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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균열(3)

Author: 유소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3:35:31

“그럼 내가 돈을 더 준다고 하면 나랑 일할래요?”

유건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지훈은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의 질문을 듣는 순간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이건 진심인가, 혹은 실험인가. 회장님도 아시는 건가, 아니면 독단적인 행동인가. 

짧은 시간 동안 지훈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계산을 해야 하지만 절대 오래 걸려서는 안 됐다.

최대한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켜 계산을 마친 그가 마침내 입을 떼었다.

“아뇨.”

간결하고 단호한 대답에 유건은 못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내가 동생이라서?”

투정 부리듯 묻는 유건에 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만한 돈이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훈의 대답에 유건은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지훈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두 사람 사이엔 말이 없었다. 잠시 이어진 침묵은 이내 유건의 웃음소리에 깨졌다.

“푸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에, 레스토랑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들의 자리를 바라봤다. 지훈은 흘깃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의식했지만, 유건의 웃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그는 여운이 가득 남은 얼굴로 하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아아, 진짜……. 장 비서님 유머 감각은 정말 최고예요.”

“칭찬 감사합니다.”

별로 감사한 마음은 없지만 지훈은 무심하게 말하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런 지훈을 보며 유건은 여운이 가득 느껴지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잠시 내려놨던 포크를 집어 들고, 웃으며 지훈에게 식사를 마저 권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지훈도 멈췄던 식사를 다시 이어갔지만, 불편한 식사 자리에서 먹는 샐러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 * *

파랗던 하늘이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채원은 하늘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6시까지 여기로 와.]

핸드폰에는 메시지와 함께 레스토랑 위치가 함께 찍혀 있었다.

다시 한번 주소를 확인하고 본인이 맞게 찾아왔음을 확인한 채원은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여유 있게 도착하긴 했지만 막상 들어가려 하니 선뜻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만나면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화내시지 않을까?’

학습된 공포가 서서히 그녀를 장악했다. 지금까지 윤채원은 계획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미 알기에, 그녀는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도 그럴 예정이었는데, 변수가 생겨버렸다. 수습하려 했지만 일은 더 커져 버리고 계획은 망쳤다.

두려움에 손이 덜덜 떨렸다. 애써 주먹을 말아쥐며 떨림을 감춘 그녀는 가게 앞에서 심호흡을 반복했다. 

“침착해. 일단 들어가는 거야.”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채원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열었다.

* * *

“안녕하세요. 예약하셨을까요?”

식당 안에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그녀를 맞이했다.

채원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백재연 이름으로 예약했는데요.”

직원은 예약 명단을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네, 확인했습니다. 일행분은 따로 오실까요?”

“…… 네. 제가 먼저 도착해서요. 혹시 먼저 입장 가능할까요?”

“그럼요.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앞장서는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채원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백재연은 절대 상대보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건 그녀만의 룰이었고, 자존심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배정된 자리는 야경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였다.

“주문은 나중에 일행분 오시면 도와드릴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직원이 컵에 물을 채우고 인사를 한 뒤 자리를 피했다.

채원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노을 색으로 물든 서울의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지만, 채원의 시선은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로 향했다. 

크게 꾸민 것도, 그렇다고 초라할 만큼 허름한 차림도 아니었다.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아이보리색 원피스에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손목에는 시계 하나 없었고, 귀에도 목에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손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뿐이었다.

채원은 무심코 귓가를 매만졌다.

‘너무…… 초라한가.’

이 레스토랑에 드나드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신은 지나치게 수수했다. 화려한 보석도, 명품 가방도, 시선을 끌 만한 장식도 없었다.

잠시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던 채원은 머쓱한 기분에 입술을 달게 깨물었다.

어차피 그런 것들은 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제 것도 아닌 삶이었으니까.

조용히 두 손을 포개 쥔 채 백재연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또각또각.

익숙한 구두 소리가 레스토랑 안을 가르며 울렸다.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쿵. 심장이 크게 가라앉더니, 이내 갈비뼈를 두드릴 만큼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히고 손끝이 서늘하게 식어 갔다. 포개고 있던 손이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하자, 채원은 재빨리 반대편 손으로 손등을 감싸 쥐었다.

