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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3화

Author: 금추
“그럼 대신 수령해 주시겠어요?”

직원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화영에게 내밀었고, 여자는 그것을 받아 들며 차분히 말했다.

“제가 전해주죠.”

“감사드려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직원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돌아서자 화영은 문을 닫고 쇼핑백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가방 안에는 고급 셔츠 한 벌과 함께 작은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화내지 마요. 같은 브랜드 새 셔츠 하나 선물할게요. 그리고 다음엔 꼭 조심할게요!]

서명한 사람은 현연이었다.

화영은 문득 어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우행의 셔츠에 묻어 있던 립스틱 자국, 그리고 새벽녘 꾸었던 이상한 꿈까지.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속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역시 꿈은 꿈이었는지 머릿속은 뒤죽박죽 알 수 없는 혼란뿐이었다.

곧 화영은 휴대폰을 꺼내 우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누군가 셔츠를 집으로 보냈어요. 현연이라는 사람이 보냈네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이 꺼지기도 전에 우행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여자가 어떻게 집 주소를 알았죠?]

이에 화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서 그건 답할 수 없네요.”

우행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우행이 다시 묻자 화영은 시선을 돌렸다.

[그 셔츠 받았어요?]

“집에 아무도 없어서 제가 대신 받았어요. 미리 물어보지 못한 건 미안해요.”

[아니에요, 그게 화영 씨 탓은 아니죠.]

우행은 말을 잠시 멈추고 덧붙였다.

[알겠어요.]

“그럼 셔츠는 거실에 둘게요.”

화영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고요했다.

“이제 일 방해 안 할게요.”

이에 우행이 짧게 대답하자 화영은 전화를 끊었다.

한편, 우행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두 손을 깍지 끼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졌다.

우행은 원래도 냉정한 인상이었지만 이 순간의 얼굴은 더 차갑게 굳어 있었다.

