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제가 지금 사모님에게 전달해드릴까요? 저녁에 이부자리라도 펴놓고 기다리라고요.”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문지해는 이도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쉴 틈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그는 진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이 전부 여기에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이도현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혼란스러웠다.거의 100살이 되어가는 문지해가 여전히 여자한테 관심이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화 주제도 여자를 떠나서는 안 되었다. ‘지금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변태가 되도록 부추기는 건가!’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말을 그의 후배들에게 하면 그의 경험에 의한 것이라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사부에게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이것은 마치 아버지 옆에 여자가 있는 걸 보고 ‘아빠, 남자라면 덮쳐버려. 만약 힘들면 내가 약을 준비해둘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만약 아버지라면 자식의 이런 말에 퍽이나 좋다고 하겠다.이도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것은 제자가 아니라 그냥 변태잖아? 스승에게 이렇게 말하는 제자가 어디 있어.’“닥쳐! 한 번만 더 헛소리 지껄였다가는, 내가 향진성에 가자마자 널 내시로 만들어버릴 거야.”“내 기억이 맞다면 너 손자도 이제는 40, 50세잖아. 젠장.”이도현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지난번에 너의 딸이 첫돌잔치를 열었을 때도 나는 너의 음탕함을 눈치챘어. 난 처음부터 네 딸이 누구에게서 태어난 것인지 의심스러웠거든. 지금 보니 너 진짜 빌어먹을 늙은 변태구나!”이도현은 그를 몇 마디 호되게 꾸짖었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는 마음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늙은 놈의 거시기라도 잘라버리고 싶었다.“사부님, 화내지 말아요. 질투해서 그러는 거 저도 다 압니다. 누가 뭐라든 제가 경험은 많잖아요. 다른 사람의 질투도 이젠 적응 됐어요.”“다들 저더러 음탕한 변태라고 하는데 남자라면 한 번쯤은 저 같은 능력이 있길 바라잖아요. 게다가 저처럼 나이 먹고도 그 어린 여자애들을 한 절반 울릴 수 있길 바랄 거에요. 저
“꺼져! 너 그 더러운 입 닫아, 내가 향진성에 가면 널 어떻게 혼내줄지 두고 봐!”“영감탱이, 준비해둬! 며칠 후에 나랑 같이 향진성에 가야 해!”이 말을 마치고 이도현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는 오랫동안 진정할 수 없었다!문지해가 한 말은 거칠어 보였지만, 사실 그의 와이프는 전혀 거칠지 않았다, 여기에는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이는 말은 거칠 어도 사실은 거칠지 않다는 것이다.남자든 여자든 외형적인 것들을 모두 제거하면 남는 것은 결국 별것 없다는 것이다!이도현은 떠날 준비를 했다! 완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교통수단으로 그는 여전히 기차를 선택했다.길에 나가 택시를 잡고 바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완성행 기차표를 사고 자리를 찾아 앉아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이도현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기차역에 검은 전투복을 입은 병사들이 몰려와 그를 둘러쌌다.곧이어 특별 번호판을 단 차가 이도현 앞에 멈추더니 차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내렸다.“이도현,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려는 거냐? 넌 염국을 뭐로 보는 거냐! 우리를 뭐로 보는 거냐.”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한 번 보고 차갑게 말했다. “넌 누구냐?”중년 남자는 냉랭하고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염국 상선벌악사의 사람, 주육도다!”“상선벌악사! 하하! 너희가 상하는 선은 뭐고, 벌하는 악은 또 뭐냐!”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세상의 선악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자들을 가장 싫어했다. 도대체 뭐라고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세상에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단지 그들의 판단에 따라 상선벌악을 하려는 건가? 무슨 근거로?예를 들어, 한 인신매매 범이 수많은 아이들을 납치했지만, 결국 감옥에서 공로를 세웠다고 감형되어 풀려난다고 하자. 풀려난 것은 그녀가 선해졌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선해진 것일까?또 다른 예로, 한 군인이 어머니를 모욕한 자를 죽였다고 하자, 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몸을 휙 움직여 이들을 피해 대기실 밖으로 빠르게 나아갔다.“도망가려 해? 그게 그렇게 쉬울 줄 알아? 우리 상선벌악사 앞에서는 네가 천하 끝까지 도망가도 숨을 곳은 없어!”“쫓아!”곧이어 여러 명이 빠르게 이도현을 쫓았다.