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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역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고, 한소은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저는 귀사도 오늘 밤 이번 분기의 향수 콘테스트에 참가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 개발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환아의 팀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환아는 이미 출전작을 선정했어요.”

김서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출품작은 한 가지로 제한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제 향수를 한 가지 더 넣고 싶은 거지 결코 대체……”

“내가 당신 뭘 믿고?”

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한소은은 재빨리 가방을 열어 안에서 자료 한 더미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제 향수인 첫사랑에 대한 데이터와 레시피입니다, 제 진심을 대신할 수 있어요. 품질이라면……”

“3년 전 대표님께서는 제 능력을 알아보시고 저에게 제의를 하셨었죠. 그리고 사실, 오늘도 샘플을 갖고 왔습니다.

“샘플이라고요?”

그녀가 말을 하자 그는 표정이 다소 변한 듯했고, 미간이 흔들리는 것이 흥미르를 느끼는 것 같았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풍겨져왔고, 그 향은 향기로우며 강렬하진 않았다.

김서진은 눈앞의 그 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얗고 가늘었으며 손가락 마디가 분명했다.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감돌며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첫사랑은 적어도 3위 안에 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건 환아아게도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죠.”

말을 마친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뗐지만, 순간 김서진에게 다시 붙들렸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김서진의 힘의 세기는 딱 알맞았고,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

“환아가 이런 금상첨화를 신경 쓸 것 같나요?”

“이건 그냥 첫 선물일 뿐인데, 대표님께서 성에 안 차시는 거면 앞으로 2년 동안 제가 만든 향수의 저작권을 모두 환아에 귀속시키는 제안은 어떠신가요?”

그녀는 김서진이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보긴 해야 한다.

시간은 매우 촉박했고, 한소은은 그 사람 말고는 더 적합한 파트너를 찾을 수 없었다.

“성에 당연히 안 차죠.”

그는 손을 떼며 그녀를 놓아주었고, 그의 손가락 끝에는 은은한 잔향이 베였다.

김서진은 눈을 내리깔고 반짝이는 두 눈동자를 감추며 얘기했다.

“……당신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저요?!”

한소은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지고 오라고 한 건 다 가져온 거죠?”

그가 불쑥 물었다.

“네, 챙겨 왔어요.”

비록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을 나서기 전에 물건을 모두 챙겼다.

“나와 결혼합시다, 그럼 당신의 모둔 문제를 해결해 주죠.”

그의 말을 듣자, 한소은의 턱은 거의 바닥에 닿을 듯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결혼이라니?! 이 사람이랑?!

그녀는 이제야 차가 세워진 맞은편에는 면사무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소를 굳이 이곳으로 정하고 그녀에게 가져오라 시킨 물건이 모두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다는 거였다니? 진심인가?

“싫다면, 이만 가셔도 좋습니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며 그녀에게 빨리 결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싫다고 한 적 없어요.”

그녀는 쫓겨날까 두려워 차 문 손잡이를 덥석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동의한 걸로 알죠.”

김서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몸을 일으켰다.

“10시 반에 또 회의가 있어서 서두르죠, 혼인신고부터 하러 갑시다.”

“……”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손으로 차 문을 잡고 앞에 있는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 결혼인 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왜 하필 그녀이며, 왜 이렇게 조급한 거지?

“장사를 하는 것 아닙니까? 난 당신이 S.Y를 무너뜨리는 것을 도와주고, 나는 아내가 필요하고. 저는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의 어조는 매우 침착하고 자연스러웠지만, 눈빛 속에 담겨 있는 농담은 그녀에게 친숙함을 주었지만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노형원 같은 쓰레기와의 미래는 없었고, 김서진의 신분과 지위로 보았을 때 그에게 시집가는 것이 손해는 결코 아니었다.

한소은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래요, 거래합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인과응보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서류는 모두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절차는 어려울 것 없이 아주 빨리 진행되었다.

면사무소를 나온 뒤 김서진은 조심스럽게 혼인 신고서 두 장을 접고 선글라스를 낀 채 눈가에 웃음을 감추었다.

한소은은 그를 뒤쫓으며 숨을 헐떡였다.

“김 대표님, 저희 계약은……”

그러자 김서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그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옷을 잡고 있던 손은 자동적으로 풀렸다.

“오늘부터 당신은 새로운 신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김 부인.”

그는 말을 하며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한소희는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순간 넋을 잃었다.

“향수의 자료와 샘플을 서한에게 가져다주면 그가 준비를 해 줄 겁니다.”

손을 뗀 뒤 그는 다시 차 안으로 올라탔고, 한소은도 그의 뒤를 따라갔지만 차에 타지는 않았다.

“김 부인, 또 무슨 문제라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가 쥐고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우리 결혼 사실을 우선 외부에 알리지 않을 수는 없나요?”

그녀의 뺨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의 시간을 빼앗을까 봐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빨리 처리할게요.”

김서진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에 그의 눈빛을 보며 기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오후 5시 전에 환아에서 날 기다려요.”

말을 마친 뒤 그는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대신해 차 문을 닫았고, 차를 보내면서도 한숨을 돌릴 수 없었다.

이어서 그녀는 또 한차례의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그녀는 먼저 가서 식사를 했고, 또 새 옷 한 벌을 사러 간 뒤에 차를 몰고 S.Y로 향했다.

이때 노형원은 그녀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차가 멈춰 서자 노형원의 비서 주성이 그녀를 맞이하며 초조한 듯 말했다.

“한 기술자님 드디어 오셨군요. 노 대표님께서 기술자님을 애타게 찾으셨습니다.”

그렇다, 그녀는 노형원의 회사에서 3년을 죽어라 일했지만 그녀의 직책은 고작 기술자였다.

한소은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왜 날 찾는 거죠?”

“급하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성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노형원과 강시유 외에 그녀의 가장 가까운 조수들도 S.Y 판매량을 늘린 향수가 모두 그녀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강시유가 회사의 큰 공신이자 S.Y의 기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소은은 이런 허명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더욱 더 신경 쓰지 않았다.

대표실 입구에 다다르자, 노형원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맨날 그 여자랑 같이 있으면, 어딜 갔는지 모르면 어떡하자는 거야?! 이게 무슨 글러먹은 태도지? 오이연 내가 알려두는데, 소은이 있다고 해서 네가 무사하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널 해고할 수 있으니까!”

뒤이어 거세게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렸고, 한소은은 눈살을 찌푸렸다.

노형원은 그녀를 찾지 못하자 그녀의 조수인 이연에게 화풀이를 했다.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어 들어갔고, 주성은 눈치껏 따라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쨍그랑!”

컵 하나가 그녀의 발 앞에서 깨졌고, 깨진 도자기 조각들이 그녀의 발바닥을 스쳤다.

“오전 내내 어딜 갔다 온 거야!”

노형원이 화를 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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