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너 종문에서 지위가 높은가 보네.”백정연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제가 종주 딸이거든요. 제가 나와서 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이태호는 살짝 당황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 풍월종 종주 딸이었구나. 하하, 그건 의외네. 예전에 얘기한 적 없잖아.”백정연은 비검에 앉아서 말했다.“물어본 적도 없는데 제가 왜 먼저 말하겠어요? 제가 먼저 제가 종주 딸이라고 얘기했다면 제가 자랑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종주 딸이든 아니든 뭔 상관이에요? 그렇죠?”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 우리 둘이 친구라는 데 전혀 영향 주지 않지.”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나눴고 백정연은 화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렇게 넓지 않은 비검 위에서 조금 어색해졌다.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참, 태호 오빠. 저한테 수민 씨, 지연 씨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얘기해줄래요? 연애했을 때는 어땠는지 얘기해줘요. 그거 꽤 재밌을 것 같아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고 너도 외부인은 아니니 얘기해줄게.”백정연은 그 말을 듣자 기뻤다. 외부인이 아니라는 걸 보면 그와 그녀가 그런 사이라는 걸 인정한 게 아닐까?그러고 보면 이태호의 마음속에 그녀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듯했다. 백지연의 말대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노력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백정연은 이태호의 옆에 앉아서 그가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 그를 조금씩 알아갔다.그녀는 이태호의 잘생긴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끔 그가 잘생긴 얼굴로 미소를 지을 때면 백정연은 완전히 홀려서 넋을 놓았다.시간은 아주 빨리 지났고 날이 어두울 때쯤 이태호와 백정연은 아주 황막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성지에 도착했다.이태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어느 성지지? 예전에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용성연합국의 지도에 따르면 이런 성지가 없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이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하하, 이번에 내 견문을 넓히게 되었네.”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러면 저기에 강자들도 많겠지?”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강자들이 많다고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내공이 아주 뛰어나잖아요. 오빠 장모님이 오빠가 존자라고 하던데 그러면 소위 말하는 강자들은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안에 무황급 강자들이 꽤 많은 거예요. 속세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죠. 그리고 무왕급 사람들은 널렸고요. 기사들이 오히려 더 적어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넌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거야?”그러나 뜻밖에도 백정연은 고개를 저었다.“전 와본 적이 없어요. 전 대장로에게서 들은 얘기예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여기가 맞을 거예요. 여기까지 왔는데 오빠도 저도 여기에 꽤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안에 들어가 볼까요? 저기서 하루 쉬는 것도 좋아요.”“그러면 일단 내려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혹시나 다른 사람이 봤다가 욕심내서 달려들지도 모르니 말이야.”이태호는 비검을 바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세웠고 두 사람은 비검에서 뛰어내렸다. 비검은 이내 작아졌고 이태호는 그것을 자신의 사물 반지 안에 넣었다.“가요. 레스토랑도 있는데 맛있는 요수 고기도 판대요. 맛도 좋다고 하더데, 예전부터 맛보고 싶었어요.”백정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기대에 가득 차서 앞으로 걸어갔다.“하하, 좋아. 내가 널 데리고 나왔는데 오히려 네가 가이드가 됐네. 밥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것만 먹어.”이태호는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멀지 않은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20대 정도로 보였다.“문호 오빠, 봤어요? 저 비검 분명 보물일 거예요.”젊은 여자는 춤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말을 마친 뒤 날아서 산골짜기 방향으로 향했다.이문호는 곧 이씨 가문 장로들과 가주를 한 곳에 불렀다.“문호야, 우리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하,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우릴 부른 것이냐? 내일 얘기하지.”이씨 가문 가주 이주영이 이문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문호가 곧바로 대답했다.“가주님, 저랑 정윤이가 밖에서 놀 때 남자 한 명이랑 여자 한 명을 보았는데 둘이 비검을 타고 명문시 밖에 도착했어요. 그러고는 비검에서 내려와 비검을 거두어들인 뒤에 성안으로 들어갔어요.”이주영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듯 말했다.“그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 그게 뭐가 그리 놀라운 거야?”대장로는 웃으며 말했다.“문호야, 자세히 얘기해보거라. 어떤 특이한 점이 있었느냐?”이문호는 그제야 말했다.“그 비검은 적어도 5품이나 6품 영기는 돼 보였어요. 멀리서 봤는데도 아주 강한 파동이 느껴졌거든요.”“5품이나 6품 영기라고? 그건 숨겨진 가문에서도 보기 드문 보물인데.”나장로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이런 보물이 여기에 나타나다니.”대장로는 조금 흥분한 듯 보였다.“이런 보물을 빼앗을 수 있다면 가주님의 실력이 한 단계 더 늘어날 겁니다.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중요한 패가 될 겁니다.”이주영도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그런 보물을 소유한 자라면 내공이 낮지 않을 텐데. 그들에게서 보물을 빼앗으려다가 되려 죽임당한다면 비극이 아니겠느냐?”대장로는 지혜로운 미소를 지으며 덤덤히 말했다.“문호는 똑똑한 아이입니다. 우리를 이곳에 불렀다는 건 분명 가능하다고 생각해서겠지요. 그렇지, 문호야?”이문호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대장로님은 절 잘 아시네요. 제 분석에 따르면 두 사람이 종문의 사람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아요. 우리가 그들을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 없애버리면 되니까요.이런 곳에는 종문의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고, 제자 두 명이 죽었
