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서른여덟 국밥집 사장 강보라, 그녀의 평온한 새벽을 깨뜨린 스물여덟 소방관 한지운. "평생 갚겠습니다."라며 느닷없이 프러포즈하는 이 연하남, 대체 왜 하필 우리 집 2층에 세를 든 걸까?
Ver más새벽 4시 50분이었다. 강보라는 가게 뒷문을 열고, 불을 켜고, 솥 앞에 섰다. 솥은 어제 저녁에 불을 꺼 둔 채로 밤새 뼈를 품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김이 먼저 올라오고, 그다음에 냄새가 왔다. 보라는 국자를 집기 전에 솥을 보고 작게 말했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아버지가 하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이 말을 할 때 솥 가장자리에 손을 짚었다. 보라는 짚지 않았다. 손을 짚으면 뜨거워서 아버지가 매번 "앗" 하던 것을 어릴 때부터 봐 왔다. 그 "앗"이 없는 새벽이 5년째였다.
가스 불을 올리고, 깍두기 통을 꺼내고, 어제 썰어 둔 파를 냉장고에서 내렸다.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4시 58분. 이 시계는 5분 빠르다. 아버지가 그렇게 맞춰 놓고 썼고, 보라는 아버지 손목에서 풀어 자기 손목에 찬 뒤로 한 번도 바로잡지 않았다. 5분 빠른 시계로 살면 늦는 일이 없었다. 아버지 말이었다.
유리문 바깥은 아직 캄캄했다. 새뜰시장 골목에 불이 켜진 집은 보라국밥 하나였다. 방앗간 복순 할머니는 5시 반, 건어물 황씨네는 6시, 생선가게 미자 이모는 그날그날이었다. 보라국밥이 제일 먼저였다. 아버지 때부터 그랬다.
유리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2층 방 월세 놓습니다. 문의는 안에서.» 보라 글씨였다. 붙인 지 한 달이 됐다. 그동안 물어본 사람은 셋이었다. 하나는 방을 보더니 "시장이라 시끄럽겠네요" 하고 갔고, 하나는 월세를 깎자고 했고, 하나는 보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미자 이모한테 쫓겨났다.
「안 나가면 그냥 두지, 뭐.」
보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솥을 저었다. 2층 바깥방은 아버지가 쓰던 방이었다. 창이 시장 쪽으로 나 있어서 새벽 장 소리가 다 들렸다. 아버지는 그 소리에 깼고, 보라는 안쪽 방에서 그 소리를 못 들었다. 지금은 보라가 그 소리에 깬다. 바깥방은 비어 있는데도.
5시 20분쯤 유리문 밖에 누가 서 있었다. 키가 큰 그림자였다. 보라는 솥을 젓다가 한 번 보고, 다시 솥을 봤다. 문 앞에 서서 안 들어오는 사람은 많았다. 메뉴판을 읽는 사람, 담배를 피우는 사람, 길을 잘못 든 사람. 그림자는 한참 서 있다가 사라졌다. 보라는 파를 썰었다. 썰다가 한 번 더 유리문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골목 가로등 하나가 깜빡였다. 저 가로등은 작년 가을부터 깜빡였고, 상인회에서 고쳐 달라고 세 번 말했고, 아직 그대로였다.
◎
5시 반에 첫 손님이 왔다.
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키가 컸다. 문틀 위쪽에 머리가 거의 닿았다. 회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운동복 소매가 짧아서 손목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 사람은 문 안에 서서 가게를 한 바퀴 둘러봤다. 테이블 여섯 개, 벽에 걸린 메뉴판, 솥, 그리고 보라.
"국밥 되죠."
"되죠. 앉으세요."
그 사람은 솥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가 밥 먹던 자리였다. 손님 자리로도 쓰니까 보라는 아무 말 안 했다. 국밥을 뜨고, 깍두기를 놓고, 뚝배기를 내려놓았다.
그 사람은 뚝배기를 두 손으로 잡고 한 바퀴 돌려 놓았다. 손잡이가 오른쪽으로 오게. 그러고는 숟가락을 국물에 세워서 한 번 젓고, 국물을 세 번 떠먹었다. 밥은 그다음이었다.