이도현은 주변을 감지했고, 곧 비어 있는 황무지를 발견하자 그곳으로 향했다.“이도현! 어디로 가는 거야! 멈춰!”주육도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황무지에 서 있는 이도현을 날아오르듯 돌진해 그를 잡으려 했다.이도현은 주육도가 자신의 뒤에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갑자기 몸을 돌려 강력한 주먹으로 내리쳤다.그 주먹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무시무시한 힘으로 주육도의 얼굴을 강타했고, 주육도의 머리는 그 자리에서 피 안개로 변해버렸다!뒤따라오던 검은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모든 게 너무 빨라서 그들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젠장!이게 뭐야!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병사들은 머리가 없는 채로 목에서 계속 피가 뿜어져 나오며 경련하는 몸을 보고, 온몸이 떨리며 저절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이 무서운 광경을 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도현이 상선벌악사의 사람을 죽이다니, 정말 대담했다.“도망쳐!”누군가 외쳤고, 병사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도망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이도현은 굳이 추격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목숨을 소중히 여겨 도망칠 줄 알았기에,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한편, 이 시각 황성의 한 큰 산 정상의 거대한 광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 산은 금지 구역으로, 항상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그 순간! 산 정상의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선벌악사 사람들이 이도현을 잡아와 처벌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이도현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상선벌악사 사람들과 맞설 용기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광장 주변에는 각 대가문
“부웅...”이도현을 철저히 고문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던 그 순간, 한 무리의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놀란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주의가 전부 이 검은 갑옷 병사들에게 집중되었다.왜냐하면 이 병사들은 바로 전에 주육도를 따라 이도현을 잡으러 갔던 병사들이었기 때문이다.검은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있었다! 그의 옷에는 온통 파란 달이 그려져 있었고, 그의 전체적인 복장은 사람에게 음침한 느낌을 주었다.이 노인은 다름 아닌 상선벌악사의 우사자였다. 그의 검은 옷과 파란 달은 벌악을 상징했다! 모든 악한 행위, 악인과 악행을 벌주는 것이다! 그가 벌을 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응당한 벌을 받을 것이다.벌악 우사자의 이름은 범무정! 그의 수련은 출신입화 경지에 이르렀고, 이미 제왕급 강자로 대단한 인물이었다.원래 일반적으로 그는 직접 나서서 벌악을 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도현이 너무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다. 백호당의 형벌당 당주마저 죽였고, 이도현의 행동은 그의 예상을 넘었다. 그래서 이도현에 대한 심판은 그가 직접 처리해야만 했다.어쨌든 이것은 큰일이지 않은가! 일반 사람들은 절대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다!“무슨 일이냐! 왜 이렇게 허둥지둥하느냐, 무슨 일이냐, 말해라!”“주육도는 어디 갔느냐, 왜 이도현을 아직 데려오지 않았느냐?”범무정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주....주육도님이....그가 이도현에게... 한 방에... 한 방에 맞아 죽었습니다...”“뭐라고?”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일어섰다.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자신들의 귀를 믿을 수 없었고, 이 말이 진짜인지 믿을 수 없었다.죽은 듯 한 침묵! 전체가 완전히 죽은 듯이 변했다. 모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무릎을 꿇은 검은 갑옷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그들은 이 소식을 받아들였다.정신을 차린 그들은 즉시 머리가 저리고 머릿
