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2
作家:  라하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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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로코물

설렘폭발

소유욕/집착

능력녀

집착남

아이돌

역하렘

삼각관계

6년 째 연애 중인 잘생긴 연하 남자친구가 있다. 문제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다는 것. 바로 7인조 보이그룹 ‘에테르’의 멤버, 이시우. 현실에서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멀쩡하게 살아가지만, 최애 앞에서는 기꺼이 통장을 털고 영혼까지 바치는 골수팬이 되는 이하윤. “하윤아. 너 설마 오늘도 그놈들 보러 가?”남자친구 차건우의 살벌한 질투에도 꿋꿋하게 덕질을 이어가던 어느 날. 팬들 사이에서 ‘마이슈’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졌던 이하윤에게, 에테르의 멤버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덕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최애가 자꾸 나를 보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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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프롤로그 / #1 / #2

#프롤로그 : 보이그룹 ‘에테르’의 팬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는 테이블 위로 예쁜 음식들이 세팅되기가 무섭게, 네 명의 여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가방 안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색색의 화려한 탑로더에 고이 모셔둔 각자의 최애 포토 카드와, 꼬물거리는 작은 솜인형들이 식탁 중앙의 허공을 점령했다. 밥을 먹기 전, 커피를 마시기 전, 심지어 어딘가를 방문해 기록을 남길 때도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그녀들만의 성스러운 의식.

이른바 '예절샷' 타임이었다.

남들이 보면 그저 다 큰 어른들의 유치한 손장난이라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덕질하는 여자들, 즉 빠순이들에겐 숨 쉬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절차였다.

"이번 굿즈, 퀄리티 진짜 미쳤어, 그치?“

지갑을 털어 구매해 온 다양한 굿즈들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여자들.

"완전 대박! 퀄 좀 올라갔다고 드럽게 비싼게 문제긴 하지만. 소속사 놈들, 양심은 다 엇다 팔아먹었는지 몰라.“

다소 높은 가격으로 측정된 것이 불만이었지만, 뱉어내는 워딩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가득한 여자들이었다.

"진짜 등골이 휜다, 휘어~. 하,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고.“

매번 비슷한 종류의 굿즈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오빠들의 얼굴은 항상 바뀌어 들어가 있으니, 그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빠순이들이었다.

"뭐, 언니들 못 산거, 내가 하나씩 사줘?"

가장 여유로운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자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 단박에 커진 눈으로 잔뜩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

너와의 관계,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라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

찰칵, 찰칵.

열심히 예절샷을 찍고, 누군가 대표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태그를 마친 뒤에야 시작되는 본격적인 식사 시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

바로, 7인조 아이돌 [ 에테르(Aether) ].

[에테르]는 올해로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보이그룹이었다. 피 말리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쳐 살아남은 자들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초반에는 서바이벌 특유의 처절한 서사와 꽤 자극적인 인기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지만, 워낙 난다 긴다 하는, 자고 일어나면 쏟아져 나오는 괴물 같은 아이돌 그룹들의 홍수 속에서 현재는 그저 '현상 유지'를 하며 먹고 살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 네 여자들에게 에테르는 그 어떤 월드스타보다도 치명적이고 절대적인, 일상의 유일한 마약이었다.

"하아... 우리 시우, 그냥 미쳤다. 어제 골반 돌리는 거 봤어?"

하윤이 제 몫의 파스타를 돌돌 말다 말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녀의 시선 끝엔 에테르의 센터격이자 메인 댄서, 리드 래퍼인 이시우(26살)의 포카가 놓여 있었다. 짙은 쌍꺼풀에 화려한 이목구비, 그리고 왼쪽 눈 밑에 콕 박힌 매력점까지 완벽한 남자.

이런 시우를 최애로 둔 이하윤(28살)의 본업은 무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이현그룹 R&D 선행연구팀의 주임 연구원이었다. 명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까지 속전속결로 딴 엘리트. 사실, 원래대로라면 박사 과정까지 밟을 계획이었지만, 시우의 춤선을 본 순간, 하윤은 과감하게 그 루트를 틀었다. 덕질을 하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완벽한 빠순이적 사고가 장착된 이유였다.

"이거 봐봐. 우리 태윤이 모에화 제대로 됐지? 강아지가 늑대인 척 하는 거 봐봐. 아, 나 미쳐, 진짜."

시은이 핸드폰 액정을 불쑥 들이밀며 맞장구를 쳤다. 화면 속에는 인디언 보조개가 쏙 들어간 강아지상, 에테르의 리더이자 리드 보컬 강태윤(27살)의 사진이 떠 있었다. 차분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화가 나면 제일 무섭다는 외유내강의 표본.

최시은(28살) 역시 만만치 않은 흠 없는 현생을 자랑했다. 그녀는 약학대학을 수료하고 대학병원의 근처 약국에서 일하는 페이 약사였다. 당초 메이저급 제약회사 입사를 목표로 시작한 전공이었으나, 덕질에 눈을 뜬 순간, 그녀는 단박에 깨달았다. 덕질에는 돈도 많이 벌고, 시간 빼기도 수월한, 페이 약사가 최고라는 것을.

"나 이번에 팬싸 갈 때, 해성이가 갖고 싶다던 무선 헤드셋 가져 갈 거야. 벌써 사놨어."

채아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에 테이블이 잠시 숙연해졌다. 부러움에 대한 침묵. 에테르의 막내이자 보컬, 비주얼 담당인 김해성(24살). 팀 내 최장신이라 '자이언트 베이비'라 불리며, 무대 위에선 치명적인 척하지만 툭하면 넘어지는 허당 멤버였다.

