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은 허민서를 한바탕 비웃은 후 다시 임서우 곁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손 내밀어 임서우의 팔짱을 끼면서 나지막이 물었다.“더 킹, 나 표현 괜찮죠?”임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벤츠 G63쪽으로 걸어갔다.허민서는 줄곧 임서우가 운전할 줄 모른다고 여겼는데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운전할 줄 알뿐만 아니라 운전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녀는 임서우가 초호화 벤츠 SUV를 몰고 멀어져가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제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이때 불쑥 그녀는 옆에서 똑같이 넋 놓고 있는 박건우에게 물었다.“건우 씨, 서우 쟤 지금 연기하는 거 맞죠? 분명 전 재산을 날리고 미녀 단역배우를 찾아서 차까지 빌리며 내 앞에서 연기한 걸 거예요. 이렇게 해서라도 내 마음을 되돌리고 다시 제 옆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나 보죠. 안 그래요?”박건우도 임서우의 한바탕 쇼에 어안이 벙벙해졌다.허민서의 분석을 들은 그는 순식간이 머리가 맑아졌다.“그래, 민서야, 바로 그거야. 내 기억에 어느 한 국산 차 브랜드에서 만든 SUV가 벤츠 지바겐이랑 너무 비슷해서 로고만 바꾸면 아예 구분을 못 한다고 했어. 그리고 방금 그 명품 백이라고 하는 것들도 우리가 단지 포장만 봤을 뿐인데 그 여자가 바로 불태워버렸어. 어쩌면 안에 고철이나 쓰레기가 담겨있을지도 몰라!”허민서와 박건우는 서로 맞장구를 쳤고 그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건우 씨 말이 맞아요. 그 가방들 전부 가짜일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빨리 태웠겠어요. 내가 명품 매장을 자주 다녀서 그 가방들이 정품인지 짝퉁인지 바로 보아낼 수 있어요. 그 여자는 내가 이 가방들이 가짜인 걸 알아챌까 봐 내 앞에서 일부러 불태운 거예요.”두 사람은 좀 전에 김서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주눅 들었는데 지금은 정작 그녀가 임서우의 초대를 받고 온 단역배우라고 여겼다.허민서는 임서우의 작은 꼼수를 바로 알아채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임서우와 재결합하려던 걸
김도현이 살짝 뜸 들이다가 일부러 큰소리로 외쳤다.“설마 점심밥 먹을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회사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건 아니죠? 대단하네요. 매일 그렇게 바삐 돌아치고 배달일까지 병행하는데 점심 먹을 돈이 없다고요?”김도현의 말에 주위 동료들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트렸다.이 회사에서 임서우를 깔보지 않는 사람이 얼마 없다. 왜냐하면 다들 배달원과 같은 라인인 것을 수치스러워하니까.이 건물의 다른 회사 직원들도 휴식 타임에 자주 모여 하는 말이 귀사가 택배회사냐고, 왜 배달원까지 모집하냐고 묻는 말뿐이다.하여 다들 임서우와 같은 회사라는 게 너무 창피했다.그들은 고고한 사무직 직원이라 임서우와 같은 가난뱅이와 함께 있는 걸 꺼렸다.뭇사람들은 임서우가 배달을 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다들 회사에서 임서우를 볼 때마다 일부러 그에게 맹비난을 해대는데 목적은 바로 그를 회사에서 내쫓기 위함이다.오늘 이 동료들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임서우가 자신의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현은 계속 그를 난처하게 굴었다.“서우 씨, 회사 관두는 거예요? 설마 택배 배달로 부자 되셨나요?”김도현은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도 말했다.“다들 여기 좀 보세요. 내가 말했잖아요, 배달 일이 아무리 힘들고 종일 땀 냄새가 진동해도 이거 분명 돈 버는 일이라니까요! 서우 씨가 전형적인 예잖아요! 택배 배달로 돈 벌어서 이제 곧 회사를 관두고 우리 드래곤 네이션의 부자 차트에 진격하나 봐요!”뭇사람들은 김도현의 야유에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일개 배달원이 드래곤 네이션 부자 차트에 진격하다니, 이는 올해 사무실에서 가장 웃긴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이때 남 비웃는 게 취미인 한 동료가 한술 더 뜨면서 임서우 앞으로 다가와 심심한 경례를 올리며 키득거렸다.“임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성공하시거든 저희 이 옛 동료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여유 되시면 저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해주시죠. 제