목소리와 어조를 듣고 이도현은 이 전화가 도광이 걸어왔다는 것을 알았다.“지금 당장 일이 있어요! 나 지금 기차역에 있어요, 곧 완성으로 가서 백상국에도 한 번 다녀와야 해요! 당신도 따라오는 게 좋을 거예요!”이도현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진짜 재수 없네, 네가 내 전화 기다리고 있었냐?”전화 속에서 도광이 매우 불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이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안 오면 당신이 어떤 후과를 맞게 될지 알잖아!”“젠장! 너 감히 나를 협박해? 이 자식아, 말해두겠는데! 네가...”도광의 분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이 늙은 녀석에게 절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잠시 후, 기차가 출발했다! 몇 시간 뒤, 기차는 완성역에 도착했다!기차에서 내린 이도현은 신영성존이 자신을 데리러 오는 것을 거절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산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최대한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집에는 한지음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황성에 있는 소유정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는 몇십 명의 하녀복장을 한 하인들과 보안요원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이 하인들도 충성스러웠다.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있었겠지만, 이 저택에서 몇 번의 변고를 겪고 나서도 떠나지 않은 것이 매우 대단한 일이었다.그래서 이도현은 이들에게 월급을 올려주었다. 원래 급여보다 두 배 더 주었고, 그 결과 이 하인들의 월급은 일반 기업의 관리자보다 높아져서 매달 몇 만 위안을 받게 되었다.이 정도 급여면 하인일뿐만 아니라 하룻밤을 함께하는 일도 기꺼이 할 정도였다.결국 비서나 내연녀, 영업사원 등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 하인들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게다가 비서나 내연녀, 영업사원들은 이 하인들만큼 자유롭지도 않았다! 이렇게 좋은 일자리를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이 하인들이 불만인 것은, 그들의 주인이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그런 마음을 전혀 보이지 않
“좋은 아가씨들이긴 하지! 근데 너 같은 주인을 만나서 망해버렸네!”“네가 사람들 건드리지도 않으면서 왜 키우고 있는 거야? 괜히 아가씨들의 젊은 나날을 허비하게 만드는 거지! 너 같은 남자는 정말 무책임한 남자야!”도광은 이도현을 심하게 경멸했다.이도현은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이 늙은 녀석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이도현은 의아했다. 왜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이렇게 정상이 아닌지, 문지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늙은이도 정말 골치 아픈 놈이었다.그의 사부님이 무례하게 말하는 것도 그만이지 세마디중 두마디는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였으며, 나머지 한 마디는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이었다.지금 또 도광을 만났는데, 그를 처음 구해낼 때만 해도 그는 대단한 사내였다. 한때 천하제일검이라며 당당해했었다.하지만 그가 이 번화한 세상에 며칠 동안 돌아다니고 나서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이도현은 이 며칠 동안 이 늙은이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도대체 무엇이 20년 전의 천하제일검객을, 칼을 뽑는 속도가 느려질까봐 여자조차 가까이하지 않던 그 검객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는지 궁금했다.이도현은 그의 기운을 살펴봤다. 그는 이 늙은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강한 기운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오늘 도광을 봤을 때, 그의 강력한 기운은 거의 소진되어 보통 무사와 다를 바 없었다.이 짧은 며칠 만에 한 사람의 기운이 이렇게 소진되었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하나는 생사 대전에서 부상을 입고 기운이 소진된 경우, 이건 도광에게 해당되지 않았다.그렇다면 나머지 이유는 여자다!여자도 남자의 기운을 소모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고대인들은 색을 뼈를 깎는 칼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정말 맞다.하지만 이도현이 할 말을 잃은 것은 단지 며칠 만에 도광의 강력한 기운이 이렇게 소진되었다는 점이었다. 이건 도대체 몇 명의 여자를 만났다는 것인가.한두 명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설령 30대나 40대, 50대의 매우
이도현은 듣고 입만 삐죽 내밀었다, 그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여자의 매력은 때로는 마약과 같고 중독성이 있다. 그 중독은 태어날 때부터 내재되어 있다. 도저히 끊을 수 없다. “알았어! 계속 망나니처럼 해봐! 나중에 우리는 향진성으로 갈 거야!”이도현은 어이가 없어서 바로 신영성존에게 전화를 걸어 헬기를 준비하라고 했다.이 정도 일은 신영성존에게는 별것도 아니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아 헬기가 이도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신영성존은 비행기에서 내려 로비로 들어왔다, 그는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도광을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 도광의 몸에서 음산하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운이 매우 위험하다는 느낌을 줬다. “누구세요?” 신영성존이 물었다. “도광!” 도광은 머리를 들지도 않고 신영성존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그 말에 신영성존은 깜짝 놀랐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이십 년 전, 천하일검, 도광?”