‘떨지 마.’

스스로에게 협박인지 위로인지 모를 것을 전하며, 채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리니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백재연이 보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굽 높은 구두가 바닥을 디딜 때마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만으로도 공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쏠리는 듯했다.

검은색 롱스커트가 걸음을 따라 잔잔히 흔들리고, 허리선을 따라 깔끔하게 떨어지는 실루엣 위로 고급스러운 트위드 재킷이 걸쳐져 있었다. 화려한 장식은 많지 않았지만, 손목을 감싼 시계와 귓가를 장식한 작은 귀걸이 하나마저도 그녀의 존재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억지로 꾸민 화려함이 아니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런 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처럼, 당당하고 여유롭고,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사람. 가장 우아한 얼굴로, 가장 잔인한 말을 내뱉는 사람.

채원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 오셨어요, 어머니.”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고, 채원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백재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다.

단정한 머리, 얼굴, 목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귓가와 손목. 그리고 결혼반지를 지나 발끝까지. 마치 상품 상태를 확인하듯 차갑고 세밀한 시선이었다.

“…….”

짧은 침묵 끝에 백재연이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아직도 멀었구나.”

나지막한 한마디에 채원은 조용히 손을 꽉 움켜쥐었다. 채원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윤유연이었다면. 그랬다면 이런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백재연 못지않게 우아하고 품위 있으며 빛났을 것이다. 그리고 계획에 실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괜히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던 그때, 백재연이 손을 내저으며 자리로 이동했다.

“됐다. 앉아.”

그녀의 말에 채원은 조용히 착석했다.

곧 직원이 다가와 주문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례대로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은은한 버터 향과 따뜻한 스테이크의 육즙이 피어올랐지만, 채원은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포크를 들어 한 조각을 입에 넣었지만, 씹는 감각조차 희미했다. 목으로 넘어가는지, 그대로 막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속이 천천히 뒤집히고 울렁거렸다. 반사적으로 몸이 음식물을 거부했지만, 채원은 애써 눌러 삼키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유지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재연이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이혼은 어떻게 됐니?”

순간 나이프가 접시 위에서 멈췄다. 각오하고 있던 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각오했음에도 입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해.’

‘아니야, 적당히 둘러대.’

내면에서 두 인격이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입술을 달싹이며 짧은 침묵이 흘렀다.

백재연은 가만히 채원을 바라보더니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줄 알았어.”

들고 있던 잔이 탁,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였다.

“강태건. 그 본부장한테 휘둘려 제대로 말도 못 했겠지.”

“아, 아니에요……!”

담담한 목소리에 채원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빠져서 대화할 시간도 별로 없었어요. 가족 모임에서도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안 그래도 제가 다시 얘기하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래.”

“…….”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쉽게 수긍하는 목소리에 말문이 턱 막혔다.

채원은 흔들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쉽게 제 말을 수긍하고 이해할 사람이 아니었다.

뭐지? 왜 갑자기…….

“안 그래도 그 강태건 본부장이 나를 찾아왔더라고.”

“…… 네?”

순간 채원의 동공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강태건이, 어머니를 찾아갔다고? …… 왜? 언제?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강태건은 왜 그걸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지?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백재연은 흘깃 채원을 한 번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직접 보니 더 알겠어. 인성도 덜 됐고,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

“애초에 우리가 이 결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뭐였는데. 하여간에 여기나 저기나. 다들 입 싹 닫고 모르는 척하는 건 참 잘한단 말이지.”

혀를 차며 고개를 젓던 그녀가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애초에 이 결혼도 5년씩이나 질질 끌 일이 아니었는데. 안 그렇니?”

“…… 네? 아, 네…….”

채원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호응하긴 했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강태건이 어머니를 만나기라도 한 건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시지?’

머릿속이 점점 하얗게 비어 가던 그때, 백재연이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어. 내가 직접 하려고.”

“…… 네?”

직접 한다니? 혼란으로 물들었던 눈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설마…….

