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1화

작가: 손이영
팔을 뻗어 그림을 만져보니 손에 물감이 묻었다.

유강후는 그림을 떼어내 장화연에게 주었다.

“액자에 넣어서 사무실에 걸어줘.”

장화연은 그림을 들고나갔다.

소파로 걸어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의 차디찬 손끝이 부드러운 볼에 닿자 온다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졸음이 가득한 눈빛은 매우 흐릿해 보였고 목소리마저 가냘팠다.

“아저씨...”

유강후는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그녀의 몸 양쪽에 뻗은 채 나지막하게 물었다.

“하루종일 잤어?”

온다연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계속 졸려요...”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자서 그런가 봐요. 잠이 안 왔어요...”

유강후는 잠꼬대를 하는 온다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혼자 자면 더 잘 잔다며? 잠이 안 왔어?”

정말 이상하게 자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가도 옆에 유강후가 있으면 마치 잠꾸러기로 빙의되듯 바로 졸음이 밀려왔다.

그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그저 말없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유강후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비쳤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온다연의 입술은 유난히 촉촉했는데 부드럽고 키스하기 좋아 보였다.

유강후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격렬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에 온다연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가느다란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고 팔로 유강후의 목을 꽉 감싸 안은채 결코 놓지 않았다.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의 부드러운 몸은 계속하여 유강후에게 달라붙었고 목소리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졌다.

“아저씨...”

“느낌이 이상해요...”

유강후도 거의 통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저 가볍게 키스하고 싶었을 뿐인데 온다연은 사람이 바뀐 것처럼 그의 입술을 물어뜯거나 깨물면서 손으로 몸 곳곳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이 몸에 닿으니 유강후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2화

    이때 온다연의 다른 손도 그의 허리에 닿았다. “아저씨...”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애교와 간절함이 묻어나 뭔가를 원하는듯했다. 유강후는 그녀를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고 목이 점점 메어왔다. “ 잠깐 나갔다가 올게...” 유강후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가 없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냉장고를 열어 얼음물 두 병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마음속의 욕구를 가까스로 누그러뜨렸다. 온다연이 마음먹고 달려드는 순간 유강후는 꼼짝없이 넘어가게 되어있다. 노골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조금만 반응을 보이면 유강후는 통제력을 잃기 십상이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야릿한 옷을 입고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욕구가 밀려오는지 한겨울에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는 온다연은 안고 서재로 데려갔다. 그 후 작은 상자에서 정교한 팔찌 두 개를 꺼냈다. 팔찌는 세심하게 연마된 흑요석 구슬로 만들어졌으며 그 위에는 난해한 문자가 가득 새어져 있었고 가운데는 투명한 물방울 모양의 호박석이 있었다. 호박석의 중앙에는 머리카락 같은 것이 보였다. 온다연은 호박석을 만지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 “안에 있는 건 뭐예요? 벌레?” 유강후의 눈에 고통이 번쩍였다. 그는 팔찌를 온다연에게 채워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종의 식물인데... 똑같은 게 나타날 확률은 아주 드물거든? 우연히 발견했는데 마침 법사님도 경원에 계셔서 특별히 부탁했지. 안전과 건강을 빌어주는 작용을 한달까?” 온다연은 다른 팔찌도 살펴보았다. 유강후의 팔찌는 구슬이 조금 클 뿐 가운데 호박석과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것도 똑같이 들어있었다. 아마 커플용인듯싶다. 유강후에게 커플템을 선물 받는 게 처음이었던 온다연은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머금고 재빨리 팔찌를 그에게 채워줬다. 그러고선 애정 어린 눈빛으로 호박석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호박석이 둘도 없는 존재라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3화

