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미친…."
하지만 두 번째 항목, '마석 및 전리품'은 이야기가 달랐다.
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을 꺼냈다.
주먹만 한 크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상급 마석.
[감정 중….]
[보스 몬스터 '변종 라이칸슬로프'의 마석]
[예상 환전가: 3,000 카르마]
"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역시 사냥이 답이다. 현금 박치기보다 몬스터 부산물의 가치를 훨씬 높게 쳐주는 시스템이었다.
이 마석 하나면 빚을 갚고도 2,500 카르마가 남는다. 그 정도면 B급 아이템을 몇 시간은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
[환전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환전 완료. 빚이 청산되었습니다.]
[잔여 카르마: 2,500]
[신용 등급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제 '일일 특가' 상품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자본금이 생겼다. 강력한 무기를 빌릴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이제 남은 건, 이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때였다.
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 긴급 속보입니다. 국내 3대 길드 중 하나인 '천공 길드'가 10층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길드장 최상현 헌터가 중상을 입고 후송되었으며… 주가는 폭락 중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천공이 실패했다고? 10층 보스가 그렇게 세?"
"와, 이제 누가 뚫냐?"
10층.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곳.
그곳을 뚫는 자가 탑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천공 길드뿐만 아니라, 거대 길드들이 앞다투어 공략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나는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10층 보스. 그곳에 있는 놈의 약점을 나는 알고 있다.
짐꾼으로 일하며 주워들은 정보가 아니다. 과거 탑이 생기기 전, 내가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고전 게임의 공략집과 이 탑의 구조가 묘하게 닮아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힘이 없어서 알면서도 못 본 척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저기요."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돌아보니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가슴팍에 박힌 배지는 '스타 길드'의 인사 담당자 표식이었다.
"방금 튜토리얼 생존자시죠? 저희 길드에서 신입 짐꾼을 모집 중인데, 혹시 관심 있으십니까? 이번에 운 좋게 살아남으신 것 같은데, 저희가 생명 수당은 업계 최고로 쳐 드립니다."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
피 묻은 낡은 옷, 퀭한 눈. 그의 눈에 나는 그저 '운 좋은 총알받이'로 보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감지덕지하며 고개를 숙였을 제안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운 좋게라…."
나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짐꾼은 됐습니다."
"네? 아니, 이 바닥에서 저희 스타 길드만큼 대우해 주는 곳 없습니다. 혼자서 뭘 하시려고요?"
나는 주머니 속 300원짜리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대답했다.
"등반해야죠."
"하하, 네? 등반이요? 짐꾼 혼자서요?"
남자가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거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헌터들도 힐끔거리며 킥킥댔다.
F급, 비각성자, 짐꾼.
그 딱지가 붙은 인간이 등반을 하겠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긴 했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아뇨, 혼자는 아니고."
나는 허공을 응시했다. 남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찬란한 '대여점' 목록을 바라보며.
"엄청나게 비싼 친구들을 데리고 갈 겁니다."
나는 남자를 지나쳐 길드 접수처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10층.
남들이 몇 달, 몇 년을 걸려 올라가는 그곳을, 나는 최단기간에 돌파할 것이다.
시스템 창의 [일일 특가] 란이 반짝거렸다.
[오늘의 특가 상품]
* [대마법사의 서클 (1회용)] - 마나 무한 공급 (5분)
* 할인율: 90%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탑을 공략한다고?
아니.
나는 이 탑을 '쇼핑'하러 간다.
***
[일일 특가 상품 구매 완료!]
[‘대마법사의 서클(1회용)’이 인벤토리에 지급되었습니다.]
[잔여 카르마: 250]
허공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보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방금 번 3,000 카르마가 순식간에 250으로 줄어들었다. 컵라면 한 박스 사 먹을 돈도 아까워하던 예전의 강진혁이라면 손을 벌벌 떨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하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이템: 대마법사의 서클 (1회용)]
* 등급: A+
* 효과: 5분간 사용자의 마나 회복 속도를 10,000% 증가시킵니다. 사실상 ‘마나 무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 설명: 9서클 대마법사가 남긴 마력의 정수. 찰나의 순간, 당신을 마법의 신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마나 무한.’
