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발 그 기적을 제 몸에 가득 채워주세요…!" 절망에 빠진 여자들에게 기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됐다. 내게는 다른 사람의 결핍을 채우고, 무너진 삶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고통받던 여자들이 하나둘 내 앞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꿈을 되찾으려는 여자. 끝나 버린 줄 알았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여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외로움을 품고 살아온 여자. 그녀들은 내 능력으로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하지만 기적에는 비밀이 따르는 법. 내가 가진 능력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여자들은 어느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삶을 바꾼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의 중심에 선 한 남자. 내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View More셔츠 소매를 만지던 은아의 손이 멈췄다.“주말이요?” “그래. 이번 주는 회사에 중요한 일이 많아.” “지난주에도 바쁘셨잖아요.”남편이 거울 너머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미간에 얕은 주름이 잡혔다.“당신, 꼭 지금 아침부터 결론을 내야겠어?”은아는 잠깐 입꼬리를 올렸다. 웃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표정이 무너질 것 같았다.“아니요. 결론을 내 달라는 게 아니라…… 제 얘기를 들어 달라는 거였어요.” “지금도 듣고 있잖아.” “지금도 제 얼굴이 아니라 거울을 보고 계시네요.”남편의 손이 넥타이 위에서 뚝 멈췄다. 은아는 그의 옷깃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됐어요. 어서 가 보세요. 늦으시겠어요.”남편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현관을 나섰다. 철컥, 쾅. 현관문이 닫힌 뒤에도 은아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내가 원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었는데.’ ‘오늘 하루 어땠느냐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당신은 괜찮으냐고.’ ‘그냥 그런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것뿐인데.’은아는 천천히 식탁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입도 대지 않은 커피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렸다가 싱크대에 그대로 쏟아부었다. 그리고 앞치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화면에 진우의 이름을 띄운 채 한참 동안 숨을 골랐다.내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어머니: 진우야. 오늘 밖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 [진우: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 할 말이 있어.][진우: 어제보다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어머니: 아니. 어쩌면……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네.]나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조금 나아졌다라.’ ‘어제는 남편에게서 대답을 듣고 싶어 했고, 오늘은 집 밖에서 나를 찾았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한 시간 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카페. 창가 자리에 마주 앉은 은아는 주문한 차에 손도 대지 않았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은아의 깊어진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어머니가 나중에 시간이 흘러 지금을 돌아봤을 때,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은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실의 스탠드 조명 아래서 그녀의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였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도 이제 도망치지 않고 제대로 생각해 볼게.”은아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안방을 향해 돌아갔다.‘누군가 내 눈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 내 능력으로 해결해 주고 싶을 때가 있다.’내 체액 한 방울이면 당장 그녀의 우울도, 메마른 육체의 갈증도 단숨에 지워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은아가 마주한 문제는 그런 얄팍한 쾌락으로 덮어 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 껍데기를 깨고 나올 수 있는지. 그 해답은 결국 이은아 자신이 직접 찾아내야만 했다.깊은 밤, 안방. 은아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고운 선을 간직한 얼굴. 그녀는 손가락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쓸어 넘겼다.철컥. 안방 문이 열리고 오늘도 술 냄새를 풍기며 귀가한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침대 옆 바닥에 툭 던져 놓았다.“아직 안 잤어?” “네. 당신 기다렸어요.” “왜, 오늘도 무슨 할 말이 있어서 그래?”은아는 거울에서 눈을 떼고 몸을 돌려 남편을 바라보았다.“네. 오늘은 미루지 않고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남편은 귀찮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 걸터앉았다. 양말을 벗어 던지며 시계를 흘끗 보았다.“그래, 해 봐. 대체 무슨 이야기인데 이틀 내내 사람을 잡는 거야?”은아는 화장대 의자에서 일어나 남편의 정면으로 걸어갔다. 어젯밤처럼 침대에서 무릎을 꿇는 대신, 남편과 눈높이를 맞추듯 마주 보고 섰다.“여보. 우리…… 앞으로도 계속 지금
“편한 거…… 당신한테는 그게 전부예요?” “응? 뭐가?” “아니에요.”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뭔가를 넘겨 보았다.“나 피곤해서 먼저 잘게. 당신도 씻고 와서 불 좀 꺼 줘.”은아는 침대 위에 앉은 채로 남편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달싹거리던 입술을 이내 꾹 다물었다.“……알았어요.”욕실에서 나온 은아가 안방의 전등을 껐다. 찰칵. 방 안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침대 한쪽 끝에 누운 은아는 칠흑 같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옆자리에서는 벌써 남편의 규칙적인 코골이 소리가 들려왔다. 은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잠든 남편의 등을 바라보았다.“…… 나를 여자로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어둠 속으로 흩어진 물음에 대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은아는 눈을 감았지만, 입안에 남은 씁쓸한 감각 때문에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은아는 주방에서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남편이 넥타이를 매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커피 있어?” “네. 방금 내려서 따뜻해요.”남편은 은아가 건넨 머그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음, 오늘 커피 향은 꽤 괜찮네.” “다행이네요.”은아는 커피를 마시는 남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젯밤 자신이 침대 밑에서 어떤 굴욕감을 삼켰는지, 밤새 무슨 생각을 하며 등을 바라보았는지 남편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여보. 어제 제가 이야기하자고 했던 거…… 기억하세요?” “어제? 무슨 이야기?”시계를 보던 남편이 건성으로 되물었다. 은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목소리를 냈다.“우리 두 사람 이야기요. 내일 하자고 하셨잖아요.” “아, 맞다. 그거.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그래?” “오늘 저녁에는 일찍 들어오실 수 있어요? 시간 괜찮아요?”남편은 손목시계를 한 번 더
아버지는 피곤하다고 했다.그 말 자체가 거짓은 아닐 것이다. 밖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돌아온 가장이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은아가 원했던 건 거창하고 긴 토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단 5분이라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오늘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싶었느냐고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것.거실 소파 한구석에서 그 서글픈 엇갈림을 전부 지켜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부부 사이의 해묵은 균열은 아들이라는 껍데기를 쓴 내가 대신 끼어들어 봉합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샤워를 마친 아버지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은아는 화장대 옆 침대 모서리에 다소곳이 앉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어라, 아직 안 잤어?” “네. 당신 나오는 거 기다렸어요.” “기다리긴 뭘 기다려. 피곤하면 먼저 자도 되는데.”은아는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낮에 진우와 나누었던 대화 때문일까, 그녀는 어떻게든 남편과의 관계에서 작은 온기라도 다시 찾아내고 싶어 하는 듯했다.“오늘은…… 그냥 당신이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요.”머리를 말리던 아버지가 수건을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앉으며 은아를 바라보았다. 얇은 슬립 잠옷 차림의 아내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에 익숙한 욕정이 스쳤다.“그래? 웬일이야, 당신이. 그럼 이리 와 봐.”은아가 조심스럽게 남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아버지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다정한 포옹이나 키스 같은 전희는 아예 생략된, 지극히 관성적이고 일방적인 요구였다.“나 오늘 몸이 천근만근이라 움직이기 힘들어. 당신이 입으로 좀 해 줘.”은아의 동작이 멈췄다. 그녀는 반쯤 누운 남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지금요?” “응. 당신이 나랑 같이 있고 싶다며. 왜, 싫어?”“아니에요.”은아는 슬립 자락 위에서 두 손을 잠시 모았다. 남편의 얼굴 어디에서도 자신을 여자로서 갈구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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