보라는 솥 뒤에서 그걸 보다가 파를 집었다. 「먹는 사람이 먹는 거지.」
그 사람은 빨리 먹었다. 국물 한 방울 안 남겼다. 그릇을 밀어 놓고 보라를 봤다.
"한 그릇 더요."
"더 드려요?"
"네."
두 번째 그릇도 똑같이 먹었다. 두 손으로 돌리고, 숟가락 세워서 젓고, 국물 세 번. 보라는 두 번째에는 안 봤다. 보려고 안 봤다. 솥을 젓고, 깍두기 통 뚜껑을 닫고, 벽에 걸린 달력을 봤다. 4월 1일. 수요일. 달력은 미자 이모네 생선가게에서 받은 거였다. 생선 그림이 달마다 바뀌는데 4월은 조기였다.
그 사이에 손님 둘이 더 들어왔다. 새벽 배달 기사들이었다. 늘 오는 사람들이라 보라는 묻지 않고 두 그릇을 떴다. 기사 하나가 솥 앞자리를 보고 "오늘은 자리 뺏겼네" 하면서 창가에 앉았다. 다른 하나가 "저 양반 두 그릇째야?" 하고 작게 물었다. 보라는 대답 대신 깍두기를 더 놓았다. 가게 안이 숟가락 소리로 찼다. 보라는 이 소리가 좋았다. 아버지는 이 소리를 "밥값 소리"라고 했다.
그 사람이 일어나서 계산대로 왔다. 보라는 카드 단말기를 돌려놓다가 그 사람이 현금을 내미는 걸 봤다. 만 원짜리 두 장. 보라는 거스름돈 2,000원을 두 손으로 건넸다. 아버지가 그렇게 했고, 보라도 그렇게 했다. 그 사람이 돈을 받으며 유리문 쪽을 봤다. 종이를 봤다.
"2층 방, 저 주세요."
보라는 그 사람 얼굴을 다시 봤다. 짧은 머리, 각진 턱, 눈 밑이 조금 어두웠다. 밤을 샌 얼굴이었다.
"학생?"
"스물여덟이고, 소방관입니다. 새뜰소방서요."
"소방관이 왜 시장 2층에."
"가까워서요. 걸어서 15분입니다."
보라는 잠깐 생각했다. 소방관이면 밤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을 거고, 시끄럽다고 안 할 거고, 월세를 깎자고 할 사람으로는 안 보였다. 깎자고 하면 안 주면 그만이었다.
"방 보고 말해요."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게 안쪽에 있었다. 나무 계단 열두 개. 보라가 앞서 올라갔다. 셋째 계단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늘 나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고친다고 하다가 못 고친 계단이었다. 보라도 고친다고 하다가 못 고쳤다.
뒤에서 소리가 안 났다.
보라는 돌아봤다. 그 사람이 넷째 계단에 서 있었다. 셋째 계단을 밟지 않고 둘째에서 넷째로 건너뛴 모양이었다. 다리가 기니까 그럴 수도 있었다. 보라는 다시 올라갔다. 「그냥 긴 다리.」
바깥방 문을 열었다. 방은 비어 있었다. 아버지 짐은 5년 전에 다 치웠다. 장롱 하나, 창문 하나, 그리고 벽. 창은 시장 골목 쪽이었다. 아직 어두운데 황씨네 셔터 올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6시도 안 됐는데 황복례는 오늘 빨랐다.
"시끄러워요, 새벽에. 장 서는 소리 다 들려요."
그 사람은 대답을 안 했다. 방에 들어서서 창을 보고, 그다음에 벽을 봤다. 창 옆 벽이었다. 거기에 연필로 그은 금이 네 개 있었다. 짧은 가로줄 네 개가 위아래로 조금씩 떨어져 있었다. 제일 아래 금과 제일 위 금 사이는 손가락 두 마디쯤이었다. 아버지가 그었다는 것만 알았다. 뭘 쟀는지는 몰랐다. 보라 키는 아니었다. 보라는 그때 서울에 있었고, 보라 키는 저보다 한참 아래였다.
그 사람이 그 금을 한참 봤다. 손을 들다가 내렸다.