해성에게 온 마음을 주며 그를 잔뜩 앓고 있는 박채아(25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두른 진짜 부잣집 딸내미였다. 부모님에게 증여받은 주식의 시세 차익과 배당금으로 덕질 자금을 충당하는, 이 바닥의 모든 빠순이들의 롤모델이자 워너비. 돈이 차고 넘치는 덕에 매번 팬 사인회의 문턱을 스스럼없이 넘나들어, 이미 팬덤 내에선 이름만 대면 아는 '성덕 네임드 팬'으로 통했다.

"아, 나, 어제 올린 릴스, 채민이한테 하트 받았잖아."

재희가 질 수 없다는 듯 자랑스럽게 외쳤다. 그녀의 최애 윤채민(25살)은 리드 댄서이자 서브 래퍼였다. 엄청난 친화력에 유행까지 민감해 멤버 중 SNS를 가장 활발히 하는 인물이었다.

작은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심재희(26살)는 특유의 금손 능력을 살려 커스텀 주문 제작 알바까지 투잡을 뛰고 있었다. 버는 돈은 꽤 쏠쏠했지만, 덕질에 너무 진심인데다, 본인을 꾸미는 일에도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탓에 입버릇처럼 '통장이 텅장 됐다'며 늘 징징거리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덕질을 그만 둘 생각은 추어도 없지만 말이다.

이들 외에도 에테르에는 메인 비주얼이자 서브 보컬인 서도현(27살), 팀의 곡을 도맡아 쓰고 있는 메인 프로듀서 겸 메인 래퍼 한지한(24살), 시원한 가창력의 메인 보컬 백연우(25살)가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하윤과 시은을 주축으로, 네 사람은 에테르의 첫 단독 콘서트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었다. 자라온 환경도, 직업도, 성격도, 심지어 각자가 앓고 있는 최애도 모두 달랐지만, 어쩌다 보니 기가 막히게 마음이 맞아서 함께 덕질을 하는 덕질 메이트가 되었다.

팬들의 주 서식지인 X(구 트위터)에서도 각자의 멤버별 네임드로 불릴 만큼 덕질에 진심인 여자들. 게다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딱 맞게도, 네 명 모두 시선을 확 잡아끄는 예쁜 외모를 자랑해, 에테르 멤버들조차 은근히 주시하고 있는 팬 무리 중 하나였다.

치열하고 숨 막히는 현생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이 세상에서, 각자의 일터에서는 완벽한 '일코'를 하고, 공연장과 오프라인 스케줄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빠순이로 변신하며 은밀한 이중생활을 즐기는 그녀들.

하지만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던 그녀들의 현생과 덕판 사이에서, 이제 곧 아슬아슬하고도 짜릿한 균열이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 현생의 남자친구

로스쿨 모의재판 일정을 소화하느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수트를 빼입은 건우였다.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던 탓일까. 운전석에 몸을 기대자마자 지독한 피로감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시동을 켠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던 찰나, 차량의 블루투스와 연결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댔다.

[ 백현민 ].

센터페시아 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한 건우의 짙은 눈썹이 까딱 움직였다. 이 시간에 이 형이 웬일이지? 건우는 나른한 손짓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어, 형."

--"야, 차건우. 너 지금 이하윤이랑 연락 되냐?"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현민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다분히 '빡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 이 기집애가 또...'

현민의 물음에 상황 파악이 단박에 끝난 건우의 잘생긴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나 오늘 수업이 풀이라서 아직 핸드폰 확인도 못 했어. 왜? 시은이 누나 연락 안 돼?"

--"하, 씨발, 이 기집애가 오늘 하루 종일 방해 금지 모드 해놓고 전화도 카톡도 다 씹고 앉았어."

현민은 결국, 꾹꾹 눌러 담았던 화를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전도유망한 IT 스타트업 CEO이자 최시은의 동갑내기 남자 친구인 백현민(28세). 서늘한 눈매와 어울리지 않게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그는, 정부 고위 간부인 부모님을 둔 덕에 알짜배기 정보를 쥐고, 좋은 머리를 이용해 사업 수완을 제대로 발휘하는 찐 금수저였다. 사실, 뼛속까지 보수적인 현민과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인 시은은 상극 중의 상극이었다.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매일 티격태격하면서도 징그럽게 붙어먹으며 침대가 부서져라 짐승처럼 사랑을 해대는 지독하고 피곤한 커플이랄까.

--"하, 진짜… 사람을 붙이든가, 위치 추적 앱이라도 깔든가 해야지, 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짜증 섞인 투덜거림을 뱉어내는 현민.

"일단 끊어봐. 나도 하윤이한테 연락해 볼게.“

--"어, 그래, 끊는다."

현민과의 짧은 통화를 마친 건우는 조수석에 던져둔 가방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자, 부재중 전화 몇 통과 수십 개의 메신저 알림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통화 목록에는 자신이 기대했던 ‘이하윤’의 이름은 없었다.

"하, 이것 봐라...?"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샜다.

혹시나 싶어 문자를 뒤져봤지만, 은행이나 기관에서 온 스팸들 뿐. 노란색 메신저 앱을 열어봐도 현민을 포함한 지인들의 단톡방 알림과 쓸데없는 연락들이 전부였다. 건우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차건우, 스물여섯. 로스쿨 3학년생으로 올해 졸업을 코앞에 둔 예비 법조인이었다. 어릴 적 통통하고 귀여웠던 꼬맹이의 흔적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면서 젖살이 빠지고 골격이 굵어졌다. 그러더니 어느새 턱선은 베일 듯 날카로워졌고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굵은 선을 자랑하는 사내가 되었다. 그의 날 것 그대로의 외모는 미치도록 위험한 퇴폐미를 풍기며, 숱한 여학우들의 아래를 젖게 만들만큼 섹시했다.

아, 성격이 매우 개차반인게 문제이긴 했지만.

