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는 내게만 허락돼

형수는 내게만 허락돼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Oleh:  루니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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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외도를 들킨 날, 7년 전 나를 버린 첫사랑이 시아주버님으로 돌아왔다.🔥 “네가 날 버린 거 아니었어?” 그 한마디로 모든 게 뒤집혔다. 우리는 서로를 버린 적이 없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우리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도련님은 그 비밀을 알고도 침묵했다. 그렇다면 내 결혼은 누구의 선택으로 시작된 걸까. 그리고 이 집안에서 아직도 나만 모르는 진실은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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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호텔 스위트의 여자

문유건의 코트에서 호텔 키카드가 떨어진 건 아침 여덟 시였다.

식탁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옮기던 순간, 검은 카드 하나가 바닥을 미끄러졌다. 세령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었다. 중앙에 찍힌 호텔 로고, 뒷면에 붙은 작은 스티커.

'1708'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젯밤 유건은 회사 근처 호텔에서 잤다고 했다. 거래처 사람들과 술이 길어졌고, 차를 몰 수 없어서 방을 잡았다고.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메시지 하나가 왔었다.

[먼저 자. 아침에 들어갈게.]

그 한 줄을 믿고 잠들었던 자신이 우스워질 만큼, 검색창에 뜬 호텔 주소는 회사와 멀었다.

결혼한 지 사 년. 매일 보던 얼굴과 매일 듣던 목소리,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이 카드 한 장 앞에서 조금씩 낯설어졌다. 믿음이 깨질 때는 소리가 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조용한 모양이었다.

카드 가장자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별것 아닌 감촉인데도 쉽게 놓이지 않았다.

세령은 키카드를 코트 주머니에 다시 넣으려다 멈췄다.

“뭐 해?”

샤워를 마친 유건이 거실로 나왔다. 젖은 머리를 대충 털며 넥타이를 찾는 모습도, 식탁 위 커피를 집어 드는 손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세령은 카드를 손바닥 안에 감췄다.

“오늘도 늦어?”

“아마. 저녁 약속 있어.”

“어제 묵은 데는 괜찮았어?”

유건의 손끝이 넥타이 위에서 잠깐 멎었다.

“뭐?”

“회사 근처 호텔.”

“아. 그냥 그랬지. 잠만 잤어.”

잠만.

세령은 그 말을 입안에서 한 번 굴려보다가 삼켰다.

“다녀와.”

유건은 의심하지 않았다. 현관에서 평소처럼 세령의 어깨를 한 번 감쌌고, 문이 닫히기 직전에는 저녁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까지 했다.

십 분쯤 지나 휴대폰이 울렸다.

[오늘 저녁 먼저 먹어. 늦을 것 같아.]

세령은 답장을 쓰지 않고 차 키를 집었다.

확인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확인하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저녁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였다.

호텔까지 사십 분.

신호에 걸릴 때마다 차를 돌릴까 생각했다. 전화해서 묻고, 그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주는 쪽이 훨씬 쉬웠다. 사 년을 함께 산 남편을 의심하는 일보다, 자기 의심이 틀렸다고 우기는 편이 덜 아플 테니까.

그러나 아침의 짧은 침묵이 자꾸 걸렸다.

거짓말을 들킨 사람이 아니라, 거짓말을 더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말을 고르던 얼굴.

17층에 내리자 복도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1708호 앞.

벨을 누른 뒤 손을 내리고도 심장이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몇 초 뒤 문 안쪽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잠금장치가 풀렸다.

문이 열렸다.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붙어 있었고, 맨발이었다. 세령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몸을 덮은 흰 셔츠로 내려갔다.

유건의 것.

작년 생일에 세령이 직접 골라준 셔츠였다.

“누구세요?”

여자가 먼저 물었다.

세령은 대답 대신 문틈 너머를 봤다. 흐트러진 침대, 반쯤 열린 와인병, 바닥에 놓인 남자 구두.

“문유건 씨 있어요?”