"월세 40만 원이에요. 보증금 300. 화장실은 가게 쓰는 거 같이 쓰고, 2층엔 작은 세면대만 있어요. 밥은 알아서."
"네."
"네가 뭐예요. 보고 생각해 보고—"
"이 방으로 하겠습니다."
보라는 팔짱을 꼈다. 「이렇게 바로?」
"방 보러 온 사람이 셋 있었는데 다 안 했어요. 왜 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그 사람이 보라를 봤다. 밤샌 눈이 보라를 똑바로 봤다.
"국밥이 맛있어서요."
보라는 할 말이 없어서 창을 열었다. 찬 공기가 들어왔다. 아래에서 황복례 목소리가 올라왔다. "보라야, 2층에 불 켰냐!" 보라는 대답 안 했다. 그 사람이 창밖으로 골목을 내려다봤다. 황씨네, 미자네, 방앗간, 그 너머 시장 뒷길. 아는 길을 보는 눈이었다. 보라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시장 뒷길은 누가 봐도 다 아는 길이었다.
◎
내려와서 보라는 솥을 한 번 젓고, 그 사람은 가게 가운데 서 있었다. 보라가 계약서는 저녁에 쓰자고 했다. 가게가 5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라 낮에는 짬이 안 났다. 그 사람은 알겠다고 했다. 이름을 물었다.
"한지운입니다."
"강보라예요. 사장이고요."
지운이 고개를 숙였다. 인사가 깊었다. 보라는 그렇게 깊게 인사받을 일을 한 적이 없어서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그때 유리문이 열리고 황복례가 들어왔다. 멸치 상자를 든 채였다. 황복례는 지운을 한 번 보고, 보라를 한 번 보고, 다시 지운을 봤다. 위에서 아래로.
"저 키 봐라."
"이모, 아침부터."
"2층 세입자냐? 총각이 왜 시장 2층을 와. 보라야, 너 월세 제대로 받아라."
"받아요."
"얼마 받는데."
"이모."
황복례는 상자를 내려놓고 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지운이 황복례 상자를 들어서 벽 쪽으로 옮겨 주었다. 부탁한 것도 아닌데. 황복례가 "어이구" 하면서 지운 팔뚝을 한 번 쳤다. 보라는 솥을 저었다. 저런 건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총각, 어디서 왔어?"
"소방서요."
"아니, 고향이 어디냐고."
지운이 잠깐 말을 안 했다. 보라는 국밥을 뜨면서 그 잠깐을 들었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황복례는 더 안 물었다. 국밥이 나왔으니까. 황복례는 국밥 앞에서는 말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보라 아버지가 황복례를 두고 "저 입을 막는 건 국밥뿐"이라고 했었다.
지운은 문 앞에서 다시 보라를 봤다. 바깥은 이제 조금 밝았다. 골목에 셔터 소리가 하나씩 늘었다. 방앗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시작됐다.
"저녁에 짐 옮겨도 됩니까, 누—"
지운이 말을 끊었다. 반 박자 뒤에 고쳐 말했다.
"사장님."
보라는 국자를 든 채로 지운을 봤다. 「누, 뭐?」
"저녁 7시요. 가게 닫고."
지운이 나갔다. 유리문이 닫히고, 키 큰 그림자가 골목을 왼쪽으로 꺾어 사라졌다. 소방서 쪽이었다. 황복례가 국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쟤 뭐라 그랬냐?"
"사장님이라고요."
"그 앞에."
"몰라요."
보라는 솥 뚜껑을 닫았다. 셋째 계단 소리가 안 났던 것이 생각났다. 보라는 그걸 생각하다가 솥에서 김이 넘치는 걸 늦게 봤다. 아버지라면 "앗" 했을 것이다.
