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여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프레드 역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심스레 여왕의 눈치를 살폈다.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여왕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 프레드는 여왕 곁에 여러 해 동안 있었기에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존경하는 여왕 폐하, 저라고 이런 걸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저도 무고한 사람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요.”여왕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프레드는 말을 이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H국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습니까? 두 가지 모두 이익을 경우 이익이 큰 쪽을 선택해야 하고, 두 가지 모두 손해일 경우 손해가 더 적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네. 한소은 씨가 억울한 건 맞아요. 하지만 여왕 폐하의 고귀한 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프레드는 한 손으로 휠체어를 짚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여왕을 바라봤다. “저를 믿어 주세요. 이렇게 하는 게 우리 Y국에 가장 좋아요. 본인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을 생각하셔야죠.”그 말에 여왕은 흔들렸는지 눈을 반짝이더니 그제야 동요된 듯한 표정으로 프레드를 바라봤다.“우리 국민?”“네! 우리 국민은 여왕 폐하가 필요하고, 폐하의 통치가 필요해요. 게다가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이득을 보는 건 여왕 폐하뿐만 아니라 우리 Y국 국민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우리가 R10의 비법을 마스터하면,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는데, 그때가 되면 M국, F국 모두 우리 명령을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이건 여왕 폐하뿐만 아니라 우리 나를 위하는 일이라고요!”“그렇네요, 우리나라를 위한 일!”여왕은 피가 끓어올랐다. 비록 이제는 나이가 많아 많은 일에 무뎌졌지만 유독 이 일에만 여전히 집념하고 있다.이 나라를 이어받아 통치하면서 수십 년 동안 여왕은 근면 성실하게 일해 왔으며, 나라를 강성하게
“지금 기회를 주는 거야. 나랑 말할 기회.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프레드는 소은을 바라보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소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프레드를 봤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고 숨을 내쉬었다.“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지경이 됐는데도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거야? 아니면 순진하게 누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프레드는 고개를 돌려 소은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사실, 상황만 아니면 나도 너 엄청 마음에 들어. 너 같은 인재 보기 드물다는 것도 인정하고.”낮은 한숨을 내쉰 소은은 벽을 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나도 궁금하네. 너의 여왕 폐하가 정말 네 진짜 모습을 모르고 너를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네가 오히려 여왕의 그물 속에 잡혔으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프레드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굳어진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 채 소은을 바라봤다.“무슨 뜻이지?”“별 뜻 아니야. 너는 네가 아주 총명하다고 생각하지? 자기가 남들보다 한참 우위에 있고 모든 게 네 손에 있는 것 같지?”소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프레드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프레드는 왠지 불쾌해졌다. 무덤덤하면서 경멸 섞인 소은의 눈은 마치 저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으니까.프레드는 지금껏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왕 폐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저를 존경하고 무서워했으니.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조차 항상 그를 두려워해 왔다. ‘그런데 저 눈빛은 뭔데? 연민? 내가 누구 연민이나 받을 처지야?’분노를 마음속으로 삭이며 프레드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우리 사이 이간질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내가 언제 이간질했다고 그래?”소은이 되물었다.“나는 그저 네 속내를 들추어낸 것뿐인데.”“웃기고 있네. 내 속내라니!”프레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방금 전보다 풀이 많이 죽었다는 게 눈에 띌 정도로 선명했다.소은은 싱긋 웃으며 아
“오? 여왕 폐하를 헐뜯는 건 안 되지만 기만할 수는 있다는 건가?”소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실험을 진행하는 게 정말 여왕을 위한 거야? 본인을 위한 게 아니라?”프레드는 낯빛이 크게 변하고 눈빛마저 어두워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헛소리인지, 아니면 네가 한 짓을 까발린 건지, 너도 잘 알잖아. 여왕 폐하도 너한테 속고 있는 거고.”소은이 손에 쥐고 있던 컵은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변형되었다.프레드도 소은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만의 하나를 위해 컵조차 플라스틱으로 된 걸 준비했다. 유리로 된 걸 주면 소은이 그 유리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소은은 비틀린 컵을 쥔 채 프레드를 빤히 바라보며 비웃었다.“참 아쉬워. 여왕 폐하는 아직도 너한테 속아 네 주장만 믿고 있다니.”분노하던 프레드는 말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한소은, 심리전에 강한가 봐. 이간질할 줄도 알고. 그런데 네가 잘못 계산했어. 너는 나와 여왕 폐하 사이의 믿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잖아. 여왕 폐하는 나를 믿어, 나도 여왕 폐하께 충성하고 있고.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어.”한참 동안 얘기하던 프레드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됐어. 너랑 이런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너는 몰라. 너희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르잖아.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장사꾼이 우리의 웅대한 포부를 어떻게 알겠어.”프레드는 고개를 저었다.“한소은, 네가 소극적인 태도로 나오든,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든, 제 몸을 어떻게 대하든 우리는 실험을 멈추지 않을 거야. 그리고...”이윽고 말을 하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우리나라 환경에 빨리 적응하게 도와주기 위해 몸부터 먼저 적응하게 하려고.”“?”소은은 흠칫 놀라더니 프레드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야?”프레드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잠깐 고민하던 소은은 곧바로 눈치챘다.“설마 지금 날 Y국으로
