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36화

Author: 금추
소희가 손에 아이스크림을 높이 들고 심명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빨리! 요요를 말려 줘!"

이에 심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가가 요요를 안았다.

"우린 저런 거 안 먹어. 아주머니가 요요를 위해 새우 계란찜을 했는데, 계란찜이나 먹으러 갈까?"

하지만 요요는 여전히 고개를 돌려 소희의 아이스크림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동글동글한 눈을 한번 깜박거리더니 눈물이 금세 솟아올라 곧 떨어지려 했다.

심명은 바삐 다른 장난감을 들고 요요를 달랬다. 그러고는 뒤돌아 소희를 노려보았다.

"너도 먹지 마. 너 차가운 거 먹으면 안 된다는 거 몰라? 어쩜 그렇게 요요보다 더 말썽이야."

소희가 듣더니 다리를 꼬고 앉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말썽인데. 네가 쓸데없이 계속 내 일에 참견하니까 그렇지."

심명은 화가 나서 책상 위의 물을 소희에게 끼얹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소희도 끝내는 제멋대로 굴지 못하고 아이스크림을 반만 먹고 남은 절반은 고분고분 냉장고에 넣었다.

그러다 부엌에서 나오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내밀어 보니 역시 청아였다.

"엄마!"

거실에 있던 요요가 소리를 지르더니 작은 걸음으로 달려왔다.

청아가 허리를 굽혀 요요를 안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소희와 심명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예전과 변함없는 깨끗하고 명랑한 웃음이었다. 심지어 웃을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나타나는 보조개도 여전했다.

"수고는 무슨. 우리도 미리 육아의 삶을 체험해보고, 좋은데?" 심명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희는 그를 상대도 하지 않고 청아에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좀 괜찮으셔?"

"응. 상태는 이미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좀 더 관찰해봐야 알 것 같대."

옆에 있던 심명이 청아의 품에서 요요를 안고 갔다.

"자, 심 아빠랑 놀러 갈까? 엄마와 소희 이모가 좀 얘기하게."

워낙 심명의 말을 엄청 잘 따르는 요요라, 조용히 그와 함께 기차놀이 하러 거실로 갔다.