지 잘난 맛에 사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놈. 전국구 단위의 사업체를 굴리는 다이아 수저 아버지의 뒷배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는 태생 자체가 오만하고 싸가지 없는 수컷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안하무인 맹수를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바로 6년째 연애 중인,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두 살 연상의 여자 친구 이하윤이었다.

어쩌다보니 오로지 이하윤에게만 길들여진 이 지독한 소유욕의 수컷은, 점점 날이 가면 갈수록 통제 불능이 되어가는 제 여자친구의 그 지긋지긋한 '빠순이 짓' 때문에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건우는 거칠게 키패드를 열어 익숙한 단축 번호를 꾹 눌렀다.

신호음은커녕 아무런 멘트도 없이 통화가 뚝 끊어졌다. 아까 현민이 말했던 대로, 방해 금지 모드를 해놓았을 때 나타나는 좆같은 현상이었다.

"하, 이걸 진짜 집에 가둬놔야 돼?"

안 그래도 하루 종일 팽팽하게 긴장하느라 피곤해 뒤지겠는데, 예상치 못하게 훅 치고 들어온 이 여자의 도발에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뭐, 그래, 일반인이 잘생긴 아이돌을 좀 좋아할 수도 있다고 치자. 뭐, 그냥 건전한 취미 생활로 치부하고, 좀 과하구나, 정도로 생각해 버리면 마음이 편할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하윤이나 최시은이, 어딜 내놔도 절대 꿀리지 않는 스펙과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지들이 물고 빠는 그놈의 [에테르] 오빠들 -- 잘생기면 무조건 오빠라나 뭐라나, 씨발 -- 에게 예뻐 보이겠다고 체력 관리며 몸매 관리는 어찌나 독하게 해대는지, 참으로 그 정성에 눈물이 난다 싶을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을수록 농염해지며, 묘한 색기까지 줄줄 흘러넘쳐서, 바깥 세상에 내놓기 불안해 미칠 노릇이었다.

차건우의 전체 인생에서 여자는 오직 이하윤 하나뿐이라고 몸과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건만, 그녀가 툭하면 저지르는 이 은밀한 일탈들은, 예민한 건우의 이성을 끊어놓기에 아주 완벽한 조건이었다. 어쩌면 이 여자가 자신의 잠재된 가학적인 소유욕을 발정 나게 하려고 안달이 난건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녀의 전화번호가 담긴 단축 번호를 꾸욱 눌렀지만, 귓가에 맴도는 건, 여전한 적막함과 동시에 끊어져버리는 차가운 기계의 반응이었다.

“하, 진짜 그놈의 위치 추적 앱을 깔든가 해야지, 원...”

건우는 거친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원래 같았으면 당장 이하윤의 오피스텔로 쳐들어가 그녀가 집에 올 때까지 살벌하게 대기를 탔겠지만, 오늘은 얌전히 자신의 집으로 핸들을 꺾었다.

아예 이런 식으로 각을 잡고 연락까지 완벽하게 차단했다는 건,

'오늘 하루는 신나게 즐길 테니, 절대 방해하지 마라’

는 그녀만의 무언의 통보이기도 했다.

뭐, 여기서 혼자 씩씩대고 스트레스를 받아봤자 결국 제 손해라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이성적인 차건우는, 아주 빠르게, 그리고 억울하지만 곧 패배를 인정했다.

하, 현생에 이렇게 잘난 남자 친구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객관적으로 자기보다 한참 인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그 '시우'인지 뭔지 하는 딴 놈한테 푹 빠진 자신의 여자 친구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씨발, 허구한 날 미치도록 보고 싶으니, 진짜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내가 씨발, 변호사 시험만 합격해 봐라.”

건우는 핸들을 꽉 쥔 채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순진한 내 여자의 등골을 빼먹는 저 기생오라비 같은 새끼들, 싹 다 뒷조사해서 뼈도 못추리게 확 다 털어버릴 테니까.

#2 눈에 띄는 ‘에테르’의 빠순이들

방해 금지 모드를 켜두긴 했지만, 알림창에 즉각적으로 뜨는 숫자 '1'은 결코 숨길 수가 없었다.

[부재중 전화 2통]

발신자는 역시나 자신의 연하 남친 차건우였다. 화면을 지긋이 내려다보던 하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살짝 쫄리긴 했다. 이 일탈의 결과가 어떨지 뻔히 보이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더 이상 폰이 울리지 않는 걸 보니, 빡친 것을 억누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오늘 로스쿨에서, 그 빡센 모의재판 수업이 있었다는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후우... 오늘은 조용히 자자, 건우야...'

하윤은 조용히 핸드폰을 엎어두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다음 달에 있을 [에테르]의 단독 콘서트 팬 이벤트 논의를 위해 모인 자리였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채아가 통 크게 통째로 대관한 변두리의 예쁜 카페 안. 그곳엔 시은, 채아, 재희를 비롯해 꽤 많은 다수의 팬덤 핵심 인원들이 모여 열띤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이 네 사람은 팬 이벤트를 주최하는 스태프는 아니었지만, 팬덤 내에서 SNS 화력이 어마어마한 ‘네임드’들이었다. 글과 사진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팬들을 결집시키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역할이다 보니, 이런 굵직한 행사 회의에도 종종 초대를 받곤 했다.

"야, 백현민 지금 완전히 개빡친 것 같은데?"

시은이 주위의 시선을 피해 슬며시 다가와, 하윤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 새끼는 맨날 빡치는 게 주요 업무 아니냐?"

하윤이 콧방귀를 뀌며 피식 웃었다.

