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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저도 즐거웠어요

Penulis: 세련을담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01 12:27:30

혼자였다.

와인 잔을 채우고, 진희는 텔레비전 소리를 아예 꺼버렸다. 어차피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반병쯤 비웠을 때, 진희는 제 오른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그곳에 미래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착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손을 폈다 쥐었다 하며 그 감각을 몇 번이고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참았던 시간이 얼마였더라.

계산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꽤 오래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처음 그 사람이 눈에 들어왔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다. 이건 안 되는 거라고. 상대는 유부녀고, 아이가 둘이고, 자신은 지금껏 선을 넘는 일 없이 늘 이성적으로 살아온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그 손을 잡았다.

잡으면서도 알고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선이라는 걸. 손을 잡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거리 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걸.

이상한 건, 두려움보다 안도감이 더 컸다는 점이었다. 오랫동안 참아온 숨을 이제야 뱉어낸 것 같은 해방감.

진희는 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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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5. 엄마, 여전하네

    병원에서 미래는 피부과 전문의에게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화상 부위를 진료받았다.미래는 의사가 처방해 준 전문적인 연고와 진정제를 챙겨 들고 다음 목적지인 신라호텔로 향했다.호텔로 향하는 길, 블루투스로 서윤이의 전화가 연결되었다."엄마! 오늘 수학 봤는데, 잘 본 것 같아!"딸의 밝고 씩씩한 목소리가 차 안의 무거운 공기를 일순간 환기했다. 서윤이는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나는 쉬웠는데 애들은 다들 어렵다고 난리야. 1컷 나올 것 같아. 가채점 해보니까 3점짜리 하나 틀린 거 빼곤 다 맞았거든. 우리 반에서 중간고사 다 맞았던 애는 지금 울고불고 난리 났어."미래는 떨리는 목소리로 따뜻하게 대답했다."그래, 정말 잘했네. 우리 딸. 고생 많았어. 서윤아, 그래도 밤 새우지는 말고. 한번 밤새우면 회복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일 시험 보는 데도 지장 있으니까 적당히 하고 자.""안돼, 엄마. 내일 국어 문법 범위가 너무 많아서 오늘 밤은 꼬박 새워야 해."단호한 딸의 목소리 뒤로, 전화를 넘겨받은 듯 정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사모님, 여기는 걱정 마세요. 서윤이는 제가 새벽에 잘 깨워주고 있어요. 아, 그리고 어제는 수학 선생님이 하루 종일 집에 계시다 가셨으니까 너무 염려 마시고요."정례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면서도 미래의 어두운 말투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사모님,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즐겁게만 있다 오세요. 정말로요."정례는 미래가 이곳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신 다짐하듯 강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미래의 가슴속에는 묵직한 돌덩이 같은 답답함이 가라앉았다. 집에서는 자신을 기다리는 딸과 정례가 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데, 자신은 성웅이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에서 진희를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그녀를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몰아넣었다.호텔에 도착해 곧장 스파로 향했지만, 예약이 밀려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4. 오늘도 저 보고 싶은 거 맞나요.

    아난티 리조트의 아침 햇살이 로비의 대리석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 조식을 마치고 나오던 세 사람 앞에는 오늘 진원의 라운딩을 책임질 티칭 프로가 정중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성웅은 자연스럽게 진원의 어깨를 감싸 쥐고 프로에게 다가가, 더없이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로 악수를 청했다."오늘 우리 진원이,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워낙 골프를 좋아해서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성웅의 낮은 저음과 깍듯한 매너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래 역시 진원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진원아, 프로님 말씀 잘 듣고, 즐겁게 잘하고 와."가족의 훈훈한 배웅에 진원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흩어지기 직전, 성웅은 미래를 돌아보며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미래야, 오늘 뭐 할래? 아, 맞다. 중문 쪽 가서 병원부터 들러서 치료받고, 호텔 스파에서 좀 쉬어."성웅은 미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겨주며 덧붙였다."회사 차가 있긴 한데, 마침 운전해 줄 직원이 지금 여유가 없네."미래는 고개를 저으며 차분히 대답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면 돼요."성웅은 미래의 말에 안심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래의 등을 크고 따뜻한 손으로 천천히, 그리고 아주 다정하게 두어 번 토닥였다."그래, 그럼 그렇게 해. 운전 조심하고, 이따 봐."미래를 향한 성웅의 마지막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그는 미래가 로비 밖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미래는 그의 등 뒤에 남겨진 다정함의 여운을 느끼며 차를 향해 걸어갔지만, 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다시금 차가운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성웅의 완벽한 배려 속에서, 미래는 또다시 철저히 계산된 일상으로 던져지고 있었다.미래가 운전대를 잡고 리조트를 빠져나갈 때, 그녀의 손끝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제주의 풍경은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했지만, 미래의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3. 프라이버시

