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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Author: 라라
강시연이 사진첩을 펼치자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천우가 생후 한 달을 넘긴 때부터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때 그의 차림새는 매우 평범했다.

아직 상큼한 소년이었다.

강시연은 어리둥절해져서 저도 모르게 의심이 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눈앞의 사람이 지금처럼 변했을까?

앨범의 사진은 그가 열다섯 살 되던 해에 갑자기 멈췄고 그 후로는 더 이상 기록되지 않았다.

강시연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무심코 물었다.

“그 뒤로는 사진을 안 찍었어요?”

“별로 기록할 게 없어서요.”

이천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강시연은 그의 눈 밑 깊은 곳에 숨겨진 슬픔을 보았다.

그녀는 병력에 이천우가 올해 스물세 살이라고 적혀 있던 것을 기억했다. 사진첩이 기록을 멈춘 시기는 정확히 7~8년 전이었다.

강시연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실 천우 씨도 여자 옷을 입는 거 안 좋아하죠? 그저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죠.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를 힘들게 하고 싶은 거잖아요.”

강시연은 처음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천우와 대화할 때 그가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마의 이름도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방 안에는 남자 스타일의 옷과 바지가 흩어져 있었다. 그건 그 옷들을 자주 입는다는 뜻이었다.

맑고 서늘한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쳤다.

이천우는 안색이 약간 변했고 침묵하며 강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빛에 갑자기 음흉함이 더해졌다.

“시연 씨 말이 너무 많네요.”

이천우의 안색이 갑자기 확 변했지만 강시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연극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었다. 현재의 모습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강시연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버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이천우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에 짙은 포악한 기운을 발산하며 조용히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지금 당장 내 방에서 나가요.”

그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공격을 받자마자 방어 스위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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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제208화

    설마 그녀를 해치려는 사람이 이지성이 아니라 이천우였을까?“쉿. 소리 내지 마요.”이천우는 그녀의 입을 막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진지한 표정은 정신병 환자 같지 않았다.“설마 그동안 연기한 거였어요?”강시연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을 약간 벌리며 충격에 휩싸였다.이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이따가 다시 말씀드리죠. 지금 여기는 안전하지 않으니 일단 저와 함께 나가요.”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강시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망설였다.‘이천우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다.‘누가 돌아왔나?’이천우는 더욱 다급한 표정으로 재촉했다.“빨리 나가요. 지금 안 가면 못 나가요.”강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천우의 표정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상대방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이천우를 따라 나갔다.어쨌든 간에, 방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그녀는 경각심을 놓지 않고 여전히 만년필을 꼭 쥐고 있었다.이 부자는 정말 너무 이상했다.이천우는 강시연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조용히 나 따라와요.”곧 그들은 별장을 한 바퀴 돌아 부엌 뒷문으로 나가 뒷마당에 도착했다.강시연의 각도에서 대문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큰 측백나무 뒤에 서서 조심스럽게 밖을 훔쳐보았다.이지성은 지금 다른 사람과 통화하고 있는 것 같았고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내 정보가 유출됐다는 말이야?”“쓸모없는 인간.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지체됐어.”“그건 걱정 말고 나한테 맡겨. 네 행적은 절대 노출되지 않을 거야.”...강시연은 잠시 듣고 나서야 이지성이 도중에 누군가에게 불려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진작 화를 입었을 것이다.그녀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었고 마음속은 두려움으로

  • 돌이킬 수 없는   제2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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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제205화

    공기 중에 음식 냄새가 가득 찼다.강시연은 아침에 급하게 집을 나서서 지금 확실히 배가 고팠다.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집사에게 길을 내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당연한 거죠. 저도 도련님이 빨리 낫기를 바라요.”강시연은 점심 식사 외에도 뜨거운 우유 한 잔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웬 우유죠?”“아, 어르신께서 아가씨가 너무 수고하신다며 특별히 우유를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피로 해소에 좋다고요.”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생각 없이 말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철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닫혔다.강시연은 느긋하게 음식을 먹었다. 메인 메뉴는 저린 왕새우였는데 조금 짜게 나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따뜻한 우유를 들고 한 모금 마셨고 곧 입안에 고소한 향기가 퍼졌다.점심을 다 먹은 강시연은 복도를 한 바퀴 돌아 소화를 시키고 방에 들어왔다.그녀가 살금살금 문을 열자 이천우는 침대에 누워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그는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며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강시연은 몸을 숙여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으려고 했다.“엄마... 엄마...”그는 꿈속에서는 계속 이 두 글자를 반복했다.강시연은 한숨을 쉬고 소파에 앉았다. 따뜻한 햇볕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방 안으로 쏟아졌다.그녀는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고 어느새 졸음이 몰려왔다.강시연은 얼굴 찌푸리며 생각했다.‘평소에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이상하지?’곧 그녀의 의식은 점차 흐려졌고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강시연이 잠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이지성이 문 앞에 나타나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암울함이 가득한 그의 얼굴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소파 위의 강시연을 응시했다.“이만옥, 내가 당시 너를 그렇게 좋아했고 너를 위

