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결계를 뚫고 들어왔습니다...”우기호는 말하던 중 또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는 대전까지 찾아오는 길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도 되었다.하여 피를 토한 우기호는 대전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곧 죽을 사람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숨소리가 매우 허약했다.“형님... 저에게 거짓말한 거 아니죠... 저 왜 이리 자고 싶어요...”우기호는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눈 감기 전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빨리... 빨리 우 호위무사를 살려. 어서...”대진상제가 급히 명령했다.말이 끝나자 한 대신이 즉시 나서서 우기호의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폐하, 우 호위무사의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오장육부가 모두 손상되었고 과도한 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대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우 호위무사를 이렇게 만든 거야? 빨리 치료부터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대진상제가 명령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 호위무사가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아직 치료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상처가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마도 결계에서 발생한 일을 폐하께 빨리 전하기 위해 달려오는 과정에 원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상처가 악화하였고 생명까지 위협한 것 같습니다.”대신은 진원으로 우기호의 상처를 처치하며 대진상제에게 설명했다.“아이고. 우 호위무사는 늘 이런 성격이었어. 매번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기 목숨보다 나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하는 게 우선이었지. 그 덕분에 나는 위기를 여러 번이나 모면할 수 있었어. 사람이 조금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일지라도 충성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대신들,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야 해. 나는 이렇게 충성스러운 호위무사를 잃고 싶지 않아.”대진상제는 우기호의
“폐하, 우 호위무사의 말을 들어보니, 같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한 대신이 나서서 말했다.“아주 건방진 녀석이구나. 아주 대놓고 찾아오다니. 좋아... 아주 잘 됐어. 이번 일을 넷째 황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그리고 넷째 황자에게 전해. 대진제국의 체면을 구기지 말고, 성역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고.”대진상제가 냉랭하게 말했다.대진상제는 한 나라의 군주로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다만 이도현의 행위가 대진제국의 권위를 건드렸기에 그를 조금 눈여겨 봤을 뿐이다.“네, 폐하.”한 내시가 명령을 받고 즉시 전달하러 갔다.“또한, 결계의 일을 즉시 다른 세 제국과 3대 종파에도 알려라. 각 세력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사람을 보낼 것이다. 허허허...”“네, 폐하.”“넷째 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천현문의 사람과 연회를 준비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심판할 거라고 들었다. 사실이냐?”“폐하, 넷째 황자님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황자님의 왕부로 초대하셨습니다. 말로는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함께 심판하자고 했지만 실은 넷째 황자님이 그 여인에게 반해 협상으로 끝내려는 것 같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이도현입니다. 당시 고무계의 비경에서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과 그의 호위무사는 전설의 음양탑을 찾다가 두 여인을 붙잡고 몰래 그녀들의 기억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두 여인의 후배인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겁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아는 대신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폐하, 오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그 두 여인과 이도현은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입니다.”“뭐라고?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이라고?”대진상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폐하. 저희가 이미 확인해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세속계에 있는 진씨 가문에 가는 김에 천 년 전의 진씨 조상을 멸망시켰던 조씨
대진상제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태허산과 곤륜옥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전설 속의 곤륜옥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도 곤륜옥을 손에 넣고 싶었다.특히 대진제국의 상제가 된 이후로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은 후 그는 이런 생각을 포기했다.이제 곤륜옥의 비밀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비밀이 조금 밝혀지자 그의 마음속에서 잠자던 욕망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한 제국의 상제로서 천하통일의 야망을 갖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는 즉위한 날부터 마음속으로 다른 세 제국을 멸망시키고 대진제국이 성역을 통일하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성역의 땅에 오직 대진제국의 깃발만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4대 제국은 창립 이래 서로 견제하며 발전했다. 각 제국의 실력이 늘 비슷했기에 누구도 다른 제국을 멸망시키지 못했다.하여 그는 자신의 포부와 야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평생 실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또 갑자기 희망이 보이니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욕망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만약 그가 곤륜옥의 힘을 얻는다면 성역을 통일할 수 있고 대진제국을 성역의 유일한 제국으로 만들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대진상제는 더 이상 마음속의 야망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는 위엄 있게 물었다.“그 이도현이라는 자가 태허산의 제자라고?”“네, 폐하. 정말입니다. 이도현은 태허산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외계에서 들은바, 이도현의 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들 이도현이 어린 나이에 이토록 강대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이도현이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단 말이냐?”대진상제는 얼굴색이 돌변하더니 급히 되물었다.“외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다닙니다. 그 얘기의 진실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이도현은 이제 겨우 서른 초반인데 내공이 진짜 놀라울 정도로 강합니다.
