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왔다. 꼭 공략하고 있는 것처럼 탐했다.팔도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두르며 행동을 제한해 버렸다.‘내 거야.'‘넌 내 것이어야만 해!'온다연이 숨이 점차 가빠져 숨 쉴 수가 없을 때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키스에 온다연은 머리가 어질거렸고 눈앞도 몽롱해졌다.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보다가 하얀 손을 들어 그가 거칠게 빨아들여 상처가 생겨버린 입술을 만졌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나른했다.“아저씨, 살살해줘요. 너무 아파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눈을 가늘게 접으며 다소 깊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있었다.“다연아, 밥 제대로 먹을 거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분명 그녀가 밥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그였는데 말이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올린 채 또 키스했다.그렇게 먹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니 따끈하던 도시락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고 깨끗하게 비우지 못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다시 따듯한 도시락으로 가져오라고 했다.온다연은 너무도 피곤했기에 겨우 밥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버렸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휴식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어리둥절했다.그녀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된 후로 유강후는 매일 스탠드를 켜놓았기 때문이다.그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을 주문 제작하곤 침대 옆에 배치해 두었기에 방 안은 어둡지도 않았고 흔하지도 않아 잠을 자기에도 딱 좋았다.하지만 이곳에 그 스탠드가 없었기에 유강후의 방이 아니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창문 틈 사이로 알록달록한 불빛이 켜진 바깥을
온다연은 관심 가득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아저씨, 남부 지방에 아저씨 회사 많아요?”유강후가 답했다.“적지는 않지. 다만 대부분 번화한 도시에만 몇 개 흩어져 있을 뿐이지. 여기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아.”온다연은 대충 자신이 알고 있는 남부 지방 도시 이름을 말했다. 그러다가 인지도가 낮은 도시의 이름도 입 밖으로 꺼낸 후 물었다.“여기에도 회사 있어요?”유강후는 오늘따라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질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이는 지금부터 내 재산을 관리해주려고 물어보는 거야? 내 아내가 되고 싶어?”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며 벽으로 밀쳤다.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 한참 지나서야 입을 뗐다.“내 재산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열 명이라도 전부 다 책임지고 키울 수 있으니까. 옷이든, 보석이든, 빌딩이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줄 수 있어.”그 순간 뭔가 떠오른 그는 멈칫하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많은 현금은 줄 수 없어.”온다연은 평소에 그의 앞에서 얌전한 모습을 보이었지만 사실상 뼛속까지 반항 가득한 사람이었다.만약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후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 그때 다시 그녀에게 경제적인 자유를 줄 생각이었다.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남부 지방에 있는 회사에도 자주 출장 가요?”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눈빛에 서린 한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다연이 네가 가고 싶다면 얼른 몸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날이 조금 따듯해지면 바닷가랑 가까운 도시로 며칠 놀러 가자, 알았지?”온다연은 경원을 벗어나 본 적 없었기에 바다 구경도 해본 적 없었다.예전에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언젠가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가 드넓은 바다를 보
유강후의 신체 변화에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부단히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안 돼요. 아직 아프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물며 손을 셔츠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안 아플 거야. 점심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거야...”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소유하고 있었다.온다연은 피할 수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에 출렁이는 작은 배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흔들렸을까, 겨우 힘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힘껏 밀어내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준 뒤 다시 옷을 입혀주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그는 잔뜩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사람을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디 가는데요?”유강후는 나른한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기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저녁에 참석해야 하는 식사 자리가 있어. 네가 묵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거야. 다연아, 너도 가고 싶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방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는 무서워요.”오전의 일을 겪었던지라 유강후도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비록 식사 자리에 유민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유민준도 감히 온다연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회사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10분 이동하면 바로 도착했다. 차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웃으며 달려왔다.“유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에 며칠 묵으실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유강후는 평소와 같은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꼭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
