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 씨, 용성으로 가서 여동생분의 심리 치료사가 될게요.”강시연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전화 너머에서 남자가 다소 의외라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시연 씨, 들으니 이미 가정을 꾸리셨다고 하던데 가족을 떠나기 어렵다면 남편과 아이까지 챙겨줄 수 있습니다.”남편과 아이?시선을 내린 강시연의 멀지 않은 곳에는 그녀가 실수로 쏟은 우유가 여전히 바닥에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문득 아침에 우유를 쏟았을 때 아들의 혐오스러운 표정을 떠올렸다.“엄마는 왜 이런 작은 일도 못 해요? 이모라면 절대 망치지 않을 텐데. 엄마는 이모보다 한참 못해요.”아들이 말하는 이모는 남편 진수혁의 첫사랑 심하은으로, 유명한 발레 무용가였다. 한 마리 백조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아들까지 매료되었다.진수혁은 아들의 말을 듣고도 꾸짖는 대신 차갑고 조롱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엄마를 어떻게 이모랑 비교해? 만약 네 엄마가 그렇게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진수혁과의 결혼 7년 차, 짝사랑 또한 7년이었다.나중에 두 사람은 우연한 사고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아이를 낳은 후 결혼식을 올렸다.진씨 가문은 보수적인 재벌가로 진수혁과 결혼한 후 진씨 가문은 그녀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편을 돌보고 아들을 키우는 데 전념하라고 요구했다.강시연은 아들을 위해 결국 동의했고 집안일을 도맡는 가정주부가 되어 남편과 아들을 성실히 돌보았다.그러나 7년이 지나자 그녀의 아들과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기 시작했다.아들은 이러한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엄마, 왜 계속 아빠랑 싸워요? 엄마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아빠가 싫어하는 게 당연하죠. 차라리 이모가 내 엄마면 좋겠어요.”강시연은 시선을 거두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정훈 씨, 그럴 필요 없어요.”심하은이 엄마와 아내가 되길 원한다면 바람을 들어줄 수밖에.남편과 아들 다 버리면 그만이다.강시연은 한정훈과 보름 뒤에 떠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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