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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作者: 라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5 17:06:36

#7 HERA의 두 공간에서Ⅱ

멤버십 프라이빗 룸 'HERA'의 같은 시각 다른 룸.

오늘 밤, [에테르]의 멤버들 역시, 또 다른 깊숙하고 은밀한 ‘HERA’ 라운지의 다른 VVIP 룸에 모여 있었다. 지한의 아버지가 소유한 멤버십 덕분에 룸을 통째로 빌려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비록 아이돌판의 최정상을 찍은 1군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 냉정하게 말해 대략 2.5군 정도? --, 애초에 멤버들의 집안 배경 자체가 꽤 빵빵하다 보니 아이돌 활동을 마치 유희거리나 취미처럼 여기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이 [에테르]였다.

물론,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몸과 영혼을 갈아야 할 것들이 늘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들은 타고난 끼 덕분에 세상에 많은 직업군 중, 이 아이돌이 천직이라 생각했다. 뭐, 돈은 넉넉히 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기에도 좋았고. 

그들만의 거칠고 방탕한 술자리에는 시우, 태윤, 도현, 지한이 참석했다.

다소 어두컴컴한 룸 안에 널찍이 떨어져 앉은 네 명의 멤버들 사이로 짙은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들은 이미 꽤 많은 양의 양주를 비워낸 후였다.

"형, 어제 거기 카페, 일부러 쳐들어간 거 맞잖아!"

시우가 얼음이 담긴 잔을 달그락거리며 태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살짝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어제의 서프라이즈성 이벤트에 대해 불만을 토해냈다.

"채민이 그 미친놈이 가자고 하도 지랄해서 끌려간 거라니까."

태윤은 전혀 타격감 없이, 단단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는 비죽거림의 미소가 스며들었다.

“윤채민... 씨발, 그 개새끼, 어제 니 팬한테 완전히 뻑갔더라?"

태윤이 어제의 광경을 다시금 떠올리며 낄낄 웃었다.

"누구? 그 '마이슈'인가 뭔가 하는 그 예쁜 누나?"

음악과 연애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테르의 메인 프로듀서인 지한까지도 바로 알아채는 걸 보면, 마이슈의 존재감은 멤버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듯했다.

"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걔보다 훨씬 어리고 예쁘장한 애들도 널리긴 했거든? 아... 근데 걔는 뭔가 묘하게… 하여튼 씨발, 존나 꼴리게 생겼어."

태윤은 뇌리에 박힌 마이슈의 야릇한 분위기를 곱씹으며 입맛을 다셨다.

"미친 새끼가! 어디서 내 팬을 가지고 성희롱을 쳐하고 있어? 완전 개새끼네?"

시우가 발끈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참 우스웠다. 그저 자신을 빨아주는 팬일 뿐이지 자신의 소유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우의 살기는, 마치 마이슈가 자신의 소유물인양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씨발, 너는 뭐 성인군자라도 되냐? 너도 그 여자 순수하게 안 보잖아. 맨날 눈으로 존나 벗겨 먹더만."

옆에서 술을 홀짝이며 듣고 있던 도현이, 시우를 비웃으며 쏘아붙였다.

시우는 입술을 짓이기며 반박하지 못했다. 뭐, 진짜 눈으로 수십 번은 벗겨 먹은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어제 거기 '에테르테태'도 있었겠네. 태윤이 형 팬."

지한의 물음에 태윤이 여유롭지만 짙은 미소를 풍기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끼리끼리 논다고 그 무리 애들이 다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예쁘더라. 거기 채민이 팬이랑 해성이 물주도 같이 있잖아."

"와~ 해성이 빠는 년은 돈이 아주 썩어 남아도는 모양이더라?"

"아, 팬싸마다 올출하는 걔?"

"응.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고 오잖아. 해성이한테 갖다 바치는 조공 스케일도 장난 아니던데?"

“그런 년이 존나 쉽지. 김해성이 침대에 한 번 눕히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걸?”

"해성이한테 한 번 해보라고 시켜볼까?"

"그 새끼, 너무 쉬우면 재미없어 하던데? 김해성이 입만 열면 바로 다리 벌려 줄 것 같지 않냐?"

"아이씨, 그런 년이 내 팬이었어야 되는데."

"아쉽냐? 해성이 먼저 따먹고 나면 너한테 바로 토스하라 그래."

"형. 나, 우리 멤버들이랑은 공유안 해."

"씨발, 여기 성인군자 새끼 하나 더 있네. 오지는 새끼."

사적으로 모인 내밀한 자리.

이들의 대화에는 팬들 향한 감사와 애틋한 사랑, 향후 그룹의 음악적 방향이나 활동 방향성, 새 앨범 컨셉, 콘서트 준비 따위의 건전한 주제는 단 1그램도 존재하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천사같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이들도, 결국은 잔뜩 발정이 나 있는 20대의 수컷들일 뿐이었다.

실제로 동물의 왕국과도 다를 바 없는 이 질척하고 더러운 연예계 바닥에서 구른 지도 벌써 5년 차.

데뷔 초에는 같은 샵을 쓰거나 음악 방송에서 마주치는 예쁜 걸그룹 멤버들과 그저 호기심에 무수히 몸을 섞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똑같은 얼굴에, 뒤에서 누구랑 얼마나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난잡한 그 여자들보다는, 오히려 마이슈나 에테르테태 같은, 급이 다른 '일반인' 여자들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얼굴도 연예인 뺨치게 예쁜 데다,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먼저 맹목적인 사랑과 숭배를 바치는 팬들이 한 트럭씩이나 있는데, 굳이 힘들게 공들이고 감정 소모하며 작업 걸 필요가 뭐 있겠는가. 나를 우상으로 모시는 저 순진한 팬들이야말로 어쩌면 침대에 눕히기 가장 쉬운 먹잇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짙은 알코올의 향과 타오르는 욕정, 그리고 은밀한 착각들이 난무하며 뒤엉킨 금요일 저녁 ‘HERA’의 두 공간에서는 저마다의 끈적한 욕망을 품은 채, 각자의 사정대로 농밀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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