소희가 청아에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37화

    소희는 그곳에 그들 세 사람, 그리고 청아 모녀까지 함께 살아도 충분할 정도로 큰 집 한 채를 마련했다.하지만 성연희와 심명은 필경 큰 가문의 후계자였으니 그녀처럼 줄곧 밖에서 떠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은 청아 두 모녀와 소희가 치카고에서 살았다.소희가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안 돌아가.""그럼 청아가 간 후에 우리 집으로 옮겨."심명이 물을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소파에 앉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소희가 듣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나에게도 집이 있어.""하지만 네 집에는 너를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가잔 말이야. 내가 24시간 너의 분부에만 따를게."심명이 실눈을 뜨고 유혹하듯 말했다."네가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하든, 내가 다 들어줄게. 날 불쌍히 여길 필요도 없어."소희가 알약을 입에 던지고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그러고는 그를 상대하지도 않고 일어나 침실로 걸어갔다."나 낮잠 잘거야. 나갈 때 문 닫는 걸 잊지 말고."심명이 소리쳤다."그럼 꿈에서 내 제의를 잘 고려해 봐!"하지만 돌아온 건 '펑'하고 문 닫는 소리뿐이었다.심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고는 약을 거두어들이고 물컵을 주방에 갖다 놓고서야 웃음을 머금은 채 떠났다.*그렇게 낮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댄 오후 3시였다. 날은 언제 흐려졌는지 방안이 어두컴컴했다.소희는 머리를 비비며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 온 강성이 암흑으로 뒤덮여 있었고, 공기는 습한 냄새를 띠고 있었다. 방금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았다.몸을 돌려 청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마침 방 안 캐비닛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그래서 다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들었다.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소희 씨!"핸드폰 맞은편에서 깜짝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제가 누군지 알아맞혀 봐요!"소희가 맑고 빛나는 눈으로 창밖의 음침한 날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38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소희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밖에 비가 오고 있어 청아는 이씨 아주머니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 그러고는 직접 나서서 저녁을 준비했다.소희는 요요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옛날옛적에 세 마리의 아기돼지가 있었어요. 아기돼지들이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되니 어느 날 돼지 엄마가 말했어요. ‘너희들, 스스로 나가 너희들의 집을 지으렴!’"요요가 듣더니 바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요요는 엄마를 떠나지 않을래. 스스로 집을 짓지 않을래."소희가 아이의 작은 코를 살짝 꼬집었다."그래, 요요는 그럼 스스로 집을 짓지 마. 앞으로 소희 이모가 큰 집을 사줄게."요요가 소희의 품에 기대어 말했다."엄마, 소희 이모, 요요 이렇게 셋이서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고야~"아이의 앳되고 천진난만한 대답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다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려는데 갑자기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이정남의 메시지였다.[소희야, 이현이 자신 생일파티에 널 초대했어?]메시지를 확인한 소희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요요에게 먼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고 하고는 답장을 했다.[네, 제가 돌아왔다는 걸 알고 있더군요.]이정남이 바로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가지 마!]이에 소희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왜요?]이번엔 5, 6분 정도 지나서야 이정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소희야, 이현이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거든? 그런데 상대가 누군지 알아?]그러다 소희가 대답도 전에 이정남이 곧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임구택.]소희의 눈빛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본 순간, 추억들이 예고도 없이 마구 밀려왔다. 하지만 밀려온 추억들은 또 그렇게 아득히 먼 곳에서 있는 것 같았고, 마치 안개를 사이에 두고 물속의 환상을 보고있는 느낌이 들었다.놀라울 거 있나?아니. 함께 많은 곳을 드나들며 군중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던 임씨 대표님과 인기 스타 이현의 세기의 사랑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39화

    소희가 이를 닦으며 택배 포장지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거기에 놓으면 돼."하지만 다 씻고 돌아왔을 때 택배는 이미 뜯겨져 있었고, 정교한 초청장 한 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심명이 그녀에게 계란을 까주면서 물었다."너 진짜 이 여인의 생일파티에 가려고?""응, 어제 이미 약속했어."소희가 고개를 숙여 죽을 마시며 대답했다. 긴 속눈썹에는 채 닦지 않은 물방울이 묻어 있었다."가도 돼!"심명이 계란을 그녀의 손 옆에 있는 접시에 올려 놓았다. 그러고는 조소하듯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나도 너와 함께 갈거야.""이현이 너에게 초청장을 보내지도 않았잖아."소희가 덤덤하게 말했다.심명이 듣더니 바로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받았잖아. 가족도 못 데리고 가냐?""일 만들 생각은 하지도 마.""걱정마. 나 아무 짓도 안 해. 맹세할게!"심명이 실눈을 뜬 채 매혹적인 웃음을 드러냈다."조용히 너의 곁에서 투명 인간 역할만 할게."소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역시 소희가 최고야!"심명이 몸을 일으켜 입술을 내민 채 소희의 얼굴에 뽀뽀를 하려고 했지만, 소희가 바로 막았다.이튿날, 이현의 생일파티 현장.이현은 현재 인기가 들끓고 있는 배우로 생일파티도 역시 주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현은 미리 개인 생일파티의 규모애 맞춰 준비하고 모든 기자의 취재를 사절했다. 초청한 손님도 연예계에서 그녀와 사이가 괜찮은 자들, 그리고 줄곧 그녀를 지지해 온 일부 팬들뿐이었다.저녁 무렵이 되자 심명이 소희 데리러 왔다.그런데 심명을 보자마자 소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흰색 셔츠, 파란색 체크 조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청색 스포츠카 안에 앉아 있는 심명은 블록버스터를 찍고 있는 모델 같았다.소희가 의아해 하며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너 설마 이현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오늘에 가서 고백하려고?"심명이 듣더니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흰 티셔츠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40화