    온다연은 봉현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손님 계시잖아요. 얼른 놓아줘요.” 유강후는 그제야 봉현수 옆에 있는 지예솔을 발견하고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6개월 만에 찾은 건가요? 생각보다 능력이 별로네요.” 봉현수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형수랑 아이 보려고 선물까지 챙겨 왔는데 너무 푸대접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절 평가할 짬이 아닌 것 같은데...” 형수라는 호칭에 온다연은 귀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손님 오셨으니까 나가서 차 준비해 올게요.” “예솔 씨랑 잠깐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봉 대표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 거실. 온다연은 지예솔을 바라봤다. 단정한 앞머리와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니 인형이 따로 없다. 온다연은 지금껏 만나봤던 사람들 중에 단언컨대 지예솔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난번보다 훨씬 야위었고 피부는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창백하고 병적인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발견된 거예요?” 지예솔은 소파에 앉아 갓 내린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 기일이었어요. 직접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사람을 구했거든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까지 찾아갔더라고요. 전화번호 내려놓으라고 그 사람한테 협박을 한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절 찾게 된 거죠.” 말하는 동안 그녀의 야윈 손목이 드러났는데, 거기에는 선명한 흉터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온다연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잡고 옷소매를 걷어올렸다. 팔 전체가 상처로 뒤덮인 충격적인 모습에 온다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동정 어린 눈빛을 본 지예솔은 불편함을 느끼며 재빨리 팔을 거두었다. “예전에 생긴 흉터예요.” 온다연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또 감금했어요?” 지예솔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더 큰 체인으로 바꿨어요... 그래도 다연 씨 덕분에 이렇게 바깥공기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4화

    흑요석 구슬로 만든 팔찌는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예솔은 그 팔찌가 얼마 전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인공적으로 합성한 호박석이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예솔은 팔찌를 가리키며 물었다. “유 대표님이 경매에서 팔찌를 낙찰하셨나 봐요? 2개 모두 법사님 손에서 나온 거라 당시 20억 정도의 가격까지 올라서 인상이 깊었거든요.” 온다연은 팔찌가 마음에 드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호박석을 어루만졌다. “법사님한테 부탁했다고 들었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이거 맞아요.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을 왜 추가했는지 모르겠네요. 유 대표님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요.”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이라고?’ ‘아저씨가 분명히 희귀한 천연 호박석이라고 했는데?’ 온다연이 답하기도 전에 지예솔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호박석을 자세히 관찰했다. “합성된 게 맞아요. 그리고 이 안에 들어있는 건 태아의 머리카락인 것 같네요.” “제가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했었는데, 태아의 머리카락을 넣는 손님들이 꽤 있었어요.” 지예솔은 온다연의 손을 놓더니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 대표님은 아이를 무척이나 아끼시나 봐요.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보면...” 그 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장화연이 디저트를 가지고 다가왔다. 지예솔이 온다연의 팔찌를 유심히 구경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장화연은 조용히 디저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예솔 씨, 주얼리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네.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을 담당했거든요.” “그러시군요. 방금 만든 디저트인데 한번 맛보세요.” 말을 하던 장화연은 담요 꺼내 온다연에게 덮어주었다. “약 준비됐습니다. 손님이 계시니 저쪽으로 가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후 온다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5화

    “그러기만 해봐. 내가 너 죽여버릴 거니까.” “지예솔, 네가 아이를 좋아하는 거 알아. 다연 씨를 부러워하는 것도 눈에 보이고. 하지만 부러워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다연 씨도 아이가 없거든.” “그러니까 딸 하나만 낳아줘. 그럼 내가 너 풀어줄게.” ... 순간 큰손 하나가 나타나 온다연을 끌어당겼고 곧이어 그녀는 따뜻하고 넓은 품속으로 들어갔다. 머리 위로 유강후의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숨어서 다른 사람 대화를 엿듣걸 좋아하나 봐?” 말을 마치고 그는 온다연을 안아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온다연의 머릿속에는 지예솔과 봉현수가 나눴던 대화로 가득 찼다.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손에 든 온다연은 식겁할 정도로 얼굴이 창백했다. “현수 씨가 방금 나한테 아이가 없다고 했어요. 무슨 뜻일까요? 이건 우리의 아이를 저주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유강후는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신경 쓰지 마. 예솔 씨가 아이를 잃었으니까 위로 차원에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한 거야.” 유강후는 당장 달려 나가 봉현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매번 지예솔과 연관되면 이성 잃고 입을 함부로 놀리니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온다연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우리한테 아이가 있으니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해요. 이런 말 계속하면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유강후는 재빨리 타일렀다. “알겠어. 나중에 전화할게. 봐봐, 밖에 오래 있으니까 손이 빨갛게 얼었잖아. 얼른 따뜻한 거 좀 마시자.” 그렇게 말하면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손에 든 건 얼른 내려놔.” 온다연은 꼼짝하지 않고 집요하게 그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 전화해요. 저런 말 듣는 게 싫다고요. 아이도 싫어할 거예요.” 온다연의 반응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중에 전화할게. 너도 봤다시피 지금 통화할 상황이 아니잖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6화