그녀들은 [에테르]의 초기 입덕 멤버로, 그들의 팬덤 내에서 꽤 유명 인사였지만, 오프라인의 개인적인 신상은 철저하게 숨기고 다녔다. 워낙 눈에 띄게 화려한 미모 탓에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얼굴과 나이, 그리고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린 직업 정도가 전부였다. 뒤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집착하는 지독한 남자 친구들의 존재는 더더욱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덤 내에서는 이들을 향한 뒷말들이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저 얼굴로 왜 정상적인 연애를 안 하고 기를 쓰고 덕질을 하는가?'

'오빠들 한번 꼬셔보려고 작정하고 덤벼든 거 아니냐?‘

‘그냥 머리에 든 것도 없이 오빠들한테 미친 쌍년들 같다.’

'그냥 단체로 미친 여자들.‘

‘아, 모르겠고, 그냥 재수없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질투 어린 소리쯤이야 가볍게 무시해 주는 게 네임드의 품격이라 생각하며 그녀들은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이벤트의 가닥이 잡히고, 구체적인 실행 방향을 두고 한창 목소리가 커지며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였다. 모두의 시선이 회의를 이끄는 총대에게 집중되어 있던 찰나.

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카페의 문이 열렸다.

"...어?"

누군가의 짧은 탄성을 시작으로, 웅성거리던 카페 안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개인 스케줄을 마치고 온 듯, 풀 헤메코를 한 [에테르]의 멤버인 태윤과 채민이 서 있었다.

"꺄아아아악-!!"

"미쳤어! 어떡해!“

“와, 씨, 대박!!!”

순식간에 카페 안은 이성을 잃은 여자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가끔씩 이렇게 팬 서비스 차원으로 불쑥 나타나는 서프라이즈성 이벤트. 에테르라는 보이그룹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1군 아이돌이 아니기에 가능한 기적이기도 했다. 아마도 SNS를 눈팅하던 채민이, 팬들이 모여 있다는 모임 장소를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쳐들어온 모양이었다.

뭐, 내 최애가 아니면 어떠하리. 내가 온 마음을 다해 덕질하는 그룹의 멤버가 당장 눈앞에 나타났는데! 소녀 떼로 돌변한 여자들은 온갖 환호와 감탄, 행복에 찬 아우성을 질러댔다.

그 순간, 시은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개 빡친 백현민을 어떻게 달래주지?'라는 걱정도 그야말로 새하얗게 날아갔다. 태윤이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스스로 뇌세포를 포맷해 버린 것이다.

"우리 루미들, 고생이 많네."

태윤이, 특유의 다정한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꺄악! 태윤아!!"

"미쳤어, 진짜!“

“아, 귀여워!!!”

여기저기서 또다시 터져 나오는 환호성.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우리 루미들 너무 예쁘다.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 내 인스타에 올리게."

채민이 능청스럽게 자신의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채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 여자들은 꺄르르 웃으며 수줍은 소녀떼로 변신, 그가 시키는 대로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한껏 예쁜 포즈를 취했다.

하, 이런 게 바로 덕질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화면으로만 보던 내 아이돌을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사적인 공간에서 마주할 때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

달콤한 꿈같은 시간은 짧았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커피와 디저트까지 역조공을 받은 루미들.

사랑하는 자신의 팬들을 행복하게 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 두 사람은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이내 대기하고 있던 카니발에 올라타 사라졌다.

폭풍이 휩쓸고 간 듯, 진지했던 회의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종종 있는 서프라이즈였지만 그 파급력은 매번 엄청났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오빠들이니까. 그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고 행복해지는 게 빠순이의 숙명이었으니까.

******************************************************************************

"하아, 완전 내 취향."

소속사 연습실로 돌아가는 차 안. 몸을 깊숙이 기댄 채민이 아랫입술을 혀를 핥으며 비죽 웃음을 흘렸다.

팬들 중에는 유독 눈에 띄게 예쁜 여자들이 꽤 있었다. 굳이 자주 보지 않아도 뇌리에 콱 박히는 얼굴들. 심지어 계속 보다 보면 묘하게 끌려서 자꾸만 시선이 가는 팬도 존재했다. 숨 막히게 예쁘고 색기가 넘치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자신들을 미치도록 원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짜릿했다.

지금, 채민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 예쁘고 색기 넘치는 팬 중 한 명이 바로 '마이슈'라는 아이디를 쓰는 팬이었다. 시우의 애칭인 '슈'를 따서 '나의 슈'라는 뜻을 가진 시우의 골수팬. 본인의 팬이면서 자신의 직캠만을 찍어주면 참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타 멤버의 팬이라는 사실이 늘 꽤 아쉽긴 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짜릿함을 안겨주는 여자. 세 살이나 많은 누나라지만, 벗겨놓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릴 때 나이 따위가 무슨 상관이람. 아, 만약에 이 여자가 자신의 팬이었다면,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힐 수 있지 않았을까, 묘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채민의 눈빛이 몽롱하게 짙어졌다.

채민의 옆자리 앉아 창밖을 보던 태윤 역시 속으로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의 팬사인회에도 몇 번이나 발걸음을 했던 '에테르테태'. 태윤의 닉네임인 ‘테디베어’와 ‘태윤’의 앞 글자만 딴 아이디를 쓰는 그녀는 채민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마이슈'의 절친이기도 했다.

그녀는 굉장히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늘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게 예쁜 외모 덕분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동안 몰래몰래 다른 걸그룹 멤버들과 몸을 섞고 연애를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서 ‘내 돈줄이자 성역인 팬’과의 연애는 절대 건들여서는 안 되는 영역, 스스로 세워둔 금기 중의 금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꼬리를 휘며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 입술을 씹어 먹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었다. 심지어 '저 여자랑 사귀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저 여자랑 침대 위에서 뒤엉켜 즐기면 얼마나 짜릿할까...' 하는 위험천만한 호기심이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랫도리의 묵직함은 덤이었고 말이다.