##제5화 여대표의 격려##오피스 구역에 서서 뭇사람들을 질책하는 이 여인은 바로 신수아이고 올해 고작 25살이다.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주 섹시하다.지금 심플한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지만 프로모델다운 분위기를 한껏 내뿜었다.회사의 적잖은 남자들이 사석에서 모두 그녀를 의논하곤 한다.다들 그녀 같은 완벽한 몸매의 여자친구를 바라고 있다.다만 이 남자들도 그저 사석에서만 의논할 뿐이다.왜냐하면 신수아는 예쁜 얼굴에 섹시한 몸매를 지닌 동시에 이 회사의 여대표이니까.그녀의 호통에 오피스 구역의 모든 직원이 잇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속으로 임서우를 욕했다.임서우가 하필 이때 회사에 돌아와서 그들의 오전 급여를 깎아버렸으니까.신수아는 사무실을 쭉 둘러보다가 결국 여전히 짐 정리 중인 임서우에게 시선을 멈췄다.“임서우 씨, 사무실 따라와.”신수아가 진지한 얼굴로 임서우에게 말했다.마침 임서우도 그녀에게 사직서를 내려던 참이었다.그는 수중의 일을 내려놓고 신수아를 따라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다.임서우는 은은한 장미 향으로 가득 찬 대표 사무실에 들어왔다.신수아는 그를 자리에 앉힌 후 서류장에 가서 서류를 뒤졌다.그녀는 서류장 밑의 서랍을 열었는데 서랍 위치가 조금 낮아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이고 뒤졌다.허리를 숙인 탓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타이트하게 달라붙었지만 신수아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임서우는 무심코 둘러보다가 타이트해진 그녀의 치마를 발견했다.더 아래로 내려다보니 스타킹에 감싼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임서우는 순간 목이 살짝 타들어 갔다.바로 이때 신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병을 건넸다.“사직하려고?”신수아가 물었다.임서우는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신수아는 방금 들어올 때 임서우가 개인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면서 그가 곧 떠날 거라고 추측했다.임서우는 신수아도 그의 사직 이유를 그동안 회사 동료들의 끊임없는 비난과 야유 때문이라고 생각할 줄
하지만 임서우의 짤막한 한마디에 그녀의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다.“대표님이 좋게 봐주는 건 감사하지만 난 이미 회사를 관두기로 했어.”신수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임서우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다만 임서우는 그녀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막 이유를 물으려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신수아는 휴대폰을 들고 문밖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임서우는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신수아의 목소리는 너무 잘 들렸다.“장 사장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에 제가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요. 분명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해서 저도 모든 자금을 투입시킨 건데 프로젝트가 절반 진행된 상황에서 투자를 멈추겠다니요? 이런 장난이 어디 있어요?”“나도 알아요. 이 프로젝트는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건 사장님을 믿기 때문이잖아요! 우리 쪽에 자금이 곧 끊길 텐데 인제 와서 투자를 안 하겠다면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예요?”“장 사장님, 한번... 여보세요? 장 사장님? 여보세요? 개자식이!!!”신수아는 눈앞이 캄캄해 두어 걸음 휘청거리다가 콰당하고 휴대폰을 떨어트렸다.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주웠다.“다행히 보호막만 깨졌어...”그녀는 휴대폰 액정을 살펴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대폰을 아껴서 그런다기보다 일단 고장 나면 장 사장과 연락이 안 닿으니까.신수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사무실 문을 열고 임서우에게 말했다.“어디 가지 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임서우는 성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는 어제 사무실에서 동료들의 수다를 엿들었는데 회사에서 전에 맡은 프로젝트가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않아 신수아가 장 사장에게 투자를 부탁했다고 한다.장 사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지만 두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장 사장은 그녀의 믿음을 이용하여 일단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도록 자금을 대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틀 안에 무조건