“주인님! 조심하세요!”신영성존은 놀라서 이도현을 보호하려고 앞으로 나갔다.“주인님! 이 사람의 칼술은 신비하고 뛰어나며 선악이 공존합니다! 조심하십시오!”도광은 신영성존이 자신을 경계하고 이도현을 보호하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입을 실룩거렸다.참나!뭐 하는 거야, 내가 이 녀석한테 나쁜 짓을 할까봐 두려워 하는 거야.내가 저 녀석한테 나쁜 짓을 할 수 있다면, 난 여기 누워 있지 않을 텐데, 미친... 신영성존의 긴장한 모습은 이도현을 웃겼고 약간의 감동도 받았다! 신영성존이 이십 년 전의 천하제일검, 도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도현을 위해 헌신적으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이런 충성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도현은 신영성존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다 같은 편이야!”그 말에 신영성존은 멍해져 있었다. “다 같은 편이라니! 천하제일검, 도광이 우리와 같은 편인 거야?” 신영성존은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그동안 이도현과 도광이 헬기를 타고 떠
“누구세요?” 도광이 문지해를 보며 조금 알아보지 못한 듯 물었다.“나야, 너희 삼촌! 문지해!”“와! 너야! 아직 살아 있었어! 올해 거의 백 살이 다 돼가잖아! 와, 너 나보다 50살이나 많잖아, 아직 살아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돼!”도광이 문지해를 보며 아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이전에 관계가 좋았던 게 확실히 보였다.“이 자식아, 지금 왜 이렇게 버릇없어졌냐! 삼촌이라 불러야지...” 문지해가 도광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도광의 머리를 감히 칠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드물 것이다!“삼촌은 무슨, 우린 형제야!”“형제는 무슨 개뿔, 옛날에 내가 딸을 너한테 시집보내려고 했는데 너는 우리가 형제라는 핑계로 거절했잖아, 그래서 내 딸이 거의 시집도 못 갈 뻔 했잖아!” 문지해가 분노에 차 말했다.“와! 너 이 늙은이가 아직도 그 말을 하냐! 그때 네가 나한테 삼촌이라 부르게 하려고 억지로 나랑 네 딸을 결혼시키려 했잖아!”“그때 네가 나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면, 내가 칼 연습하는 중이라 여자와 가까이하면 칼 뽑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면서 네 딸을 소개하려 했잖아! 양심 없는 늙은이!”“헛소리! 이 못된 자식이! 내가 좋은 마음으로 그랬는데 네가 여자는 네 칼 뽑는 속도에만 영향을 준다면서 끝까지 거절했잖아, 넌 정말 나쁜 놈이야!”“맞다! 지난 20년 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내가 널 몇 년 동안 찾다가 죽은 줄 알았잖아!” 문지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두 사람은 서로 말도 하고 욕도 했지만 누가 봐도 이 둘은 아주 좋은 친구임이 분명했다.옆에 있던 이도현과 조혜영은 손을 잡고 이 두 명의 활극을 지켜보며 방해하지 않았다.“에휴! 부끄러운 일이야, 말 안 하는 게 나아!” 도광이 얼굴을 붉히며 난감해했다.“그래! 늙은이, 네 딸은 이제 시집갔냐, 아직 안 갔다면 지금이라도 한 번 고려해볼까?” 도광이 갑자기 뻔뻔하게 말했다.“참나... 꺼져, 그때는 싫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원한다고? 내 딸의 딸이 벌써
“빨리 궁문을 열고 길을 비켜라. 나는 어전 호위무사 우기호다. 빨리 비켜라... 폐하께 급히 전달할 소식이 있다. 얼른...”궁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우기호가 또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또 피를 두 번 토했다.말을 마친 후 우기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엎드릴 뻔했다.다행히도 그는 굳센 의지로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았다면 바닥에 엎드려 머리가 깨졌을지도 모른다.“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우기호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빠른 속도로 궁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근위군은 이미 그의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궁궐에서 어전 호위무사로 임명된 사람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지만, 특수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그들은 보고하지 않고도 황제를 만나러 궁에 들어갈 수 있고, 무기를 지니고 대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특수한 권한은 모두 황제가 그들을 신뢰한다는 표징이다.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권력이 크지 않더라도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는다.우기호는 근위군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이 계속 피를 토하며 대전을 향해 달려갔다.이 길에 그는 피를 몇 번 토했는지 모른다. 그는 처음으로 황궁이 너무 커서 욕이 나올 뻔했다.‘황궁은 왜 쓸데없이 큰 건데... 정말 사람 죽겠어...’우기호는 피를 수십 번 토한 끝에 드디어 대진제국의 가장 신성하고 권력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대진제국의 모든 중대한 결정은 이곳에서 내려졌다. 이곳에서 나오는 종이 한 장 또는 말 한마디마저 천하의 권력을 좌우지할 수 있었다.이곳이 바로 대진제국의 대진궁전이다. 대진상제는 매일 이곳에서 조회를 열어 문무백관과 천하의 대사를 논의하고 대진제국에서 권력이 가장 크고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진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우기호는 눈앞의 높이 치솟은 대전을 보고 또 피를 토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큰소리로 외쳤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폐하...