    비길 데 없이 호화로운 7성급 호텔의 연회장, 화려한 인테리어, 신분이 존귀한 손님, 모든 것이 오늘의 생일파티를 고급적인 분위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보면서 옅은 미소를 드러냈다. 이현이 마침내 원했던 인생을 얻었으니까.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이현을 발견했다.이현은 분홍색 드레스에, 머리에도 분홍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쓰고 있었다. 공주처럼 예쁘게 자신의 팬들과 웃고 있었다.그리고 이현도 곧 소희를 발견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여러 번 변했지만 마지막에는 반가움과 기쁨만 남았다. 그녀는 치마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소희를 향해 걸어왔다."소희 씨!"매우 흥분한 듯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는 깜찍 발랄하면서도 빛을 띄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네요. 지난 2년 동안 저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았네. 여전히 그렇게 예뻐요. 아니다,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요!"소희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얼굴을 보며 옅게 웃었다."그래?"이때 옆에 있던 심명이 이현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아주 소희와 똑같게 뜯어 고쳤네.그도 전에 이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땐 눈이 확실히 소희와 약간 비슷했다. 그런데 지금 입과 코도 뜯어 고치고 나니 점점 소희를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물론 소희의 만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당연하죠!"이현은 심명의 냉소에 애교를 부리 듯 콧방귀를 뀌고는 소희의 손을 잡고 물었다."다시는 안 떠날 거죠?""아마도?"소희가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뺐다.이현은 그제야 심명을 보며 깜찍하게 눈을 깜박였다."소희 씨, 이분은 소희 씨 남자친구?"소희가 대답도 하기 전에 심명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남자친구도 아닌데 같이 왔을 리는 없죠?""축하해요, 소희 씨!"이현이 진지하고도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연회장을 한번 둘러보고는 누군가를 향해 높은 소리로 말했다."구택 씨, 나 여기에 있어요!"소희도 소리에 고개를 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41화

    소희의 허리를 감싼 심명의 손을 한번 쳐다보고는 임구택이 덤덤하게 말했다."심 대표가 이렇게 기뻐하는데, 잠시 후에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시죠.”"당연하죠. 하지만 제가 술에 취하는 걸 소희는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한밤중에 저를 침대에서 걷어차 버릴까 봐 무섭기도 하고."심명이 아양을 떨 듯 소희를 바라보며 웃었다.듣고 있는 소희의 얼굴색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손은 몰래 심명의 허리살을 꼬집고 힘껏 비틀었다."습!"심명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더욱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다 아는 얼굴들인데 뭐."이에 임구택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마요, 소희는 침대에서 사람을 걷어차지 않습니다.""그래요?"심명이 듣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소희를 바라보았다."그럼 제가 소희를 너무 아끼는 탓에 새로 생긴 버릇이겠네요."소희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임구택과 이현 앞에서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라 화제를 돌리려고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이현에게 건네주었다."생일 축하해."선물을 받은 이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가시지 않았다."소희 씨, 고마워요. 오늘의 디저트는 구택 씨가 미슐랭 3성급 셰프를 모셔 만든 것들이 거든요. 소희 씨 단 걸 좋아하니 많이 먹어요."소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이현이 남자의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들어 애교 부리듯 말했다."나 드레스 갈아입고 싶은데, 도와줘요.""그래."임구택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희와 심명에게 말했다."실례하겠습니다. 두 분은 편한대로 돌아다녀요.""그러죠."이현이 다시 남자와 함께 떠났다.고개를 들어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현의 밝은 두 눈에는 예전과 똑같은 숭배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리고 임구택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소를 옅게 머금고 있는 남자는 인내심 있고 다정해 보였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희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2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42화