임서우는 제 자리에 앉아 신수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또한 이제 곧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것도 기대했다.그러나 신수아가 돌아오기 전에 허민서와 박건우가 먼저 회사에 왔다.허민서가 막 회사 로비에 들어설 때 김도현이 씩씩거리며 그녀를 질책했다.“허민서 씨, 드디어 왔네요. 당장 돈 갚아요! 젠장! 임서우 그 개자식이 뒤에서 몰래 신 대표님께 우릴 고자질했어요. 그 바람에 동료들 모두 오전 급여가 삭감됐다고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당장 돈 갚아요!”김도현은 다짜고짜 허민서에게 고함을 질렀고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어안이 벙벙해졌다.한참 후에야 그녀도 주변 동료들의 질책 속에서 방금 사무실에 일어난 일을 파악하게 되었다.허민서도 몹시 짜증 났다. 이미 임서우와 이혼했는데 이 거지 같은 녀석이 아직도 회사에서 그녀의 얼굴을 깎아내리고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홧김에 가방에서 이혼신고서를 꺼내 머리 위로 번쩍 쳐들며 사무실 동료들에게 말했다.“다들 똑똑히 봐요. 난 이미 서우랑 이혼했어요. 이건 이혼신고서에요. 지금부터 나랑 임서우는 남남이니 더는 우리 사이를 엮지 말아요!”시끌벅적하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허민서와 임서우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이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김도현은 그녀 손에서 이혼신고서를 홱 뺏어가 자세히 들여다봤다.“헐! 진짜 이혼했어요? X발! 그것도 오늘에?”허민서는 이혼신고서를 다시 가방에 넣고 속상한 듯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여러분은 회사에서 서러움을 당하면 바로 날 찾아오지만 난 속상할 때 누굴 찾아가죠? 임서우랑 결혼한 이 반년 동안 쥐구멍만 한 집에서 지내고 싸구려 옷만 입고 다녔어요. 외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그럼에도 매일 당신들의 푸념을 들어줘야 했죠. 서우가 이 건물에서 배달 알바를 하는 것 때문에 종일 나만 놀렸잖아요. 난 이 서러움을 어디 가서 풀어요? 아까 구청 앞에서 이혼 절차를 마치고 나올 때도 허세 부리는 거 있죠. 돈 주고 여자 단역배우를 찾아서 짝퉁 차를 몰고 오더니 내게
잠시 후 박건우가 그만하라고 손짓했다.이에 임서우를 둘러싸고 삿대질하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물었다.박건우는 한쪽 눈을 뜨고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거들먹거리면서 임서우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네 말 맞아. 김도현 내 끄나풀이야. 동료들이 자꾸만 널 겨냥하는 것도 실은 내가 김도현한테 이간질하라고 시켰어. 내가 이렇게 한 목적은 단 하나, 바로 허민서를 얻기 위해서야. 너 같은 역겨운 택배 배달원이랑 하루빨리 이혼시키려고 그랬어! 제발 거울 좀 봐. 네가 허민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병신 같은! 지금 너무 화나지? 약오르지? 날 때리고 싶어 죽겠지? 와봐! 손 대보란 말이야!”박건우는 임서우의 귓가에 대고 건방지게 말했다.이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임서우에게 맹비난했다.“내 BMW z4는 초호화 옵션이라 몇천만 원은 더 돼. 네가 피를 팔든 신장을 팔든 뭘 하든 간에 당장 새 차로 물어내. 그럼 우리 일도 없던 거로 할게. 만약 안 그러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땐 일이 얼마나 커질지 몰라. 적어도 10년은 판결받아야 나올걸.”김도현이 허민서에게 박건우의 스포츠카에 관한 일을 전해 들은 후 옆에 모인 동료들도 박건우의 BMW z4 스포츠카가 무참히 깔려버렸단 사실을 알게 됐다.뭇사람들은 침까지 튀겨가며 임서우를 죽일 듯이 맹비난했다.잠시 후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다들 그만. 대표님 오셨어!”다들 그제야 입을 다물고 제자리로 돌아가 일하는 척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내게 새 차를 물어내지 않으면 너 감방 갈 줄 알아. 병신! 잘난 척하더니.”박건우도 으름장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갔다.이 사이 허민서는 줄곧 임서우를 직시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히 임서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박건우를 사랑해서 선택한 게 아니라 단지 돈이 더 많아서 선택했고 오늘 임서우가 동료들의 질책을 당한 것도 매우 억울하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임서우는 열심히 돈 벌어서 전부 그녀에게 썼지만 정작 그녀는 윤리와 도덕을