마법사 계열 헌터들이 들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옵션이다.
S급 마법사라도 고위 주문을 두세 번 난사하면 마나 고갈(Mana Burn)로 탈진한다. 그런데 5분 동안 무한이라니.
물론, 이 아이템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총알은 무한인데 쏠 총이 없는 격이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전 우주의 무기고라 불릴 만한 [만물 대여점]이 있다.
“흐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광장 구석 벤치에 앉아 실실거리는 나를 보며 행인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 봐. 튜토리얼에서 미쳤나 봐.”
“피 칠갑을 하고 웃고 있어… 무서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제 본격적인 ‘쇼핑’을 하러 갈 시간이다. 하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할 귀찮은 절차가 하나 있었다.
바로 ‘헌터 자격 갱신’이다.
현재 내 신분은 F급 비각성자, 직업은 짐꾼.
이 상태로는 일반 던전 입장은커녕 파티 구인 게시판에 글을 쓸 권한조차 없다. 탑의 1층부터 10층까지는 철저한 통제 구역. 길드에 소속되거나, 협회에서 발급한 최소 D급 이상의 라이선스가 있어야 솔로 입장이 가능하다.
‘가자, 헌터 협회 지부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이제 준비는 끝났다.나는 곧장 1층 외곽에 있는 [전송 게이트]로 향했다.“행선지를 말씀해 주세요.”“고블린의 숲.”게이트 관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블린의 숲이요? 거긴 초보자 파티 사냥터인데… 혼자 가시게요? D급이라도 혼자는 위험합니다. 홉고블린이라도 나오면….”“괜찮습니다. 일행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거짓말이다.하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관리자는 찜찜한 표정으로 레버를 당겼다.우우웅-푸른색 포탈이 열렸다.나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던전 ‘고블린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권장 레벨: 5 ~ 15]숲의 공기는 습하고 눅눅했다. 어디선가 ‘키킥’거리는 고블린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평범한 헌터들이라면 이곳에서 고블린을 한 마리씩 유인해서 사냥하고, 가죽과 마석을 챙길 것이다. 하루 종일 사냥해봐야 고작 50마리 정도 잡을까 말까 한 효율.하지만 내 목표는 그런 푼돈 벌이가 아니다.나는 숲의 입구에서 지도를 펼쳤다. 아니, 머릿속에 있는 기억의 지도를 끄집어냈다.탑이 생기기 전, 내가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고전 게임의 공략집과 이 탑의 구조가 묘하게 닮아있었기에, 나는 기억 속 지도를 떠올렸다.‘고블린 숲 북서쪽. 좌표 142, 88. 폐허가 된 제단.’그곳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구석진 곳이다. 지형이 험하고 보상이 짜서 버려진 지역.하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곳은 1층 최고의 ‘꿀단지’가 된다.나는 빠르게 숲을 가로질렀다.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고블린들은 [기본 검술(E급)]을 10 카르마에 대여해서 가볍게 베어 넘겼다.“키엑?!”목이 달아난 고블린이 쓰러졌다.아직 레벨이 낮아 몸놀림이 둔했지만, 빌린 스킬의 보정 효과 덕분에 움직임은 날카로웠다.30분을 달린 끝에, 낡고 이끼 낀 돌 제단이 보였다.주변에는 수십, 수백 마리의 고블린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일반 파티라면 보자마자 도망쳤을 물량이다.‘좋아, 딱 모여있네.’나는 제단
나는 1층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돔형 건물, 헌터 협회로 발걸음을 옮겼다.헌터 협회 1층 로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튜토리얼을 갓 끝낸 신규 각성자들, 파티원을 구하는 헌터들, 그리고 아이템을 사고파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B급 탱커 구합니다! 수익 배분 3:7! 장비 지원!”“포션 팝니다! 협회 정가보다 10% 싸게 드려요!”나는 그 소란을 뚫고 [재심사 접수처]로 향했다.대기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 수만 120명.“하아….”한숨이 나왔다. 오늘 안에 던전에 들어가긴 글렀나 싶을 때였다.“비키세요! 비켜!”