문무백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듯 눈빛을 교환했다.그들은 언젠가 적당한 기회를 찾아 이 무례한 황제를 혼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황제는 신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려 했다....한편, 이도현은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아 대진제국의 황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황성의 성문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은 몇 마디 묻지 않고 바로 그를 들여보냈다.어찌 됐든 이곳은 대진제국의 황성이고 대진제국의 과반수 고수가 여기에 은거해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대진제국의 황성에서 소란을 일으킨다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더구나 대진제국은 누군가 황성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가는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은 성문을 통과한 후 목적지인 황성을 향해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대화가 들렸다.“다들 들었어요? 넷째 황자가 세속계의 여자 한 명을 잡아 왔대요. 이 여자가 고무계에서 천현문의 작은 문주이자 둘째 도련님을 죽였다고 해요. 지금 넷째 황자는 이 일로 그 여자를 심판할 거래요. 그리고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도 곧 오신다고 했어요. 다들 이 얘기 들었어요?”한 젊은 도련님이 말했다.“황성에서 벌써 소문이 쫙 퍼졌어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예요. 게다가 황성의 수많은 아가씨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한번 보려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그럼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은 근 백 년이래 수련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에요. 현재 백 살도 안 되는 나이에 내공이 이미 회도경지를 돌파했다고 해요. 이 나이가 무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젊은 편인데요.”“맞아요. 백 살에 회도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에요. 무사의 백 살을 보통 사람들의 나이로 치면 마흔 살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게다가 장 도련님이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용모가 훤칠하고 풍채가 좋으니 수많은 여자가 반할 만도 하죠. 하지만 도련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을
거리에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도현은 잠시 들었을 뿐인데 많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우선 그의 여섯째 선배 양주희는 현재 대진제국의 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넷째 황자의 왕부에 있다.또한, 넷째 황자는 여섯째 선배에게 반해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반면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즉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장선이라는 사람의 형은 동생을 위해 복수하려 한다.그리고 여섯째 선배를 보호하고 싶지만, 장 도련님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넷째 황자는 성역의 유명한 젊은 영재를 초대해 함께 장 도련님을 설득하려 한다.이도현은 그제야 자신이 줄곧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선은 현천문이 아니라 천현문의 사람이었다. 어디서부터 기억이 잘못된 건지 모르지만 이도현은 이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그저 길거리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몇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맞아요. 그렇게 쉽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에요. 넷째 황자가 수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이잖아요. 그분은 천현문의 차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천현문의 상징이기도 해요. 그런 사람이 살해당했는데 천현문에서 쉽게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천현문에게 있어서 이건 한 나라의 태자가 살해당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러니 누군가의 체면을 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요.”한 중년인이 말했다.“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재능과 자질, 그리고 장남이라는 신분으로 천현문의 작은 문주 자리를 얻지 못하고 동생에게 주어졌을 리 없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그만큼 사랑하니까 작은 문주의 자리도 선뜻 양보했던 거 아닐까요? 첫째 도련님은 뒤에서 동생을 묵묵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거예요. 이런 애정은 정상적인 사랑을 넘어서 집착에 더 가깝죠. 그러니 다른 사람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동생을 죽인 원수를