대장로는 흥분했다. 적어도 5품이나 6품 영기라니, 이런 보물이라면 숨겨진 가문들이 열광할 정도였다그는 가주 이주영이 꽤 원하는 것 같자 곧바로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여기 크고 작은 숨겨진 가문들이 꽤 많습니다. 저희 이씨 가문은 중등 수준이죠. 무황급 강자가 가주님을 포함해 총 5명뿐이니 조금 더 강한 숨겨진 가문과는 비할 바가 못 되죠.”대장로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만약 가주님께 그런 비검이 하나 생긴다면,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겁니다. 어쩌면 그 비검을 전투에 써서 전투력이 훨씬 강해질지도 몰라요. 이길 수 없을 때가 오면 그것으로 도망쳐도 되지요. 7, 8급 무황이라도 가주님을 막지 못할 겁니다. 그 비검은 속도가 아주 빠를 테니까요.”대장로가 분석하자 이주영은 더욱더 그것을 탐냈다.나장로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놈의 내공이 뛰어나지 않다면 시험해 봐도 좋아요. 하지만 다른 숨겨진 가문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요. 그들이 알게 된다면 빼앗으려고 할 테니 말이에요.”이주영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나장로의 말이 맞아요. 저희는 절대 다른 숨겨진 가문에서 이 일을 알게 해서는 안 돼요. 저희보다 강대한 숨겨진 가문에서 이 보물을 알게 된다면 분명 손을 쓸 거예요. 이런 보물이라면 그들은 분명 나설 거예요.”이문호가 말했다.“그들은 이미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우리가 상대방과 전투하게 되면 그들은 우리가 강한 걸 알고 비검을 꺼내 도망치려 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이문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게다가 상대방이 그 비검으로 저희와 싸우다가 남들에게 들킨다면 다른 가문에서도 그것을 빼앗으려고 들지 모릅니다.”나장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보니 귀찮구먼.”이문호는 잠깐 생각한 뒤 옆에 있던 김정윤을 보며 말했다.“이 일은 정윤이가 저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저요? 전 내공도 낮은데 어떻게 돕는다는
김정윤은 입을 비죽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지만 그 녀석 곁에 미인이 있는데요. 그가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어떡해요? 게다가 전 그 여자가 저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 혹시나 그 사람이 호색한이 아니라면 어떡해요?”이문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남자라면 다 여자를 좋아해.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곁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해서 밖에서 다른 여자를 찾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 알겠어? 네가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그가 과연 거절하겠어?”거기까지 말한 뒤 이문호는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그가 미끼를 물지 않는다면 그가 널 성추행하게 만들어. 그렇다면 우리는 기회를 틈타 그에게 손을 쓸 수 있을 거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주님과 장로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했다가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말이야.”김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우리 언제 움직여요?”이주영이 곧바로 말했다.“바로 오늘 밤 움직이자꾸나. 만약 그들이 그냥 명문시를 지나가는 길이었다면 우리가 늦게 움직였다가 그들이 이미 떠났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이문호가 말했다.“가주님 말씀이 맞아요. 이런 일은 빨리할수록 좋죠. 괜히 시간을 끌다가 일을 망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그들은 대책을 상의한 뒤 곧바로 출발했다. 그들은 이내 이태호 일행을 찾으러 떠났다.이문호와 김정윤 두 사람은 이태호 일행을 본 적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성문 쪽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이태호 일행을 찾았다.그들은 이태호 일행이 그저 그곳을 지나가는 길이라 쉴 곳을 찾는 것이라면, 성문에서 너무 먼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 데나 밥 먹을 곳을 찾은 뒤 그곳에 묵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들은 성문 근처의 호텔을 뒤지기 시작했다.이씨 집안의 예상과 비슷하게 이태호와 백정연은 한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 우리 둘이 이걸 다 먹을 수 있겠어요?”테
이태호는 말을 마친 뒤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이곳 술이 꽤 맛있네. 영수 고기도 맛있고. 쫄깃쫄깃한 게 말이야.”“그래요? 맛있으면 많이 먹어요. 하하, 저희가 호텔을 잘 선택했나 봐요.”백정연은 싱긋 웃었다. 그 호텔은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멀지 않은 곳에 호수와 연꽃도 있었다. 바람이 살짝 불면 옅은 향기가 나기도 했다.이태호가 이때 웃으며 대꾸했다.“하지만 이 영수의 고기는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향이 조금 부족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그런 향기가 말이야.”백정연은 그 말을 듣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니, 그게 가능해요? 이곳도 이미 충분히 맛있는데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해. 하지만 내가 구운 고기보다는 많이 못 해.”“그래요?”백정연은 눈을 빛냈다.“기회가 된다면 오빠가 구워준 고기를 맛보고 싶네요. 