유민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영원에서 꽤나 권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민준이 화를 내며 노려보니 더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민준 대표 여동생은 유하령 씨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겠네요?”유민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말했다.“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아닐 테니까 더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 쪽에겐 더없이 과분한 사람이니까.”그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온다연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안 남자는 더는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러났다.찝찝한 유민준과 달리 온다연은 담담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기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너무도 배고팠다. 그래서 먹는 것도 다소 급하게 먹게 되었다.유강후는 입맛이 살아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의 눈빛도 다소 부드러워졌다.테이블 아래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천천히 먹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도 있으니까.”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기며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보라고 해. 그렇게 남이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어차피 넌 우리 집안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는 원래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당연히 공개할 생각이었다.결혼은 미룰 수 있었지만, 혼인신고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온다연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혼인 신고할 수 있었다.이때 어느새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유 대표님이랑 나은별 씨 결혼은 언제 하나요. 제가 듣기론 나씨 집안에서 이미 혼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러자 바로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맞아요. 며칠 전 나은별 씨를 만났는데, 정말 재벌 가문은
온다연은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려고?”온다연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원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은별과 유강후의 혼인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그에게 그저 놀이 상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비록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과 유강후는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상황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로 한 것이고, 그녀는 그에게 그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몸을 내어줄 뿐이다.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이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주제도 파악하고 있었다.심호흡한 뒤 나직하게 말했다.“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 생각이었어요.”그녀를 보는 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정말로 그것뿐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고 표정도 차갑게 굳어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도 조용한 나머지 상대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나직하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그러니까 돌아가요. 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비록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본 적 있었다.그녀는 방금 그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 유강후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거리자 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가면, 넌 또 어디로 도망치려고?”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도망 안 가요.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만약 결혼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도망치게?”온다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꼭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했다.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생각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작고 예쁜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집착이 가득했다.“온다연, 무슨 일이 있든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어떨지도 생각하고 도망쳐야 할 거야. 네 두 다리도 잃고 싶다면.”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봐주었다. 또 그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속눈썹과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아저씨가 나은별 씨랑 결혼하면 저랑 아저씨 사이는 끝이 나는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던 점을 눌렀다. 그는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보았다.온다연 입술에 있는 점을 아주 좋아했다. 옅고 작은 점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한번 발견하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키스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점을 자꾸 깨물게 되었다.유씨 집안으로 발을 들인 후 거실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본 순간부터 그 점을 발견했던지라 자주 꿈에 나왔다. 그때마다 꼭 아직 어리니 성인이 되면 잡아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겨우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만 한다.어떤 이유든지 만약 그녀가 그의 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한다면 영원히 방에 가둬버릴 것이다.“온다연, 명심해. 넌 내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라고. 끝이라는 말은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차가웠다.