로비 입구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거구의 사내들이 사람들을 밀치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황금색 독수리 문양이 박혀 있었다.‘황금 독수리 길드.’국내 10대 길드에는 못 미치지만, 1층에서 20층 사이의 저층 구간에서는 꽤나 악명 높은 길드였다. 주로 초보자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거나, 사냥터를 통제하며 자릿세를 뜯는 양아치 집단으로 유명했다.그 선두에 선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껌을 짝짝 씹어대는 사내.박철민. 황금 독수리 길드의 행동대장이자 B급 격투가.‘저 녀석, 예전에 짐꾼들 임금 떼먹었던 그놈이네.’기억이 났다. 3년 전, 내가 짐꾼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놈 파티의 짐을 들었다가 약속된 보수의 절반도 못 받았었다. 항의하던 동료 짐꾼을 발로 차서 갈비뼈를 부러뜨린 쓰레기.박철민은 대기 줄을 무시하고 접수 창구로 직행했다.“어이, 직원 양반. 우리 신입들 등록해야 하니까 창구 하나 비워.”“아, 저… 박철민 헌터님. 지금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아앙? 지금 우리 길드장님이 기다리시는 거 안 보여? 융통성 없게 진짜.”박철민이 접수대 유리를 탕 치며 으름장을 놓았다.협회 직원은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줄을 서 있던 헌터들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황금 독수리 길드의 보복이 두
"미친…."하지만 두 번째 항목, '마석 및 전리품'은 이야기가 달랐다.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을 꺼냈다.주먹만 한 크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상급 마석.[감정 중….][보스 몬스터 '변종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예상 환전가: 3,000 카르마]"오."탄성이 절로 나왔다.역시 사냥이 답이다. 현금 박치기보다 몬스터 부산물의 가치를 훨씬 높게 쳐주는 시스템이었다.이 마석 하나면 빚을 갚고도 2,500 카르마가 남는다. 그 정도면 B급 아이템을 몇 시간은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환전하시겠습니까?]"당연하지."[환전 완료. 빚이 청산되었습니다.][잔여 카르마: 2,500][신용 등급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제 '일일 특가' 상품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자본금이 생겼다. 강력한 무기를 빌릴 수 있는 권한도 있다.이제 남은 건, 이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그때였다.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긴급 속보입니다. 국내 3대 길드 중 하나인 '천공 길드'가 10층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길드장 최상현 헌터가 중상을 입고 후송되었으며… 주가는 폭락 중입니다.사람들이 웅성거렸다."천공이 실패했다고? 10층 보스가 그렇게 세?""와, 이제 누가 뚫냐?"10층.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곳.그곳을 뚫는 자가 탑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천공 길드뿐만 아니라, 거대 길드들이 앞다투어 공략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나는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10층 보스. 그곳에 있는 놈의 약점을 나는 알고 있다.짐꾼으로 일하며 주워들은 정보가 아니다. 과거 탑이 생기기 전, 내가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고전 게임의 공략집과 이 탑의 구조가 묘하게 닮아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지금까지는 힘이 없어서 알면서도 못 본 척해야 했다.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저기요."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돌아