    그녀의 눈빛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고, 그걸 보고 있는 심명은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즉시 말했다."관둬, 관둬.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지 않았으니, 나중에 후회된다고 울어도 난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손을 내려 다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심명은 소희를 데리고 곳곳을 돌아다니다 술 한 잔을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오늘 저녁엔 취해도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무조건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줄게."소희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제일 위험해.""소희야, 너는 왜 모든 사람을 믿으면서 유독 나를 믿지 않는 거야!"심명이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이에 소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어쩔 수 없어. 내가 널 너무 잘 알아서.""진짜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심명이 듣더니 바로 소희 곁에 바짝 붙어 매혹적인 목소리로 낮게 물었다."오늘 밤 더 철저히 알아보고 싶지 않아?"미소가 순간 굳어버린 소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심명, 절교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말해.""쳇, 시시해."심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용 가치가 있을 땐 내 허리를 마구 감싸더니, 이용 가치가 없으니까 바로 버리는 거야?"소희가 순간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누가 널 이용했어? 아니, 누가 널 감쌌다고 그래?"분명 그가 먼저 감쌌으면서."그냥 방금 내가 네 기를 살려줬는지 않았는지만 대답해 봐."심명이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소희는 순간 심명이 너무 유치한 것 같아 고개를 돌려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임구택은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담소를 나누는 사이, 남자의 시선은 무심코 디저트 코너를 스쳐 지나 입을 오므린 채 미소를 머금고 있는 소녀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 순간 남자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눈동자에는 차고 그윽한 빛이 스쳐지나갔다.연회장에 좀 더 있다가 소희는 이현과 작별하고 일찍 떠났다.임구택은 상업계 친구를 만나 이야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43화

    심명은 소녀가 건물에 들어선 후에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실의에 빠진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다음날청아는 허홍연을 돌보러 병원에 갔고, 소희는 집에서 요요랑 놀고 있었다.그런데 정오가 다 되어갈 무렵, 요요가 갑자기 엄마를 찾으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도 없어 소희는 요요와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두 사람은 먼저 백화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바로 위층의 놀이터로 올라갔다.그리고 요요는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고, 소희는 밖에 앉아 요요를 보고 있었다. 옆에는 노인 몇 명이 더 앉아 있었는데 모두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듯 했다."저 아이가 아가씨 아이인겨? 아가씨 아직 학생인 것 같은디, 이렇게 일찍 결혼했어?"한 노인이 놀란 얼굴로 소희를 보며 물었다.이에 소희는 옅은 웃음만 보일뿐 따로 설명 하지는 않았다.요요는 신나 있었고 소희는 너무 심심했고, 그래서 소희는 게임이나 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런데 오랜만에 게임에 오르니 누군가가 그녀에게 요청을 걸어왔다.임유민이었다.그리고 곧 임유민의 음성 메시지가 떴다. 엄청 놀란 말투였다."소희 쌤, 정말 소희 쌤 맞아?"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급도 높지 않은 게임 계정을 누가 훔쳐가기라도 했을까 봐?"임유민은 다소 흥분해 있었다."소희 쌤 돌아왔어? 언제 돌아온 거야?""며칠 안 됐어.""그럼 언제 만날 수 있어? 나랑 누나 지금 소희 쌤이 보고싶어 죽을 지경인데!"소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요즘은 좀 바빠서 안 되고, 이제 시간이 되면 너희 둘에게 연락할게.""그래, 잊지마!""응. 먼저 게임이나 한 판 하자. 오랜만이라 좀 서투네. 네가 날 리드해 줘."임유민은 즉시 소찬호도 끌어들여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처음 소희가 온라인에 접속한 걸 봤을 때, 소찬호도 엄청 놀랐다. 하지만 임유민 앞에서 너무 많은 걸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 참았다.그렇게 게임을 몇 판 하고 나니 요요가 다른 걸 하러 가자고 징징거렸다.소희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944화