여자의 얼굴이 굳었다.

“아내분이세요?”

그때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라온아, 누구야?”

라온.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젯밤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 나오는 말투가 아니었다.

잠시 뒤 유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셔츠 단추를 채우다 말고 문 앞의 세령을 보는 순간, 손이 그대로 멈췄다.

“세령아.”

세령은 남편을 바라봤다.

놀란 얼굴.

그런데 미안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왜 네가 여기 있어?”

첫마디가 그거였다.

세령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비틀렸다.

“지금 나한테 그걸 물어?”

“아니, 내 말은… 어떻게 알고 왔냐고.”

유건이 한 걸음 다가오자 세령도 한 걸음 물러섰다.

“오지 마.”

“일단 들어와. 설명할게.”

“여기서 해.”

말이 끊기자 유건은 복도 양쪽부터 살폈다. 누가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눈길.

그 순간 세령의 손이 왼손 약지로 향했다.

사 년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던 반지가 생각보다 쉽게 빠졌다.

유건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세령아.”

반지는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얘기해.”

“그 반지 왜 빼.”

세령은 돌아섰다.

“한세령.”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따라왔지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유건이 곧장 뒤따라왔다.

“잠깐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이번에는 웃음이 났다. 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헛웃음.

“그럼 내가 뭘 생각해야 하는데?”

유건은 끝내 답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리고 문이 천천히 갈라졌다.

세령의 발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안에 서 있던 남자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정장, 예전보다 짧아진 머리, 칠 년 동안 잊었다고 믿었던 얼굴.

문태겸.

칠 년 전,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남자.

그리고 지금은 남편의 형.

태겸의 시선이 세령을 지나 뒤쪽의 유건에게 닿았다가 돌아왔다. 세령은 주머니 안에서 반지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모서리가 손바닥에 박혔지만 손을 펴지 않았다.

태겸의 눈길이 빈 약지에 잠시 머물렀다.

칠 년 만의 재회가 이런 곳일 줄은 몰랐다.

더구나 이런 호칭으로.

“오랜만이네.”

세령의 숨이 얕아졌다.