“저의 현재 내공이 성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고무계에서는 강자에 속해요. 임의의 종파에 들어가도 맘대로 누빌 수 있는 존재이니 매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풍부한 수련 자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비록 고무계의 영기가 성역보다 못하지만, 신선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여기서 거지같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한 중년인이 말했다.“맞는 말이에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나중에 저희같이 나가요...”“하하하. 그래요. 같이 나가요... 저희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요.”이 사람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이 사건이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여기서 아무리 분석하고 논의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이는 애당초 그들이 애간장을 타면서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여 그들은 잡담을 그만두고 떠났다.이도현도 정보를 충분히 얻었으니 넷째 황자의 저택을 향해 갔다.이도현은 상대가 누구든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넷째 황자든, 장 도련님이든, 그의 여섯째 선배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한편, 넷째 황자의 저택은 그가 초대한 젊은 영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각 세력의 뛰어난 제자들 또는 다른 제국의 황족들이었다.즉 넷째 선배에게 초대된 사람은 평범한 젊은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천재들이었다.그리고 넷째 황자로부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신선처럼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여자가 모두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이도현의 여섯째 선배인 양주희였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내공이 제한되어 있어 평범한 여자나 다름없었다.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곡선미와 뛰어난 몸매가 드레스에 의해 더욱 돋보였고, 곧은 다리와 풍만한 가슴이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하늘이 조각한 예술 작품 같아 다른 여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특히 그녀의 차가운 표정은 사람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넷째 황자는 내시의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바마마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네, 전하. 대진상제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잡고 이 여인을 남기라고 하셨습니다.”내시가 다시 한번 말했다.“그래. 알겠다.”넷째 황자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대진상제의 또 다른 말뜻을 이해했다.‘어쩌면 이번 일이 아바마마에게 잘 보이는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어.’이런 생각에 넷째 황자는 표정이 더욱 밝아졌고 양주희를 바라보는 눈빛도 더욱 뜨거워졌다.“좋아요. 여러분이 이렇게 말해주니, 본 왕도 안심이 되오. 정말 고맙군요. 방금 아바마마로부터 말이 왔는데, 잠시 후 도착할 사람을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반드시 붙잡고 있으라고 하네요.”“여러분, 저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저와 아바마마께서 이 은혜를 꼭 잊지 않을 거예요. 여기서 제가 대진제국의 상제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미리 감사 인사를 드리죠.”자고로 황제의 아들 중에 만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넷째 황자도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었다.황자의 이 한마디가 매우 간결하고 담백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진제국과 대진상제의 명분을 빌려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것이었다.역시나 아래에 있던 각 파벌의 젊은 영재들은 눈빛이 확 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넷째 황자님, 물론입니다. 상제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희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황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사람들이 너도나도 결심을 보인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잠시 후, 대전 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장우 도련님을 뵙겠습니다.”내시의 큰 외침 소리와 함께 연회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잡담을 그만두고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대전 입구를 바라보았다.한 청년이 몇몇 노자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치 강력한 검기를 품고 있는 날카로운 검처럼
‘몹쓸 사람들이네.’넷째 황자의 얼굴에 그늘이 씌어 있었다. 이때 장우가 그의 앞으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넷째 황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우입니다.”장우를 본 넷째 황자는 순간 표정이 밝아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장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아주 열정적으로 말했다.“장우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게 벌써 몇 년 만이에요? 저는 늘 장우 씨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함께 술을 마시며 놀던 때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그립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져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리고 영원히 그 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어요.”“장우 씨와 술을 마시며 무술을 담론하던 그 시절이 너무 즐거웠어요. 저에게는 그 시절이 진정한 삶이었어요.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가 지금은 왜 이렇게 멀어졌는지 생각하게 돼요. 다들 크면서 해야 할 일이 생겨 소외된 걸까요? 어떻게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나죠?”“어휴...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결국, 이익 때문에 서로 멀어지는 걸까요? 