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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화

Author: 동그라미
너무 많이 울어서였을까. 임슬기는 조금씩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김현정이 핏기 하나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임슬기는 그저 눈물만 머금은 채 조용히 곁에 앉아 있었다.

문득 김현정을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모든 기억이 마치 필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현정아, 분명 약속했잖아. 내가 먼저 가야 한다고. 왜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거야?”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네가 말했던 그 십칠 년이 무슨 뜻이야? 일어나서 말해 줘, 응?”

17년, 배정우를 사랑하기 시작한 시간과 똑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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