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가족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는 여자. 연인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남자. 그들 각자가 자신들의 상처와 직면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다. 소중해져버린 서로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View More장례는 힘들었다.낯모르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인사하고, 가끔 앉았다가도 일어나기를 반복했다.계모는 친척들과 자주 밖으로 나갔다.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은수는 거의 혼자서 상주 노릇을 했다. 예사로 끼니도 놓치고.발인 날, 계모는 그녀에게 통보하듯 했다.“성남의 OO동에 있는 납골당에 모실 거야. 나중에 가보든지 하고, 넌 안 와도 돼.”“예?”은수는 이틀 밤을 꼬박 샌지라 피곤하고 허기진 상태였다.“발인 날인데, 같이 가지 말라구요?”기가 막혔다.“네가 뭐 자식이었어?”계모는 눈을 부릅떴다.“해준 것도 없는 년이 자식이라고 이틀 설쳤으면 됐지 뭘 끝까지 나서, 나서길?”“아니, 그래도 마지막인데...”“아 됐으니까,”밀치는 손길에 은수는 휘청거렸다.“이제 가. 찾아오지도 말고.”그녀는 오만원 권 지폐 몇 장을 그녀에게 휙 뿌렸다.“엄...”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엄마’라니.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이름이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그들이 떠나고, 은수는 혼자 남았다.바닥에는, 계모가 던져놓고 간 오만원 권 지폐가 휴지조각처럼도 보였다.사흘동안, 한 번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눈물이 나올 만큼 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던 게 아니라서.그 오만원권 지폐를 주우면서, 그제야 눈물이 났다.한 번 더, 버려졌으니까.‘...네 장이네.’고교 시절 그녀가 알바해서 계모에게 건넨 돈은 열 배가 넘었다.‘고작 이걸 바라고 온 게 아닌데...’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휴지조각처럼 버려졌던 그 돈을 구깃구깃 쥔 채로 그녀는 일어섰다.자지 못하고 먹지 못했다.휘청거렸지만, 그녀는 어지럼증을 털어내고 밖으로 성큼 성큼 나갔다.그들은 막 버스에 오르려던 참이었다.납골당까지는 한 시간여의 꽤나 긴 여정일 터였다.돌진하듯, 계모에게 다가간 은수는 손부터 뻗어 그녀의 어깨를 확 돌렸다.“너...”놀란 얼굴로 저를 알아본 그녀에게 은수는 쥐고 있던 돈을 홱 던졌다.“이게, 야
인도에서 지낸 3년 동안, 그녀는 인도의 문화와 음식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했다.늘 배앓이를 했고, 서너 시간 후면 잠에서 깼으며 고질적인 빈혈로 철분제를 복용했다. 다 소용없었지만.“너 괜찮아? 웬 땀을 이렇게 흘리니?”은수의 이마에서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보고, 은영은 기겁을 하듯 했다.여름이 한창 시작되는 중이었지만 실내는 서늘했다. 땀 날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아, 뜨거운 걸 먹어서...”은수는 육개장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술 한 술 뜨던 중이었다.“몸이 허한가보다.”은영의 그 말에 은수는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사시사철 더운 곳에서 3년을 있었다. 그곳에서 땀이 나면 그게 식은 땀인지 진땀인지 알 리 없었다.‘허하다’는 뜻도 당연히 몰랐다.“그걸로 되겠어?”뒤이어 온 큰어머님이 큰아버님 옆에 앉으며 물었다.“음식이 왜 이래? 뭐가 이렇게 없어?”식탁을 둘러보며 낯을 찡그리자, 은영은 인상을 썼다.“엄마, 들으면 어쩌려고...?”“이걸 사람 먹으라고 시킨 거니? 너도 눈 있으면 봐.”큰어머님은 들은 체도 않고 싫은 소리를 했다.은수는 상위를 한 번 더 훑었다.뭐가 이상한 건지는 몰랐다.‘뭐가, 더 있어야 했나?’인도에서 치렀던 친구 아버지 장례식이 떠올랐다.이미 죽은 아버지를 생전의 모습처럼 씻기고 옷 입히고 안경까지 씌우더니, 살아있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게 했다.살아있는 사람들이 그 사체와 하룻밤, 하루 낮을 함께 보냈다.그리고 나서는, 그들도 더러 가서 멱을 감는 강가의 모래밭에 사체를 묻었다!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장례 내내 그들은 금식했다.‘아무것도 먹지 않는 고인 앞에서, 그들은 산자임을 티내며 먹는 걸 불경스러워했지.’마지막 남은 밥 한 술을 뜨며 은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니, 그녀 앞에 놓여진 음식은 함부로 평가받아야 할만큼 형편없지는 않다고.“은수야. 앞으로 너는 어떻게 할 거야?”큰어머님도 자신 앞에 놓여진 육개장 국물에 밥을 말았다. 찬이 없다며 ‘사람 먹는 음식이냐’
