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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Autor: 해월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24 17:55:02

“그런데 언니가 공연 준비하시면 태경 씨는 더 외로워지겠네요.”

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림은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언니가 연습실에 계시면 태경 씨는 혼자 식사하시고, 밤늦게까지 기다리시고…….”

그녀는 안타까운 듯 눈썹을 내렸다.

“저는 태경 씨가 그렇게 지내시는 게 너무 싫었어요.”

태경은 서류를 덮었다.

“그래서?”

유림은 잠시 망설이는 척했다.

“언니가 태경 씨한테 복수하려고 공연을 이용하시는 건 아닐까요?”

태경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무슨 뜻이야?”

“아니에요. 제가 괜한 생각을 했나 봐요.”

유림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제 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바로 공연을 준비하신다니까 조금 이상해서요. 언니가 정말 음악이 좋아서 그러시는 건지, 아니면 태경 씨가 싫어하시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러시는 건지…….”

그녀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태경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기다렸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당신은 은채가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해?”

유림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다만 언니가 태경 씨를 너무 잘 알잖아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태경 씨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도 공연을 강행하시면…….”

태경은 손을 빼지 않았다.

유림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태경이 은채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은채가 무엇을 하든 자신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태경은 더 강하게 아내를 붙잡으려 할 테고, 은채는 그에게서 더 멀어질 것이었다.

그 사이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유림은 태경의 손등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저는 태경 씨가 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서은채의 공연 자료로 돌아가 있었다.

***

오후가 되자 은채는 기획사 대표를 만났다.

윤명숙의 소개로 마련된 자리였다.

은채는 공연 준비에 필요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논의할 생각으로 찾아갔지만, 대표의 표정은 처음부터 밝지 않았다.

“서은채 씨,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대표는 준비해 둔 서류를 은채 앞으로 밀었다.

“독주회 일정을 잠시 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은채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한태경 대표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은채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대표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서은채 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공연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가족 측의 요청이니 일정을 확정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은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녀가 또렷하게 말했다.

“건강에도 문제가 없고, 공연을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대표는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 측에서 워낙 강하게 말씀하셔서…….”

그는 끝내 말을 흐렸다.

은채는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태경은 단순히 돈 많은 남자가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였고, 그의 회사는 공연장과 문화재단, 여러 기업의 후원 사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공연 하나를 무산시키는 일쯤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은채는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갈 데가 어디 있는데?'

그때는 자신을 비웃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태경은 정말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

“대표님.”

은채가 고개를 들었다.

“저는 공연할 겁니다.”

대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서은채 씨, 제 입장도 조금 이해해 주십시오.”

“이해합니다.”

은채는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제 남편에게 제 공연을 취소할 권리는 없어요.”

대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채는 말을 이었다.

“제가 무대에 서지 못했던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어요. 그동안 제가 선택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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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묻은 여자가 돌아왔다   12화

    태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아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그것도 자신의 경고를 듣고서.그는 천천히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집무실 안이 조용해졌다.태경은 책상 위에 놓인 공연 자료를 집어 들었다.서은채 독주회.그 이름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태경은 비서를 불렀다.“공연장 대관부터 확인해.”비서가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사모님 공연 말씀입니까?”“그래.”그는 서류를 내려놓았다.“그 공연이 어디까지 준비됐는지 전부 알아와.”비서는 잠시 망설였다.“취소를 검토하시는 겁니까?”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차갑게 웃었다.“서은채가 내 말 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보자.”***은채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복도에 서 있었다.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고, 가슴이 답답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른 뒤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그리고 윤명숙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생님.”“은채야, 무슨 일이니?”은채는 잠시 망설였다.“저, 공연을 꼭 해야겠어요.”윤명숙은 조용히 대답했다.“그래. 네가 원한다면 해야지.”“조금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무슨 일이 있니?”은채는 남편이 기획사에 연락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윤명숙은 끝까지 말을 끊지 않고 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스승이 입을 열었다.“은채야, 네 남편이 네 음악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어.”은채는 눈을 감았다.그 말이 너무 당연한데도, 누군가에게 직접 듣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럼 준비하자. 공연장은 다시 알아보면 되고, 후원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생님.”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을 햇살이 건물 사이로 비치고 있었다.은채는 가방에서 초청장을 꺼냈다.첼리스트 서은채.그 이름을 다시 읽었다.남편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공연 하나가 아니었다.그녀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자리였다.은채는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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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손끝에는 여전히 연습할 때 생긴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이제는 제가 선택할게요.”대표는 한동안 침묵했다.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한 대표와 상의하신 뒤 다시 결정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은채는 고개를 저었다.“제 연주는 제 허락만 받으면 됩니다.”그녀는 서류를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일정이 정리되면 다시 연락 주세요.”은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표가 급히 불렀다.“서은채 씨.”그녀가 돌아보았다.“저는 아직도 서은채 씨의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은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나섰다.복도에 나오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은채는 벽에 손을 짚고 잠시 숨을 골랐다.남편은 자신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어제는 아내로서의 자리를 빼앗더니, 오늘은 첼리스트로서의 자리까지 없애려 하고 있었다.은채는 휴대전화를 꺼냈다.한태경의 이름을 눌렀다.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태경은 은채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곧바로 받았다.“이제야 연락하네.”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어디야? 내가 차 보낼게.”“기획사에 연락했어?”태경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소리야?”“내 공연을 보류해 달라고 했냐고.”그는 잠시 침묵했다.“그게 왜.”은채는 눈을 감았다.“왜 그랬어?”“당신 지금 제정신이 아니잖아.”태경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어제 일 때문에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아서 정리해 둔 거야.”“내가 언제 당신한테 그런 부탁을 했는데?”“부탁해야만 해?”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내가 당신 남편이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나랑 상의하는 게 당연하지.”은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태경은 그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였는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은채야, 그만 고집부리고 집에 와. 어제 일은 나도 더 키우고 싶지 않아.”은채는 그 말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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