    진원의 맑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성웅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옆에 있던 도톰한 이불을 끌어올렸다. 미래의 벗은 몸을 완벽하게 가린 성웅은 당황하기는커녕, 아주 침착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진원을 바라보았다."진원아, 잠시 멈춰봐."성웅은 진원의 눈높이를 맞추며 부드럽지만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엄마, 아빠한테는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어. 남들이 함부로 볼 수 없는 우리들만의 시간이 있다는 뜻이야. 외국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방에 들어올 때 반드시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는 걸 가장 기본적인 예절로 가르치거든. 이건 너를 위해서도, 엄마 아빠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약속이야. 알겠지?"성웅의 말은 진원에게 충분히 명확한 가르침이었다."네." 대답하면서 진원이 뒷걸음질 치자, 성웅은 덧붙였다."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금방 나갈 테니까."진원이 방을 나가자, 성웅은 이불 아래로 미래의 이마에 짧고 다정한 입맞춤을 남겼다."미래야, 먼저 씻고 나와. 난 진원이랑 아침 수영 좀 하고 있을게."성웅이 나가고, 미래는 홀로 침실에 남겨졌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선 미래는 자신의 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가꾸어 온 그녀의 몸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찬란한 육체의 껍데기 아래, 진희를 향한 그리움과 성웅을 향한 죄책감으로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마음이 비쳤다.차가운 물줄기가 몸을 씻어 내리는 동안, 미래는 거울을 보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 익숙한 가면을 씌우기 시작했다.그녀는 정성스럽게 파운데이션을 펴 바르고, 립스틱을 덧칠하며 어젯밤의 흔적과 내면의 파편들을 완벽하게 지워나갔다. 덧없는 화장품 냄새가 욕실 안을 채울수록, 거울 속에 비친 미래는 더욱 완벽하고 우아하게 빛났다. 그러나 그 화려한 메이크업은 오히려 그녀의 너덜너덜해진 속마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었다. 겉으로는 티끌 하나 없이 아름답지만, 정작 그 안을 지탱하는 알맹이는 성웅의 지배 아래 속절없이 무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2. "입지마, 어차피 내가 다시 벗길 텐데"

    122화미래의 몸이 순식간에 빳빳하게 굳었다. 방금 전까지 성웅의 열기에 젖어 있던 벗은 몸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녀를 엄습했다. 하지만 성웅은 미래의 어깨를 감싸 쥔 손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미래의 허리를 더 깊숙이 끌어당겨 자신의 품 속으로 완전히 감췄다."성웅 씨, 무슨 소리가……."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성웅은 미래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낮게 웃음을 흘렸다."아무소리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차갑도록 차분했다. 성웅은 소리가 들려온 쪽을 응시하며, 미래의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넘겨주었다. 오히려 미래가 긴장할수록 성웅의 팔은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안았다.마치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너는 내 안에 있다'고 선언하는 듯한 오만한 여유.성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나직하고도 위협적인 침묵을 던졌다. 소리는 갑판 위에 구명조끼가 들썩이는 소리였다. 정적이 다시 찾아오자 성웅은 만족스러운 듯 미래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거봐, 아무 일도 없잖아."그는 미래가 긴장으로 떨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공포마저 즐기는 듯 느긋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옷을 입지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도 않았다. 그저 이 아름다운 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듯,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더 미래를 품고 있었다. 미래는 그의 품 안에서 안도감과 함께, 자신이 절대 성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다.요트 안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성웅은 땀에 젖은 미래를 데리고 욕실로 향했다. 시원한 물줄기로 서로의 몸을 닦아내는 동안에도 성웅의 시선은 미래의 붉어진 어깨와 가느다란 허리에 고정되어 있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미래가 본능적으로 슬립을 찾으려 손을 뻗었을 때였다. 성웅이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낚아챘다."입지 마.어차피 내가 다시 벗길 텐데."그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성웅은 미래를 그대로 안아 들어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눕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1. 원초적 본능