    온다연의 위치에서 보면 인큐베이터 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 동안 지켜봤지만 아이가 움직이지 않자 불안함이 밀려온 온다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그웬이 답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자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온다연은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병균을 가지고 들어갈까 봐 마지못해 참았다. 그렇게 또 한참 동안 지켜보니 아이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온다연이 한숨 돌린 사이에 어느덧 규정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지 무균실밖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새벽이 되어가는 시간이라 유강후는 한시라도 빨리 온다연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온다연은 문틀을 붙잡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유강후는 침착하게 그녀를 달랬다. “지금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니까 다음에 와서 다시 보자. 너도 몸이 회복된 게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야지. 그래야 아이 퇴원했을 때 잘 돌보지 않겠어?” 온다연은 그의 옷을 꽉 잡은 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이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너도 봤잖아. 아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조명아래 비친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에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요.” “계속 아이가 사라지는 꿈을 꾸거든요.” 그 말에 얼어붙은 유강후는 가슴에 커다란 돌이 내려앉은 듯 숨이 막혀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온다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건 꿈이잖아. 너도 봤다시피 아닌 건강해.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저렇게 작은 아이는 살아남을 확률이 없대요.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유강후는 흠칫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7화

    숨 막히는 강렬한 키스가 끝난 후 유강후는 빨갛게 부어오른 온다연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온다연, 내가 정말 아이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온다연은 턱이 잡혔음에도 차마 유강후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더욱 옥죄여왔다. “내 눈 똑바로 쳐다보고 답해.” 사실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의 행동이 예상이 가서 그런지 당황함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저씨, 그만해요...”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연아,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건 너야.” 어두운 불빛과 서늘한 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조차도 차 안의 설레는 분위기를 가리지 못했다. 유강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 온다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약간의 기대도 밀려왔지만 그 말에 또 다른 뜻이 숨겨있을 수도 있으니 더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다연은 늘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했고 그녀에게 있어 유강후는 범점 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자존심 내려놓고 무언가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니 믿기지 않기도 했다. 온다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저씨, 전 별 볼 것없는 존재인데...” 자존감이 바닥 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유강후는 어두운 눈빛으로 답했다. “다연이가 나를 버리면 정말 못 버틸지도 몰라.” 귀까지 빨개진 온다연은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애원하듯 속삭였다. “다연아,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날 만나지 않겠다는 그런 얘기하지 마.” 그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살면서 누구한테 비는 건 처음이야. 다연아, 그러니까 대답해 줘. 다시는 안 보겠다는 그런 말 하지 않기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꼭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8화