태겸이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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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호텔 스위트의 여자
문유건의 코트에서 호텔 키카드가 떨어진 건 아침 여덟 시였다.식탁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옮기던 순간, 검은 카드 하나가 바닥을 미끄러졌다. 세령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었다. 중앙에 찍힌 호텔 로고, 뒷면에 붙은 작은 스티커.'1708'욕실에서는 물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어젯밤 유건은 회사 근처 호텔에서 잤다고 했다. 거래처 사람들과 술이 길어졌고, 차를 몰 수 없어서 방을 잡았다고.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메시지 하나가 왔었다.[먼저 자. 아침에 들어갈게.]그 한 줄을 믿고 잠들었던 자신이 우스워질 만큼, 검색창에 뜬 호텔 주소는 회사와 멀었다.결혼한 지 사 년. 매일 보던 얼굴과 매일 듣던 목소리,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이 카드 한 장 앞에서 조금씩 낯설어졌다. 믿음이 깨질 때는 소리가 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조용한 모양이었다.카드 가장자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별것 아닌 감촉인데도 쉽게 놓이지 않았다.세령은 키카드를 코트 주머니에 다시 넣으려다 멈췄다.“뭐 해?”샤워를 마친 유건이 거실로 나왔다. 젖은 머리를 대충 털며 넥타이를 찾는 모습도, 식탁 위 커피를 집어 드는 손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세령은 카드를 손바닥 안에 감췄다.“오늘도 늦어?”“아마. 저녁 약속 있어.”“어제 묵은 데는 괜찮았어?”유건의 손끝이 넥타이 위에서 잠깐 멎었다.“뭐?”“회사 근처 호텔.”“아. 그냥 그랬지. 잠만 잤어.”잠만.세령은 그 말을 입안에서 한 번 굴려보다가 삼켰다.“다녀와.”유건은 의심하지 않았다. 현관에서 평소처럼 세령의 어깨를 한 번 감쌌고, 문이 닫히기 직전에는 저녁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까지 했다.십 분쯤 지나 휴대폰이 울렸다.[오늘 저녁 먼저 먹어. 늦을 것 같아.]세령은 답장을 쓰지 않고 차 키를 집었다.확인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확인하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저녁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였다.호텔까지 사십 분.신호에 걸릴 때마다 차를 돌릴까 생각했다.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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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형수라는 호칭
“형수.”칠 년 만에 들은 태겸의 목소리가 하필 그 호칭이었다.세령은 엘리베이터 안의 남자를 바라본 채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예전보다 조금 마른 얼굴, 짧아진 머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눈. 달라진 건 많았는데 알아보는 데는 한순간도 걸리지 않았다.뒤에서 유건이 다가왔다.“형.”태겸의 시선이 세령을 지나 유건에게 닿았다. 풀린 셔츠 단추, 호텔 스위트룸 문, 안쪽에 남은 여자의 기척까지 한 번에 훑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유건이 세령 앞으로 반걸음 나섰다. 마치 태겸의 시선을 막기라도 하듯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내려가자.”세령은 유건을 보지 않았다.“비켜.”“세령아.”“비키라고.”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해서 유건이 잠깐 멈췄다.태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쪽으로 물러섰다. 세령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유건도 곧 따라붙었다.문이 닫히기 직전, 태겸과 눈이 다시 마주쳤다.왜 여기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었느냐고도.빈 약지를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그저 시선만 남았다.문이 닫혔다.엘리베이터 거울에 세령과 유건이 나란히 비쳤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집에서 아침을 먹었던 부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깨 하나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었다.유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라온이랑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야.”세령은 숫자가 내려가는 것만 봤다.“그럼 어떤 관계인데?”“설명할게.”“지금 해.”유건이 입술을 눌렀다.세령은 대답을 기다렸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왼손을 주머니에 넣자 아까 뺀 결혼반지가 손끝에 걸렸다. 네 해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던 반지가 오늘은 낯선 물건처럼 만져졌다.유건이 손목을 잡았다.“일단 집에 가서 얘기하자.”세령은 잡힌 손을 내려다봤다.“놔.”“운전하지 마. 내가 데려다줄게.”“지금 당신 차를 타라고?”유건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세령은 그대로 빼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기 직전 유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형이 본 건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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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남편의 첫 번째 거짓말
