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리 준비한 독주로 두 사람을 먼저 해결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도 아니다.영지상의 뜻을 단번에 눈치챈 독고영민이 태수에게 두 손을 올려 예의 바르게 말했다.“미안합니다. 당주님의 말씀이 옳아요. 어제 일은 이미 다 지나갔죠. 오늘은 우리 손님이니까 제가 주인의 도리를 다해야죠.”“흥!”독고영민이 자리에 앉자 태수도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영지상이 이태호를 힐끗 보고는 범용에게 말했다.“범용 형님, 그나저나 이 자는 누구죠? 두 사람 관계가 꽤 좋아 보이는데요?”범용이 웃는 얼굴로 소개했다.“이분은 명의 이태호 씨입니다. 요즘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이태호 씨가 저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거든요. 아까 마침 우리 집에 왔다가 향무당의 부하가 식사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이태호 씨도 함께 온 겁니다.”“명의?”옆에 있던 소용화가 그의 말에 하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이 세상에 자신을 명의라고 하는 자가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 다 사기꾼이죠. 진짜 의술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되겠어요.”그러고는 범용을 힐끗 보았다.“당주님, 절대 속지 않게 조심하세요!”영지상이 나서서 그를 말렸다.“둘째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범용 형님이 얼마나 똑똑하신 분인데. 용의당 당주가 그리 쉽게 속을 줄 알아? 하하, 인제 음식 올려도 좋다!”그러자 부하가 음식을 올렸다. 영지상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술을 꺼냈다.“이 술 엄청 오래된 술이에요. 나도 평소에 마시기 아까워하는 술이지만 오늘은 다 함께 마셔요!”한 부하가 다가와 그 술을 사람들의 술잔에 따랐다.“자 자, 우리 용화의 30살 생일을 축하하여 한잔합니다!”영지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자 범용 등 이들도 자연스레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그런데 다들 마시지 않자 범용과 태수도 눈빛을 주고받고는 감히 마시질 못했다. 그런데 이태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마셔버렸다.“정말 좋은 술이네요!”범용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새로 온 드래곤 신전의 신주 용감하기만
“자 자, 계속 마셔요!”영지상과 소용화는 반찬을 한동안 집어 먹다가 또 범용과 태수 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술 한 병을 다 비웠고 다 마시고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범용과 태수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상대는 독을 탈 마음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이 괜한 생각을 한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경계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그들이 완전히 취한 다음에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영지상은 또 새로운 술 하나를 따서 범용과 태수, 그리고 이태호에게 따라주었다. 세 사람의 술잔을 가득 채운 뒤 술잔을 높게 들고는 그들에게 술을 권했다.태수와 범용은 별다른 의심 없이 술잔을 들고 마실 준비를 했다. 이태호가 술잔을 들지 않은 걸 본 영지상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태호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의사라 전투력이 없을 테니까. 이따가 범용과 태수만 해결한다면 이태호를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 생각했다.“이 술 마시면 안 돼요!”범용과 태수가 마시려는데 이태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왜요?”범용이 찌푸린 얼굴로 묻자 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었다.“독이 있어요!”“도... 독이 있다고요?”화들짝 놀란 태수와 범용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용의당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영지상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이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돼! 이 술 다들 마시고 있는데 독이 있다니? 우리도 지금 마실 준비하고 있잖아.”이태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당신들 술잔 안의 술은 아까 그전에 마신 술병의 술이니까 당연히 독이 없지!”이태호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범용과 태수의 술잔에는 방금 새로 딴 술을 따랐어. 아까 마셨던 술은 독이 없지만 이 술은 뭔가 달라! 지상 당주, 내가 허튼소리를 했다면 범용과 태수의 잔과 바꿀 수
오늘 함께 술 마시러 온 호상들은 그제야 영지상이 범용 일행을 처단하려는 의도를 알았다. 무방비 상태였던 호상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자리를 피하며 향무당 패거리 뒤로 숨어들었다.“당주, 힘써 주셔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것입니다.”20여 명에 달하는 용의당 패거리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적을 쳐다봤다. 범용과 어울리는 형제들 모두 이미 목숨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었다.“오늘 범용이 욕 좀 보겠구먼.”“저 두 사람이 죽으면 용의당은 해체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럼 향무당이 모든 걸 장악하게 될 거야.”호상들은 뒤에 숨어들어 수군수군 얘기를 나누며 범용이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이곳에 모인 향무당의 사람만 해도 족히 200명은 넘기 때문이다.“오늘 운 좋게 독주를 마시지 않았지만 여길 살아서 나가긴 힘들 거야.”이때, 사람들이 길을 내주더니 뒤쪽에 있던 7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고성시 출신인 그들 모두 혈음당의 고수들이었다.“악수 장현!”범용은 그중 한 사람을 바로 알아봤다. 그는 손에 날카로운 발톱 모양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혈음당의 악수 장현이었다.“혈음당?”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태수는 영지상을 노려봤다.“영지상,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우리 세 당파는 절대 외부 세력과 결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고성시의 패거리를 끌어들인 거야? 