아버지과 계모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아예 두 사람만 살기로 작정을 했던 것인지, 계모 쪽 조카들이 그 자식 대신이었는지 겉으로 보기에도 각별해 보였다.고인의 친딸이면서도, 그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었다.찾아온 사람들은 죄다 계모와 관련이 있었고, 상복만 입었다 뿐이지 그녀는 영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은수야.”갑작스레 부르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피곤했나 봐.”고개를 번쩍 들었다.계모와 친척들이 와서 우르르 나간 후로 혼자 상주 노릇을 하던 중이었다.저도 모르게 졸았던지라 민망해서 얼른 일어났다.“외국 있었다며? 바로 온 거야?”“예.”안부는 묻는 그들에게 은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큰아버님네 가족이었다.할아버지의 형님 되시는 큰할아버지의 장남 가족.그녀의 할아버지와 달리, 그 집은 자녀들이 많았다.홀로 컸던 아버지는 종종 그 댁의 형제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했다.특히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큰아버님과.“밥은 먹었니?”꽃 한 송이 제단에 올리고 나서 큰어머님이 물었다.“생각이 없어서...”상주 자리를 비울 수 없었을 뿐이었다.“입술이 다 바짝 말랐는데 무슨 소리야?”은수는 놀랐다. 곧바로 그녀의 상태를 꿰뚫어 본 것 같은 그녀의 말에.“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큰어머님이 은수의 얼굴을 쓸었다.“가서 무슨 고생을 얼마나 한 거야?”어른의 손이 닿은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당황해서 애써 웃는데,“형님?”순식간에 얼음이 되어버렸다.“오셨어요?”계모가 친척들과 함께 돌아왔던 것이다.“어디, 다녀온 거야? 상주가 자리를 비우면 쓰나?”은수를 힐끗 보며 그녀는 계모를 나무랐다.“마음이 안 좋아서...”목이 메 꺼지는 목소리로 계모는 우는 소리를 했다.“잠깐 바람 쐬자 해서요. 은수도 그러라고 했고.”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은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내가 언제?’그저 그러면 그러는 줄 알고 입을 다물어버릴 뿐이었다.은수는, 그런 배려의 말을 할 줄 몰라서
원래 살던 집이 아니었다.그녀가 떠나오기 전, 그들이 살던 집은 15평 조그만한 아파트였으니까.짧다면 짧은 세월이 불과 3년인데도, 그들은 이층에 지하까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모양이었다.번듯했다. 유산을 물려받았다더니 그게 좀 많았나 보다고 은수는 생각했다.내부는 어떤지 알지 못했다.대문을 끼고, 계모가 쌍심지를 켜듯 했으니까.“뭐 하러 왔니?”은수를 보자마자,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그녀.“너 좋다고 혼자 나가서 3년이나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그녀는 말과 함께 날선 눈으로 은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버지 장례는 치뤄야죠.”“그뿐이니? 네가 여기 온 이유가?”은수의 작은 목소리와 상대적으로 따져 묻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뭇 아팠다.“...예.”“그럼 이대로 가.”작게 답한 말인데 즉답이 돌아왔다.“여기, 너 있을 곳 없으니까.”“예?”“어차피 오늘부터 장례 치른다고 다들 장례식장 가 있을 테니까 너도 이대로 가라고.”카앙.은수의 눈앞에서 대문이 잠겼다.계모는 아예, 그녀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버렸다.인도의 먼지 바람은 거셌다.아무리 깔끔히 차려 입고 왔어도 은수의 모습은 피곤에 쩔고 꾀죄죄했으리라.“짐 놓고 씻고 가면 안 돼요?”은수는 부탁조로 말했다.“장례 치르러 왔다며?”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며 계모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는 투였다.“장례 치르면 끝인데 여기다 짐은 왜 둬? 뭐 여기서 살 거야?”할 말이 없었다.‘그냥, 남이라는 소리구나...’집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은수는 인도에서 돌아온 그대로 장례식장으로 가야했다. 당연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목욕탕부터 찾아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그럼, 저는 따로 가겠습니다.”“그렇게 해. 안 그래도 차에 너 탈 자리는 없었어.”계모는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 누구도 그녀와 동행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자리는 많았다.은수는 아무말 않고 장례식장 주소만 받았다.‘기대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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