가연은 농담하듯 말했다.요즘 원철수와 지내면서 가연은 처음에 철수에게 거부감을 느끼던 데로부터 점점 받아들이고 믿고, 이제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철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맥 짚어줄게요.”가연은 그 말에 고분고분 손을 내밀어 손목을 내놓았고, 철수는 가연의 손목을 짚고 열심히 진맥했다.사실 매번 진맥할 때마다 철수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왔다. 그 덕에 지금은 예전처럼 이런 작은 병마저 자기가 직접 나서서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게 되었다. 이제는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모두 인내심 있게, 의사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지키면서 말이다.전에는 가연의 비만증마저 오진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만하던 사람이었는데.지금은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진지한 표정으로 진맥하는 모습은 예전과 와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사다운 모습이다.게다가 가연의 병을 정말로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게 했다.‘소은 언니랑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뭐 사정이 있었겠지.’“맥은 이미 많이 평온해졌어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침투해 몸이 상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니 오랫동안 몸조리해야 해요. 하지만 전부터 한약을 먹고 있었으니 처방을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아마 입맛에 더 쓸 거예요. 그건 괜찮죠?”철수는 손을 뒤로 빼며 물었다.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해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보니 가연이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기 보디는 넋을 잃은 채 허공을 보고 있었다.“진가연 씨? 가연 씨?”두 번 더 부르고 가연의 앞에 손을 흔들더니 철수는 목소리를 높였다.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린 가연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아. 네, 괜찮아요.”“그런데 뭐라고 하셨죠?”다음 순간 생각난 듯 내뱉은 말에서 방금 가연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철수는 난감한 듯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일어나더니 고개를 들고 가연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약 처방을 조금만 조정하려고 했는데 가연 씨 상태를 보니 더 조정해야겠네요
제가 너무 오버했다는 걸 알아챈 가연은 철수를 꼭 잡은 손을 풀며 낮게 말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혹시 소은 언니 찾으러 가는 거예요?”철수는 가연이 소은을 걱정하는 줄 알고 싱긋 웃었다.“아니요. 소은 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소은 씨도 소은 씨 할 일이 있고, 저도 제 할 일이 있어요. 의술로 놓고 볼 때 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 더 많이 배워야 해요.”“그러면 어디 가는 거예요?”가연은 다시 물었다.“우선 둘째 할아버지 댁으로 가 정리 마치면 진해로 내려갈지도 몰라요.”철수는 앞을 바라보며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진해요? 그렇게나 멀리?”가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철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멀긴 하죠. 하지만 출국할 때에 비하면 가깝죠. 그쪽에 약초랑 독충이 많아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독충’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연은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독충도 있어요?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참, 그러고 뵌 진해 쪽에 확실히 독충과 독초가 많네요. 위험한 것 같은데 가지 않으면 안 대요?”가연은 걱정되는 듯 철수를 바라봤다.만약 예전이었다면 철수는 가연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짜증 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이미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남이 저를 생각해 주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건지 알게 되었으니까.”“괜찮아요.”철수는 다정하게 말했다.“제가 원래 그런 걸 접촉하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어떤 독충이든 독초든 이번에 겪은 바이러스보다 무섭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진해로 가는 건 배우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예요. 그래야 앞으로 남을 치료해 주죠.”철수는 감탄했다.“사실 독충이든 독초든 사람에 비할 수나 있나요? 가장 무서운 건 사람 마음이죠.”그 말을 들은 가연은 더 이상 말리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그럼 언제 가요?”“며칠 뒤요. 이번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아마 다음 주에 바로 떠날 것 같아요.”“그렇게 빨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지금 가연 씨는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이고 활발해요. 심지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도 꿋꿋하게 직면했잖아요. 그건 수많은 사람들보다 이미 훌륭해요.”철수는 진심을 담아 가연을 칭찬했다. 추켜세우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정말요?”처음 받아보는 칭찬에 가연은 손으로 제 얼굴을 문질렀다. “지금 철수 씨가 말한 거 정말 저 맞아요?”“당연하죠.”