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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Penulis: 오채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22 19:18:13

“소재인은 어제 황후의 명으로 내훈까지 베껴 쓰느라 몸이 편치 않다 합니다. 모든 것은 짐의 잘못이니 저를 탓하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지요.”

마음이 불편해진 황제가 슬며시 태후의 손을 붙잡았으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가웠다.

“이 어미가 법도에 따라 다 알아서 할 터이니, 황제께서는 어서 대전으로 드시지요. 모두 폐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국의 천자가 고작 후궁의 치마폭에 싸여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는 추문이 돌아서야 되겠습니까?”

태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매몰차게 잡힌 손을 뿌리쳤다.

서릿발 같은 그녀의 위엄 앞에 황제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는 결국 엎드린 설아를 뒤로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미련 가득했던 황제의 그림자가 멀어지자마자, 태후의 서슬 퍼런 시선이 바닥에 엎드린 소설아를 향했다.

납작 엎드려 떨고 있는 가녀린 어깨 위로, 독기를 가득 머금은 태후의 시선이 잔인하게 내리꽂혔다.

“그만큼 알아듣게 타일렀으면 눈치껏 처신했어야지. 이것이 정녕 네가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더냐?”

“태후마마……”

“네 아비 경북후가 전사하고 가문이 풍전등화일 때, 네 오라비가 작위를 잇도록 뒷배를 서준 것이 누구더냐. 내 은덕으로 근양왕의 사위 자리까지 꿰찼으면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제 분수도 모르고 이토록 오만방자하다니! 입궁하기가 무섭게 감히 내 아들을 홀려 재인 첩지를 받아내더니, 이제는 조회까지 폐하게 해? 네년이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하였구나!”

“태후마마, 신첩은 단 한순간도 마마의 명을 거역한 적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조회를 거르지 않으시도록, 매일 아침 눈물로 간청하며 마마의 뜻을 전하고 또 전하였사옵니다!”

“발칙한 것! 당장 그 입을 닥치지 못할까!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감히 폐하를 입에 담다니!”

소설아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태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목격한 것은 분노한 태후뿐만이 아니었다.

태후의 등 뒤로 늘어선 초영황후와 비빈들.

저마다 화려한 비단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부채 너머 가려진 입술들이 얼마나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있을지. 그녀들이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말이다.

“오늘부로 재인 소설아를 냉궁으로 쫓아버려라. 뭘 잘못했는지 깨닫기 전엔 절대 꺼내주지도 말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하라! ”

서슬이 시퍼런 태후의 일갈에 다들 숨을 죽이며 소설아를 내려다보았다. 꽤나 만족스러운 결말인 듯, 비단부채를 살랑이며 잔인한 미소를 숨기려 들지 않았다. 

“태후마마! 억울하옵니다! 마마! 살려주시옵소서, 마마!”

하지만 절규하는 소설아의 목소리는 그녀가 머물던 비연각의 높은 담장을 넘지 못했다. 태후의 서슬 퍼런 기세를 등에 업은 상궁들은 짐짝을 치우듯 그녀를 인정사정없이 끌고 가 차가운 냉궁에 처박아버렸다.

“태후마마! 살려주시옵소서, 마마!”

그녀의 잘못이라곤 오직 황제의 총애와 그가 속삭인 사랑을 믿었던 것뿐이었는데. 

바닥을 기며 떠나가는 상궁들의 옷자락을 필사적으로 붙잡아 보았으나, 돌아온 것은 자비 없는 발길질뿐이었다. 설아는 차가운 돌바닥 위를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재인 마마!”

함께 냉궁으로 내쫓긴 시녀 청아가 울부짖으며 달려와 쓰러진 설아를 감싸안았다.

“마마, 정신 차리세요, 제발!”

어떻게든 설아를 일으켜 세우려 청아가 안간힘을 쓰던 그때였다. 낮게 가라앉았던 하늘이 기어이 비명을 지르듯 거친 폭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얇은 침의 한 장은 순식간에 빗물에 젖어 들어 차갑게 달라붙었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태후의 매서운 추궁과 매질에 가까운 수모로 이미 혼이 나간 설아였다. 그녀는 청아의 품에 늘어진 채,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초점을 잃은 눈동자만 간신히 뜨고 있을 뿐이었다. 

“마마! 마마!”

청아는 제 겉옷을 벗어 설아의 어깨를 감싸고는, 짐짝처럼 늘어진 그녀를 끌다시피 하여 냉궁 안으로 들였다.

낡고 축축한 습기로 인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은 절로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추웠다. 화로 하나는커녕 제대로 된 이불 한 채조차 허락되지 않은 냉방의 한기가 물에 젖은 설아의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청아는 냉궁 안을 모조리 뒤져 낡은 옷가지를 몇 벌 찾아냈지만, 방 안 가득한 한기를 가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청아의 애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설아의 몸은 불덩이처럼 끓어오르고야 말았다.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설아를 보살핀 청아는 날이 밝자마자 태의원으로 달려갔으나, 태의를 만날 수는 없었다.. 

“제발, 태의 어르신! 재인 마마께서 몸이 불덩이라 깨어나질 못하십니다! 해열탕 한 재라도, 아니 황련 한 뿌리만이라도 내어주세요, 제발!”

애절한 청아의 울음소리가 굳게 닫힌 태의원 문전에서 허망하게 울려 퍼졌다. 아무리 닫힌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어도 문 안쪽은 쥐 죽은 듯 고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삼 일째 되던 날, 굳게 닫혔던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작은 종이 봉지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갈근탕이다. 어서 이걸 갖고 사라지거라!”

감사 인사를 전할 틈조차 없이 문은 다시 굳게 닫혀버렸으나, 청아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황공하옵니다, 어르신! 정말 감사합니다!”

서둘러 냉궁으로 돌아온 청아는 정성을 다해 약재를 달여 설아에게 먹였다. 하지만 며칠째 차가운 냉골에서 고열에 시달렸던 설아의 병세는 나아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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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독여향: 비단 위에 핀 꽃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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