    온다연은 여전히 그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공간이 좁은 데다가 유강후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머리와 마음이 너무 복잡해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유강후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의 곁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곁에 있을게요.” 온다연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만큼은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게다가 그녀는 유강후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자기고 있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세게 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또 떠나느니 마느니 그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 얌전히 그의 품에 안긴 온다연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해가 지나니 날씨도 점차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영하권이지만 보름도 안되어 바깥 나무에 새 가지가 돋아났고 봄기운이 물씬 풍겼다. 마치 그날 밤 이후 새로운 관계를 맞이한 유강후와 온다연과 꼭 닮았다. 온다연은 처음 느껴보는 어색함에 유강후를 보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졌고 심장이 빨리 뛰어 파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피한다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거니와 유강후는 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온다연이 피할 때마다 그는 강제로 키스를 했고 불과 며칠 사이에 입술이 찢어질 정도였다. 밤에 피하면 유강후의 처벌은 심해졌다. 입에 담기 수치스러운 말을 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고 온다연이 울면서 반항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유강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온다연이 그들의 관계와 감정을 직시하게 만들고 싶었다. 나날이 반복되자 온다연은 점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산후조리가 끝나갈 무렵 온다연은 또다시 유강후를 피하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지난 며칠간의 훈련으로 인해 온다연은 그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먼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79화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 집사, 오늘따라 참견이 심하네?” 장화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연 씨가 몸이 안 좋은 건 도련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또다시 임신하게 된다면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알겠으니까 그만해.”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온다연이 산후조리가 끝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유강후다. 불과 며칠 전, 온다연은 그의 품에 파고들어 몸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만졌다. 비록 극도의 인내심으로 간신히 참아냈지만 골병이 들 지경이었다. 드디어 오늘부터 참을 필요가 없어졌다. 온다연은 아마 유강후의 행동을 짐작했을 것이다. 심지어 본인이 며칠 전에 함부로 달려든 게 떠올라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루종일 연락을 피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이제는 숨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유강후의 행동은 더욱 거칠어진다. 방문을 열자 작은 덩어리채로 부풀어 오른 이불이 보였다. 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걸어가서 이불을 들추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온다연은 이불을 붙잡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저씨, 저 배가 아파요.” 유강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이불속에서 꺼내 다리 위에 앉혔다. “어디가 아픈데? 내가 마사지해줄게.” 온다연은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배요. 여기가 너무 아파요.” 유강후는 뚫어져라 온다연을 쳐다봤다. “정말 아파?” 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정말 아파요.” 얼마 전 온다연이 함부로 달려들었을 때 유강후는 산후조리가 끝나는 순간 3일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경고했다. 온다연은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애기한 유강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스타일이기에 날이 다가올수록 온다연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졌다. 매일 카운트다운을 세며 유강후를 피할 방법에 대해 생

최신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7화

    지예솔이 다른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계속 말했다.“걱정하지 마. 봉현수는 아직 내가 귀국 한 걸 몰라. 내가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바꿨고 또 경원시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지예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정연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아있었다.“솔아, 넌 나한테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지예솔이 말했다.“저는 원래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 연석 오빠가 찾아올 줄을 몰랐어요. 예전에 이미 많은 폐를 끼쳤기 때문에...”정연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너도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이 기억이 안 나?”지예솔이 말했다.“제가 도와준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에요. 게다가 매번 제가 도와준 후 현수 씨가 찾아와서 괴롭혔잖아요.”정연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다. 아직 너랑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번에 귀국하고 다시 외국에 가지 않으려고 해. 최근 나는 운산시에 머물면서 이쪽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적절하다면 본사를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야.”지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연석이 형, 운산시에서 회사를 차릴 생각인가요?”정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는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2년 사이에 과일도 수출해 볼 생각이야. 내가 전에 2년 동안 조사해 봤는데 이곳은 과일 시장이 좋고 발전 전망도 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우연히 너희들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을 몰랐어.”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이건 내 친구가 저번 주 이곳에 과일나무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은 거야.”사진 속에는 지예솔과 지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어두웠지만 지예솔의 그 얼굴은 유난히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안도의 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6화

    지예솔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닐 거야, 단지 개발부만 왔을 거야·현수 씨는 이런 산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 직접 오지는 않았을 거야.”지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저녁이 될 무렵 마당 입구에 갑자기 검은색 벤츠 두 대가 와서 멈추어 섰다.이 마을에는 이런 고급 차가 거의 오지 않았다. 차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본 지현우는 깜짝 놀라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 사람은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은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어 매우 점잖게 보였다.지현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놀라 소리를 질렀다.“연석이 형?”알고 보니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정연석이었다.정연석은 웃으면서 말했다.“현우 키 컸네.”지현우는 달려가 정연석을 끌어안고 기뻐서 울었다.“연석이 형, 몇 년 동안 어디에 계셨어요?”정연석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곧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애가 왜 아직도 이리 어린아이 같은 거야? 너의 누나가 또 뭐라고 하겠어.”이때 인기척 소리를 듣고 나온 지 예술은 정연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달빛이 흐릿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저 평범한 검은색 패딩을 입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정연석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겨우 찾았어.”지예솔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기뻐하며 말했다.“밖이 추워요. 곧 비도 올 거 같으니 얼른 들어와요, 연석이 형.”정연석은 트렁크를 열고 말했다.“현우야, 와서 도와줘.”또 다른 차의 문도 열리자 두 명의 비서가 내려오더니 물건을 함께 집안으로 옮겼다.잠시 후 두 차의 물건을 모두 옮겨 거실에 가지런히 쌓았다.정연석은 다른 차를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다.지현우는 흐뭇해서 그 물건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이 필요한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가볍고 부드러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5화

