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혹시 이 예복이 황실에서 하사받은 비단으로 지은 옷인가요?”“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이리 망가졌으니, 전 죽은 목숨입니다요!”황실에서 일일이 순찰을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황실의 하사품에 피가 뿌려졌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죽은 목숨이었다. “아이고, 이를 어찌합니까, 나리! 아이고, 아가씨!”소설아는 울부짖는 노인을 잠시 바라보다가, 탁자 뒤로 돌아가 문을 열고 안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지?”소설아는 대꾸하지 않고, 그 안에서 바늘과 실을 찾아내고는 명주솜을 꺼내어 예복으로 다가갔다. 피가 뿌려진 곳에 덧대어 더 이상 혈흔이 번지지 않도록 조치한 뒤, 빠른 솜씨로 금빛 자수를 수놓기 시작했다. 울부짖던 노인도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소설아의 신들린 손놀림에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설아는 마치 춤을 추듯, 아니 새가 날아다니듯 가볍게 금실을 수놓으며 점점이 번져있는 혈흔을 감싸기 시작했다. 설아의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가느다란 금사가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고운 비단 위를 누볐다. 핏방울이 튄 자리를 중심으로 금빛 줄기가 정교하게 꼬이며 뻗어 나갔고, 그 끝에는 가늘고 긴 인동초 꽃봉오리들이 맺히기 시작했다.“이, 이럴 수가... 인동초로구나!”노인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듬성듬성 흉하게 튀어버린 핏자국들은 어느새 금빛 넝쿨의 매듭이 되었고, 넓게 번진 얼룩은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 아래의 그늘진 음영으로 완벽하게 가려졌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금사가 수천 번 교차하며 만들어낸 인동초 넝쿨은 마치 예복 자락을 타고 실제로 자라나는 듯한 생동감을 뿜어냈다. 붉은 혈흔은 이제 금사 사이에서 은은한 생기만을 더해줄 뿐, 그 어디에서도 죽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세상에... 이럴 수가, 정녕 이럴 수가!”노인은 돋보기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예복 자락을 받쳐 들었다.“가린 것이 아니로구나. 아예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어! 핏빛이 금사 사이로 은
Last Updated : 2026-05-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