왜 예전에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마저도 낯선 사람이 되는 걸까요? 도대체 왜...”넷째 황자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정에 젖어 말했다.그 모습은 마치 우정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 같았다. 그 어떤 이익 앞에서도 우정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양주희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의 권리와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의 친형제와 죽기 살기로 싸웠고 갖은 권모술수를 사용해 경쟁자를 떨쳐냈다.그런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말하니 역겹지 않을 수 없었다.넷째 황자의 이런 감동적인 연설을 듣고 있던 다른 영재들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야 했다.그리고 넷째 황자가 그들을 바라볼 때면 억지로 감동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정말 고
방금까지 말하던 사람들은 장우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입을 꾹 다물었다.넷째 황자를 도와 장우를 설득하려면 목숨까지 바쳐야 하니 아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 천한 것. 오늘 너를 죽이는 것은 복수의 시작에 불과하다. 어디 너희같이 비천한 놈들이 내 동생을 죽여. 난 너의 선후배를 모두 지옥으로 보낼 것이다.”장우는 양주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양주희는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어 그저 분노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장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종래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죽는 것이 조금 억울할 뿐이다.“죽어라, 이 천한 년. 지옥으로 내려가 내 동생에게 사죄해. 그리고 머지않아 태허산 전체를 지옥으로 보낼 거니까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천현문이...”장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줄기의 푸른빛이 대전 밖에서 날아 들어왔다. 푸른빛은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고 쏜살같이 장우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장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푸른빛을 보고 화를 내더니 강대한 손바닥 힘을 내밀어 푸른빛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푸른 빛은 손바닥 힘을 꿰뚫고 곧장 장우를 향해 날아갔다.장우는 자신의 강력한 한 방이 작은 은바늘 하나를 막아내지 못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다른 사람이 제대로 봤을지 모르지만, 그는 푸른빛 안에 작은 은바늘이 들어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은바늘 하나에 이렇게 강력한 힘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손바닥 힘으로 은바늘을 막지 못했을뿐더러 속도도 늦추지 못했다. 이로부터 이 은바늘의 소유자가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갖춘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 은바늘은 장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손을 들어 두번째 공격을 날릴 시간조차 없었다.바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이 은바늘은 나를 노리고 온 거야. 그럼 대진제국의 사람이 아니라 저 여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보낸 것이 분명해. 내가 이 은바늘을 빌어 저 여자를 죽인다면 복수도 할 수 있고 대진제
풉.넷째 황자는 장우의 발길질에 피를 토하고 말았다.“이건 경고입니다. 계속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습니다...”장우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러고는 넷째 황자를 제쳐놓고 양주희를 향해 몸을 날렸다.“장우 씨, 멈추게...”크게 당황한 넷째 황자는 자신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몸을 날려 장우를 막으려 했다.“저자를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양주희 씨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아바마마의 명령이다. 빨리 막아라.”넷째 황자가 소리쳤다.명령이 떨어지자 넷째 황자의 부하들은 즉시 싸우던 상대를 버리고 장우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죽고 싶으냐...”장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수를 보고 귀찮다는 듯이 외치며 보검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검에서 강력한 검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사람들을 향해 거세게 덮쳤다.펑. 펑. 펑.검기가 닿은 곳에 폭발음이 들리더니 장우를 향해 달려온 몇몇 고수가 모두 피안개로 되었다.“주제도 모르는 놈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다. 날 원망하지 마라.”장우는 차갑게 말하며 곧바로 양주희 앞에 도착했다.“장우 씨, 멈춰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도 후회하게 될 거예요. 본 왕이 천현종을 성역에서 사라지게 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넷째 황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이 소리에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장우 쪽을 바라보았다.넷째 황자가 불러온 사람들도 장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장우 씨, 충동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맞아요. 저도 장우 씨 동생이 살해된 사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요. 진정한 범인은 이 아가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에요.”“장우 씨, 동생의 복수를 위해 이 아가씨를 죽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제가 알기로 장우 씨의 동생을 죽인 사람은 이 아가씨의 후배예요. 그러니 무고한 여인을 잡지 말고 그 후배를 찾아가 복수하세요. 그래야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답죠.”“진정한 사나이라면 잘못한 사람에게 찾아가