    소희도 그의 물음에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그러자 장시원이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럼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요?"소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제 아이가 아니라, 친구의 아이에요."대답하고 있는 소희의 표정은 어딘가 착잡해 보였고, 요요를 안고 있는 손에도 덩달아 힘이 들어갔다.사실 청아는 장시원에게 요요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니 그녀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거고.그런데 이렇게 공교롭게도 여기서 장시원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장시원이 듣더니 아주 미세하게 한숨을 돌리고는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얼굴을 보노라니 알 수 없는 친절한 느낌이 들었다."정말 예쁜 아이구나. 이름이 뭐야?""요요."소희가 대신 대답하고는 요요에게 말했다."아저씨라고 불러야지, 요요야."요요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장시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 손을 내밀었다."아저씨 안아줘!"소희가 순간 멍해졌다.요요는 낯선 성인 남성을 엄청 두려워하는 편이라 밖에서 모르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 되도록 피해 다녔다. 그런데 지금 주동적으로 장시원에게 안기려 하다니. 소희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이것이 바로 부녀간의 텔레파시인가?’하지만 그것도 그럴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혈연이 그들을 얽매고 있었으니.장시원도 다소 의외였지만 즉시 손을 내밀어 요요를 품에 안았다.그러자 요요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두 팔로 그의 목덜미를 안았다. 심지어 즐거운 나머지 발차기까지 했다.장시원은 처음으로 어린아이를 안는 거라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단아하게 웃으며 말했다."참 낯가림이 없는 아이네요."소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어디로 가는데요? 데려다 줄게요.""괜찮아요. 택시 타면 돼요."소희가 말하면서 손을 뻗어 요요를 안으려 했다."요요야, 우리 이제 집에 가야 해. 아저씨도 바빠."하지만 요요는 장시원의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6화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5화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4화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3화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2화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1화

    “여진구 제대로야. 임씨 집안 딸이랑 결혼하면 우리 집안의 공신 되는 거지. 할아버지도 계속 웃고만 계시잖아. 아이, 우린 왜 그런 복이 없을까.”“네가 저 아가씨랑 결혼했으면, 진구 대신 네가 후계자 됐겠지.”누군가 농담을 건네자. 여인후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말했다.“너희는 저 여자가 뭐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내 눈엔 그냥 싸구려야. 한쪽으론 우리 집안 며느리 노릇하려 들고, 한쪽으론 구씨그룹 사장한테 붙어먹고 있다니까?”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다른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그거 어떻게 알아?”“내가 봤다니까, 거짓말일 것 같아? 할아버지 생신 잔치 때, 임유진이 구은정이랑 서로 잡고 끌고 하는 장면 내가 직접 목격했어.”인후는 비웃듯 말했다.“진구는 그걸 모르고 좋아 죽고 있겠지. 이미 유진한테 다른 남자가 생긴 줄도 모르고.”이에 사람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저 아가씨는 겉으론 참 청순해 보였는데, 의외네.”인후는 유진이 자신을 무시했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고, 진구에 대한 질투도 더해져 그의 말은 점점 도를 넘었다.“겉으로 고상하고 순해 보이는 애들이, 뒤로는 더 음란한 거 몰라? 저런 여자가 제일 문란하게 노는 법이지.”“쾅!”갑작스레 문이 거칠게 열렸고, 인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강한 주먹이 얼굴을 가격했다.그 한 방에 코뼈가 부러지고, 머릿속은 울려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아찔했다.문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살기 서린 기운을 뿜어내며, 냉혹한 기세로 여인후를 주먹질하고 발길질했다.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여씨 집안 사촌 형제들도 함께 맞았다. 차례차례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유진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옆방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과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고 깜짝 놀라 즉시 방향을 틀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멍하니 굳어버렸다.바닥엔 네댓 명이 쓰러져 있었고, 은정은 여인후의 머리채를 붙잡고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0화