조만간 열릴 대면 팬싸에서 그녀들을 다시 마주하길 내심 기대하며, 두 사람을 태운 카니발은 연습실을 향해 매끄럽게 나아갔다.

마이슈 = 이하윤

에테르테태 = 최시은

이 두 여자는 현실의 잘난 남자친구들을 본의 아니게 기만하며, 아이돌의 이성마저 흔들어놓을 만큼 확실히 독보적이고 위험하게 눈에 띄는 매력적인 여자들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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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뚠잉
뚠뚠잉
태현이 땜에 맴찢이었다가 건우의 하윤이에 대한 사랑에 설렜다가 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연재 기다리고 있슴다...
2026-10-22 05: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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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주
허연주
너무잼있어요 빨리읽고싶어용
2026-10-21 2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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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뚠잉
뚠뚠잉
2회씩 올라오는게 아쉽지만 매일 글보면서 설렘 갱신중이에요... 너무 꿀뚝뚝 잼있어요!!! 헿
2026-10-07 15: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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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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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중간에 연재 중단하시면 안되여ㅠㅠㅠㅠ 너무 재밌어요 갈수록... 완결까지 힘내주세요!! 응원해요......
2026-09-30 05: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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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들 안나오고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일들이 없어서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소설 같아요! ㅎㅎ 질투많은 커플들 보는 재미가 솔솔해요! 많은 업뎃 해주세요...
2026-09-29 17: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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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チャプター
프롤로그 / #1 / #2
#프롤로그 : 보이그룹 ‘에테르’의 팬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는 테이블 위로 예쁜 음식들이 세팅되기가 무섭게, 네 명의 여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가방 안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각자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색색의 화려한 탑로더에 고이 모셔둔 각자의 최애 포토 카드와, 꼬물거리는 작은 솜인형들이 식탁 중앙의 허공을 점령했다. 밥을 먹기 전, 커피를 마시기 전, 심지어 어딘가를 방문해 기록을 남길 때도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그녀들만의 성스러운 의식.이른바 '예절샷' 타임이었다.남들이 보면 그저 다 큰 어른들의 유치한 손장난이라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덕질하는 여자들, 즉 빠순이들에겐 숨 쉬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절차였다."이번 굿즈, 퀄리티 진짜 미쳤어, 그치?“지갑을 털어 구매해 온 다양한 굿즈들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여자들."완전 대박! 퀄 좀 올라갔다고 드럽게 비싼게 문제긴 하지만. 소속사 놈들, 양심은 다 엇다 팔아먹었는지 몰라.“다소 높은 가격으로 측정된 것이 불만이었지만, 뱉어내는 워딩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가득한 여자들이었다."진짜 등골이 휜다, 휘어~. 하,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고.“매번 비슷한 종류의 굿즈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오빠들의 얼굴은 항상 바뀌어 들어가 있으니, 그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빠순이들이었다."뭐, 언니들 못 산거, 내가 하나씩 사줘?"가장 여유로운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자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눈알이 튀어나올 듯, 단박에 커진 눈으로 잔뜩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너와의 관계,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라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찰칵, 찰칵.열심히 예절샷을 찍고, 누군가 대표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태그를 마친 뒤에야 시작되는 본격적인 식사 시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바로, 7인조 아이돌 [ 에테르(Aether) ].[에테르]는 올해로 데뷔 5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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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현생으로 돌아가는 길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도심. 시은이 운전하는 국산 SUV 차량에 나란히 올라탄 네 사람은 아까 있었던 태윤과 채민의 깜짝 방문 이야기로 여전히 도파민을 터트리며 열을 올렸다.특히나 눈앞에서 자신의 최애를 영접한 시은이와 재희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미친 듯이 상기되어 있었다. 채민이 자신의 인스스에 올린 단체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그 찰나의 환희를 끈적하게 곱씹고 또 곱씹었다."아이, 그럼 이번 팬싸는 나랑 재희 언니만 가는 거야?"뒷좌석에 재희와 나란히 앉은 채아가 못내 아쉽다는 듯 붉은 입술을 삐죽였다. 어쩌면, 이 화려한 언니들과 함께 가서 다른 루미들의 시선을 싹쓸이하는 맛, 그 맛이 이번 팬싸에는 없다는 것이 꽤나 아쉬운 모양이었다."대충 날짜 나오는 거 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나도 그래. 이번에 무리해서 연차 빼면 정작 진짜 중요할 때 못 빼니까."하윤과 시은은 진심으로 통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생의 굴레라는 듯, 두 동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표정. 하지만, 하윤과 시은에게는 또 다른 그녀들만의 사정이 있었다.다른 팬들에겐 절대 본명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 네 사람은 서로의 본명을 깐 유일한 사이였다. 