    불안에 찬 미래의 속삭임을 성웅은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막아버렸다. 그는 대답 대신 온 힘을 다해 미래를 집어삼키듯 파고들었다. 몸은 이미 성웅의 리듬에 맞춰 거부할 수 없는 굴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성웅은 땀에 젖은 미래의 살결을 타고 흐르며, 그녀의 몸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듯 강렬하게 몰아쳤다.한참을 이어가던 성웅은 미래를 몸 위로 끌어 올렸다.미래는 성웅의 위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따라 가슴이 숨 가쁘게 출렁였다. 성웅은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두 손으로 미래의 골반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그의 손이 리듬을 이끌었다. 미래가 내려앉으면 성웅이 받아냈고, 성웅이 끌어당기면 미래가 따라갔다. 십팔 년을 맞춰온 몸이었다. 말 한마디 없이도, 두 사람의 호흡은 놀라울 만큼 척척 맞아떨어졌다.미래는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입술을 깨물며 삼켰다. 성웅이 거친 숨 사이로 낮게 읊조렸다."미래야…… 너무 좋아……."그 목소리에, 미래의 몸이 한층 더 뜨겁게 반응했다.그리고 그 순간, 미래는 깨달았다.머릿속에 진희가 없었다.어젯밤만 해도 성웅의 손길 위로 진희의 잔상이 끊임없이 덧씌워졌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겹쳐지지 않았다. 오직 이 리듬과 이 열기, 몸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감각만이 있었다. 미래는 그 감각을 쫓아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몸이 이렇게 쉽게 마음을 앞질러 버릴 수 있다는 것.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을, 이 순간만큼은 까맣게 잊고 쾌락에 빠져드는 자신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미래를 슬프게 했다.'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눈가가 뜨거워졌지만, 몸은 멈추지 않았다.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성웅은 미래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함께 옆으로 누웠다. 자세가 바뀌어도 그의 집요한 리듬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미래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애무하며, 그녀의 출렁이는 호흡을 온전히 받아냈다.끝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성웅은 미래를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20. 진원이가 깨면 어떡해요

    성웅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미래를 이끌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습기가 차오르는 욕실 안에서 성웅은 미래의 뺨을 감싸 쥐며 입술을 부드럽게 겹쳤다. 그는 입맞춤 사이사이에 나직하게 물었다."미래야, 어제는 많이 피곤했어? 오늘은 어때?"성웅의 시선은 집요했다. 마치 미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는 듯, 그는 미래의 눈을 집요하게 쫓았다. 미래는 그 뜨거운 시선이 두려워 자꾸만 눈동자를 굴리며 피했다. 늘 그랬듯 성웅의 다정함은 때때로 숨이 막히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성웅은 도망치는 미래의 시선을 붙잡듯,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깊게 입을 맞췄다.그의 손이 미래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을 때였다."아……!"갑작스러운 통증에 미래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움츠렸다. 낮에 입은 화상이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놀란 성웅이 서둘러 셔츠를 제쳐 어깨를 확인하자, 하얀 살결 위로 화끈거릴 정도로 붉게 달아오른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성웅의 손이 멈췄다. 그는 셔츠를 제치고 미래의 어깨를 확인하더니, 붉게 달아오른 화상 자국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썬텐을 얼마나 심하게 한 거야?"성웅의 목소리에는 낮게 깔린 불편함이 묻어났다. 그는 어깨를 살피며 덧붙였다."썬텐 하는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내일 낮에 병원 다녀와야겠다."그는 더 이상 미래의 몸을 어루만지지 않았다. 흥분으로 달아올랐던 열기는 미래의 상처를 확인하는 순간 건조하게 식어버렸다.성웅은 셔츠를 마저 살살 벗겨내주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주었지만, 그 손길에는 이미 애정이나 열정보다는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듯한 무심함이 배어 있었다.거울을 향해 고개를 돌려 칫솔에 치약을 짰다. 성웅은 거울 너머로 미래의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거칠게 양치질을 시작했다.어깨의 따가움보다, 성웅의 무미건조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단절이 미래의 마음을 더 깊이 할퀴었다. 애초에 그녀의 상태는 성웅의 계획 안에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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