    “넌 이쁘고 이런 그림도 그릴 줄도 아는데, 이렇게 좋은 여자아이가 왜 아직도 남친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이모가 남자 친구 한 명 소개 해줄게...”정신을 차린 지예솔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이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결혼을 못 해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죠.”그녀가 집에 돌아온 반년 동안 중매를 하러 온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외숙모들도 그녀를 설득하면서 자신의 조카를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낳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장미연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넌 이쁘게 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면 며느리로 들이고 싶었는데...”장미연은 채소 바구니에 담긴 채소를 꺼냈다.“여기엔 방금 뜯은 채소야, 무와 배추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리고 달걀도 금방 주운 거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나으니 가져다 먹어. 너의 남매는 절약하느라 채소도 별로 사지 않는 것 같더구나.”“가련한 것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집안의 모든 가구도 중고 시장에서 사 온 거고…”“밖에 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너희가 매번 고기를 반 근만 산다고 했어. 게다가 매일 사서 먹는 것도 아니라며, 이렇게 큰 성인들이 그것으로 먹자면 부족하지 않아?”...한동안 수다를 떨던 장미연은 끝내 떠났다.지예솔은 한참 넋이 나가 있다가 지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그 차가 정말 봉씨 그룹의 것인지 가서 한번 보고와.”지예솔은 스쿠터를 타고 떠나려는 지현우를 붙잡고 말했다.“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가.”지현우가 말했다.“누나, 그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 반년도 지났어, 아마 우리를 찾는 걸 포기했을 수도 있어. 며칠 전 연예 뉴스를 봤는데 그 주연아란 연예인이 또 새로운 영화를 찍었어.”“그런 연기력으로 이렇게 큰 투자가 들어간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걸 보면 현수 형이 투자한 것일 거야. 주연아는 자신이 현수 형과 죽마고우이며 약혼할 것이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4화

    봉현수가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반드시 철저히 조사할 거야.”비슷한 시각 남쪽의 읍내 마을에서 지예솔과 지현우가 정원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작은 정원이 딸린 농가는 반년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리모델링되었다.원래 낡았던 벽돌담은 다시 흰 페인트를 칠했고 진흙투성이였던 앞마당은 절반을 낡은 벽돌로 메웠으며 나머지 절반에는 채소를 조금 심어서 깔끔하고 생기가 넘쳐흘러 보였다.벽 쪽에 있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에는 겨울 대추와 감귤 그리고 감이 가득 달려서 열매들이 나뭇가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집안도 다시 페인트를 칠했고 집에 쓸 수 있는 나무 가구도 다시 다듬어서 칠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 온 오래된 가구는 지현우가 사포로 갈아서 페인트를 새로 칠했더니 꽤 괜찮아 보였다.당연히 지씨 가문의 환상적인 럭셔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남매 둘 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러 나갔고 외부인들도 적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택배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남매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지현우는 마을의 중고 시장에서 몇백만 원을 주고 중고 승합차를 샀다. 가끔 지예솔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읍내에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다.천천히 남매는 느린 템포의 마을 생활에 적응했다.지현우는 원래 읍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장을 아직 받지 못했고 심장병도 있는 데다 봉현수에게 실마리라도 들 키울까 봐 연말까지 집에 머물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다.요즘 남매는 온라인 액세서리 가게에서 서서히 주문을 받고 있다.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하고 제일 큰돈도 몇만 원 밖에 안되지만 이는 남매에게 좋은 시그널이었다.지예솔은 오늘 또 다른 주문을 받았는데 재료비를 제외하고도 몇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도면을 수정했다.점심쯤 정원의 문이 열리더니 이웃인 장미연이 채소 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