대전 전체가 강력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 강대한 기운의 영향을 받아 미간을 찌푸리며 스스로 내공을 다스리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다들 각 세력의 젊은 영재라 내공이 뛰어나기에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만약 내공이 낮은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벌써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이다.“죽을 놈...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라...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이 반역자들을 전부 죽여라.”넷째 황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공간 반지에서 보검을 꺼내더니 장우를 향해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하지만 그와 장우의 실력 차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우는 넷째 황자의 공격을 단번에 막아냈다.“실력이 없으면 얌전히 계세요. 저는 황자님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장우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장우, 네 이놈. 오늘 한 사람도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 오늘 우리 대진제국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주겠다. 다 죽어라...”넷째 황자 진정이 분노하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는 당차게 보검을 휘둘렀다.이 상황에서 그는 용맹한 모습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넷째 황자도 그와 장우 사이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다.그는 대진상제에게 자신의 용감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상제가 맡긴 일을 완수하기 위해 강적인 걸 뻔히 알면서 맞서 싸우는 모습 말이다.넷째 황자는 상제의 자리를 위해서 목숨까지 걸 수 있었다.“미련하게 굴지 말고 물러나세요.”장우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넷째 황자의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솔직히 말해서 장우도 이런저런 염려가 있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에 심한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정말로 넷째 황자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황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앞에서 이렇게 거만하게 굴었다면 그는 벌써 상대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하지만 넷째 황
장우의 이 말은 분명히 대진제국과 대진상제를 도전하겠다는 뜻이었다.이로부터 천현문이 아주 대단한 종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 장우는 그토록 대담한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이를 뒷받침할 실력이 못 된다면 그의 종파는 끝없는 불행을 맞이할 것이다.하지만 실력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황제에게 맞설 수도 있고 황제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장우 씨, 역시 대단한 사람이네요. 우리 대진제국이 안중에도 없고 아바마마도 감히 무시하다니. 잘 알겠어요.”넷째 황자는 장우의 거만한 태도에 기가 차서 웃으며 말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사나워졌고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본 왕은 당신이 오늘 양주희 씨를 어떻게 죽이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어요. 미리 경고하는데 오늘 양주희 씨를 건드리면 내일 대진제국의 십만 대군이 천현문을 포위할 거예요. 그때 천현문이 얼마나 강한지 두고 보죠. 무슨 배짱으로 감히 우리 대진제국을 건드리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우리의 십만 대군이 모두 뛰어난 강자는 아니지만 다 무예를 익힌 자들이에요. 천현문 전체가 설령 도급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얼마나 죽일 수 있을까요? 천만 대군을 전부 죽일 수 있나요? 어디 한번 두고 보죠.”넷째 황자도 대놓고 위협했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다음 행동은 모든 사람에게 이런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풍우뇌전 사대법왕에게 명한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갑자기 큰 소리로 명령했다.“네.”장우 뒤에 있던 네 명의 노자가 즉시 대답했다.“지금 당장 이 계집애를 갈기갈기 찢어 폐인으로 만들어라. 나서서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네.”네 명의 노자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곧이어 풍우뇌전 사대법왕은 몸을 돌려 양주희 쪽으로 갔다.넷째 황자는 급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가 양주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상제가 그녀를 반드시 살
