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담 위도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파도가 격하게 용솟음쳤다. 곧이어 수면 위로 수백 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나타났다. 그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잠시 후 파도가 가라앉고 현무담에서 더 이상 한기를 뿜어내지 않았다. 수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주변의 땅도 눈에 띄게 녹기 시작했다.얼음이 녹아내려 시냇물이 되어 모두 현무담으로 흘러들었다.그뿐만 아니라 현무담 둘레에 얼어 붙어있었던 돌들도 하나둘씩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켰다.“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현무담이 왜 갑자기... 한기가 사라졌고 현무담이 무너지고 있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현무제국의 한 왕후가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며 자기 눈을 의심했다.“현무담이 무너져요? 절대 그럴 리 없는데... 이도현 그놈, 대체 밑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절대 말이 안 돼요. 현무담은 우리 조상님이 도를 깨우칠 때 하늘에서 선물로 개척해주신 곳이에요. 그런 곳이 어떻게 무너져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모두가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왕후 한 명이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다들 조상님이 남긴 기록부에 이런 말이 적혀 있는 거 알아요? 현무령이 나타나면 현무담이 무너진다.”“네? 방금 현무령이라고 했어요? 그건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수많은 조상님이 이미 인증하셨잖아요.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내는 거예요?”“보세요. 현무령이 나타나면 현무담이 곧 무너진다. 현무담이 수천 년 동안 뿜어내던 한기가 지금 완전히 사라졌잖아요. 저희 발밑의 시냇물이 바로 그 증거예요. 주변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도 그래요. 현무담이 아무리 크다 해도 주변 산이 모두 무너져 내리면 매워질 수밖에 없어요.”그 왕후가 공포에 질려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현무담은 현무제국의 명당에서 금지 구역으로 되었지만, 현무제국에는 여전히 의미가 남다른 곳이었다.만약 현무담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현무제국에 치
용의 기운이 온몸에 퍼지자 이도현은 전처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용의 기운과 현무의 한기가 천천히 얽히면서 서로 충돌하고 부딪치다가 나중에는 하나로 융합될 기미를 보였다.즉 하나의 뜨거우면서도 차갑기도 한 기운으로 합쳐졌다. 그리고 이 기운은 이도현의 원력과 만나 끊임없이 얽히고설켜 잦은 파동을 일으켰다.그와 동시에 이도현의 머릿속에는 현무령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현무령. 현무 신수가 죽고 나서 형성된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단단한 존재. 이를 정제하면 그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고 물과 불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온갖 법술도 모두 막아낼 수 있다.”“우와... 대단한 걸 얻었는데...”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큰 행운이 자신에게 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보아하니 현무령은 용골과 같은 등급의 보물이었다. 그리고 그 보물은 지금 이도현의 몸에 들어있다. 다른 건 몰라도 단지 백독불침, 수화불침, 만법불침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모두가 눈독을 들일 만했다.세상 사람들이 용골 하나로도 난리인데 만약 용골 외에 현무령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특히 현무제국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그들이 금지 구역으로 여기던 곳에 사실은 엄청난 보물이 있었고, 이도현을 죽이기 위해 그곳으로 유인했더니 오히려 현무령이라는 중대한 보물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정말로 화병 나서 죽지 않을까?사실 현무담에 그들의 조상이 남긴 현무령이 있었는데 이도현이 가져가도록 등 떠밀어준 셈이었다.역시나 비석에 적힌 대로 현무령은 인연 있는 자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이었다. 인연이 있다면 보물이 알아서 다가오지만, 인연이 없다면 보물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현무령이 완전히 융합되자 이도현은 자신의 내공이 몇 단계 더 상승한 것 같았다. 다만 정확히 얼마 제고되었는지는 이도현 자신도 알 수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의 원력 공격도 이전과 달라졌다. 용골을 융합한 후 이도현의 공격에는 용의 기운이 흐르며 푸른 용
‘이상하다. 왜 저것만 비석으로 변했지? 혹시 음양검도 흡수 못 하는 한기인가?’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비석을 자세히 살폈다.커다란 비석에는 고문이 새겨져 있었다.“인연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현무령.”그 밑에는 작은 글씨체로 인연이 없는 자는 강제로 가져가지 말라는 충고도 적혀 있었다.이도현은 이 글을 읽으며 사색에 잠겼다. 이도현이 태허산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이 고문을 절대 읽지 못했다.그리고 현무령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비록 옛날부터 주작과 현무 같은 신수를 들어봤지만, 아무도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그저 전설로만 여겼다.하지만 이도현은 달랐다. 이미 교룡 척추골로 자기 목숨도 구했고 용골도 얻었으니 다른 보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현무 비석 뒤로는 더 이상 길이 없었다. 혹시나 하고 음양검을 휘둘러봤지만, 앞으로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이게 끝이라고? 그럼 현무령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보물 함도 안 주고 어디 가서 찾으라는 거야?”이도현이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살폈지만, 눈앞에 보이는 비석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설마 이 비석 자체가 현무령인가?’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주먹을 들어 비석을 내리쳤다.꽈르릉.거대한 폭음과 함께 비석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석은 탈피하듯 겉면의 돌덩이가 한 겹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겉면의 돌덩이가 다 떨어져 나가자 비석은 거대한 크리스털처럼 맑고 투명해졌으며 눈부신 흰빛을 발산했다.비석을 등에 싣고 있던 현무의 석상마저 맑고 투명해졌다. 이도현의 충격적인 눈빛 하에 비석과 현무 석상의 빛은 점점 더 눈부셔졌다.이어 비석은 현무 석상의 등에서 떨어져 내리더니 빛줄기로 변해 현무의 입속으로 들어갔다.그러자 현무 석상은 살아난 것처럼 눈 부신 빛 속에서 하늘로 치솟더니 이도현 앞에서 끊임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이 시각 이도현은 살아있는 현무를 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현