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당연하듯 내뱉은 그의 말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로 나은별 씨랑 해외에서 결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물밀듯 떠올라 온다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속도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낸 것도 모자라 위액까지 게워냈다.화장실로 달려들어 가면서 문을 잠갔기에 유강후는 밖에서 두드리고 있었다.“다연아?”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일어선 뒤 간단히 세수했다.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뒤였지만 안색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먹은 음식이 속을 뒤집히게 한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뻗은 손을 피한 뒤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너무도 피곤해 잠을 자고 싶었다.유강후는 점점 야위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은별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는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이미 속으로 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내연녀 한 명쯤 키우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본처가 내연녀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녀는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내연녀의 손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죽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인생에 결혼도 한 번으로 충분했다. 만약 유강후가 해외에서 이미 결혼하고도 국내에서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면 그녀의 처지는 내연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욱 아팠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아저씨, 전 좀 피곤해서 잘게요. 사람들이 아직도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전 걱정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누우며 유강후에게 등을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올린 후 안아 올려 안방으로 갔다.“잘 거면 침대에서 자.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지 말고.”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
그중에 재개발 구역 기초 공사도 있었다. 후반기에 더 큰 추가 투자와 민생 프로젝트가 있을 뿐 아니라 전부 큰 프로젝트였던지라 만약 지금 무산된다면 기초 공사부터 헛수고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유강후가 들어가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하지만 그는 그들의 시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그가 입을 열지 않자 누구도 먼저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긴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천천히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청운 그룹, 흔정 투자, 세원 그룹은 더 이상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마세요. 세 분의 자리는 이미 탈락한 리스트에서 다시 뽑아 채울 겁니다.”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담하게 세 회사의 살길을 막아버렸다.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목된 세 회사의 사장들의 안색은 사색이 되었다.“대표님, 대체 왜 저희를 제외하는 겁니까?”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다른 사람이 제 일을 입에 올리는 거 싫어합니다.”그 사람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유강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앞으로 더는 저와 나은별에 대한 일을 입에 올리지 마세요. 만에 하나 누가 또 입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미래 그룹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을 전부 중단할 겁니다.”현장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누구도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세 회사의 책임자들은 말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회사 책임자들이 말렸다.짧은 침묵이 끝나고 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한편, 로열 스위트룸에 누워있던 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냈다.곰곰이 생각한 뒤 유민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아저씨 정말로 해외에서 나은별 씨랑 결혼한 거예요?]그러자 빠르게 답장이 왔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결혼을 약속했었어. 중간에 어떤 오해가 있는 바람에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거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게다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우리 집안에 좋은 일이기도 해. 그런데
이렇게 최고 브랜드의 옷을 입고 반년 만에 지예솔과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은 정연석뿐이다.화가 치밀어 오른 봉현수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비틀거렸다.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그는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만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연석은 다르다. 그가 공개적으로 정연석을 해치면 지예솔은 그와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그와 지예솔은 정연석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강한 충돌이 발생했다.‘정연석이 해외에 있는 것이 아니었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이때 밖에서 장미연의 과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와, 여기에 왜 이렇게 많은 선물 박스가 쌓여 있어요? 게다가 모두 고급 상품이에요!”“좋은 물건이 많은 걸 보니 예솔이 집에 손님이 왔나 봐요.”“이 계집애가 종일 집에 오지도 않고 어디 간 거지?’...방에서 나온 봉현수는 한쪽 구석에 있는 소파 위에 확실히 많은 선물박스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모, 솔이의 전화번호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전화를 걸어서 어디 있는지 한번 물어봐 주세요.“하지만 집에 손님이 왔다고 말하지 마세요.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거든요.”“알았어요. 바로 가서 할게요.”청평읍 제일 병원.응급실에서 나온 지예솔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손에 보고서를 꽉 쥐고 벽에 기대어 한참을 서 있고 난 뒤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의사의 말이 그녀의 귓가에서 맴돌았다.“혹시 전에 심장 이식 수술받은 적이 있어요?”“도리대로라면 사오 년이 지나도 이식한 심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은 심한 거부반응이 일어났어요. 이러면 조금 힘들거든요.”“갑자기 환자에게 맞는 심장을 찾는 것은 물론 있다고 해도 수술하기도 힘들어요.”“이런 2차 심장 수술은 국내 최고의 전문의도 받을 엄두를 못 내요.”“우리 작은 읍내 병원에서는 이런 수술을 할 수 없어요. 수술하고 원하신다면 빨리 이식할 수 있는 심장을 찾아 의사를 연락해 전원하세요.”“하지만 저는 일찍