    그날 밤, 여씨 집안의 한 어르신이 귀국해, 강성의 모 유명 5성급 호텔에서 가족 만찬이 열렸다.임유진은 여진구와 함께 도착했다. 메인 테이블은 여씨 직계 가족들로만 채워져 있었고, 무려 30명 가까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탁이었다.진구의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은 그의 큰할아버지였다. 회장님의 친형으로, Y국에서 거주하다 이번에 가족을 데리고 일시 귀국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가족 모임은 여씨 집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유진은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들끼리 조용히 저녁식사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초대한 것도 분위기만 맞춰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파티장에 들어서자, 진구는 유진을 이끌고 바로 메인 테이블로 향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다.한혜란 여사와 여순호도 유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다.여순호는 직접 자신의 큰형에게 유진을 소개하며 자애로운 웃음을 지었다.“우리 진구가 신뢰하는 아가씨야.”그러고는 자기 옆자리에 의자를 추가해 유진이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 앉게 했다.물론 유진은 임씨 집안의 딸이라는 명확한 신분이 있긴 하지만, 이토록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을 보며, 진구와 유진의 관계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 머릿속에서 확정된 분위기가 되었다.순식간에 파티장 안은 칭찬과 축하, 아첨의 말들로 가득 찼고, 진구와 동년배의 친척 중 몇몇은 눈에 띄게 부러움과 질투를 숨기지 못하며 억지로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유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자리는 단순한 가족 식사가 아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핸드백을 챙겨 나갈 구실을 찾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호텔 복도 쪽으로 나와서야 숨을 돌린 유진은 진구에게 따졌다.“선배 왜 말 안 했어요? 오늘 선배 큰할아버지 귀국한 날이고, 집안 전체가 다 모이는 행사였다는 걸요. 처음부터 알았으면 나 안 왔을 거예요.”“할아버지가 꼭 널 데려오라고 했어.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이었지.”진구는 웃으며 말했으나, 유진은 고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39화

    정현준은 업무 능력은 있었지만, 결국 남녀 문제로 스스로 무너졌다. 임유진과 관련된 일이 정리되자 여진구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가족 모임 있어. 같이 가자.”그러자 유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가족 모임에 내가 왜 가요?”이에 진구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가 널 보고 싶대. 지난번 생신 때는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면서,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어.”사실 진구는 오늘 저녁, 유진에게 고백할 계획이었다. 유진은 진구의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몇 시에 가면 돼요?”“저녁 7시쯤. 내가 호텔로 데려다줄게.”“그래요.”진구는 미리 소혜와 시양의 해고를 결정해 두었기에, 두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인력을 미리 배치해 두었고,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유진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와 그녀에게 사과를 전했다.“팀장님, 저희가 소혜 씨한테 휘둘려서 그랬어요. 정말 죄송해요.”“앞으론 함부로 휩쓸리지 않을게요. 이번 일로 크게 깨달았어요.”“눈으로 본 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그깟 사진 몇 장으로 괜한 오해 했네요.”...유진은 담담하게 모두의 사과를 받아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미 지난 일이고, 전 이 일로 누구 미워하지 않아요. 앞으로 일에만 집중하죠.”유진의 대인배적인 반응에 부서 내에서의 평판은 확 올라갔다. 유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뢰와 존재감을 동시에 확보했다.더 이상 누구도 진구 라인이라는 말로 그녀의 실력을 깎아내리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현준이 사직과 업무 인수인계를 하러 다시 회사에 오게 된다면, 자신이 예전에 소혜에게 했던 말을 떠올릴지도 모른다.타협이 안 되면, 뿌리째 잘라낸다는 그 말, 소혜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리고 현준도 이와 얽히고설켜 끝내 유진이 베어내야 할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업무를 마치기 전, 진구는 방연하에게 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38화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