“대건그룹에는 내가 직접 얘기할 테니까.”

“…….”

“너는 짐 싸서 본가로 들어와.”

순간 채원의 숨이 턱 막혔다.

‘다시 돌아가라고? 그곳으로……?’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작은 방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 갇혀 있던 어린아이가 채원을 보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입술이 덜덜 떨리고, 손끝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톱 밑의 여린 살을 뜯으며 덜덜 떨던 채원이 다급하게 백재연을 바라봤다.

강태건이 백재연을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재연이 대건그룹에 이혼을 얘기하는 순간 그녀의 임신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지고 만다. 물론 임신이라는 말은 태건이 지어낸 것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건 채원 본인이었다.

만일 대건그룹 쪽에서 임신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걷잡을 수 없이 꼬여 버린다. 안 돼,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채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 어머니.”

잠시 주춤거리던 그녀가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말해야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사실은…….”

“실례합니다.”

순간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익숙한 목소리에 채원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 끝엔, 단정한 정장 차림의 강태건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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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그래서 관련 미팅은 모레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점심은 어떻게 하실까요?”업무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태건을 보며 물었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바라봤다.“간단하게 먹죠. 별로 입맛이 없네요.”태건의 대답에 지훈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주변 식당을 생각했다. “그러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샌드위치로 준비할까요?”“네, 좋네요. 장 비서님은 나가서 식사하고 오세요.”무심하게 말하고 태건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지훈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늘어났다고 해도 굳이 식사까지 대충 챙기면서 몰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깊게 관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지훈이 본부장실을 나오자, 앞에 있던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식사하러 가시나요?”그녀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거울을 몰래 옆으로 슬쩍 치우며 물었다.“네. 식사 안 하십니까?”“아, 저는 도시락이요. 늘 챙겨 오거든요.”“아아, 네에.”별로 궁금하진 않았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 성의는 없었지만, 여직원은 수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본부장님이랑 같이 안 하시나요?”“본부장님은 샌드위치만 드시겠다고 해서요. 그거 챙기고 나서 밥 먹어야죠.”“그럼 제가 갔다 올까요?”여직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그녀를 보는 표정에 괜찮겠냐는 말이 묻어 있었다.“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데…….”굳이? 지훈이 조금 떨떠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직원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제가 다녀올게요. 장 비서님 요즘에 밥도 잘 못 챙겨 드셨잖아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주문은 제가 해놓을게요.”“네! 맡겨만 주세요!”여직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지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13화. 균열(1)

    “흠흠~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콧노래와 함께 웃음기 가득한 유건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직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수많은 소문을 안고 대건그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주. 그 2주 동안 유건은 이틀에 한 번은 꼭 전략기획실을 찾았다.그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전략기획본부장 강태건을 만나겠다는 것. 하지만 귀신같이 유건이 찾아올 때면 꼭 태건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미팅이 있거나 외근이 있거나, 혹은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나.그렇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음에도, 유건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안녕하세요~”오늘도 역시나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유건에 여직원은 사회생활용 미소를 장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녕하세요. 오늘도 본부장님 만나러 오셨을까요?”“네! 오늘은 안에 있을까요?”유건이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은 제발 열리길 바라는 그의 기대와 다르게 여직원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뇨. 안 계십니다.”“에엥? 아니, 이 사람은 맨날 일 안 하고 어딜 그렇게 다녀요?”여직원의 말에 유건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는 너야말로 일은 안 하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직원은 애써 미소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글쎄요. 보통 저한테는 어디 간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셔서요.”“맨날 장 비서님한테만 얘기하죠? 에휴, 장 비서님도 피곤하겠다.”유건의 말에 여직원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아아, 오늘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뭐 다른 말도 없었어요? 진짜 하나도?”유건의 물음에 여직원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눈빛은 끈질겼다. 무슨 대답이라도 꼭 듣고 가겠다는 확고한 고집이 담긴 눈이 그녀를 계속 바라봤다.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여직원이었다. 계속 이렇게 상대하고 있어봤자 더 힘든 건 본인 쪽이었다.“장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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