창가의 테이블 위에는 붓과 디자인 초안이 놓여있었다. 봉현수는 설계도를 들어 보았다. 그것은 어린이 머리핀 설계도였다. 매우 특별한 디자인으로 단아하면서 동심이 가득했다.지예솔의 디자인 재능이 뛰어났다. 당시 학창 시절에 그녀는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봉현수는 그녀의 디자인 원고들을 모두 가져갔고 지금도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그는 고등학교 시절 지예솔의 첫 설계도가 반지였던 것을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그녀는 그들이 결혼할 때 반지는 그 도안처럼 만들 거라고 했다.나중에 반지는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설계도를 보며 한참을 넋 놓고 있던 그는 또다시 다른 방을 둘러보았다.그는 세 방 모두 사람이 산 흔적이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예솔이가 다른 사람이랑 함께 살고 있나요?”장미연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요. 줄곧 남매 둘만 살았어요. 제가 하루에 두세 번 와도 손님이 와있는 걸 본 적이 없어요.”“아, 아니다. 그들이 금방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중매하러 왔어요.”봉현수의 안색은 약간 어두워졌다.“무슨 중매요?”장미연은 따뜻한 물을 빠르게 보온병에 넣으며 말했다.“예솔이는 이쁘게 생겨서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 마을 이장의 아들이 여러 번 예솔이의 카카오톡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예솔이는 모두 거절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며칠 기다리다가 간 적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는 완전히 미련을 버린 것 같지 않았어요. 아마 설날이 되면 또다시 예솔이를 찾으러 올 거 같아요.”“예솔이는 자신이...몸이 안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중매하러 오는 사람이 적었어요. 참! 이렇게 좋은 아이가 나이도 젊은데 왜...”진민기는 그가 계속 말을 할까 봐 서둘러 그를 말렸다.“그만해요. 미연 씨, 차를 한 잔씩 따라주세요.”봉현수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져서 모든 방을 둘러보았다.지예솔의 방은 알아보기 쉬웠다. 깨끗하고 깔끔해서 방에 들어서면 담담한
날이 밝을 무렵 이웃인 장미연이 채소 바구니를 들고 왔다.그녀는 지예솔의 집 문 앞에 고급세단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했다.진민기가 차에서 내리며 웃으면서 말했다.“미연 씨 아침부터 채소 뜯으러 가는 거예요?”그를 알고 있었던 장미연은 웃으면서 말했다.“진 주임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 차는 주임님 거예요? 이른 아침부터 왜 이곳에 주차했어요?”진민기가 웃으면서 대답했다.“내가 무슨 능력으로 이런 고급세단을 살 수 있겠어요? 이건 가스전 엔지니어의 차예요. 아, 맞다. 예솔이가 집에 있나요? 일 있어 찾았지만, 너무 이른 새벽이라 방해가 될까 봐 문을 두드릴 수 없어서요.”장미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무슨 일로 예솔이를 찾는 건가요? 마을의 집들이 철거되는 건가요? 진 주임님, 집이 정말 철거된다고 하여도 예솔이의 집을 절대 성씨 가문에서 가져가게 하면 안 돼요.”“그 집안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에요! 어제 성민호의 마누라가 마을 어귀에서 말하는 걸 들었는데 만약 보상을 받는다면, 보상받은 집하고 돈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것이라며 지씨 가문의 두 아이는 한 푼도 가질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니면 그 인간들이 찾아와 소란을 피울 거래요.”“정말 괘씸해요. 이 일을 꼭 도와주셔야 해요.”진민기는 머리가 아팠다. 차 속의 사람이 이 말을 들을까 봐 그는 서둘러 장미연에게 말했다.“알았어요. 우리 여기는 평화로운 마을이에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차창을 내리고 냉엄한 얼굴이 나타났다.“말하게 해요.”장미연은 차에 탄 사람을 보고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평생 이렇게 기품 있는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기세는 정말 강했다. 마치 영화 속의 갱단 보스처럼 그 눈빛이 날카로워서 그녀는 약간 두려웠다.비록 그녀는 산속에서 사는 무식한 여인이지만 그녀는 이 사람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충 추측했다.그녀는 기뻐하며 말했다.“이번 가스전 개발을 맡으신 엔지니어세요?”진민기는 서둘러 말했다.“함부로 말하지 말아
“하지만 며칠 사이에 지씨 모녀는 짐을 싸서 단풍 마을을 떠났어요. 성수민은 떠날 때 임신 중이라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정말 죄를 지은거죠.”...그 사람의 말을 들은 봉현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는 지예솔이 예전의 일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단지 예전에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았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그들을 데리고 경원시에 와서 생계를 꾸렸으며 나중에 봉씨 가문의 구제를 받아 봉씨 가문의 하인이 되었다고 했다.그 당시 그는 어렸기 때문에 지예솔과 그의 어머니가 고향을 등지고 떠났을 줄을 생각하지도 못했다.그는 단지 지예솔이 그가 열두 살 되던 해에 아름다운 천사처럼 그의 세계에 나타났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 이후로 그의 세계에는 더 이상 다른 소녀가 들어올 수 없었다.그는 천사의 날개는 이미 상처투성이였고 그 위의 깃털은 이미 피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모든 사람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니며 모든 부모가 부모 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들은 어떻게 됐어요? 솔이가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괴롭히나요?”진민기는 봉현수가 지씨 집안 일에 이렇게 관심이 있어 하는 것을 보고 그와 지씨 집안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지예솔이 밖에서 만난 친구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 진민기는 말했다.“지씨 집안 큰딸이 동생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성씨 가문에서는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값어치도 안되는 낡은 집을 그들에게 돌려주었어요. 필경 그 당시 이 일이 크게 알려져서 온 마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삿대질하며 욕했기에 그들도 감히 예전처럼 할 수 없었어요.”“그 낡아빠진 집이 값어치가 없어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쪽에서 정말 개발하기 위해 철거를 한다면 남매의 생활이 힘들어질 거예요.”몰래 봉현수를 쳐다본 진민기는 그의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포악한 기운에 깜짝 놀랐다.“당신들은 지씨 집안 큰 딸의 친구인가요?”봉현수가 말했다.“솔이는 제 아내예요.