호위무사 우기호는 외치면서도 계속 피를 토했다. 그는 죽을까 봐 겁이 나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달려갔다.다른 누구라도 이렇게 계속 피를 토한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빠르게 달려도 피를 토하고, 공법을 사용해도 피를 토하며, 말을 해도 피를 토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피를 토하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호위무사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죽음을 면하려면 대진제국의 황제를 속이고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러려면 피를 토하는 고통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우기호 호위무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결계를 지키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왜 이 꼴이 되었어요? 누가 그런 거죠?”성문을 지키던 장군은 하염없이 피를 토하는 우기호를 보고 경악하며 물었다.“강적... 강적이 쳐들어왔어요. 어서... 어서 저를 들어가게 해주시오. 황제 폐하께 빨리 보고해야 해요...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이 없어요... 헉...”우기호는 말하다가 성문을 지키는 장군의 옷에 또 피를 토했다. 장군은 흠칫 놀라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즉시 성문을 열어주도록 명령했다.장군은 우기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충격에서 깨어났다. 그는 얼굴에 튕긴 피를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정말 대단한 놈이야. 피를 그렇게 많이 토했는데 아직 살아있다니... 정말 대단해. 이건 아무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성문을 지키는 장군은 우기호의 강대한 실력에 깜짝 놀랐다. 그는 끊임없이 피를 토하고도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과도한 출혈로 쓰러졌을 것이다.장군이 몰랐던 것은 사실 우기호도 몹시 두려웠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그는 황제를 만나기 전까지 버티기 위해 피를 적게 토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우기호는 지금 속으로 이도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 그는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를 너무
이도현의 묵직한 한방에 호위무사는 몸이 부서지고 배가 관통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아... 그... 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저에게 주먹을... 저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호위무사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무릎을 꿇은 채 이도현을 노려보며 물었다.“난 너를 돕는 거야. 이봐, 지금 상처도 났으니 더 이상 문제없을 거야. 이제 가서 너희 황제에게 소식을 전해. 나도 곧 갈 뒤따라갈 거야. 그리고 보고할 때 진짜처럼 연기해. 그럼 내가 떠난 후 너희 황제가 너에게 관직을 올려줄지도 몰라. 어서 가봐...”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 그래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죠. 이렇게 갑자기 때리니까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리고 이렇게 세게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죽으면 어떡해요.”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상황을 이해했다.“죽을 정도로 때리지 않았으니까 안심하고 어서 가. 상처가 진실할수록 황제가 너의 말을 더 믿을 거 아니야. 그래야 너에게 더 유리하지.”“가는 길에 상처를 신경 쓰지 말고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그러면 상처가 더 악화할 거야. 죽을 리 없으니까 절대 치료하지 말고.”동행한 짧은 시간 동안 이도현은 이 호위무사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껴 조언까지 해주었다.“정말 죽지 않는 거 맞죠? 그럼 됐어요. 형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님은 좀 있다가 시간 맞춰서 떠나세요.”호위무사는 이제 이도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그는 이도현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도현은 그를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 있으니 속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호위무사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친 몸을 이끌고 황성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이도현은 뒤에서 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꽤 재미있는 녀석이라니까. 이 방법으로 운 좋게 너희 황제를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호위무사는 곧 이도현의 시야
