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 - Chapitr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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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 / #2

#프롤로그 : 보이그룹 ‘에테르’의 팬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는 테이블 위로 예쁜 음식들이 세팅되기가 무섭게, 네 명의 여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가방 안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각자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색색의 화려한 탑로더에 고이 모셔둔 각자의 최애 포토 카드와, 꼬물거리는 작은 솜인형들이 식탁 중앙의 허공을 점령했다. 밥을 먹기 전, 커피를 마시기 전, 심지어 어딘가를 방문해 기록을 남길 때도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그녀들만의 성스러운 의식.이른바 '예절샷' 타임이었다.남들이 보면 그저 다 큰 어른들의 유치한 손장난이라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덕질하는 여자들, 즉 빠순이들에겐 숨 쉬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절차였다."이번 굿즈, 퀄리티 진짜 미쳤어, 그치?“지갑을 털어 구매해 온 다양한 굿즈들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여자들."완전 대박! 퀄 좀 올라갔다고 드럽게 비싼게 문제긴 하지만. 소속사 놈들, 양심은 다 엇다 팔아먹었는지 몰라.“다소 높은 가격으로 측정된 것이 불만이었지만, 뱉어내는 워딩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가득한 여자들이었다."진짜 등골이 휜다, 휘어~. 하,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고.“매번 비슷한 종류의 굿즈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오빠들의 얼굴은 항상 바뀌어 들어가 있으니, 그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빠순이들이었다."뭐, 언니들 못 산거, 내가 하나씩 사줘?"가장 여유로운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자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눈알이 튀어나올 듯, 단박에 커진 눈으로 잔뜩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너와의 관계,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라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찰칵, 찰칵.열심히 예절샷을 찍고, 누군가 대표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태그를 마친 뒤에야 시작되는 본격적인 식사 시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바로, 7인조 아이돌 [ 에테르(Aether) ].[에테르]는 올해로 데뷔 5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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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현생으로 돌아가는 길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도심. 시은이 운전하는 국산 SUV 차량에 나란히 올라탄 네 사람은 아까 있었던 태윤과 채민의 깜짝 방문 이야기로 여전히 도파민을 터트리며 열을 올렸다.특히나 눈앞에서 자신의 최애를 영접한 시은이와 재희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미친 듯이 상기되어 있었다. 채민이 자신의 인스스에 올린 단체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그 찰나의 환희를 끈적하게 곱씹고 또 곱씹었다."아이, 그럼 이번 팬싸는 나랑 재희 언니만 가는 거야?"뒷좌석에 재희와 나란히 앉은 채아가 못내 아쉽다는 듯 붉은 입술을 삐죽였다. 어쩌면, 이 화려한 언니들과 함께 가서 다른 루미들의 시선을 싹쓸이하는 맛, 그 맛이 이번 팬싸에는 없다는 것이 꽤나 아쉬운 모양이었다."대충 날짜 나오는 거 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나도 그래. 이번에 무리해서 연차 빼면 정작 진짜 중요할 때 못 빼니까."하윤과 시은은 진심으로 통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생의 굴레라는 듯, 두 동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표정. 하지만, 하윤과 시은에게는 또 다른 그녀들만의 사정이 있었다.다른 팬들에겐 절대 본명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 네 사람은 서로의 본명을 깐 유일한 사이였다. 다른 팬들에겐 철저하게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불리며 신상을 철통같이 숨겼지만, 어쩌다보니 재희와 채아와는 영혼이 맞물린 덕메가 되어 진득해진 사이가 되었다. 다수의 팬이 모인 자리에서 혹시라도 서로의 본명이 튀어나올까 봐 철저히 입조심을 할 만큼 그들의 선은 견고했다.허나, 이렇게까지 친한 덕메들이었지만, 하윤과 시은이 재희와 채아에게도 끝끝내 밝히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녀들을 단단히 쥐고 있는 그녀들의 현생 '남자 친구의 존재'였다.