“흥. 장우 씨, 과감한 발언이네요. 오늘 본 왕은 장우 씨가 양주희 씨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막을 거예요. 배짱이 있으면 저를 죽여보세요.”넷째 황자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장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그럴 생각은 없지만, 황자님께서 저를 방해하신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는 애당초 이 넷째 황자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극도로 긴장한 분위기를 조성했다.현장에 있던 젊은 영재들과 다른 세 제국의 황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세 황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전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거나 긴장과 걱정이 담긴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내심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찌 됐든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다채로웠다.“장우 씨, 넷째 황자님, 그만하시지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오랜 친구끼리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얼굴을 붉힐 필요가 있을까요?”“맞아요, 두 분.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우리는 무사로써 마음이 넓어야 합니다. 일반인처럼 여자 문제로 우정에 금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일이든 앉아서 말로 해결하면 될 것을 왜 싸우려고 합니까?”“장우 씨, 제 얼굴을 봐서 이쯤에서 그만하시지요. 넷째 황자님과 무슨 모순이 있든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면서 푸십시오. 왜 이렇게 날이 선 겁니까?”“맞아요. 두 분 왜 여자 때문에 싸우려고 그래요? 앉아서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놓아준 후 두 분이 각자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그리고 죽이든 살리든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으면 됩니다.”헛똑똑이 한 명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양쪽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덥석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넷째 황자와 장우는 그에게 시선을 홱 돌렸다.“닥쳐...”두 사람
장우는 홧김에 말을 가리지 않았다.“장우 씨, 말조심하세요. 장우 씨 동생의 죽음은 저 여자와 상관이 없다고 했잖아요. 왜 사리를 따지지 않아요?”넷째 황자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상관이 없다고요? 넷째 황자님, 제가 이 일을 조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세요? 제 동생이 고무계의 비경에서 이 계집애와 다른 한 계집애를 마주친 후 비경에서 나오지 못했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장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장우 씨의 동생이 비경에서 이 여자를 만난 것은 맞지만 당시 동생이 강제로 두 사람의 기억을 읽으려 했다는 사실은 조사하지 않았나 봐요. 따지고 보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장우 씨의 동생이에요.”넷째 황자 진정도 격분하며 소리쳤다.넷째 황자는 진작에 양주희의 미모에 반했다. 하지만 그는 강압적인 수단으로 여자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 쪽에서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성격이었다.그는 한 여자를 강제로 차지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행위라 생각했다.그렇기에 그는 양주희를 잡은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그녀는 몸을 지킬 수 있었다.“흥. 감히 제 동생의 요구를 거절하다니... 죽어 마땅한 여자군요. 이 계집애 때문에 제 동생이 죽은 게 분명해요. 오늘 저는 반드시 이 계집애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예요. 아무도 저를 막지 말아요. 넷째 황자님도 마찬가지예요.”장우가 냉랭하게 말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에 소름이 돋았고 내공이 낮거나 겁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자네 지금 나를 위협하는 거요?”넷째 황자 진정이 노기등등하게 물었다.“위협이요? 그렇게 느껴졌다면 위협이라 해두죠.”장우는 넷째 황자의 체면 따위 전혀 개의치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저기... 장우 씨... 말이 심하네...”넷째 황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가 손짓 한 번 하자 대전 뒤편에 강력한 기운을 가진 노자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뭐 하는 짓이에요. 물러나세요...”넷째 황자가 사람을 부르자 장우 뒤에
장우는 넷째 황자의 행동이 역겹게 느껴져 한참이나 손을 닦았다.넷째 황자는 장우의 행동에 기분이 언짢았다.‘나를 혐오하는 거야 뭐야? 내 손이 더러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손을 닦는 건 너무하잖아. 어디 감히 황족 앞에서 이토록 무례하게 행동해. 겨우 한 종파의 첫째 도련님인 주제에.’‘네 아버지는 한 종파의 장문이지만 내 아버지는 황제시다. 수천수만 명의 백성을 다스리는 황제. 만 명도 안 되는 종파가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규모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잘난 체하는 거야? 비록 너희도 대진제국과 함께 성역의 최강 세력으로 불리지만 인구 방면에서는 어림도 없어. 어디 감히 나를 혐오해?’‘젠장. 내 손이 더러울 리가 없어. 매일 여자를 안아서 오히려 향기롭기만 하다고. 어디서 건방을 떨어... 딱 기다려. 내가 언젠가는 너를 제대로 혼내겠어...’넷째 황자는 속으로 분노하며 욕설을 퍼부었지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장우의 말을 다 듣고는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장우 씨 말이 맞아요.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고 정해진 운명은 쉽게 바뀌지 않죠. 그러니 인생도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참 많아요. 운명에 맞서 싸우는 사람도 많지만, 장우 씨가 말한 것처럼 하늘의 뜻을 따라야 수행이 느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이는 도를 묻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장우 씨가 가장 좋은 예인 것 같아요.”“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무사가 수련을 통해 여러 제약을 하나씩 깨뜨리는 모습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봐요. 즉 무공을 수련하려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정해진 운명과 맞서 싸워야 하죠.”넷째 황자가 매우 위엄 있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야망이 가득 묻어있었다.“하하하. 맞아요. 넷째 황자님의 말씀도 맞아요. 한 가지 일에 각자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죠. 황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저와 생각이 조금 다를 뿐이죠...”장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는 생