“형님... 형님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전에 형님을 그렇게 대했는데도 저를 도와주시다니. 제가... 형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호위무사는 벅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감동에 겨워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아니... 울지 말게. 이러면 내가 난감해져.”이도현이 다급히 말했다.그는 호위무사가 울까 봐 겁이 났다.“형님... 형님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형님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호위무사는 이도현의 행동에 정말 감동받았다.“그래. 내가 좋은 사람인 거 알겠으니까 자네는 얼른 가봐.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들통나기 전에 어서 가봐. 우리는 나중에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거야. 빨리 가기나 해...”이도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형님... 저 형님한테 감동받아서 울 것 같아요. 지금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중에 꼭 보답해 드리죠. 형님, 잘 있으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형님은 좀 있다가 시간 맞춰서 오세요.”호위무사는 목이 멘 채로 이도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는 떠나기 전에 잊지 않고 이도현에게 시간을 잘 맞추라고 귀띔했다. 만약 그가 보고하기도 전에 이도현이 도착한다면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이었다.“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시간을 잘 맞춰서 갈 거야. 그런데 자네 아직 떠나면 안 돼.”이도현이 말했다.“예? 가지 못한다니요? 형님, 설마 그사이에 마음이 바뀌신 건가요? 저를 죽이려는 건 아니죠?”호위무사는 흠칫 놀라더니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자네를 왜 죽여. 그냥 자네 지금 모습으로 황제를 만나러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결계를 지키던 일곱 명 중에서 여섯 명이 죽었는데 네가 이렇게 멀쩡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아, 그러네요. 이렇게 멀쩡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쩌죠? 아까 결계 밖에서 형님이 한주먹 세게 때린 건 맞지만
“아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누가 너를 죽이겠다고 했어? 나는 그저 네가 괜찮은 사람 같아서 공을 세울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가서 이 소식을 전하면 아무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결계 수호자 중 여섯 명이 죽고 한 명만 살아남은 상황에 누가 봐도 네가 제일 수상하잖아.”이도현은 탄식하며 말했다.“사람들이 왜 저를 의심해요? 저도 죽다 살았는데. 제가 살아남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호위무사는 씩씩거리며 반박했다.“맞아. 바로 그거야. 가끔 살아남은 것도 잘못일 때가 있어. 다른 사람들이 다 죽었는데 왜 너만 살아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7대 세력에서 결계를 지키는데 모두가 죽고 대진제국의 수호자만 살아남았다면 다른 세력에서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너희 황제에게 책임을 묻겠지. 만약 이 일이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다면 너희 황제가 어떻게 할까? 결국에는 너를 팔아넘기겠지.”“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황제는 현명한 분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을...”호위무사는 반박의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이도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전에 대진제국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는 황제가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대신이자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이유만으로 공을 세운 대신에게 갑자기 죄를 씌웠다.만약 일이 이도현 말대로 된다면, 그는 황제가 충분히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과거 큰 공을 세웠던 대신도 버리는 마당에 그와 같은 호위무사를 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심지어 공신은 한 명밖에 없지만, 호위무사는 대진제국에 널리고 널렸다.황제가 입만 열면 몇 명이고 더 생길 수 있는 호위무사를 팔아넘기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었다.호위무사는 이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어때? 결정했어? 공을 세우려면 지금 당장 가서 알리고, 그렇게 하기 싫으면 얼른 가족을 데리고 도망가. 난