굳이 구구절절 밝힐 필요도 없었지만, 이 금쪽같은 시간에 쓸데없이 현실의 연애사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 예쁜 오빠(?)들을 앓는 얘기만 하기에도 24시간이 모자랐으니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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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빠순이의 현생확실히 평일의 일탈과 늦은 귀가는 다음 날의 피로를 배로 가중시키는 법이었다. 뻐근한 목을 꾹꾹 주무르며, 하윤은 데스크탑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미친 듯이 보고서를 타이핑했다.타닥타닥, 경쾌한 키보드 소리 사이로 화면 한구석에 띄워둔 PC 카카오톡 알림이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대화창을 꽉 채운 건 최시은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이 미친 백현민 개새끼][나 귀에서 피 날 것 같아 당장 이비인후과 가야 됨][아니 이러다 정신병원에 실려 가겠다고 ㅠㅠ][사람 피 말리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나 진지하게 헤어질까 고민 중 하…]어제부터 시작된 제 남자 친구 백현민의 숨 막히는 단속에 대한 불만과 하소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활자들 위로 피 말리는 시은의 비명이 음성 지원되는 듯 했다.[ㅋㅋㅋㅋㅋ][어후 진짜 씹선비][그래도 살아는 있네]하윤은 간혹 영혼 없는 이모티콘이나 짧은 대답을 던져주며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하윤의 커플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현민과 시은이 역시 벌써 3년 차 연애에 접어든 나름의 장수 커플이었다. 털털하고 거침없는 동갑내기의 찐친 바이브로 지내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술김에 눈을 맞추더니, 심지어 배도 맞추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아주 징글징글한 커플이 되었는데, 여전히 쌍욕이 난무하는 친구 사이 같으면서도, 싸울 때는 징글징글하게 질척이고, 한 번 불이 붙으면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엉겨 붙는 환장의 짝꿍이었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발정난 것처럼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빨고 몸을 쓰다듬는 더러운(?) 짓을 서슴치 않는 커플. 저 ‘진지하게 헤어질까 고민 중’이라는 말은 그저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오전 업무가 대충 마무리되어가는 12시 무렵.책상 위에 엎어둔 하윤의 핸드폰이 짧은 진동을 토해냈다.[건우♥]아마도 로스쿨 오전 수업이 막 끝난 모양이었다. 하윤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와이프 해 통화를 연결했다."여..."--"뒤질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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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차건우와 이태현의 사정이현그룹 R&D 선행연구팀 소속 이하윤. 대리급 주임 연구원인 그녀는 사내에서 꽤 실력을 인정받는 에이스였다.물론, 하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대단한 배경에 이현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인 ‘이태현 상무’의 은밀한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양심껏 단언할 순 없었지만, 회사 안에서는 철저하게 남남처럼 지내는 탓에 이 짜릿한 비밀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운도 실력이라고 합리화하며, 하윤은 밀려드는 업무에 치이는 이 팍팍한 현생마저 나름대로 즐기려 노력 중이었다.오후 5시. 정부 부처와 협업하여 진행하는 대규모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설명회 참석을 위해 컨퍼런스 홀로 이동하는 길. 자신의 직속 후배인 수희와 기현을 옆에 끼고 나란히 걸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던 하윤의 걸음이 멈칫했다.맞은편 복도 끝. 마치 맞춤 수트와 한 몸이 된 듯 완벽한 핏을 자랑하는 남자. 주위의 공기마저도 완전히 압도하는 범접 불가한 아우라가 밀려오고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한 번쯤 숨을 죽이고 돌아보게 만드는 미친 외모의 소유자, 이태현 상무가 임원진들을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었다.스물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상무’라는 직급을 단 것은, 당연히 그가 이현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는 막내아들이기에 하사 받은 '낙하산' 직급이 맞았다. 하지만 괜히 굴지의 대기업 후계자이겠는가. 그를 그저 온실 속 화초로 본다면 큰 오산이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제 아버지의 회사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제 힘으로 층층의 천장을 깨부수고 올라온 지독한 괴물이 바로 이태현이었다.아, 물론 남들보다 승진 코스가 고속 익스프레스 급으로 빠르긴 했지만 말이다.무리를 이끌고 다가오던 태현의 서늘한 시선이 허공을 가르더니 정확히 하윤의 눈동자에 꽂혔다. 찰나의 순간, 하윤은 오직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은밀한 눈웃음을 살짝 흘렸다.