이건 화를 자초하는 짓이라고!”이에 영지상은 콧방귀를 뀌었다.“흥!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란 말 몰라? 난 승리를 원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승리의 이익은 이들과 나누면 돼! 너희 용의당을 없애면 앞으로 향무당의 세상이 될 텐데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소용화도 앞으로 나서며 맞장구쳤다.“태수 형님, 사람은 독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너희들...”태수는 화가 치밀어 이가 뿌득뿌득 갈렸다. 이제는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헉!”혈음당의 고수가 이태호한테 당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죽여!”영지상도 깜짝 놀랐지만 바로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인수 우세가 있으니 이태호와 범용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슉!그러나 이태호는 순식간에 치고 나가며 향무당 패거리의 칼을 빼앗아 적을 한 명씩 찔렀다.“악!”혈음당의 고수 한 명이 또 죽었다.“악!”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기며 나머지 고수들도 한 명씩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혈음당 고수 모두가 살해당했다. 불과 2, 3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태호는 7명이나 살해했다.“말도 안 돼!”영지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역시 고수였지만 이태호는 모든 사람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이태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또 피가 사방으로 튀기더니 독고영민과 소용화 역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끊기기 전 두 사람은 목을 부여잡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아니야! 이건 사실이 아니야!”영지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태호를 향해 덮쳐들었다. 그러나 순간 눈앞이 까매졌고 이윽고 이태호의 칼이 그의 목 앞까지 다가왔다.“살, 살려주세요!”영지상의 목소리가 떨렸다.“영 당주, 그러니까 이러면 안 되지. 원래 너랑 시간 팔고 싶지 않았는데 고성 패거리까지 끌어들이며 우리를 죽이려고 애를 쓰는 널 보니까 더 이상 살려두고 싶지 않아.”이태호는 바로 그의 목을 벴고 빨간 피가 영지상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쿵!영지상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태호는 몸을 돌려 적을 훑어보며 말했다.“고수들은 다 죽은 거야? 너희들도 죽고 싶으면 당장 덤벼!”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범용과 태수는 이제야 2명씩 죽였지만 이태호는 이미 향무당과 혈음당의 고수를 모조리 없애버렸다.살기 가득한 이태호의 눈길에 적들은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다.“살려주세요!”심지어 향무당 패거리의
범용이 이태호 앞으로 다가가 예를 갖췄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태호 씨! 이태호 씨께서 나서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여기서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그러나 이태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옷에 피가 튀어서 기분이 좀 그렇네요. 산 지 이틀밖에 안 된 옷인데.”이에 범용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태호 씨. 제가 이 브랜드를 잘 압니다. 제가 부하한테 똑같은 거로 준비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주면 감사하겠습니다.”범용은 바로 부하한테 이태호가 입고 있는 옷의 태그를 찍어줬다. 그리고 향무당 패거리를 보며 말했다.“너희 향무당은 이미 망했다. 너희 세력 범위는 우리가 접수하고 모든 산업도 뺏어올 테니까 우리 용의당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얼른 가입해! 그러고 싶지 않다면 당장 사라지고 영원히 조용하게 살아!”“저희들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향무당 패거리의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 시체들은 처리해.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그 누구한테도 알려서는 안 돼. 누군가 누설했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오면 혀를 잘라버릴 거야.”범용의 목소리에 패기가 넘쳤다.태수는 바닥에 꿇고 앉아 벌벌 떠는 호상들을 보며 말했다.“당신들도 마찬가지야!”“네, 네, 네. 알겠습니다.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호상들은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다.한편, 이태호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말했다.“아직 밥도 다 먹지 못했는데. 범 당주, 식사 계속 이어가시죠. 향무당 애들은 시체를 처리한 후 다 나가라고 하세요.”범용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래요, 그러고 보니 배부르게 먹지도 못했네요. 조금 있다가 제 부하가 옷을 새로 준비해오면 갈아입으세요.”“저쪽에 있는 술은 독이 없으니까 마셔도 됩니다.”“제가 가져올게요. 앉아 계세요.”태수는 얼른 달려가 술 여러 병을 들고 돌아왔다
한편, 차 안에 있던 태수와 범용이 눈을 마주쳤다. 이태호가 왜 용의당한테 부탁하지 않은 것일까? 용의당 패거리가 눈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핸드폰 너머의 사람이 이태호를 스승이라 칭했다. 그토록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제자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태호는 전화를 끊은 후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세요. 용의당을 얕잡아보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네, 알겠습니다.”범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태호의 제자가 파견한 자들도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했다.같은 시각, 이태호 별장 밖에 세워진 차 안에서 하현우와 정희주가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얼마 전, 서문옥이 이태호한테 복수하러 간다고 전해 들었다. 