“됐어. 저리 가서 감동해. 네가 날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너희 황제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당장 꺼져. 난 네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선심 써서 경고했다.호위무사는 무심한 건지, 처음에는 가족이 연루된다며 죽어도 오지 않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재잘재잘 말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고 자랑하는 말투가 섞여 있었다.이도현은 호위무사가 정말 마음이 넓은 건지, 아니면 우쭐대다가 위기감을 잊어버린 건지, 또는 처음부터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그를 속인 건지 알 수 없었다.“어... 형님, 안 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미 황성에 도착했으니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안 그러면 제가 죽습니다...”“망했어. 진짜 망했어. 본 사람 없겠지? 만약 누군가 봤다면 나와 우리 가족은 죽게 될 거야... 젠장...”호위무사는 겁에 질려 말했다.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에구...”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네가 착한 걸 봐서, 너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줄게. 나를 위해 길을 안내해 준 대가로. 어때?”이도현이 뜬금없이 말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 말을 뱉었다. 아마도 호위무사가 가족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호위무사는 충직하지 못하더라도 확실히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들이며 좋은 아버지였다. 어찌 보면 좋은 사람이다. 나라를 지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기 가족을 지켜야 한다.가족이야말로 한 사람이 제일 먼저 지켜야 하는 곳이다. 자기 가족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나라도 지킬 수 없다.“공을 세울 기회요? 형님, 저를 해치면 안 됩니다.”호위무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뭔 소리야, 내가 널 왜 해쳐. 이건 기회야. 지금 당장 너희 황제에게 가서 보고해. 이도현이 결계를 지키던 다른 사람을 다 죽이고 성지에 쳐들어왔다고. 넌 이걸 알리기 위해 목숨 걸고 도망쳐 나왔고. 그리고 이도현이 이미 황성까지 쳐들어왔으니 얼른 준
“이거죠. 이것이야말로 성역의 냄새죠. 상쾌하다...”호위무사는 얼굴이 확 펴졌다. 조금 전까지 똥을 맡고 있었던 사람이 성역의 공기가 좋다고 말하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알겠어. 얼른 가자. 대진제국이 어디에 있는데? 빨리 안내해.”이도현은 어이가 없어 재촉했다.그는 이 나사 빠진 듯한 호위무사에게 손을 들었다.“형님, 급하지 마십시오. 이제 막 성역에 들어온 거 구경도 좀 하고 신선한 공기도 들이 마십시오. 그러면 정화한 것처럼 몸이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여기는 성역입니다, 형님. 외부인이 한 번 들어오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곳입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저는 언제든지 성역에 들어올 수 있지만, 형님은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결계를 지키는 임무만 끝내면 쭉 성역에 있을 겁니다.”호위무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엄청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소중할 게 뭐가 있어. 이 자식아, 어서 빨리 길이나 안내해. 그 입 계속 지껄이면 확 죽여버린다. 좋게 말하니까 내가 우습냐? 빨리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대진제국 황제에게 네가 나를 데려다줬다고 말하겠다.”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형님, 화내지 마시고 진정하십시오. 제가 얼른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형님을 생각해서 그런 건데, 왜 화를 내십니까... 노여움 푸십시오. 얼른... 움직이겠습니다.”호위무사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안내했다.이도현은 대꾸하지 않고 호위무사를 따라 가장 빠른 속도로 대진제국을 향해 갔다.약 두 시간 후, 두 사람 앞에 마침내 커대란 성채가 보였다.“형님, 저기 보이시죠? 저기가 바로 대진제국의 황성입니다. 성역에는 4대 제국이 있습니다. 대진제국, 청운제국, 현무제국, 주작제국 이렇게 네 개가 있습니다.”“이 네 개의 제국은 성역의 동서남북에 분산되어 있으며 각자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진제국의 수도는 서쪽 변경 근처에 세워져 있기에 우리가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대진제국의 대부분 성채는 가장