(1화 끝)
기일에는 가게를 닫았다. 5년 동안 그랬다. 유리문에 종이를 붙였다. «오늘 쉽니다.» 그 종이는 한 해에 한 번만 붙었다.새벽 4시 50분에 보라는 그래도 솥 앞에 섰다. 불은 안 올렸다. 뚜껑만 열었다. 어제 끓인 국물이 식어서 위에 기름이 굳어 있었다. 보라는 그 솥을 보고 작게 말했다. 매일 하는 그 말을. 오늘은 그 말 뒤에 "다녀올게" 하나가 더 붙었다.보온통에 국밥을 담았다. 두 그릇. 밥 따로, 국물 따로. 청솔리까지 두 시간이면 식을 거였다. 식어도 국밥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지운이 계단을 내려왔다. 셋째 계단을 넘었다.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였다. 보라도 검은 옷이었다. 둘이 가게 안에 서 있으니까 가게가 상갓집 같았다. 보라는 그 생각을 하고 보온통 뚜껑을 세게 닫았다."비번 맞아요?""성준이랑 바꿨습니다.""그 떠버리가 바꿔 줬어요?""소정 씨한테 잘 보이고 싶다고요."보라는 보온통을 들었다. 지운이 받아 들었다. 보라는 안 줬는데 지운 손에 가 있었다. 그 손이었다. 손등 반이 다른 색인 손.휴대폰이 울렸다. 소정이었다. «사장님, 잘 다녀오세요. 가게는 제가 한 번 들여다볼게요.» 닫은 가게를 뭘 들여다본다는 건지 몰랐다. 보라는 «고마워» 하고 보냈다. 짧은 답이었다. 보라 문자는 늘 그랬다.◎첫차는 6시였다. 터미널까지 걸었다. 시장은 아직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황씨네 앞을 지나는데 셔터 밑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황복례가 안에서 "다녀와라" 했다. 셔터를 안 올리고 말했다. 보라는 "네" 했다. 지운이 고개를 숙였다. 셔터한테.터미널 매점 앞에서 지운이 가방을 열어 보였다. 소주 한 병이 들어 있었다."산소에 뭘 가져가는지 몰라서요. 사장님이 저녁에 한 잔씩 하셨
8월 첫 토요일 밤 9시에 «퇴근.»이 왔다.보라는 가게 안에 있었다. 닫은 지 여섯 시간이 지난 가게였다. 솥에는 국물이 두 그릇 남아 있었다. 남긴 거였다. 보라는 «국밥 남았음» 하고 보냈다. 점은 안 찍었다. 저쪽은 찍고 이쪽은 안 찍는 게 이제 보통이었다.야시장 밤 뒤로 일주일이 갔다. 보라는 그날 밤 둑길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돌아왔다. 지운이 뒤에서 따라왔다. 둘 다 말을 안 했다. 가게에 오니까 국자가 바닥에 그대로 있었고, 솥은 황복례가 뚜껑을 덮어 놨고, 소정이 돈통을 안고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시장 사람들은 보라를 볼 때마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황복례도 그랬다. 황복례가 입을 닫는 건 국밥 앞에서뿐이었는데, 이번 주는 보라 앞에서도 닫았다.지운은 똑같이 왔다. 당번 다음 날 5시 40분, 두 그릇. 비번 날 설거지. "누나, 잘 먹었습니다." 똑같이. 보라는 똑같이 "누나 아니에요" 했다. 그 말이 이번 주에는 잘 안 나왔다.보라는 일주일 동안 세 번 물으려고 했다. 뭘 갚는다는 건지. 한 번은 솥 앞에서, 한 번은 설거지통 앞에서, 한 번은 계단 밑에서. 세 번 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소정이 수요일에 "사장님, 왜 안 물어봐요" 했다. 보라는 "뭘" 했다. 소정은 "뭘, 이라뇨. 시장 사람들이 다 궁금해하는 그거요" 했다. 보라는 "물어서 나올 거면 벌써 나왔어" 했다. 소정은 "그래도 물어봐야 나오죠" 했다. 보라는 파를 썰었다.「물어서 나올 거면.」그렇게 믿고 넉 달을 안 물었다. 믿은 게 아니라 무서웠는지도 몰랐다. 나오면 뭐가 나올지.9시 20분에 유리문이 열렸다. 지운이 들어왔다. 훈련복 차림이었다. 땀 냄새가 났다. 두 그릇 자리에 앉았다. 보라는 한 그릇을 떴다. 뚝배기를 돌리고, 숟가락을 세우고, 세 번."늦었네요.""훈련이 길