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유강후가 말했다.“목숨으로 바꾼 거야·당시 나의 상황도 지금의 너처럼 좋지는 않았어,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그는 손을 내밀어 봉현수를 일으켰다.“이미 사람을 시켜 단풍 마을에 익숙한 사람을 찾아오라고 했으니 잠시 후 그쪽 상황을 물어보다가 혹시 예솔 씨 소식을 듣게 된다면 상황을 분석해 보고 다시 말해.”잠시 후 비서가 와서 단풍 마을 사람이 왔다고 말했다.유강후와 봉현수는 옆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갔다.그 사람은 50세 전후로 이름은 진민기라고 했다. 단풍 마을 사람으로 현지 상황에 매우 익숙했다.봉현수가 그에게 지예솔이라는 여자에 대해 아냐고 묻자 그 사람은 즉시 대답했다.“알아요. 지석준의 딸이에요. 그 아이는 우리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유명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아이는 엄마를 따라 경원시에 갔어요. 이곳을 떠난 지 십몇 년이나 되였는데 반년 전 갑자기 돌아왔어요.”지예솔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봉현수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지석준은 어떤 사람이에요?”진민기가 말했다.“다른 사람을 물어보면 20여 년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지석준은 인상이 깊어요.”“지석준은 우리 단풍 마을 사람이 아니에요. 가장 먼저 단풍 마을에 공부를 가르치러 온 대학생이에요. 잘생겨서 여기 모든 소녀를 매료시켰고 나중에는 이곳의 성씨 가문의 소녀와 함께 있었어요. 바로 예솔이의 어머니 성수민이예요.”“이 혼사를 원래 성씨 가문에서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지석준은 잘생기긴 했지만, 다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석준은 성의 표현을 위해 성씨 집안에 큰 금액의 예단을 내놓았죠. 그래서 허락을 받아내고 결혼했어요.”“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솔이를 낳았어요. 부부는 한 명은 공부를 가르치고 한 명은 작은 장사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그 후 결혼한 지 약 십 년째 되던 해에 성씨 가문의 막내아들이 결혼해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우리가 헤어진 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솔이는 정연석과 함께 있었어. 나는 그걸 절대 참을 수 없어...”“솔이는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은 어머니에게 직업을 찾아주기 위해서였고,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정연석이래.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나의 모든 것이 싫다고 말했어.”“심지어 그 아이도 정연석의 아이라고 했어...”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린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벽을 짚어야만 겨우 똑바로 서 있을 수 있었다.봉현수의 못난 모습을 본 유강후는 그를 데리고 그들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똑바로 서, 여기서 망신당하지 말고. 며칠 전에 경원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이제 청평읍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래?”봉현수는 유강후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유강후는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의 이런 모습을 보라고 나를 이곳에 데려온 거야? 나는 너랑 3일만 함께 있을게, 3일 후에 네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을 거야!”봉현수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 앉았다.“너에게 이미 충분히 폐를 끼쳤으니 남은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너 이젠 가도 돼.”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며 그를 발로 찼다.“너와 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내일 개발 현장도 봐야 하고 그들이 말한 여행프로젝트도 봐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릴 돈을 네가 줄래? 예솔 씨도 너 같은 등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너의 머리는 개한테 뜯기기라도 한 거야?”“예솔 씨가 싫다면 하면 정말 싫은 걸까? 정연석을 사랑한다고 하면 진짜 사랑하는 게 맞아? 너 스스로는 생각이 없어?”“너희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예솔 씨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넌 몰라? 그리고 정연석이 예솔 씨 앞에 나타난 지 몇 년밖에 안 됐어. 정연석을 좋아한다고 쳐, 그럼 정연석이 나타나기 전에는 네 앞에서 일부러 너를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한 거야?”“현수야, 너 계속 이 모습이면 너와 예솔 씨는
청평읍은 서남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산악지역의 작은 읍이지만 최근에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읍내에 있는 단풍 마을에는 대량의 천연가스가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탐사해 냈는데 전국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저장량이었다.각종 요소를 고려 후 국내 최대 에너지 회사에 개발권을 넘겼다.아침부터 청평읍에서는 이번 최대 개발 업체인 미래 그룹과 봉씨 그룹의 책임자가 현장을 탐사하러 올 것이니 시에서는 이미 접대를 맡을 책임자를 파견했고 읍내에서도 기초적인 접대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이 통지는 모든 사람을 바쁘게 했다.긴 레드카펫이 영빈관에서 건물 밖 백 미터 지점까지 펴져 있었고 팀원들은 긴장하게 접대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후가 되어서야 시에서 온 차량 두 대가 먼저 도착했고 한두 시간을 더 기다린 후에야 두 대의 대형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계류장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사람이 내렸을 때 마중 나온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이번에 국내 최대의 두 에너지 회사의 대표가 함께 이곳에 올 수 있게 된 것은 이 작은 읍내에는 큰 기회인 것이다.