호위무사의 처참한 비명을 들으며 이도현은 앞이 환해지더니 다음 순간 땅에 착지했다.이도현의 눈앞에 산천과 강물이 보이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착지하자마자 이도현은 성역이 다른 곳과 완전 다르다는 것을 확 느꼈다. 이곳의 환경은 정말 선경과 같았다.그리고 무도를 돌파한 무사에게 있어서 이곳의 영기는 매우 짙었다. 고무계는 이곳과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이곳은 그야말로 무사들의 천국이었다. 만약 여기서 수련한다면 외부보다 몇 배나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그는 순간 자신에게 칭얼대던 동백이 왜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이 성역에 들어오려 했는지 깨달았다. 솔직히 이곳은 무사에게 너무나 큰 유혹이었다.특히 오랫동안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무사에게 있어서 성역의 짙은 영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동백 사내도 이런 이유로 모든 것을 무릅쓰고 성역에 들어오려 했다. 그는 이곳에서 수련하여 자신의 성급 경지를 돌파하고 내공과 수명을 늘릴 생각이었다.“형님, 저희 도착했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여기가 바로 위대한 성역입니다. 형님,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십시오. 취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스읍.호위무사는 과장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도현은 눈이 동그래진 채 호위무사가 바닥에 엎드려 성역의 짙은 영기를 맡는 것을 지켜보았다.“성역의 공기... 도취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몇 달 못 들어온 사이에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죠?”호위무사는 바닥에 엎드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냄새가 이상하다고 중얼거렸다.이도현은 호위무사의 코 밑에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호위무사의 코 밑에는 다름 아닌 동물의 배설물이 있었고, 그는 그 배설물을 열심히 맡고 있었다. 그러니 냄새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성역의 냄새라고? 대자연의 냄새에 더 가깝지 않아? 아주 친환경적인 그런 냄새 말이다.”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형님, 잘못됐습니다. 이건 성역의 냄새가 아닙니다. 우리의 위치
어전 호위무사는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더니 결계를 보며 끊임없이 이도현에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잡혀 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이도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재촉하지 않고 호위무사가 계속 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호위무사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마지막 몇 마디는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이었으며 이도현의 생각과도 일치했다.한 사람의 인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옛날에 사람들은 분자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분자는 원자로 분해되었고 사람들은 또 원자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원자도 더 분해될 수 있었다.후에 중성자, 양성자, 쿼크 등이 나오자 사람들은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들 여기서 더 분해할 수 있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해 못 알아낸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니 호위무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정말 신선이 존재하는데 아직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 보이지 않을 뿐일 수도 있다.언젠가 인간의 내공이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그에 따르는 사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일들도 가능해질 수 있다.“다 말했냐?”“네. 다했습니다. 형님, 조급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형님이 처음으로 결계를 통과하는 거라 무서워할까 봐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형님을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호위무사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고맙다.”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알고 보니 이도현이 결계를 통과해 본 적 없을까 봐 이토록 길게 설명했다.게다가 호위무사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그는 잡혀 온 처지를 까맣게 잊고 있는 게 분명했다.“천만에요, 형님. 저희 사이에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형님, 준비되셨나요? 우리 이제 들어갑시다.”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말했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