둘이 너무 멀쩡하게 대화해서 더 이상했다. 어제 창고에서 자기 입술만 보던 인간이 지금은 세상 얌전한 얼굴로 남편한테 인사하고 있었다.서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서하야.”도현이 불렀다.“왜.”“나 오늘 차이준 씨 전담으로 붙었어.”“뭐?”대답이 너무 빨리 튀어나갔다.도현이 웃었다.“왜 그렇게 놀라.”“안 놀랐거든.”“얼굴은 놀랐는데.”“첫날부터 사람 부려먹나 싶어서.”그 순간 이준이 아주 잠깐 서하를 봤다.딱 1초.그리고 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그게 왜 이렇게 짜증나는지 모르겠어서, 서하는 카트를 더 세게 밀었다.“일 잘해. 괜히 사고 치지 말고.”“당신이 나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도현이 웃으며 차 문을 닫았다. 이준은 끝까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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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내가 안 한다고 했지
“차이준 씨 생각보다 괜찮더라.”도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하 손에서 컵이 떨어졌다.탁.바닥에 물이 번졌고 도현이 놀라 허리를 숙였으나, 서하는 그보다 먼저 컵을 낚아챘다.“미끄러졌어.”“손에 힘이 왜 없어.”“당신이 갑자기 사람 칭찬해서.”“내가 칭찬 좀 하면 컵도 떨어져?”“그 사람이 별로라며.”“오늘 겪어보니까 괜찮더라고.”괜찮긴 개뿔.서하는 젖은 바닥을 닦으며 이를 악물었다. 어제는 창고에서 웃으면 또 하고 싶어진다더니 오늘은 남편 옆에서 세상 멀쩡한 얼굴로 커피나 마셨다고 생각하니 괜히 속이 꼬였다.더 짜증나는 건, 그 감정 이름을 자기가 제일 잘 안다는 거였다.질투.“미쳤네.”“뭐가?”“물이요. 생각보다 많이 쏟아졌다고.”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웃고는 기사 호출을 받고 먼저 내려갔다. 서하는 젖은 천을 세게 짜면서도 머릿속에서 한 인간 얼굴이 떠나질 않아, 결국 자기한테 화가 났다.그래서 밤 근무가 끝날 무렵 지하주차장에 내려갔을 때, 기둥 뒤에서 차이준이 튀어나오자 반가운 것보다 열받는 게 먼저였다.주차장 천장에는 차량 불빛이 길게 훑고 지나갔고, 멀리 기사 대기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까지 들렸다. 남편이 같은 층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아는데도 이준 앞에서 발이 안 떨어지는 게 제일 미친 짓이었다.“아까 커피도 같이 마셨다면서요.”서하가 먼저 시비를 걸자 이준이 눈썹을 올렸다.“남편한테 들었어?”“자랑하더라고요. 당신이 꽤 괜찮대.”“질투하네.”“뭘 질투해. 둘이 사귀든가.”“나는 유부녀 취향인데.”“진짜 입 한번 막아버릴까.”“아까부터 그 말만 기다렸는데.”서하는 바로 후회했다. 저 인간한테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라 입술을 깨물었는데, 이준은 그 표정까지 재미있다는 듯 보고 있었다.“뭐예요.”“인사.”“이렇게 숨어서 하는 인사가 어딨어요.”“숨어 있던 건 아닌데.”“기둥이랑 연애 중이었어요?”“질투해?”“미쳤어요?”이준이 웃으며 길을 막듯 섰다. 손 하나 대지 않았는데도 통로가 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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