유건은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세령은 그때까지도 반지를 다시 끼지 않았다.낮 동안 몇 번이나 그 메시지를 열어봤다.[형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마.]읽을 때마다 뜻이 달라지는 문장이었다. 태겸에게 외도를 들키는 게 싫다는 건지, 그보다 더 숨길 게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물어보고 싶었지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지금 묻는 순간 유건이 준비한 대답만 듣게 될 것 같았다.그래서 기다렸다.유건이 돌아와 제 입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현관문이 열리고 익숙한 발소리가 거실까지 이어졌다.유건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둔 채 세령을 봤다. 호텔에서 보던 셔츠도 아니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온 모양이었다.“안 잤네.”세령은 대답 대신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뒤집었다.유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내려갔다. 비어 있는 약지를 확인한 순간 표정이 굳었다.“반지는?”“당분간 안 낄 거야.”“세령아.”“라온 씨랑 언제부터 만났어?”유건은 재킷을 벗다가 멈췄다. 몇 초 뒤 소파 맞은편에 앉으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끝난 사이야.”세령이 휴대폰 화면을 켰다.호텔 결제 내역 하나를 띄워 밀어놓았다. 오늘이 아니었다. 며칠 전이었다.유건의 눈이 화면에 머물렀다.“그날은 만나서 정리하려고 했어.”“끝난 사이였다며.”말이 끊겼다.세령은 더 묻지 않았다.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비밀번호를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이미 한 번 거짓말한 사람에게 또 다른 거짓말이 없는지 검사하는 일이 우스웠다.유건이 제 휴대폰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볼래?”“됐어.”“비밀번호 그대로야.”“안 본다고.”“그럼 뭘 어떻게 해야 믿을 건데.”세령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은 당신 말을 믿을 수가 없어.”침실로 들어가 옷장 아래칸의 작은 여행가방을 꺼냈다.방에는 아직 두 사람의 생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건의 시계가 협탁 위에 놓여 있었고, 세령이 아침마다 열어두던 커튼도 반쯤 걷혀 있었다. 옷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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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막내는 알고 있었다
“결국 들켰어요?”세령은 현관에 선 이도를 바라봤다.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막 들어온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했다. 검은 모자를 벗어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신발을 벗고, 캐리어 손잡이까지 접는 동안에도 시선은 세령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게스트룸 문.비어 있는 왼손 약지.그리고 세령의 얼굴.“뭘.”“둘째 형.”대답은 너무 빨랐다.세령의 손끝이 굳었다.“너 알고 있었어?”“네.”“언제부터.”이도가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형수님보다 먼저요.”세령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도가 귀국했다는 사실보다, 자신보다 먼저 유건의 외도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 더 늦게 들어왔다.“여자 있는 거 알고도 말 안 했어?”“확실한 건 아니었어요. 몇 달 전부터 느낌은 있었고.”“그래서?”“형수님이 행복해 보이길래.”이도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말하면 행복한 사람 하나 줄어들 것 같아서.”세령은 입술을 다물었다.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니었다.“행복해 보이면 속아도 돼?”그제야 이도의 입꼬리가 조금 내려갔다.“그건 아니죠.”“그럼 왜 가만있었는데.”이번에는 대답이 늦었다.“둘째 형이 알아서 정리할 줄 알았어요.”“정리?”세령이 헛웃음을 흘렸다.“며칠 전에도 호텔에 갔는데?”이도의 시선이 짧게 흔들렸다. 손가락이 캐리어 손잡이 위에서 한 번 움직였다가 멎었다.“그건 몰랐어요.”세령은 대답 대신 이도를 오래 봤다. 장난처럼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어디까지 알고 있었는데.”이도는 답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복도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유건이었다.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나온 유건은 이도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너 언제 왔어.”“방금.”“연락도 없이?”“내 집인데.”이도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유건의 시선이 세령에게 옮겨갔다. 열린 게스트룸 문을 확인한 뒤 눈매가 굳었다.“자다가 나온 거야?”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도가 먼저 말했다.“형수님 여기서 자요?”“너 방 올라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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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결혼 전의 남자