철수는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가연 씨 변화 정말 많아요. 지금의 가연 씨는 자신감이 넘쳐요.”“그런데 전 이쁘지 않잖아요.”여전히 살 많은 제 볼을 만지며 가연은 낙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아무리 다이어트하려고 노력하고, 소은 언니도 도와주고 있지만 아직 마르지 않잖아요. 이직도 못생겼잖아요.”“이게 어디가 못생긴 거예요?”철수는 가연의 말을 잘랐다.“이것 봐요, 방금 자신감 넘친다고 칭찬했더니 또 비관하는 거. 가연 씨 못생기지 않아요. 충분히 얘뻐요.”가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믿기지 않는 듯 가연을 바라봤다.“지금 저 위로하는 거예요?”“위로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외모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요.”잠깐 생각하던 철수는 두 손을 제 의사 가운 주머니 속으로 찔러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물론, 세속적인 잣대로 놓고 볼 때 가연 씨가 비교적 뚱뚱한 축에 속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아까 맥을 짚어 보니 몸도 건강하고 이제 정신 상태도 좋던데, 이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한 거예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몸은 건장해도 정신이 병들었는데요. 게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굴은 예쁘지만 마음씨가 악독한데요.”흥분해서 말하던 철수의 뇌리에 주효영이 떠올랐다.그 여자는 예쁘고 총명하지만 한없이 악독한 마음을 가졌다.“지금 주효은 씨 말하는 거예요?”철수의 표정에 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솔직히 가연은 대충 짐작했다.“네.”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외모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가연 씨가 몸이 뚱뚱한 건 만성 중독
“이해해요. 가서 일 봐요.”가연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철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참, 혹시 소은 언니 소식이에요?”잠깐 멍해 있던 철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러다 가연이 실망한 모습을 보자 이내 말을 보탰다.“하지만 소은 씨는 총명하고 유능하니 무슨 일 없을 거예요. 저도 소식 들은 거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요.”철수의 말에 가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소은 언니가 꼭 괜찮을 거라고 믿어요. 다 괜찮을 거예요.”가연의 미소에 철수도 따라 웃더니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사실 철수에게 전화한 사람은 김서진이다. 저택에 돌아오라는 연락. 하지만 상세한 상황은 말하지 않고 빨리 돌아오라는 말뿐이었다.서진이 이렇게 먼저 연락하는 건 드물다. 대부분 집안 어르신 때문인데, 지난번에는 가연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연락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바이러스가 터졌나?’철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헛된 생각을 해봤자 별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까. 빠른 속도로 집에 도착했을 때, 서진을 제외하고 두 사람이 더 있었다.대충 둘러본 철수는 별생각 없이 곧장 서진에게 달려가 물었다.“혹시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어?”서진은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했다.“앉아서 천천히 얘기해.”힐끗 보고 난 뒤 철수는 맨 끝 쪽 자리를 선택했다. 이제 서진까지 방 안에는 도합 4명의 사람이 모였다.“대체 무슨 일이야?”철수는 고개를 들어 다급히 물었다.서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대문을 닫게 한 뒤, 모든 하인을 철수하고 바 안에 저를 포함한 네 명만 남겨 두었다. 테이블에는 오직 찻주전자와 찻잔 몇 개만 놓여 있었고,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여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지경이었다.“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라 아마 현재 존재하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라고 해야 맞아.”잠깐 멈칫하며 강조하는 말에 철수는 놀란 듯 되물었다.“여러 가지?”너무
그곳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지옥보다 더 무섭다.안에 갇혀 있던 매일매일 실험체로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다.“계속 말해 봐.”철수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낯빛은 이미 어두워졌다.“그 실험기지가 위치를 옮겨 지금은 백신 기지에 있다. 너도 알고 있으리라 믿어.”서진은 철수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나더러 그곳에 가라고?”철수가 먼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서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서진은 멍하니 있다 말하려던 말까지 도로 삼켰다.“좋아.”그때 철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 안이 얼마나 위험한지 너도 알지? 각종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어. 게다가 감염할 수 있을 위험성도 있고.”서진은 다시 강조했다. 물론 철수는 이미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알아.”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으로 대답했다.“게다가 바이러스 외에도 사람이 지키고 있어. 일부 급진주의자도 섞여 있을 거야. 물론 너를 도와줄 사람도 있겠지만 알 수 없는...”‘위험’이라는 두 단어를 내뱉기 전에 철수가 서진의 말을 잘랐다.“내가 뭘 하면 되는데? 그 자식들 기지 박살 내면 돼? 아니면 안에 들어가서 스파이라도 할까?”서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곳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름 모를 바이러스를 모두 찾아내. 그리고 가져와. 그게 안 되면 망가뜨리고. 하지만 꼭 안전에 주의해. 절대 무고한 사람 다치게 하지 말고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더더욱 안 돼. 위험을 최대한으로 낮춰.”“가져오라고?”철수는 약간 이해되지 않는 듯 말했다.“그걸 가져와서 뭘 할 건데? 바이러스라는 걸 알면 망가뜨리면 되잖아.”망가뜨린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철수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철수는 이런 바이러스가 사람을 얼마나 해치는지 잘 알고 있다. 저도 그 바이러스의 피해를 봤었고.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 걸 모두 파괴하고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