읍내에는 가스전 자원 외에도 매우 풍부한 관광자원과 과일 자원이 있다. 만약 두 명의 재력가가 그중 하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이곳에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가져다주고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읍내에서는 저녁에 최고 연회 수준으로 그들을 접대했다.유강후는 이곳의 여행프로젝트에 일정한 흥미를 보였지만 봉현수는 연회 내내 기운 없이 핸드폰만 바라보았다.겨우 연회가 끝나자 봉현수는 즉시 단풍 마을에 가려고 했다.유강후가 그를 말렸다.“가서 어쩔 건데? 예전처럼 강제로 데려올 거야?”봉현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모르겠어. 나는 오직 솔이를 빨리 보고 싶어.”“그러나 예솔 씨는 너를 만나려고 하지 않아.”유강후가 말했다.“갑자기 나타나면 사람이 놀라서 달아날 건데 또다시 반년 동안 찾아다닐 거야?”“먼저 사람을 찾아 예솔 씨의 근황을 잘 물어보고 다시 말해. 네가 지금 갑자기 간다면 다시 한번 충돌만
지예솔은 지현우를 노려보았다.“평소에 먹을 때는 맛있다고 하지 않았어? 연석 오빠 앞에서 맛없다고 할 거야·겉과 속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어? 나한테 한번 맞아 볼래?”정연석은 음식을 먹으면서 웃었다.“현우는 아직 어리고 성장 중이니 잘 먹어야 해. 하지만 너의 누나도 분명히 너의 영향 조합을 고려했을 거야. 이 작은 곳은 큰 곳보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으니 조금만 참아.”정연석은 식재료가 모두 신선하고 조미료도 갓 따온 것이어서 만든 요리가 매우 맛있었기 때문에 많이 먹었다.마을은 산을 끼고 있어서 밖에서는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방안은 따뜻했다.식후 그들은 거실의 나무 의자에 앉아 옛날 일을 얘기했다.얼마 후 지현우가 잠들었다.지예솔은 몇 마디를 말한 후 정연석에게 여기에서 머물 것인지 물어보았다.정연석이 바랐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밖에 비가 오고 있는 같아. 산길이라 가기 힘드니 여기에서 하룻밤만 머물게.”지예솔은 그녀의 침실 옆에 있는 작은 객실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정연석은 방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지예솔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정되고 만족스러웠다.그는 그녀를 거의 반년 동안 찾아다녔다. 마침, 하늘이 그를 불쌍히 여겨 봉현수 먼저 그녀를 찾았다.비록 이 부근에도 봉씨 그룹에서 투자한 프로젝트가 있지만 봉현수는 지금 모든 시간과 정력을 지예솔 찾기에 쏟아부어서 투자에 관심이 없었다.게다가 이쪽의 프로젝트는 비록 크지만 봉현수가 직접 와서 감독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래서 지예솔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안전했다.몇 년을 못 본 사이 그녀는 더욱 야위고 초췌해졌지만 오히려 더욱 사람의 연모를 불러일으켰다.그는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침대를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초라한 침실을 바라보며 지예솔은 약간 쑥스러웠다.“집에 변변한 가구가 없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침대 커버하고 이불은 새것이에요. 게다가 세탁도 했으니 편히 주무셔도 돼요”‘기뻐할 겨를도 없는데 어찌 싫어하겠어!’날이 어두워지
지예솔이 다른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계속 말했다.“걱정하지 마. 봉현수는 아직 내가 귀국 한 걸 몰라. 내가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바꿨고 또 경원시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지예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정연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아있었다.“솔아, 넌 나한테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지예솔이 말했다.“저는 원래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 연석 오빠가 찾아올 줄을 몰랐어요. 예전에 이미 많은 폐를 끼쳤기 때문에...”정연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너도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이 기억이 안 나?”지예솔이 말했다.“제가 도와준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에요. 게다가 매번 제가 도와준 후 현수 씨가 찾아와서 괴롭혔잖아요.”정연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다. 아직 너랑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번에 귀국하고 다시 외국에 가지 않으려고 해. 최근 나는 운산시에 머물면서 이쪽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적절하다면 본사를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야.”지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연석이 형, 운산시에서 회사를 차릴 생각인가요?”정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는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2년 사이에 과일도 수출해 볼 생각이야. 내가 전에 2년 동안 조사해 봤는데 이곳은 과일 시장이 좋고 발전 전망도 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우연히 너희들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을 몰랐어.”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이건 내 친구가 저번 주 이곳에 과일나무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은 거야.”사진 속에는 지예솔과 지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어두웠지만 지예솔의 그 얼굴은 유난히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안도의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