대표 사무실에서 신수아는 의자에 기댄 채 두 눈에 서러운 눈물이 가득 고였다.좀 전에 발생한 일이 그녀를 너무 분노케 했다.방금 장 사장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그가 글쎄 신수아에게 휴식실로 가서 함께 자자고 제안했다!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의 후속 투자금에 관한 일은 의논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신수아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줄곧 본인의 실력으로만 커리어를 쌓아왔으니까.그녀는 또 한편으로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사회경험이 부족한 탓에 장 사장과 협력하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니까.인제 그녀 앞에 놓인 건 두 가지 선택뿐이다. 장 사장에게 복종하거나 16억 원의 자금 결함으로 회사가 파산하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첫 번째 선택은 죽어도 안 할 것이다.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일궈낸 회사가 망하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말인가?신수아가 막막하게 눈물을 흘릴 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신수아는 재빨리 손으로 눈물을 닦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가 차분하게 의자를 돌리자 눈앞에 임서우가 나타났다.신수아는 최대한 마음을 진정하며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 들어 임서우에게 물었다.“임 부장, 다 고민했어? 오늘 바로 부임할 거야?”임서우는 아무 말 없이 눈물에 젖은 그녀의 긴 속눈썹을 보다가 테이블에서 티슈 한 장 뽑아서 냉큼 건넸다.신수아는 흠칫 놀라더니 티슈를 받고 난감한 듯 눈물을 닦았다.임서우는 밖에서 서러움을 당하고도 직원들 앞에서는 애써 강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그는 얼른 신수아를 위로했다.“이 세상이 비록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여자가 사업을 하려면 여전히 남자보다 힘들어. 이익 앞에서 여자가 더 많은 부정적인 함정에 직면하게 되니까. 신 대표가 올곧은 자세로 여기까지 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신수아는 눈물을 닦으며 나지막이 물었다.“뭘 좀 많이 아나 봐?”임서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잘
협력... 파트너?신수아는 임서우에게 프로젝트 부서의 부장직을 맡겼고 기본급여에 프로젝트 성과급만 지급할 뿐, 그에게 회사 지분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임서우는 머리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며 홀가분하게 말했다.“내가 얼추 계산해봤는데 만약 지금 회사에 16억 원이 입금된다면 이번 프로젝트도 순조롭게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만약 거기에 4억 원의 추진 자금을 더 보태면 신 대표의 능력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완성할 거야.”신수아는 그의 말에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임서우의 예산은 그녀가 사석에서 홀로 계산한 것과 거의 비슷했다.그녀는 남들에게 단 한 번도 이 일을 언급한 적 없는데 임서우가 대체 어디서 전해 들은 걸까?신수아가 한창 의아해하고 있을 때 임서우가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신 대표 회사에 24억 원을 투자할게. 신 대표는 회사 지분의 51퍼센트를 나한테 양도해. 신 대표가 49퍼센트의 지분을 소유하고.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신수아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흥분 조로 말했다.“같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 있네! 임서우 씨, 내가 만만해? 우스워 보여? 24억 원이 동네집 개 이름도 아니고 뭘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건데? 지금 서우 씨 월급으로 이 회사에서 평생이 아니라 다음 생, 다다음 생까지 일해도 벌어들일 수 없는 숫자라고!”임서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고작 24억 원 갖고... 나한텐 거스름돈이나 다름없어.”임서우의 태연한 표정에 신수아는 기가 차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이렇게까지 잘난 척하는 사람은 그녀도 본 적이 없었다.신수아는 줄곧 임서우가 성실하고 진취적이며 고생을 달갑게 여기는 젊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미지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고작 24억 원이라고? 이봐 임서우 씨, 당신 매일 출근하고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택배 알바까지 하는데 그래서 한 달에 버는 돈이 얼마야?”임서우도 드디어 알아챘다.신수아는 지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