깊게 찌푸린 미간과 날 선 분위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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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안으로 들어선 뒤, 주홍석은 부하 직원들에게 예약해 둔 방으로 가라고 지시하고는 자신은 현연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이제 말해봐.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야?”주홍석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현연은 입술을 깨물며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오늘 임씨그룹의 진우행 부사장 만나신다면서요?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같이 가서 뭐 하려고?”“아빠가 나한테 회사 경험 쌓으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이 딱 좋은 기회라고요.”“안 돼. 오늘은 아주 중요한 건이라 네가 끼어들면 안 돼.”주홍석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아빠, 제발요. 그냥 구경만 하게 해주세요. 절대 끼어들지도, 방해하지도 않을게요.”현연이 간절하게 주홍석의 팔을 흔들었다.딸의 간절한 모습에 주홍석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평소엔 회사 일이라면 귀찮다며 관심도 안 두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냐? 뭔가 수상한데?”현연은 시선을 피하며 말없이 입술만 달싹였다.그러나 부녀 사이는 부녀 사이인지라 주홍석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설마 너 진우행 부사장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정곡을 찌르는 말에 현연의 얼굴은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그냥 뭐 그럴 수도 있죠.”주홍석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너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언제부터야?”“아빠 왜 그렇게 놀라요? 좋아하면 어때요? 나 벌써 알아봤어요. 결혼도 안 했잖아요.”주홍석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우행은 인품 단정하고 유능하며, 임씨그룹의 부사장이자 구택의 신임을 받는 핵심 인물이었다.“하지만 그 사람은 너보다 거의 열 살은 많아.”“열 살이면 어때요? 결혼만 안 했으면 상관없죠.”현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당당하게 말하자 주홍석은 말문이 막혔다.지금까지 임씨그룹과의 협력을 위해 우행에게 늘 낮은 자세로 대했는데, 그런 사람이 사위가 될지도 모른다니.참 말 그대로 황당한 일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아빠, 도와주세요.”현연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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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나가지 않았다.화영은 비서에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게 했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일에 몰두했다.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쉬는 틈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오여윤이 보낸 풍경 사진, 가족의 부재중 전화, 그리고 고객의 연락도 있었다.화영은 메시지 몇 통을 답하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자 그렇게 또 30분이 훌쩍 흘렀다.비서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인제 그만 쉬세요. 남은 건 제가 할게요.”화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눈앞에 쌓인 보고서와 자료들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이제 늦었어요. 우리 둘 다 퇴근하죠. 이건 집에 가져가서 볼게요.”“그럼 사인만 하시면 제가 내일 아침에 가져갈게요.”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정리했다.“다음 주쯤엔 나도 출근할 수 있을 거예요.”그러자 비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너무 잘됐네요!”화영은 바람처럼 코트를 걸치고 문을 열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택시비는 내가 처리해 줄 거고 이번 야근수당은 세 배로 계산해 줄게요.”“총괄 디자이너님 만세!”뜻밖의 호사에 비서는 환호하며 손을 들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웠다.현관 불만 켜져 있었고 그 빛이 은은하게 공간을 비췄는데 우행이 켜둔 불이었다.화영은 신발을 갈아 신고 조용히 거실로 걸어갔다.집 안은 고요했지만 창밖 도시는 네온사인과 물결처럼 일렁이는 불빛에 여전히 눈부셨다.화영은 발코니에 서서 잠시 야경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화영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늘 가던 바에서 바텐더가 낯선 얼굴로 물었다.“무엇을 드릴까요?”그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우행, 박수호, 이희문 등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었다.이때 수호가 물었다.“우행아, 셔츠에 왜 여자 립스틱 자국이 있어?”그러자 우행은 고개를 숙여 셔츠를 보고 묘하게 웃었다.“왜 안 데려왔어? 우리 다 아는 사인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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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행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여자의 팔을 붙잡고는 곧바로 몸을 떼어냈다.곧 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급히 자세를 바로 세우며 사과했다.“죄송해요!”이에 주홍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꾸짖었다.“현연아, 오늘 손님이 많은데 좀 조심해!”현연은 눈동자를 굴리며 작게 말했다.“아빠, 죄송해요.”“부사장님께 사과드려야지.”현연은 올해 막 대학을 졸업한 22살의 젊은 아가씨였다.앳된 얼굴에 성격도 활달했고 퍼프소매 흰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마치 고등학생 같았다.장난기 어린 화장까지 더해져 한결 귀여워 보였다.이에 현연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우행을 올려다봤다.“죄송해요.”이때 주홍석이 황급히 소개했다.“제 딸 주현연이라고 해요. 어릴 때부터 애 엄마가 너무 예뻐해서 성격이 좀 산만해요. 부사장님께 실례를 범했네요.”우행은 셔츠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현연의 입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이에 우행은 시선을 잠깐 내리고 담담히 말했다.“괜찮아요.”“새 셔츠를 바로 가져오게 할게요.”주홍석이 급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일단 업무 이야기부터 하시죠.”“좋아요. 부사장님, 이쪽으로 오시죠.”주홍석은 예의 바르게 우행을 안내하고는 돌아서며 딸을 노려보았다.“오늘은 아주 중요한 자리야. 또 장난칠 거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알았어요.”현연은 입을 삐죽이며 작게 중얼거렸고, 여자는 우행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낮게 속삭였다.“보기보다 젊네. 근데 왜 말투는 아빠보다 더 딱딱하지?”30분쯤 지나, 우행은 주홍석과 함께 파티장으로 돌아왔다.그때 비서가 주홍석을 불러내자, 우행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우며 화영을 찾으러 갔다.우행은 인파 사이를 둘러보며 시선을 돌렸으나 아직 화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여자가 우행의 앞을 막아섰다.“부사장님!”“주현연 씨.”우행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현연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짧은 연보라색 드레스 차림에 하얀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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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요. 다음에 다시 오면 꼭 받을게요.”화영이 그렇게 덧붙이자 신서란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곧 곁에 있던 희유가 재치 있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지금 안 받는 이유는요. 그래야 다음에 올 핑계가 생기잖아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미리 챙겨두세요. 다음에 오면 다시 주면 되잖아요.”희유의 말에 넘어간 듯한 신서란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내가 꼭 너 올 때까지 잘 보관해 둘게.”화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네, 좋아요.”우행은 화영을 태우고 집을 나섰고 차 안은 잠시 조용했다.우행은 운전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히 말했다.“아까 그 팔찌는 받아도 괜찮았어요. 그거 생각보다 비싼 물건 아니에요. 게다가 희유에게 선물도 줬잖아요.”그러나 화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할머니가 너무 다정하셔서 오히려 죄송했어요. 우리가 그렇게 속이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요.”잠시 침묵하던 우행이 낮게 말했다.“속은 줄 모르면 그건 속인 게 아니에요.”화영은 그 말을 곱씹다가 작게 웃었다.“듣고 보니 조금 일리가 있네요.”우행은 고개를 돌려 화영을 보며 말했다.“그런 감정은 나 혼자 느끼면 돼요. 화영 씨는 신경 쓰지 마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이제 집으로 가요?”“일단 집에 데려다줄게요. 오늘 저녁에 모임이 있어서 들러야 해요.”“모임이요?”“임씨그룹의 프로젝트 파트너 쪽에서 오늘 축하 파티를 연다네요.”화영은 시선을 옮기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우행 씨, 혹시 오늘 동행할 여자가 없으신 건 아니죠?”그 말에 우행이 살짝 눈썹을 올렸다.“네?”화영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요. 만약 우행 씨가 동반자가 필요하다면 제가 동행해 드릴 수 있어요.”화영의 제안에 우행은 낮게 웃었다.“그러면 영광이죠.”그러고는 핸들을 돌려 다음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꾸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축하 파티가 열리는 호텔로 향했다.이번 행사는 원래 점심시간에 시작된 축하 파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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