두 사람은 이태호가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려 차를 타고 왔지만 예상과 달리 서씨 집안의 보디가드와 서진성, 서문옥 등이 모두 무릎을 꿇고 뺨을 맞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들 앞에 서 있는 건 용의당의 우두머리였다. 이태호가 어느새 용의당과 결탁한 모양이었다.두 사람은 얼른 차로 돌아와 계속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서씨 집안 사람들이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자기야,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건 용의당 우두머리잖아. 왜 이태호를 도와주며 소씨 집안과 맞서는 거지? 이태호가 도대체 뭘 한 거야?”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힘껏 빨고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정희주를 쳐다봤다. 정희주 역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태호 같은 촌놈이 어떻게 범용과 알게 된 건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왠지 후회심이 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별장을 보며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만약 하현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별장의 주인이 그녀였을 지도 모른다.하현우는 넋이 나간 그녀를 툭 건드렸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정희주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응,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아니, 이태호 그놈이
마당에 들어서자 집안에서 서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분노에 찬 맹수의 포효 같았다. 서문옥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 이틀 사이에 따귀를 세 번이나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예상외로 매우 침착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갑자기 노발대발하는 서진성을 보며 말했다.“아빠, 지금 이태호를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그 범용이라는 사람이 이태호 씨라고 부르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가 범상치 않은 것 같아요. 용의당 몰래 이태호를 죽여도 용의당이 알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또 고민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용의당 패거리가 바보도 아니고 우리랑 이태호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이태호가 죽으면 우리를 가장 먼저 의심할 거예요.”“형부, 진짜 방법이 없을까요?”이화연과 연대명은 병상에 누워있는 연진욱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었다.분노가 극에 달한 서진성은 두 사람을 보고 결국 폭발했다.“닥쳐! 너희들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이야! 나, 서진성이 다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그 용의당이 우리 같은 3류 가문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패거리인 줄 알았어?”“그런데...”이화연이 말하려고 했지만 서진성이 바로 끊어버렸다.“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가자.”연대명이 이화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어떻게 된 일이세요? 어디 가는 거예요?”이때, 두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려던 하현우, 정희주와 마주쳤다.“도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 거예요?”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서진성은 하현우 부부를 힐끔 쳐다보고 말했다.“현우야, 여긴 어쩐 일이야?”하현우는 멋쩍게 웃으며 이유를 둘러댔다.“서문옥 씨 보러 왔어요. 쇼핑하러 갔다고 했는데... 저희가 시간을 잘못 맞췄나 보네요.”서문옥은 그의 거짓말을 들추어내지 않았다.“우리는 이태호 그놈을 혼내주러 갔는데 갑자기 용의당의 범용과 태수가 나타났고 그 사람들이 이태호 편을 들어줬어요. 그리고 저랑 제 아버지를 모욕했죠.”하현우
하현우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얼른 해명했다.“서문옥 씨, 전 서문옥 씨를 속인 적이 없습니다. 진짜 맹세합니다! 제 아내가 증명할 수 있어요!”정희주도 서씨 집안의 눈엣가시가 되기 싫어 얼른 손을 들고 맹세했다.“네, 예전에 이태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습니다. 전 돈이 없는 이태호를 버리고 현우 오빠를 선택한 겁니다. 그리고 맹세컨대 이태호는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두 사람의 진심 어린 모습에 서문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하루 이틀 만에 용씨 어르신과 범용 패거리랑 알게 되었다는 거니까 사이가 너무 깊은 건 아니겠네요.”그러나 서진성이 고개를 흔들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야. 범용 그 사람의 태도를 못 봤어? 우리가 이태호를 건드리면 죽일 기세였잖아.”서문옥이 잠시 고민하다가 피식 웃었다.“우리야 용의당이 무서워서 그런 거지만 어떤 2류 가문은 용의당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죠.”서진성이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혹시 이씨 집안의 이영호를 말하는 거냐?”서문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지난번에 현우 씨가 말했어요. 이영호 도련님이 신씨 집안에서 시집오면 20억을 주겠다고. 그러니까 이영호 도련님이 신수민을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의 복수는 쉬워지죠. 이영호와 이태호를 적으로 만들면 되니깐요.”순간 하현우의 두 눈이 반짝였다.“전 왜 그 생각을 못 했죠? 용의당은 이씨 집안 앞에서 꼼짝 못 하죠. 이영호 도련님이 이태호를 죽이면 우리의 복수는 완성되는 거잖아요!”서진성이 잠시 고민했다.“그래, 그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영호 그 사람은 너무 막무가내야. 그 사람이랑 가깝게 지내려면 우리도 주의해야 할 거야.”“걱정하지 마요, 아빠. 이건 저한테 맡기세요. 요즘 금주성 프로젝트도 투자를 유치하고 있잖아요. 아빠는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해요.”서문옥은 자신만만한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 난 널 항상 믿어왔어, 하하!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