  • 돌이킬 수 없는   제204화

    그녀의 말투는 좀 무거웠다.이지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참. 아들이라곤 한 명밖에 없는데 결국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이 되었으니.”강시연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눈앞의 사람을 위로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별다른 일 없으면 전 먼저 가볼게요.”그러나 이지성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의 길을 막았다.강시연이 의문스러워하며 쳐다보자 그는 간청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천우가 깨어나서 또 그런 모습이면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이지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시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방금 이천우의 상태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의사로서의 윤리 도덕을 어길 수 없었다.비록 그녀는 심리 상담사일지라도 자신의 사명과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알겠어요.”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고 이지성을 따라 나가지 않고 방 안에 있기로 했다.“저는 여기서 도련님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니 그게 더 편할 것 같아요.”이지성은 입을 딱 벌리고 뭔가 말하려는 듯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잘 부탁드려요.”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강시연은 갑자기 뭔가 생각나 물었다.“참, 대표님은 전에 저희 아빠와 사업 파트너라고 하셨는데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하셨죠?”이지성의 안색이 약간 굳어지고 건성으로 말했다.“별로 돈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였어요. 근데 왜 갑자기 묻죠?”강시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용히 말했다.“별건 아니고 제가 요즘 사람을 찾고 있거든요. 전에 아빠 회사에서 일하던 고위 임원이었는데 혹시 알고 있나 해서요.”“누구요?”이지성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그러자 강시연은 이지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병철이요.”그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지성의 눈가에 당황함이 스쳤다.다만 곧 정상으로 돌아와

  • 돌이킬 수 없는   제203화

    이천우는 갑자기 미친 듯이 그 인형들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이지성을 바라보았다.“왜 망가뜨려? 당신도 좋아하잖아?”이지성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내가 언제 이까짓 걸 좋아했어?”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가 모두 굳은 것 같았다.이천우가 자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고 강시연은 눈빛이 약간 굳어지며 즉시 밖을 향해 소리쳤다.“여기 와서 도련님 좀 눌러줘요!”강시연이 외치자 이지성도 한마디 외쳤다.곧 건장한 중년 남자 두 명이 들어와 미친 듯 발작하는 이천우를 좌우로 눌렀다.강시연은 주머니에서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 이천우의 눈앞에서 흔들었다.그녀는 고혹적인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천우 씨는 지금 아주 졸려요. 천천히 눈을 감아요. 온몸에 힘을 빼요...”강시연이 말을 반복하자 이천우의 몸부림도 점점 작아졌다.마침내 그는 눈을 감고 호흡이 점차 평온해지면서 깊이 잠들었다.방안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강시연은 한숨을 돌리고 이마의 식은땀을 닦은 후,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어쨌든 이천우는 일단 안정되었다.다만 아무 이유 없이 미친 사람은 없었다. 특히 이천우는 이전에 정상인이었으니 분명 외부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강시연은 이천우의 어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서 그가 큰 충격을 받은 줄 알았다.그러나 방금 이천우의 상태와 그가 한 이상한 말들을 생각하면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멀쩡한 청년을 이 꼴로 만들다니.그때 귓가에 이지성의 목소리가 울렸다.“강 선생 수고했어요.”“아닙니다.”강시연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이지성을 보았다. 현재로서는 그의 혐의가 가장 컸다.그리고 어쩌면 이만옥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강시연은 순간 경각심을 갖고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이지성과의 거리를 벌렸다.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이지성도 강시연의 변화를 눈치챘고 눈가에 어두운 빛이 스치더니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천우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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