“큰형이랑 예전에 어디까지 갔었어요?”세령은 이도를 똑바로 바라봤다.질문은 가벼웠지만 눈은 아니었다. 장난을 던질 때마다 먼저 올라가던 입꼬리도 이번에는 조금 늦었다.“무슨 뜻이야.”“그대로요.”“너, 뭘 알고 있어?”이도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현관 쪽에 세워둔 캐리어 손잡이를 한 번 눌렀다 놓았다.“큰형 방에서 형수님 사진 본 적 있어요.”세령의 눈썹이 움직였다.“내 사진?”“네.”“언제.”“꽤 됐어요.”“얼마나.”“결혼 전후쯤.”세령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칠 년 전 태겸과 끝난 뒤, 자신의 흔적은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약속에도 나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다. 기다리다 지친 쪽은 늘 자신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고?“어떤 사진이었는데.”이도가 세령의 얼굴을 잠깐 훑었다.“형수님 혼자 찍힌 거.”“그걸 왜 가지고 있었어.”“그건 큰형한테 물어봐야죠.”세령의 표정이 굳자 이도가 어깨를 으쓱했다.“제가 봤다는 것만 말한 거예요.”“일부러 말한 이유는?”“형수님이 궁금해하니까.”“내가 언제.”“큰형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달라지잖아요.”세령이 시선을 피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싫으면 안 할게요.”이번에는 의외로 순순했다.그게 더 걸렸다.“이도야.”“네.”“너, 우리 둘이 만났던 것도 알고 있었어?”“대충.”“누가 말해줬는데.”“아무도요.”세령이 다시 쳐다보자 이도가 웃었다.“사진 보면 모를 수가 없던데.”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거실 쪽에서 유건의 발소리가 들리자 이도는 한 발 물러섰다.“둘이 뭐 해?”“얘기.”유건은 세령과 이도를 번갈아 봤다.“무슨 얘기.”“형수님 옛날 얘기.”유건의 얼굴이 굳었다.세령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지만 묻지 않았다.유건은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세령의 눈치를 살폈다.“오늘 안 가도 돼.”“왜.”“당신 피곤해 보이니까.”“가족들한테 내가 왜 안 왔는지 뭐라고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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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부부싸움이 아니야
“부부싸움 좀 했어.”유건의 말이 떨어지자 혜란이 들고 있던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정혁도 세령의 빈 약지를 한번 봤다. 이도는 젓가락 끝으로 접시를 건드렸고, 태겸만 아무 말이 없었다.세령은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의자를 밀었다.“저 먼저 들어가볼게요.”“벌써?”혜란이 묻자 유건이 웃으며 대신 답했다.“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세령은 고개를 돌려 유건을 봤다.아침부터.호텔에서 다른 여자와 있다 들킨 일을 그렇게 바꿔 말하는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낯설었다.“혼자 갈게요.”“나도 같이 가.”“당신은 식사해.”세령은 더 말하지 않고 방으로 향했다.문을 닫으려는 순간 유건이 손을 끼워 넣었다.“잠깐만.”“나중에 해.”“지금 해야 돼.”유건은 그대로 방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목소리를 낮췄다.“가족들 앞에서는 좀 참아주면 안 돼?”세령이 천천히 돌아봤다.“뭘.”“반지 빼고, 갑자기 나가겠다고 하고. 엄마 아빠까지 알게 되면 일이 커져.”“그래서?”“우리 둘이 해결하면 되잖아.”세령은 잠깐 웃었다.“우리 둘이 해결할 일이었으면 호텔에 세 사람이 있으면 안 됐지.”유건의 표정이 굳었다.“라온이랑은 정리할게.”“끝난 사이였다며.”“세령아.”“몇 번을 물어도 말이 달라지는데 뭘 믿어.”유건이 한 발 다가왔다.“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대신 가족들 앞에서는—”“내 체면은 누가 지켜?”말이 잘렸다.유건이 입을 다물었다.“당신은 들키고 나서도 내가 왜 호텔에 왔는지부터 물었어. 집에 와서는 형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고. 지금도 내가 상처받은 것보다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게 더 걱정돼.”“그런 뜻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데.”유건은 대답하지 못했다.세령은 침대 옆에 세워둔 가방 손잡이를 잡았다.“오늘은 여기서 잘 거야.”“언제까지?”“몰라.”“이 일 하나로 우리 결혼까지 끝내겠다는 거야?”세령의 손이 멈췄다.“이 일 하나?”“그렇게 말한 뜻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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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왜 하필 형이야