이도현마저도 눈앞의 벌거벗은 미인에게 한순간 혹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그 누구도 이 미인에게 잠시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미인은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며 이도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하지만 이도현은 잠시 정신을 놓았을 뿐, 곧 이성을 회복했다. 미인이 다가오자 이도현은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이 미인도 하얀 기류로 변해 음양검에게 흡수되었다.‘휴... 나 너무 잔인한가? 정말 아름다운 미녀인데...’이도현은 음양검의 기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솔직히 말해 방금 그 미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도현의 선배들보다 더 훌륭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성숙하고 탐나는 몸매도 지니고 있어 마음이 뒤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다행이다. 내가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정직한 사람이라서. 난 평생 다른 여자를 건들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뻔뻔하게 말했다.이곳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누군가 이도현의 이 말을 들었다면 정말로 그를 염치없는 놈이라고 실컷 욕했을 것이다.아니면 이도현과 아예 연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천벌 받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니는 사람과 가까이 지낼 사람은 없는 거니까.이도현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얼마 가지 못했는데 또 백호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이도현은 전과 같이 음양검을 휘둘렀다.이렇게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이도현은 이미 한마의 수차례 공격을 받았다. 다만 처음엔 한 마리씩 나타났는데 이제는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달려들었다.때로는 세 마리, 때로는 네 마리씩 나타났으며 나타나는 방향이나 실력이 다 달랐다.그래도 대부분 한마는 이도현이 검을 한번 휘두르면 해결할 수 있었다.하지만 점차 한 번의 검기로 해결할 수 없는 한마들이 나타났다. 이에 이도현은 경계심을 높이기 시작했다.반 시간도 안 되어 이도현은 이미 스무 마리의 한마를 죽였다. 그리고 이 한마들은 모두 하얀 기류로 변해 음양검에 흡수되었다.지금의 음양검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특히
“한마... 는 뭐야?”이도현은 음양검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이는 이도현이 마라는 존재를 처음 접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와 달리 이건 진짜 마물이었다.‘현무담의 한기로 이루어져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으며 만물로 변할 수 있다... 그럼 인간 형태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변할 수 있다는 거네. 그리고 내공이 강해서 공격당한 인간은 무조건 죽는다니...’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음양검이 제공한 정보를 곱씹었다. 그러나 딱히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한마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도현에게는 한마의 천적인 음양검이 있기 때문이었다.음양검은 한마를 양분으로 삼는 것 같았다. 음양검이 방금 베인 그 한마를 흡수한 것에서 보아낼 수 있었다.그리고 음양검의 음면은 한마의 기운을 흡수한 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이도현은 늘 음양검도 음양부채처럼 내면에 자기만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보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이도현이 수많은 지국 사람을 죽였을 때 음양부채는 갖은 죽음, 원념 등 부정적인 기운을 흡수해 자아 진화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또 화봉산에서 괴이한 불덩이 하나를 삼키면서 음양부채는 영혼의 지력이 대폭 성장했고 위력도 무서울 정도로 증강했다.하지만 음양검은 전혀 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늘 음양검이 음양부채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도현은 점차 진실을 깨달았다. 음양검은 음양부채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강해서 진화하는데 필요한 음양의 힘이 음양부채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아직도 진화할 수 있는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그리고 방금 한마를 죽였을 때 음양검은 꽤 큰 반응을 보였다. 이로부터 한마의 음기가 얼마나 강대한지 보아낼 수 있었다.이건 이도현에게 있어 위험이 아니라 음양검을 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기에 더 많은 한마가 나타나서 음양검도 진화하고 자신의 실력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랐다.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일부러 자신의
“헐. 저거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이도현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의 첫 반응은 귀신을 만난 줄 알았다. 왜냐하면, 눈앞의 존재가 너무나도 귀신 같았기 때문이다. 외형이나 느낌 또는 다른 모든 것이 정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귀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분명 눈앞에 인간처럼 생긴 생명체가 있지만, 이도현은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이도현이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방금 그의 주먹을 맞고 흩어졌던 생명체는 다시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형태나 기운이 모두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이도현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괴물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아주 오랜만에 두려움을 느꼈다.“역시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 보다.”이도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네 정체를 한번 연구해보지. 정말 내가 아는 귀신이 맞는지.”이도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인간형 생명체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두려움을 전승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두려움을 직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도현은 먼저 공격을 날리기로 했다.그는 귀신 같은 존재가 도급 강자보다 강할 리 없다고 믿었다.그리고 눈앞의 존재를 상대하기에 음양검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음양검을 꺼내 들고 음양검술을 사용했다.놀랍게도 이도현의 음양검에서 검붉은 검기가 뿜어져 나올 때 그 인간형 생명체는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반응했다.검기를 보자마자 두려움에 빠진 듯 정서가 불안해지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극도로 무서워하는 물건을 본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뭐야... 설마 진짜 귀신이야?’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한 것도 잠시, 다시 인간형 생물체를 향해 음양검을 휘둘렀다.“아...”검기에 닿은 순간 인간형 생물체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결국 하얀 기류로 변해 사라졌다.이때 음양검은 갑자기 통제를 잃은 듯 이도현의 손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그 기류를 향해 날아갔다.이도현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얀 기류가 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