태현 역시 걸음을 멈추지 않고, 표정의 큰 변화 없이, 그저 하윤만이 읽을 수 있는 여유롭고 끈적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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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HERA의 두 공간에서Ⅰ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고급 멤버십 프라이빗 라운지 ‘HERA’.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쳐야만 들어설 수 있는 이곳은,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예약된 VVIP 룸의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이미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양주 세트가 화려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그들만의 은밀한 아지트로, 모임의 멤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현재 상업 모델로 활동 중인 서주환(28살)이었다.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은 프리랜서에 가까운 직업 특성상, 시간이 가장 여유로웠다. 뭐, 아예 뒷꽁무니도 볼 수 없을 만큼 바쁜 시기도 있지만 말이다. 뭘 걸쳐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피지컬에, 앳되고 귀여운 얼굴과 퇴폐적인 섹시함이 공존해, 업계에서 몸값이 꽤 높은 녀석. 유명 건설사 대표인 아버지를 둔 덕에 돈의 구애 없이 자란 찐 금수저이기도 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아 여유롭게 핸드폰을 넘기며 친구들을 기다렸다.잠시 후, 룸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백현민과 최시은 커플이 등장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징글징글한 찐친 바이브였다. 어제 일로 여전히 빡이 쳐있는 현민과, 그의 집요한 단속에 기어이 폭발해 버린 시은이, 앙칼지게 말다툼을 벌이며 들어섰다.“그러니까, 씨발, 내가 누누이 얘기하잖아. 어딜 가면 어디 간다, 미리미리 보고를 하고 가라고.”“미리 보고하면? 니가 보내줘? 안 보내 줄 거잖아!”“내가 무조건 가지 말라고 해? 어딘지, 누구를 만나는지, 그거 확인하고 보내준다니까?”“너, 입술에 침은 바르고 말하냐? 거짓말 진짜 잘한다, 백현민?”그 요란한 꼴을 힐끗 쳐다본 주환은 대충 손만 흔들어 인사한 뒤 다시 폰으로 시선을 내렸다.‘하, 저 미친년놈들, 또 발정 나서 난리네.' 라는 무관심의 표본이었다.차분했던 룸 안은 두 사람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곧이어 룸의 문이 열리고 강경훈(29살)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들어왔다. 뼈대 깊은 의사 집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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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HERA의 두 공간에서Ⅱ멤버십 프라이빗 룸 'HERA'의 같은 시각 다른 룸.오늘 밤, [에테르]의 멤버들 역시, 또 다른 깊숙하고 은밀한 ‘HERA’ 라운지의 다른 VVIP 룸에 모여 있었다. 지한의 아버지가 소유한 멤버십 덕분에 룸을 통째로 빌려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비록 아이돌판의 최정상을 찍은 1군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 냉정하게 말해 대략 2.5군 정도? --, 애초에 멤버들의 집안 배경 자체가 꽤 빵빵하다 보니 아이돌 활동을 마치 유희거리나 취미처럼 여기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이 [에테르]였다.물론,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몸과 영혼을 갈아야 할 것들이 늘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들은 타고난 끼 덕분에 세상에 많은 직업군 중, 이 아이돌이 천직이라 생각했다. 뭐, 돈은 넉넉히 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기에도 좋았고. 그들만의 거칠고 방탕한 술자리에는 시우, 태윤, 도현, 지한이 참석했다.다소 어두컴컴한 룸 안에 널찍이 떨어져 앉은 네 명의 멤버들 사이로 짙은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들은 이미 꽤 많은 양의 양주를 비워낸 후였다."형, 어제 거기 카페, 일부러 쳐들어간 거 맞잖아!"시우가 얼음이 담긴 잔을 달그락거리며 태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살짝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어제의 서프라이즈성 이벤트에 대해 불만을 토해냈다."채민이 그 미친놈이 가자고 하도 지랄해서 끌려간 거라니까."태윤은 전혀 타격감 없이, 단단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는 비죽거림의 미소가 스며들었다.“윤채민... 씨발, 그 개새끼, 어제 니 팬한테 완전히 뻑갔더라?"태윤이 어제의 광경을 다시금 떠올리며 낄낄 웃었다."누구? 그 '마이슈'인가 뭔가 하는 그 예쁜 누나?"음악과 연애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테르의 메인 프로듀서인 지한까지도 바로 알아채는 걸 보면, 마이슈의 존재감은 멤버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듯했다."