“왜 형이 나와?”세령의 질문이 떨어지자 유건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이혼 이야기를 붙잡고 늘어지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그의 시선은 자꾸 침대 끝에 놓인 세령의 휴대폰으로 흘렀다.“오늘 형을 봤잖아.”“그래서?”“칠 년 만이니까.”말끝이 묘하게 걸렸다. 결혼 전 유건에게 태겸 이야기를 꺼냈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오래 만났고, 많이 좋아했고,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 이름까지 말했을 때도 유건은 놀라지 않았다.‘첫사랑?’‘비슷해.’‘아직 좋아해?’아니라고 하자 그는 맥주캔을 들어 세령의 캔에 가볍게 부딪쳤다.‘그럼 됐네. 지나간 사람이잖아.’그때는 그 무심함이 배려처럼 느껴졌다. 과거를 캐묻지 않는 사람이라 편했고, 형과 만났다는 사실에도 괜한 질투를 하지 않아 고마웠다.지금 생각하면 이상했다.“당신,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다며.”유건의 눈이 잠깐 옆으로 비껴갔다.“뭐가.”“내가 형이랑 만났던 거.”“그땐 그랬지.”“지금은 왜 아닌데?”유건은 한 박자 늦게 숨을 내쉬었다.“상황이 달라졌으니까.”“뭐가 달라졌는데.”“너 지금 나랑 이혼 얘기하고 있잖아.”세령은 웃지 않았다. 그 말 속에서 자신보다 태겸을 먼저 의식하는 기색이 너무 선명했다.“그래서 내가 이혼하면 형한테 갈까 봐?”“그런 말 한 적 없어.”“근데 왜 계속 그 사람 얘기를 해.”유건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형이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만 말해.”“아무 말도 안 했어.”“정말?”세령의 표정이 굳었다.“당신이 지금 누구한테 믿고 말고를 따져?”그제야 유건이 입을 다물었다. 세령은 휴대폰을 집으려다 손을 멈췄다. 굳이 보여줄 이유가 없었다.“연락도 안 왔어.”짧게 끝낸 말인데도 유건의 눈은 꺼진 화면에서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그 반응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당신, 내가 형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해?”“대충.”“대충?”“네가 말했잖아. 오래 만났다고.”세령은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그것뿐이었어?”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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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첫사랑의 편
[유건이 네 과거를 언제부터 알았는지, 나도 확인해볼게.]세령은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잠은 완전히 달아나 있었다.확인해보겠다는 말이 고맙기보다 먼저 화가 났다. 칠 년 전에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사람이, 이제 와서 자신의 결혼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유건의 태도가 수상하다는 이유 하나로 태겸에게 기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다가는 지금까지 겨우 정리해둔 시간까지 전부 흔들릴 것 같았다.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하지 마.]잠시 뒤 답이 왔다.[왜.]세령은 짧게 숨을 뱉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두 번도 가지 않아 태겸이 받았다.“세령아.”목소리를 듣는 순간 준비해둔 말이 더 거칠어졌다.“뭘 확인하겠다는 건데.”“유건이 네 얘기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그걸 왜 당신이 확인해.”태겸은 곧장 답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다. 말을 고르는 동안 상대가 먼저 지치게 만드는 사람. 세령은 그 침묵마저 익숙해서 더 화가 났다.“칠 년 전에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수화기 너머로 숨소리만 들렸다.“연락도 끊고, 약속에도 안 나오고, 내가 기다리든 말든 사라졌으면서 지금 와서 왜 끼어들어.”“……”“내가 유건이랑 어떻게 살든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야.”이번에도 변명은 없었다. 집안 때문이었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다면 차라리 끊기 쉬웠을 텐데, 태겸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세령은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해 말을 더 쏟아냈다.“당신 때문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마지막까지 연락 올 줄 알고 며칠을 휴대폰만 보고 있었어. 그런데 끝까지 아무것도 없었잖아.”“알아.”“몰라.”목소리가 흔들릴 것 같아 세령은 입술을 꾹 눌렀다.“알았으면 그렇게 못 했어.”그제야 태겸이 낮게 입을 열었다.“맞아.”세령은 순간 말을 잃었다. 변명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 짧은 인정이 오히려 오래 묵은 화를 더 건드렸다. 사과를 들으면 조금은 시원할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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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버리지 못한 사진
