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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16:58:16

제2화

밤 11시.

레베카는 천천히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 한 병을 꺼냈다. 아까부터 목이 몹시 말랐다.

병뚜껑을 열어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당겼다.

"아...!"

레베카는 놀라 생수를 떨어뜨릴 뻔했다.

"노라... 여기 있었구나."

사무엘의 목소리는 무겁고 쉰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다.

레베카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무엘은 그녀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짙은 술 냄새가 숨결에 섞여 흘러나왔고, 셔츠 단추는 몇 개가 풀려 있었으며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흐릿한 눈동자였지만 그 안의 날카로움만큼은 여전했다.

"사무엘 씨... 취하셨어요."

레베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사무엘은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왜 떠난 거야..."

사무엘이 그녀를 깊이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왜 날 떠났어, 노라..."

레베카의 가슴이 먹먹하게 조여 왔다.

"...전 노라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사무엘이 그녀를 그대로 품 안으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입맞춤이 목덜미를 스치자 레베카는 온몸이 굳어 버렸다.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힘없이 굳어 있었다.

사무엘은 지금 자신을 노라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사무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무엘 씨... 제발..."

그러나 다시 입술이 닿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레베카는 결국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두 팔이 올라가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이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 밤만큼은 사무엘의 온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무엘은 레베카를 가볍게 안아 들어 올렸다.

여전히 노라의 이름을 부르면서.

레베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방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

아침 6시.

창문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레베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 가장자리에는 사무엘이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두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 일부러 날 유혹한 거였군."

레베카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아니에요! 사무엘 씨, 저는—"

"모르는 척하지 마!"

사무엘이 차갑게 내뱉으며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처음부터 다 계획했던 거잖아. 내가 취한 틈을 노려 날 이용하려고."

레베카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처음부터 전 노라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무엘이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뜨거웠지만 감정이 뒤섞인 입맞춤이었다.

레베카는 약하게 그를 밀어냈다.

"사무엘 씨... 이러지 마세요."

그러나 사무엘은 오히려 그녀를 다시 침대로 눕혔다.

"네가 원했던 게 바로 이거 아니었나?"

레베카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두 시간이 흘렀다.

레베카는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직도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때 방문이 급하게 열렸다.

사무엘이 긴장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들어왔다.

"약은 구했나?"

잠시 후.

비서 바니가 작은 약병을 들고 급히 들어왔다.

"여기 있습니다, 사무엘 씨. 약을 가져왔습니다."

사무엘은 약을 받아 곧바로 레베카 앞으로 내밀었다.

"마셔."

차갑고 단호한 명령이었다.

레베카는 작은 약병을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뭐예요?"

"사후피임약."

사무엘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혹시라도 생길 일은 없어야 하니까."

레베카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사무엘 씨..."

"마셔."

사무엘이 싸늘하게 말을 끊었다.

"말이 너무 많군."

레베카는 한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부할 수 없는 차가운 시선.

결국 떨리는 손으로 약을 받아 천천히 삼켰다.

가슴이 미어졌다.

약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을 대하는 사무엘의 태도가 그녀를 더 아프게 했다.

레베카가 물을 모두 마시자 사무엘은 바니를 돌아보았다.

"노라는?"

"아직입니다, 사무엘 씨."

바니가 고개를 숙였다.

"계속 노라 아가씨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쓸모없군."

사무엘의 턱이 굳어졌다.

"더 유능한 사람으로 바꿔야 하나?"

바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침묵했다.

곧 사무엘은 그를 내보냈다.

문이 닫히자 그는 다시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

무거운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어젯밤 같은 일은 다시는 없을 거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차갑게 덧붙였다.

"다시는 날 유혹하지 마."

레베카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끄덕였다.

"...네, 사무엘 씨."

사무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을 나갔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레베카는 눈을 감았다.

숨이 떨렸다.

가슴은 너무도 무거웠지만 그 모든 감정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난 당신을 유혹한 적 없어요, 사무엘.'

이불 끝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억지로 날 끌어안은 건... 당신이었잖아요.'

---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흘렀다.

노라를 찾던 수색은 몇 달 전 완전히 중단되었다.

사무엘도 결국 포기했다.

노라는 마치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처럼 행방을 감췄고, 그는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레베카가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사무엘이 그녀의 옆에서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예전처럼 날카롭기만 하지는 않았다.

따뜻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몇 달 전부터는 오히려 사무엘이 먼저 같은 침대에서 자자고 했을 정도였다.

레베카는 옅게 미소 지었다.

불확실한 관계일지라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사무엘이 몸을 뒤척이자 레베카는 서둘러 시선을 돌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먼저 주방에 다녀올게요."

머리를 정리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할게요."

사무엘은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작게 웅얼거릴 뿐이었다.

레베카는 조용히 방을 나와 사무엘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빵에 버터를 바르던 레베카의 손이 멈췄다.

곧 사무엘이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열지."

잠에서 막 깬 탓인지 목소리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사무엘은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그 얼굴을 본 순간.

사무엘의 숨이 목 끝에서 멎었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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