여기 고기보다 맛이 없으면 오빠가 큰소리친 거겠죠.”이태호는 백정연이 믿지 않는 듯하자 장난스레 말했다.“하하, 내 요리 솜씨를 믿지 않는 것 같네. 난 스승님에게서 특제 향료를 만드는 법을 배웠었다고. 그 특제 향료를 쓰면 고기가 아주 맛있어져.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 정도지.”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백정연에게 말했다.“만약 내가 구운 고기가 여기 고기보다 맛있으면 어떡할래?”백정연은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좋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제가 진다면 저한테 뽀뽀 한 번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이긴다면 3품 저급 단약 한 알을 줘요. 어때요?”이태호는 진땀을 흘렸다. 백정연이 뽀뽀를 걸 줄은 몰랐다. 이건 좀 너무한 게 아닐까?백정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본 이태호는 넋을 놓았다. 백정연의 미모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이태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정연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자신이 너무 가벼운
“자, 우리가 그렇게 큰 숲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인연이라는 걸 의미하겠지.”이태호는 술잔을 들고 백정연에게 말했다.“이 인연을 위해 한잔하자고.”백정연은 곧바로 술잔을 들어 이태호의 잔과 부딪혔다.“좋아요. 처음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우리가 또 홍성시에서 만난 건 우리가 엄청난 인연이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어떤 일들은 운명이에요. 우리는 이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해요. 하늘이 내려준 거니까 어기면 안 돼요. 알겠죠?”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잔 안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녀는 점점 더 긴장되었다.그녀는 이태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그녀는 이렇게 노골적인 말을 평생 해본 적이 없었고 그런 말을 할 배짱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그럴듯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알코올 때문인지 그녀는 용기 있게 말했다.이태호도 백정연이 그런 얘기를 할 줄은 몰라서 멋쩍게 웃은 뒤 잔 안에 든 술을 마셨다.“가주님, 저기, 저기예요.”이때 이문호, 이주영과 대장로가 때마침 거리를 지나다 안으로 들어왔다가 이태호 일행을 발견했다.이주영은 곧바로 기뻐하며 이문호에게 말했다.“괜히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 나장로를 불러올 테니 그들이 음식을 다 먹고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 기회를 틈타 손을 쓰자고.”이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 지금 김정윤한테 전화해서 저희 위치를 알릴게요.”이주영 등 사람들은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음식을 시키고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이태호 쪽을 몰래 살폈다.“드디어 배불렀어요. 너무 많이 먹었는데 살이 안 쪘으면 좋겠네요.”백정연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굴곡진 몸 선에 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이때 이태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러 갔고 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왔다.이때 이미 도착한 김정윤 등 사람들이 이태호 일행이 떠나려 하자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이태호 일행은 할 일이 없었고 묵을 곳을 급하게 찾는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예전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백정연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태호는 전혀 주의하지 못했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다.어쨌든, 그들은 모두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누구에게 미움을 산 적도 없을 것이니 이태호는 당연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는 공원에 도착하자 이태호는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백정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아주 예쁜 젊은 여인이었는데 조금 풍만해 보였다. 그녀는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정체를 들킨 것을 발견한 그녀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린 듯 시선을 돌렸다.“이 여자, 아는 사람이에요?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죠?”백정연은 이태호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우리 둘 다 이곳은 처음이야.”백정연은 농담으로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계속 따라다니게 놔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설마 옛 애인 아니에요?”이태호는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 만약 내가 친한 친구가 있다면, 수민이와 지연 그녀들이 모를 리 있어?”백정연은 계속 놀려댔다.“그럴지도 모르죠. 지금 자기 와이프가 알까 봐 몰래 여자를 만나는 사람이 많잖아요. 다 애인이 따로 있는데 오빠도 그런지 누가 알았겠어요?”이태호는 순간 억울함을 느끼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있어? 나 이태호는 일을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야. 절대 애인 같은 걸 만들지 않아. 게다가 너도 내 사정을 알잖아. 난 군주이기도 하고 3급 연단사야. 내가 정말 찾고 싶다면, 그건 쉬운 일이 아니겠어? 굳이 몰래 할 필요가 뭐 있어? 수민이랑 지연이가 내 말을 그렇게 잘 듣는 이유는 날 믿기 때문이야.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다 말해준다는 것도 알아.”그러자 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왜 그래요? 장난 좀 친 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