“큰형 지갑에서 본 거예요.”세령은 손에 든 폴라로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 속 태겸은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손에 든 검은 지갑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안쪽 포켓에 끼워진 작은 사진 한 장. 아무리 작게 찍혀 있어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스물넷의 자신이었다.해외 전시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몇 번이나 다시 찍자고 했는데, 태겸은 그중 가장 자연스럽게 웃은 사진을 골랐다. 왜 이걸 가져가냐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지갑에 바로 넣었다. 세령이 장난처럼 돌려달라고 했을 때도 웃기만 했던 얼굴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그 기억이 따라오자 손끝이 굳었다.“뒷면 봐요.”이도의 말에 세령은 사진을 뒤집었다.날짜가 적혀 있었다.한 번 보고도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했다.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유건과 약혼을 발표한 뒤였다.그 날짜를 보고 있자 약혼식 날의 환한 조명과 유건의 손에 끼워졌던 반지까지 한꺼번에 떠올랐다. 자신은 그날 완전히 다른 사람의 미래로 들어갔다고 믿었다.세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겸이 자신을 버렸다고 믿고 기다리는 걸 그만둔 뒤, 유건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양가에 인사를 마쳤던 시기였다. 그 무렵 자신은 태겸도 이미 모든 걸 정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약속에 나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으며, 끝내 이별 문자까지 보냈으니까.그래서 자신도 정리했다. 태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버리고, 선물도 치웠고, 번호를 지운 뒤에는 다시 저장하지 않았다. 약혼반지를 낀 날에는 정말 끝났다고 믿었다.그런데 그때도 태겸의 지갑에는 자신의 사진이 남아 있었다.세령은 무심코 사진 모서리를 문질렀다. 오래돼 표면이 조금 바래 있었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다. 사진 한 장만 보고 무슨 의미였는지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버리고 잊은 사람의 흔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이거 어디서 났어.”“예전에 찍어둔 거예요.”“왜 찍었는데.”“큰형 찍다가 같이 찍힌 거죠.”세령은 이도를 올려다봤다.“그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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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남편이 본 사진
문이 열린 뒤에도 유건은 한동안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세령의 손에 들린 폴라로이드를 본 순간, 현관문을 잡고 있던 손이 그대로 멎었다. 놀랐다는 표정이라기보다 들키고 싶지 않은 걸 먼저 본 사람에 가까웠다.이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찍 왔네.”유건은 대꾸하지 않았다. 시선은 세령의 얼굴보다 사진에 오래 머물렀고, 신발을 벗는 동작마저 평소보다 거칠었다.“그거 어디서 났어.”세령은 대답 대신 사진을 손안으로 조금 당겼다.“왜?”“그냥 물어보는 거야.”“처음 보는 사진인데?”유건의 눈이 잠깐 이도에게 향했다.“너 또 형 방에서 뭐 찍었어?”“큰형 찍다가 같이 찍힌 건데.”이도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자 유건의 표정이 더 굳었다.“남의 물건을 왜 찍어.”“형은 사진 내용보다 내가 찍은 게 더 궁금한가 봐.”유건이 쏘아보자 이도는 입꼬리만 올렸다.세령은 둘 사이를 보다가 폴라로이드를 펼쳐 보였다.“이거 내 사진이야.”태겸의 지갑 안쪽에 끼워진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유건은 한 번 내려다봤을 뿐이었다.“옛날 일이잖아.”세령의 손끝이 멈췄다.아직 날짜는 말하지 않았다. 언제 찍힌 사진인지조차 설명하지 않았는데 유건은 먼저 ‘옛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옛날 일인 건 어떻게 알아?”“사진만 봐도 알잖아.”“뒷면에 날짜 있는데.”유건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아주 짧은 침묵이었지만 충분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나왔어야 할 질문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왜 형이 동생의 약혼녀 사진을 가지고 있었는지, 언제까지 지갑에 넣고 다녔는지, 그 사진이 정말 세령인지조차 묻지 않았다.세령은 사진을 뒤집어 날짜를 보여줬다.“우리 약혼 발표하고 난 뒤야.”숫자를 확인한 유건의 눈빛이 아주 잠깐 굳었다.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왔지만 세령은 이미 봤다. 그가 놀란 건 사진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날짜까지 알아버렸다는 사실처럼 느껴졌다.이도가 옆에서 유건을 흘끗 봤다.“이상하지?”“뭐가.”“큰형이 동생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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