다른 팬들에겐 철저하게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불리며 신상을 철통같이 숨겼지만, 어쩌다보니 재희와 채아와는 영혼이 맞물린 덕메가 되어 진득해진 사이가 되었다. 다수의 팬이 모인 자리에서 혹시라도 서로의 본명이 튀어나올까 봐 철저히 입조심을 할 만큼 그들의 선은 견고했다.허나, 이렇게까지 친한 덕메들이었지만, 하윤과 시은이 재희와 채아에게도 끝끝내 밝히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녀들을 단단히 쥐고 있는 그녀들의 현생 '남자 친구의 존재'였다.굳이 구구절절 밝힐 필요도 없었지만, 이 금쪽같은 시간에 쓸데없이 현실의 연애사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 예쁜 오빠(?)들을 앓는 얘기만 하기에도 24시간이 모자랐으니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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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빠순이의 현생확실히 평일의 일탈과 늦은 귀가는 다음 날의 피로를 배로 가중시키는 법이었다. 뻐근한 목을 꾹꾹 주무르며, 하윤은 데스크탑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미친 듯이 보고서를 타이핑했다.타닥타닥, 경쾌한 키보드 소리 사이로 화면 한구석에 띄워둔 PC 카카오톡 알림이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대화창을 꽉 채운 건 최시은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이 미친 백현민 개새끼][나 귀에서 피 날 것 같아 당장 이비인후과 가야 됨][아니 이러다 정신병원에 실려 가겠다고 ㅠㅠ][사람 피 말리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나 진지하게 헤어질까 고민 중 하…]어제부터 시작된 제 남자 친구 백현민의 숨 막히는 단속에 대한 불만과 하소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활자들 위로 피 말리는 시은의 비명이 음성 지원되는 듯 했다.[ㅋㅋㅋㅋㅋ][어후 진짜 씹선비][그래도 살아는 있네]하윤은 간혹 영혼 없는 이모티콘이나 짧은 대답을 던져주며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하윤의 커플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현민과 시은이 역시 벌써 3년 차 연애에 접어든 나름의 장수 커플이었다. 털털하고 거침없는 동갑내기의 찐친 바이브로 지내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술김에 눈을 맞추더니, 심지어 배도 맞추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아주 징글징글한 커플이 되었는데, 여전히 쌍욕이 난무하는 친구 사이 같으면서도, 싸울 때는 징글징글하게 질척이고, 한 번 불이 붙으면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엉겨 붙는 환장의 짝꿍이었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발정난 것처럼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빨고 몸을 쓰다듬는 더러운(?) 짓을 서슴치 않는 커플. 저 ‘진지하게 헤어질까 고민 중’이라는 말은 그저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오전 업무가 대충 마무리되어가는 12시 무렵.책상 위에 엎어둔 하윤의 핸드폰이 짧은 진동을 토해냈다.[건우♥]아마도 로스쿨 오전 수업이 막 끝난 모양이었다. 하윤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와이프 해 통화를 연결했다."여..."--"뒤질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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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차건우와 이태현의 사정이현그룹 R&D 선행연구팀 소속 이하윤. 대리급 주임 연구원인 그녀는 사내에서 꽤 실력을 인정받는 에이스였다.물론, 하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대단한 배경에 이현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인 ‘이태현 상무’의 은밀한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양심껏 단언할 순 없었지만, 회사 안에서는 철저하게 남남처럼 지내는 탓에 이 짜릿한 비밀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운도 실력이라고 합리화하며, 하윤은 밀려드는 업무에 치이는 이 팍팍한 현생마저 나름대로 즐기려 노력 중이었다.오후 5시. 정부 부처와 협업하여 진행하는 대규모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설명회 참석을 위해 컨퍼런스 홀로 이동하는 길. 자신의 직속 후배인 수희와 기현을 옆에 끼고 나란히 걸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던 하윤의 걸음이 멈칫했다.맞은편 복도 끝. 마치 맞춤 수트와 한 몸이 된 듯 완벽한 핏을 자랑하는 남자. 주위의 공기마저도 완전히 압도하는 범접 불가한 아우라가 밀려오고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한 번쯤 숨을 죽이고 돌아보게 만드는 미친 외모의 소유자, 이태현 상무가 임원진들을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었다.스물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상무’라는 직급을 단 것은, 당연히 그가 이현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는 막내아들이기에 하사 받은 '낙하산' 직급이 맞았다. 하지만 괜히 굴지의 대기업 후계자이겠는가. 그를 그저 온실 속 화초로 본다면 큰 오산이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제 아버지의 회사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제 힘으로 층층의 천장을 깨부수고 올라온 지독한 괴물이 바로 이태현이었다.아, 물론 남들보다 승진 코스가 고속 익스프레스 급으로 빠르긴 했지만 말이다.무리를 이끌고 다가오던 태현의 서늘한 시선이 허공을 가르더니 정확히 하윤의 눈동자에 꽂혔다. 찰나의 순간, 하윤은 오직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은밀한 눈웃음을 살짝 흘렸다.태현 역시 걸음을 멈추지 않고, 표정의 큰 변화 없이, 그저 하윤만이 읽을 수 있는 여유롭고 끈적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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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HERA의 두 공간에서Ⅰ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고급 멤버십 프라이빗 라운지 ‘HERA’.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쳐야만 들어설 수 있는 이곳은,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예약된 VVIP 룸의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이미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양주 세트가 화려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그들만의 은밀한 아지트로, 모임의 멤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현재 상업 모델로 활동 중인 서주환(28살)이었다.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은 프리랜서에 가까운 직업 특성상, 시간이 가장 여유로웠다. 뭐, 아예 뒷꽁무니도 볼 수 없을 만큼 바쁜 시기도 있지만 말이다. 