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걔보다 훨씬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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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굶주린 수컷의 절망최고급 양주 두어병이 어느새 비워지고, 커다란 룸의 공기가 짙은 알코올과 담배 연기로 채워지기 시작할 때, 방음마저 완벽한 그 곳의 두꺼운 문이 열리며 태현과 하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내내 서늘한 눈빛으로 소파에 기대어 말없이 술잔만 비워대던 건우의 시선이 단박에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서는 하윤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무표정했던 표정이 풀리고 그의 입가에는 그답지 않은 짙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장착되었다.첫 눈에 반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을 함께 했고, 그가 스무 살이 되던 시간부터 6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물고 빤 여자가 이하윤이었다.그런데 왜? 도대체 왜 저 여자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떨어지며, 아랫도리는 미친 듯이 뻐근해지고, 서늘하게 얼어있던 자신의 모든 것이 쉽게 무장해제 되는지, 차건우는 이 모든 것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길거리의 다른 여자는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평생 자신을 발정 나게 만들고, 제 씨를 가득 뿌리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드는 여자. 볼 때마다 품에 안고 씹어 삼키고 싶은 암컷은 오로지 이하윤 단 한 명뿐이라는 맹목적인 각인.평상시에 다른 놈들에겐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것처럼 굴면서, 오직 이하윤 하나에게만 발정 난 개새끼마냥 꼬리를 흔들며 짐승 같이 나른하고 다정한 미소를 짓는 차건우.그 꼴을, 만날 때마다 매번 직관해야 하는 이태현의 기분은, 그저 씨발, 좆같았다.건우가 하윤을 향해 나른하게 두 팔을 벌렸다.‘어서 내 품에 와서 안겨라, 내 여자야.’ 라는 노골적인 소유욕의 과시.태현은 그런 건우를 벌레 보듯 차갑게 노려보며 상석에 앉은 경훈의 옆자리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하윤이 자연스럽게 건우에게 다가가 건우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앉아 목에 팔을 두르며 그의 너른 품에 안기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얇은 허리와 골반을 부서져라 옭아맸다.하윤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박고 그녀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신 건우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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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지하 주차장의 팬미팅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최고급 프라이빗 라운지 ‘HERA’의 지하 주차장. 그 곳은 보통의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 주차장과는 차원이 달랐다.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하는 환하고 고급스러운 조명, 문콕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는 널찍한 주차 공간, 그리고 쉴 새 없이 쾌적한 공기를 뿜어내는 최고급 환풍 시스템 덕에 지하 특유의 답답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금요일 밤, VVIP들의 은밀한 욕망이 불타오르는 시간답게, 이 곳 ‘HERA’의 주차장에는 숨만 쉬어도 수억이 넘어가는 하이엔드급 슈퍼카와 세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아니, 씨발. 학생 주제에 존나 좋은 차 몰고 다니네."시은은 주차된 건우의 육중한 벤츠 마이바흐 GLS600을 발끝으로 툭 차는 시늉을 하며 입술을 비죽였다. 그도 그럴 것이, 뼈 빠지게 회사를 굴리며 돈을 긁어모으는 다른 놈들과 완전히 동급인 차를, 보란 듯이 몰고 다니고 있으니 배가 아플 만도 했다.지 손으로 돈 한 푼 안 버는 일개 핏덩이 학생 주제에 말이다."야, 이 새끼 통장에 꽂히는 주식 배당금만 해도 우리 연봉 가뿐히 넘어. 어련하시겠어."하윤이 익숙하게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를 열어, 생리대가 든 파우치를 꺼내 들고는 이내 차 문을 닫았다. 묵직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주황색 불이 번쩍하며, 삐빅- 하는 잠금음이 주차장을 울렸다."아, 맞다.“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는 길.하윤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밝아졌다.“나 아까 오면서, 이태현한테 [플루아] 팬싸 티켓 좀 빼달라고 찔러놨어. 네 장.”하윤의 말에 시은의 표정이 드라마틱하게 밝아졌다."오~ 나이스! 야, 그거 이번에 완전 랜덤으로 돌려서 엄청 많이 사는 거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대. 채아도 장담 못 한다고 완전 쫄아 있던데?""오죽하겠냐? 딱 스무 명만 뽑는다잖아. 