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착했습니다, 타라 아가씨.”
운전기사가 알렸다.
타라는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쉬었다. 준비가 되었든 아니든, 오늘을 마주해야 했다.
“고마워요.”
운전기사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타라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기다린 뒤, 발밑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타라가 로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순간, 애시본 그룹 본사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
작은 몸이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꼭 끌어안은 탓에 타라의 균형이 무너질 뻔할 정도였다.타라는 두 팔로 그 아이를 마주 안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리오라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 샴푸 향이 너무나 익숙하게 후각을 가득 채웠고, 따뜻한 리오라의 뺨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어째서인지…… 아침부터 가슴을 짓누르던 모든 짐이 서서히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엄마가 보고 싶었어.”리오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타라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정수리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엄마도.”리오라가 조금 물러나더니 타라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작은 눈썹이 천천히 모였다.“엄마, 피곤해 보여.”그 단순한 질문에 타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하루 종일 수십 명의 기자가 온갖 질문을 퍼부으며 그녀를 쫓아다녔다. 변호사와 판사, 심지어 주주들까지 법과 증거, 회사에 관한 이야기만 계속했다
차량의 엔진 소리가 법원 단지를 빠져나온 뒤부터 이어져 온 침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누구도 먼저 대화를 시작하려 하지 않았다. 앞좌석에 앉은 길버트는 이따금 태블릿 화면을 확인하며 법률팀으로부터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살폈고, 빅터는 타라의 옆에 앉아 있었다.때때로 길버트는 오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미뤄두었던 업무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보고했다.타라는 그와 달랐다. 타라는 곧바로 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었다. 눈꺼풀이 천천히 감겼다. 잠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몸이 정말로 완전히 지쳐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끊임없이 쏟아진 질문들, 그리고 애드리안과 그의 가족과의 대치까지.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 남아 있던 에너지를 모조리 소진시켰다.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며 줄곧 어깨와 목덜미를 짓누르고 있던 긴장을 풀어 보려 했다.빅터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의 얼굴은 오늘 아침 법원으로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창백해 보였다. 평소 그녀를 생기 있어 보이게 만들어 주던 옅은 화장으로도 이제는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난 피로를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타라의 숨소리마저 평소보다 조금 거칠게 들렸다.“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지?”
그러자 교도관이 검은 잉크를 꺼냈다.“지문.”애드리안이 손을 내밀었다.손가락 하나하나를 잉크 패드 위에 눌렀다가 신원 확인 서류에 옮겨 찍었다.엄지손가락.검지손가락.중지.약지.새끼손가락.그리고 왼손으로 바꿨다.교도관의 손놀림은 너무나 숙련되어 있어 거의 끊김이 없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들리는 것은 종이가 스치는 소리와 이따금 서류 위를 긁는 펜 소리뿐이었다.“수감자 등록 번호.”교도관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차량은 애드리안과 레너드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향해 계속 달렸다.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곳이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무표정하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두 명의 교도관 사이에 끼어 있었다. 두 교도관은 애드리안과 레너드와는 달리 침착해 보였다. 중년의 남자는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애드리안은 레너드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던 남자는 이제 훨씬 늙어 보였다.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두 손은 무릎 위에 포개져 있었으며 손가락은 이따금 초조하게 움직였다.둘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어떤 말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애드리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것은 분명 일시적인 일일 뿐이다. 자신의 변호사 팀이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이 그가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는 말이었다.마커스는 그저 법을 이용한 게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항소는 아직 제기할 수 있고, 자신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움직이지 마.”교도관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깨뜨렸다. 애드리안이 눈을 떴다. 앞자리에 앉은 교도관은 칸막이 유리를 통해 잠깐 흘끗 바라보더니 다시 도로에 시선을 돌렸다.
그 마지막 말이 카라의 인내심을 끊어놓았다. 가슴이 분노를 억누르느라 거칠게 오르내렸다. 손가락이 더욱 세게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리고……"그만하세요!"카라의 목소리가 좁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울렸다.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그 부부를 노려보았다."험담하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하세요!"중년 남자는 몇 초 동안 카라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두려움도 긴장도 없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자신이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했다."저희는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높은 목소리도 아닌 담담한 대답이 오히려 카라의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슴이 계속해서 크게 오르내렸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그 대화가 분명 자신을 향한 것임을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지금 나 비꼬는 거잖아!"카라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고등법원 앞의 소란은 아드리안과 레너드를 태운 차량이 건물을 떠난 지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헬레나와 카라에게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수십 명의 기자들이 여전히 쉴 새 없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고, 사방에서 각종 질문이 쏟아져 나오며 두 사람에게는 숨 돌릴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카라 양! 재판에서 언급된 자금 흐름을 당신도 받은 겁니까?""헬레나 부인! 일부 해외 자산이 해당 자금으로 구매됐다는 게 사실입니까?""아드리안 씨와 레너드 씨의 구금에 대해 가족 측에서 항소할 예정입니까?""카라 양! 입장을 밝혀주세요!"카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몇 개의 마이크가 다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한 기자가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다 실수로 그녀의 어깨를 부딪치는 바람에, 카라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했다."실례합니다! 길 좀 비켜주세요!"티앤씨 법률사무소의 선임 변호사 중 한 명인 브랫 알렉산더가 곧바로 동료 두 명과 함께 앞으로 나서 헬레나와 카라 앞에 방벽을 만들었다. 그들은 건물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량까지 길을 확보하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