뭘 걸쳐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피지컬에, 앳되고 귀여운 얼굴과 퇴폐적인 섹시함이 공존해, 업계에서 몸값이 꽤 높은 녀석. 유명 건설사 대표인 아버지를 둔 덕에 돈의 구애 없이 자란 찐 금수저이기도 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아 여유롭게 핸드폰을 넘기며 친구들을 기다렸다.잠시 후, 룸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백현민과 최시은 커플이 등장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징글징글한 찐친 바이브였다. 어제 일로 여전히 빡이 쳐있는 현민과, 그의 집요한 단속에 기어이 폭발해 버린 시은이, 앙칼지게 말다툼을 벌이며 들어섰다.“그러니까, 씨발, 내가 누누이 얘기하잖아. 어딜 가면 어디 간다, 미리미리 보고를 하고 가라고.”“미리 보고하면? 니가 보내줘? 안 보내 줄 거잖아!”“내가 무조건 가지 말라고 해? 어딘지, 누구를 만나는지, 그거 확인하고 보내준다니까?”“너, 입술에 침은 바르고 말하냐? 거짓말 진짜 잘한다, 백현민?”그 요란한 꼴을 힐끗 쳐다본 주환은 대충 손만 흔들어 인사한 뒤 다시 폰으로 시선을 내렸다.‘하, 저 미친년놈들, 또 발정 나서 난리네.' 라는 무관심의 표본이었다.차분했던 룸 안은 두 사람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곧이어 룸의 문이 열리고 강경훈(29살)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들어왔다. 뼈대 깊은 의사 집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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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HERA의 두 공간에서Ⅱ멤버십 프라이빗 룸 'HERA'의 같은 시각 다른 룸.오늘 밤, [에테르]의 멤버들 역시, 또 다른 깊숙하고 은밀한 ‘HERA’ 라운지의 다른 VVIP 룸에 모여 있었다. 지한의 아버지가 소유한 멤버십 덕분에 룸을 통째로 빌려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비록 아이돌판의 최정상을 찍은 1군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 냉정하게 말해 대략 2.5군 정도? --, 애초에 멤버들의 집안 배경 자체가 꽤 빵빵하다 보니 아이돌 활동을 마치 유희거리나 취미처럼 여기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이 [에테르]였다.물론,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몸과 영혼을 갈아야 할 것들이 늘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들은 타고난 끼 덕분에 세상에 많은 직업군 중, 이 아이돌이 천직이라 생각했다. 뭐, 돈은 넉넉히 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기에도 좋았고. 그들만의 거칠고 방탕한 술자리에는 시우, 태윤, 도현, 지한이 참석했다.다소 어두컴컴한 룸 안에 널찍이 떨어져 앉은 네 명의 멤버들 사이로 짙은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들은 이미 꽤 많은 양의 양주를 비워낸 후였다."형, 어제 거기 카페, 일부러 쳐들어간 거 맞잖아!"시우가 얼음이 담긴 잔을 달그락거리며 태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살짝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어제의 서프라이즈성 이벤트에 대해 불만을 토해냈다."채민이 그 미친놈이 가자고 하도 지랄해서 끌려간 거라니까."태윤은 전혀 타격감 없이, 단단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는 비죽거림의 미소가 스며들었다.“윤채민... 씨발, 그 개새끼, 어제 니 팬한테 완전히 뻑갔더라?"태윤이 어제의 광경을 다시금 떠올리며 낄낄 웃었다."누구? 그 '마이슈'인가 뭔가 하는 그 예쁜 누나?"음악과 연애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테르의 메인 프로듀서인 지한까지도 바로 알아채는 걸 보면, 마이슈의 존재감은 멤버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듯했다."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걔보다 훨씬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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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굶주린 수컷의 절망최고급 양주 두어병이 어느새 비워지고, 커다란 룸의 공기가 짙은 알코올과 담배 연기로 채워지기 시작할 때, 방음마저 완벽한 그 곳의 두꺼운 문이 열리며 태현과 하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내내 서늘한 눈빛으로 소파에 기대어 말없이 술잔만 비워대던 건우의 시선이 단박에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서는 하윤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무표정했던 표정이 풀리고 그의 입가에는 그답지 않은 짙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장착되었다.첫 눈에 반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을 함께 했고, 그가 스무 살이 되던 시간부터 6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물고 빤 여자가 이하윤이었다.그런데 왜? 도대체 왜 저 여자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떨어지며, 아랫도리는 미친 듯이 뻐근해지고, 서늘하게 얼어있던 자신의 모든 것이 쉽게 무장해제 되는지, 차건우는 이 모든 것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길거리의 다른 여자는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평생 자신을 발정 나게 만들고, 제 씨를 가득 뿌리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드는 여자. 볼 때마다 품에 안고 씹어 삼키고 싶은 암컷은 오로지 이하윤 단 한 명뿐이라는 맹목적인 각인.평상시에 다른 놈들에겐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것처럼 굴면서, 오직 이하윤 하나에게만 발정 난 개새끼마냥 꼬리를 흔들며 짐승 같이 나른하고 다정한 미소를 짓는 차건우.그 꼴을, 만날 때마다 매번 직관해야 하는 이태현의 기분은, 그저 씨발, 좆같았다.건우가 하윤을 향해 나른하게 두 팔을 벌렸다.‘어서 내 품에 와서 안겨라, 내 여자야.’ 라는 노골적인 소유욕의 과시.태현은 그런 건우를 벌레 보듯 차갑게 노려보며 상석에 앉은 경훈의 옆자리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하윤이 자연스럽게 건우에게 다가가 건우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앉아 목에 팔을 두르며 그의 너른 품에 안기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얇은 허리와 골반을 부서져라 옭아맸다.하윤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박고 그녀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신 건우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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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지하 주차장의 팬미팅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최고급 프라이빗 라운지 ‘HERA’의 지하 주차장. 