야시장은 한 해에 하루였다. 7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상인회에서 골목에 전구 줄을 걸고, 가게마다 좌판을 밖으로 냈다. 아버지 때부터 보라국밥은 그날 솥을 골목으로 내놨다. 솥째로. 종이 그릇에 국밥을 담아 팔았다. 한 해에 하루만 보라국밥이 저녁 장사를 했다.새벽에 보라가 지운한테 말했다. 두 그릇째를 먹을 때였다."오늘 야시장이에요. 저녁에 솥 내놔야 돼요.""네.""솥 무거워요. 상인회에 사람 불러야 되는데.""제가 들겠습니다.""혼자 못 들어요.""성준이 옵니다.""벌써 불렀어요?""지난주에요."보라는 지난주에 야시장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지운이 어디서 들었는지는 안 물었다. 시장에서는 뭐든 다 들렸다.솥을 옮기는 게 일이었다. 아버지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와 황씨네 남자들이 들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상인회 젊은 사람들을 불렀다. 올해는 안 불렀다. 지운이 들었다. 성준이 반대쪽을 잡았다. 둘이 솥을 들고 유리문을 나가는데 성준이 "이거 몇 킬로야" 했고, 지운이 "말하지 마" 했다. 보라는 뒤에서 국자를 들고 따라 나갔다."거기요. 전구 밑에."솥이 내려앉았다. 골목 바닥이 울렸다. 황복례가 건너편에서 "저 힘 봐라" 했다. 미자 이모가 "둘이 드는 건데요" 했다. 황복례가 "그래도 저쪽이 더 드는 거 안 보이냐" 했다. 성준이 "저도 들었는데요" 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소정이 종이 그릇을 쌓았다. 소정은 오전 알바인데 오늘은 저녁까지 나왔다. 돈을 더 주겠다고 했더니 "안 받아요" 했다. 안 받는 이유를 보라는 알았다. 성준이 전구 줄을 고치고 있었다.6시에 전구가 켜졌다. 하나가 안 켜졌다. 보라국밥 솥 바로 위 전구였다. 성준이 사다리를 가져왔고 지운이 올라갔다. 전구를 돌렸다. 켜졌다. 황복례가 "저 키면 사
엄마는 토요일 9시에 왔다. 장마가 그 전날 끝났다.새벽에 지운이 두 그릇을 먹을 때 보라가 말했다. 솥을 저으면서, 지운을 안 보고."오늘 엄마 와요.""네."네, 가 평소보다 늦게 나왔다. 보라는 그걸 들었다. 지운은 숟가락을 든 채로 유리문을 한 번 봤다. 아직 캄캄한 유리문이었다. 거기 아무도 없었다. 지운은 다시 먹었다.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졌다. 보라는 그것도 들었다. 숟가락 소리로."비번이죠, 오늘.""네.""그럼 나가 있어도 돼요. 엄마 있으면 불편할 텐데.""안 불편합니다.""지운 씨가 아니라 엄마가요.""……그래도 있겠습니다."보라는 엄마가 오는 걸 유리문 너머로 먼저 봤다. 아니, 황복례가 먼저 봤다. 골목 저쪽에서 "옥순아!" 하는 소리가 났고, 그다음에 엄마가 보였다. 양손에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쓴 채였다. 밭에서 쓰는 모자였다. 그걸 쓰고 버스를 두 시간 타고 왔다.황복례가 엄마 보따리 하나를 뺏어 들었다. 미자 이모가 생선가게에서 나와서 다른 하나를 뺏었다. 엄마는 빈손으로 유리문을 열었다. 셋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가게가 좁아졌다."왔다.""왔네."보라는 솥 뒤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도 솥 쪽으로 오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인사했다. 5년 동안 그렇게 인사했다.엄마가 가게를 둘러봤다. 솥, 테이블 여섯 개, 메뉴판, 벽 달력. 7월 달력 생선은 민어였다. 엄마 눈이 달력에서 설거지통으로 갔다. 거기 지운이 있었다. 비번이었고, 소매를 걷고, 뚝배기를 닦다가 멈춘 채였다.엄마가 지운을 봤다.오래 봤다. 보라가 세어 보지 않았는데도 길었다. 황복례가 입을 열려다가 미자 이모한테 팔을 잡혔다. 소정이 뚝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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