나는 땅을 박찼다.[광전사의 검술]이 내게 속삭였다. ‘목을 노려라. 심장을 찔러라. 더 잔인하게, 더 확실하게.’놈이 남은 왼팔을 휘둘렀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고개를 살짝 숙여 피한 뒤, 그대로 대검을 놈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푸욱-!"크르르… 컥."이게 끝이 아니다. 마검 다인슬레프의 진정한 능력은 지금부터였다.[특수 효과 발동: '폭혈(暴血)'][검에 묻은 대상의 피를 폭발시킵니다.]콰직! 펑!놈의 몸속에 박힌 검신에서 붉은 섬광이 터졌다. 놈의 등 뒤로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뼈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거대한 몬스터가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그 눈동자에 담긴 생기가 빠르게 사라져갔다.[튜토리얼 보스 '붉은 갈기 라이칸슬로프'를 처치했습니다.][레벨이 올랐습니다.][레벨이 올랐습니다.]…[최초의 업적! '비각성자의 반란'을 달성했습니다.]시스템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하지만 나는 기뻐할 틈이 없었다.[대여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아이템과 능력을 회수합니다.]팟.손에 쥐고 있던 묵직한 마검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몸을 지탱하던 초인적인 힘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허억, 헉…."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극심한 현기증이 밀려왔다.생명력을 연료로 쓴 탓에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하지만 살아있었다.내 심장이 뛰고 있었다.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참한 시체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던 거대한 괴물의 사체.내가 한 짓이다.평생 F급 짐꾼으로 살다 죽을 줄 알았던 내가, S급 아이템의 힘을 빌려 이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띠링.눈앞에 다시 금색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영수증 같은 모양새였다.[대여 결제 명세서]* 대여 품목: 마검 다인슬레프(복제품), 광전사의 검술(A)* 이용 시간: 43초* 청구 금액: 생명력 18% + 500 카르마(외상)* 현재 잔여 카르마: -500 (채무 불이행 시 영혼 압류)"…뭐? 영혼 압류?"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생명력
"젠장, 이게 말이 돼?"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돌바닥 위에서, 누군가의 잘린 팔이 내 발치로 굴러왔다.익숙한 시계였다. 싸구려 가죽 줄에 흠집이 난 다이얼. 방금 전까지 "이번 튜토리얼만 끝나면 빚 다 갚고 고향 내려간다"며 웃던 김 씨 아저씨의 것이었다."크으으… 캬아악!"전방 30미터 앞.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라 불리는 놈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놈의 이름은 [붉은 갈기 라이칸슬로프].권장 공략 레벨 10.최소 5인 이상의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가 필요한 몬스터다.하지만 지금 이곳에 남은 건, 각성자도 헌터도 아닌 나, 짐꾼 강진혁뿐이었다."하아, 하아…."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탑(Tower)이 세상에 나타난 지 15년. 인류는 탑을 공략하며 부와 명예, 그리고 초능력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선택받은 '각성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나 같은 '비각성자'들은 그들이 흘린 콩고물을 주워 먹기 위해 짐을 들고, 시체를 치우며 하루살이처럼 목숨을 연명한다. 이번 튜토리얼도 마찬가지였다. 안전하다는 말에 속아 들어온 짐꾼 알바였다.그런데.[경고! 튜토리얼 난이도가 조정됩니다.][오류 발생! 난이도가 'Hell(지옥)'로 격상됩니다.]시스템의 오류. 그 단 한 줄의 문장이 20명의 공대원과 5명의 짐꾼을 10분 만에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죽는다.'눈앞이 아찔해졌다. 라이칸슬로프의 노란 안광이 나를 향해 고정되었다. 놈의 입가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이 바닥을 적셨다.도망칠 곳은 없다. 뒤는 막힌 벽이고, 앞은 괴물이다. 손에 쥔 거라고는 짐꾼용으로 지급된 녹슨 단검 한 자루뿐. 이걸로 저 괴물의 가죽이라도 뚫을 수 있을까?불가능하다.'이렇게 개죽음을 당한다고? 빚만 갚다가? 동생 병원비는 어쩌고?'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이를 악물었다. 살고 싶다. 미치도록 살고 싶다.내 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오히려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내렸다.그 순간이었다.[조건 충족.][플레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