그 곳은 보통의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 주차장과는 차원이 달랐다.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하는 환하고 고급스러운 조명, 문콕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는 널찍한 주차 공간, 그리고 쉴 새 없이 쾌적한 공기를 뿜어내는 최고급 환풍 시스템 덕에 지하 특유의 답답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금요일 밤, VVIP들의 은밀한 욕망이 불타오르는 시간답게, 이 곳 ‘HERA’의 주차장에는 숨만 쉬어도 수억이 넘어가는 하이엔드급 슈퍼카와 세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아니, 씨발. 학생 주제에 존나 좋은 차 몰고 다니네."시은은 주차된 건우의 육중한 벤츠 마이바흐 GLS600을 발끝으로 툭 차는 시늉을 하며 입술을 비죽였다. 그도 그럴 것이, 뼈 빠지게 회사를 굴리며 돈을 긁어모으는 다른 놈들과 완전히 동급인 차를, 보란 듯이 몰고 다니고 있으니 배가 아플 만도 했다.지 손으로 돈 한 푼 안 버는 일개 핏덩이 학생 주제에 말이다."야, 이 새끼 통장에 꽂히는 주식 배당금만 해도 우리 연봉 가뿐히 넘어. 어련하시겠어."하윤이 익숙하게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를 열어, 생리대가 든 파우치를 꺼내 들고는 이내 차 문을 닫았다. 묵직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주황색 불이 번쩍하며, 삐빅- 하는 잠금음이 주차장을 울렸다."아, 맞다.“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는 길.하윤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밝아졌다.“나 아까 오면서, 이태현한테 [플루아] 팬싸 티켓 좀 빼달라고 찔러놨어. 네 장.”하윤의 말에 시은의 표정이 드라마틱하게 밝아졌다."오~ 나이스! 야, 그거 이번에 완전 랜덤으로 돌려서 엄청 많이 사는 거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대. 채아도 장담 못 한다고 완전 쫄아 있던데?""오죽하겠냐? 딱 스무 명만 뽑는다잖아. 이거는 진짜 빽 아니면 절대 당첨 안 돼.““그러게. 아이씨, 이태현이 아는 오빠라서 존나 좋다. 큭큭.”“그치? 큭큭큭. 뭐, 시우랑 태윤이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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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남이 하면 집착, 내가 하면 숭고한 사랑다시 지상의 룸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두 사람은 미친 듯이 각자의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방금 찍은 사진들을 '가려진 항목'으로 재빠르게 옮겨서 잠가버렸다. 이렇게 하면 앨범 안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눈치 빠른 수컷들의 1차적인 검열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오늘 밤 집에 돌아가서 와이파이 환경이 설정되면 클라우드 계정에 자동으로 백업이 되고, 거듭 확인을 거친 뒤 -- 혹시 모를 대참사를 막기 위한 재확인은 반드시 필수! --, 몰래 숨겨둔, 가려진 항목에서 지우고, 휴지통에서 영구적으로 흔적도 없이 비워버리면, 비로소 ‘완벽한 범죄’로 끝나는 것이었다."대박!!!““아우, 씨...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빛의 속도로 모든 보안 조치를 끝마친 두 여자가 서로를 마주 보며 방방 뛰었다."룸 끼고 논다는 썰은 들었는데, 우와, 여긴 줄은 꿈에도 몰랐네?""그러니까. 어떻게 그동안 한 번을 안 마주치다가 하필 오늘 딱 마주쳤대?“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도파민에 잔뜩 찌든 하윤과 시은."하, 야, 시우가 내 어깨에 손 올렸어.""난 태윤이랑 뽀뽀할 뻔. 얼굴 완전히 가까이 붙어서 찍었잖아."잔뜩 흥분된 상태로, 두 사람은 잠가둔 비밀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찰나의 황홀경에 흠뻑 빠져들었다.당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자신들을 소유하지 못해 안달 난 그 지독한 수컷들의 소굴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니 그 문을 열기 전까지는, 지금 이 터질 것 같은 배덕감을 완벽하게 즐기고 다 털어내야만 했다.현생의 수컷들에게 몸과 마음을 전부 내어주는 깊은 사랑과 쾌락과는 전혀 결이 다른, 맹목적으로 돈을 쓰고 응원하며 시각적으로만 소비하는 아가페적 사랑이었지만, 확실히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사내들과 실제로 살을 부대끼고 마주하니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쳤다.화면을 뚫고 나온 그 예쁘고 관능적인 얼굴들에 기분이 극도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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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비밀은 없다나른하고 관능적인 공기가 프라이빗 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고급 샴페인과 독한 위스키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얼마 전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다녀온 주환의 화려한 에피소드가 막 마무리되어 갈 때쯤이었다."야, 최시은.“나지막하지만 뼈대가 서늘하게 얼어붙을 만큼 차갑고 낮게 깔린 목소리.시은의 허벅지를 진득하게 주무르며 나른하게 웃고 있던 백현민의 표정은 어느새 완전히 굳어 있었다. 그의 커다란 손에는 시은의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손가락 내놔."현민이 무심하게 턱짓하며 시은의 손을 요구했다."아, 왜~?“시은은 애써 태연한 척 콧소리를 내며 반항했다."빨리 안 내놔?"시은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황급히 손을 숨기자, 현민의 눈썹이 삐딱하게 치솟았다."분명히 아까 사진첩 봤을 때만 해도 '가려진 항목' 같은 거 없었거든? 근데 하윤이랑 주차장 갔다 오고 나니까 귀신같이 딱 생겼네?"현민의 서늘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윤과 시은의 심장이 바닥으로 쿵 처박혔다. 쿵쿵쿵쿵쿵- 가슴팍에서 바닥에 처박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두 여자의 눈알은 튀어나올 듯 커졌고, 혈관을 타고 흐르던 알코올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머릿속에서는 미친 듯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그 찰나, 두 사람의 굳어버린 표정을 캐치한 건우의 시선이 느릿하게 하윤을 향했다. 짐승 같은 촉. 그리고는 제 왼손 바닥을 위로 향한 채 하윤에게 내밀며,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를 툭 내뱉었다."내놔."하윤의 왼쪽 편 소파 위에 얌전히 놓여있던 그녀의 핸드폰.건우의 명령에도 하윤은 사색이 된 채 그대로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건우가 거칠게 몸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홱 낚아챘다.건조한 표정의 건우는 한 손으로 익숙하게 잠금 화면을 풀고 사진 앱으로 들어가 스크롤을 쭉 내렸다."거기도 떡하니 생겼지?"건너편의 현민이 당연하다는 듯 비죽거렸다.건우는 대답 대신, 화면 맨 아래 '가려진 항목'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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