이거는 진짜 빽 아니면 절대 당첨 안 돼.““그러게. 아이씨, 이태현이 아는 오빠라서 존나 좋다. 큭큭.”“그치? 큭큭큭. 뭐, 시우랑 태윤이는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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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남이 하면 집착, 내가 하면 숭고한 사랑다시 지상의 룸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두 사람은 미친 듯이 각자의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방금 찍은 사진들을 '가려진 항목'으로 재빠르게 옮겨서 잠가버렸다. 이렇게 하면 앨범 안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눈치 빠른 수컷들의 1차적인 검열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오늘 밤 집에 돌아가서 와이파이 환경이 설정되면 클라우드 계정에 자동으로 백업이 되고, 거듭 확인을 거친 뒤 -- 혹시 모를 대참사를 막기 위한 재확인은 반드시 필수! --, 몰래 숨겨둔, 가려진 항목에서 지우고, 휴지통에서 영구적으로 흔적도 없이 비워버리면, 비로소 ‘완벽한 범죄’로 끝나는 것이었다."대박!!!““아우, 씨...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빛의 속도로 모든 보안 조치를 끝마친 두 여자가 서로를 마주 보며 방방 뛰었다."룸 끼고 논다는 썰은 들었는데, 우와, 여긴 줄은 꿈에도 몰랐네?""그러니까. 어떻게 그동안 한 번을 안 마주치다가 하필 오늘 딱 마주쳤대?“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도파민에 잔뜩 찌든 하윤과 시은."하, 야, 시우가 내 어깨에 손 올렸어.""난 태윤이랑 뽀뽀할 뻔. 얼굴 완전히 가까이 붙어서 찍었잖아."잔뜩 흥분된 상태로, 두 사람은 잠가둔 비밀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찰나의 황홀경에 흠뻑 빠져들었다.당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자신들을 소유하지 못해 안달 난 그 지독한 수컷들의 소굴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니 그 문을 열기 전까지는, 지금 이 터질 것 같은 배덕감을 완벽하게 즐기고 다 털어내야만 했다.현생의 수컷들에게 몸과 마음을 전부 내어주는 깊은 사랑과 쾌락과는 전혀 결이 다른, 맹목적으로 돈을 쓰고 응원하며 시각적으로만 소비하는 아가페적 사랑이었지만, 확실히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사내들과 실제로 살을 부대끼고 마주하니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쳤다.화면을 뚫고 나온 그 예쁘고 관능적인 얼굴들에 기분이 극도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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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비밀은 없다나른하고 관능적인 공기가 프라이빗 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고급 샴페인과 독한 위스키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얼마 전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다녀온 주환의 화려한 에피소드가 막 마무리되어 갈 때쯤이었다."야, 최시은.“나지막하지만 뼈대가 서늘하게 얼어붙을 만큼 차갑고 낮게 깔린 목소리.시은의 허벅지를 진득하게 주무르며 나른하게 웃고 있던 백현민의 표정은 어느새 완전히 굳어 있었다. 그의 커다란 손에는 시은의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손가락 내놔."현민이 무심하게 턱짓하며 시은의 손을 요구했다."아, 왜~?“시은은 애써 태연한 척 콧소리를 내며 반항했다."빨리 안 내놔?"시은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황급히 손을 숨기자, 현민의 눈썹이 삐딱하게 치솟았다."분명히 아까 사진첩 봤을 때만 해도 '가려진 항목' 같은 거 없었거든? 근데 하윤이랑 주차장 갔다 오고 나니까 귀신같이 딱 생겼네?"현민의 서늘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윤과 시은의 심장이 바닥으로 쿵 처박혔다. 쿵쿵쿵쿵쿵- 가슴팍에서 바닥에 처박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두 여자의 눈알은 튀어나올 듯 커졌고, 혈관을 타고 흐르던 알코올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머릿속에서는 미친 듯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그 찰나, 두 사람의 굳어버린 표정을 캐치한 건우의 시선이 느릿하게 하윤을 향했다. 짐승 같은 촉. 그리고는 제 왼손 바닥을 위로 향한 채 하윤에게 내밀며,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를 툭 내뱉었다."내놔."하윤의 왼쪽 편 소파 위에 얌전히 놓여있던 그녀의 핸드폰.건우의 명령에도 하윤은 사색이 된 채 그대로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건우가 거칠게 몸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홱 낚아챘다.건조한 표정의 건우는 한 손으로 익숙하게 잠금 화면을 풀고 사진 앱으로 들어가 스크롤을 쭉 내렸다."거기도 떡하니 생겼지?"건너편의 현민이 당연하다는 듯 비죽거렸다.건우는 대답 대신, 화면 맨 아래 '가려진 항목'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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