‘몹쓸 사람들이네.’넷째 황자의 얼굴에 그늘이 씌어 있었다. 이때 장우가 그의 앞으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넷째 황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우입니다.”장우를 본 넷째 황자는 순간 표정이 밝아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장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아주 열정적으로 말했다.“장우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게 벌써 몇 년 만이에요? 저는 늘 장우 씨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함께 술을 마시며 놀던 때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그립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져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리고 영원히 그 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어요.”“장우 씨와 술을 마시며 무술을 담론하던 그 시절이 너무 즐거웠어요. 저에게는 그 시절이 진정한 삶이었어요.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가 지금은 왜 이렇게 멀어졌는지 생각하게 돼요. 다들 크면서 해야 할 일이 생겨 소외된 걸까요? 어떻게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나죠?”“어휴...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결국, 이익 때문에 서로 멀어지는 걸까요? 왜 예전에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마저도 낯선 사람이 되는 걸까요? 도대체 왜...”넷째 황자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정에 젖어 말했다.그 모습은 마치 우정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 같았다. 그 어떤 이익 앞에서도 우정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양주희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의 권리와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의 친형제와 죽기 살기로 싸웠고 갖은 권모술수를 사용해 경쟁자를 떨쳐냈다.그런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말하니 역겹지 않을 수 없었다.넷째 황자의 이런 감동적인 연설을 듣고 있던 다른 영재들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야 했다.그리고 넷째 황자가 그들을 바라볼 때면 억지로 감동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정말 고
넷째 황자는 내시의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바마마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네, 전하. 대진상제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잡고 이 여인을 남기라고 하셨습니다.”내시가 다시 한번 말했다.“그래. 알겠다.”넷째 황자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대진상제의 또 다른 말뜻을 이해했다.‘어쩌면 이번 일이 아바마마에게 잘 보이는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어.’이런 생각에 넷째 황자는 표정이 더욱 밝아졌고 양주희를 바라보는 눈빛도 더욱 뜨거워졌다.“좋아요. 여러분이 이렇게 말해주니, 본 왕도 안심이 되오. 정말 고맙군요. 방금 아바마마로부터 말이 왔는데, 잠시 후 도착할 사람을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반드시 붙잡고 있으라고 하네요.”“여러분, 저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저와 아바마마께서 이 은혜를 꼭 잊지 않을 거예요. 여기서 제가 대진제국의 상제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미리 감사 인사를 드리죠.”자고로 황제의 아들 중에 만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넷째 황자도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었다.황자의 이 한마디가 매우 간결하고 담백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진제국과 대진상제의 명분을 빌려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것이었다.역시나 아래에 있던 각 파벌의 젊은 영재들은 눈빛이 확 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넷째 황자님, 물론입니다. 상제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희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황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사람들이 너도나도 결심을 보인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잠시 후, 대전 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장우 도련님을 뵙겠습니다.”내시의 큰 외침 소리와 함께 연회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잡담을 그만두고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대전 입구를 바라보았다.한 청년이 몇몇 노자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치 강력한 검기를 품고 있는 날카로운 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