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는 1층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돔형 건물, 헌터 협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헌터 협회 1층 로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튜토리얼을 갓 끝낸 신규 각성자들, 파티원을 구하는 헌터들, 그리고 아이템을 사고파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B급 탱커 구합니다! 수익 배분 3:7! 장비 지원!”
“포션 팝니다! 협회 정가보다 10% 싸게 드려요!”
나는 그 소란을 뚫고 [재심사 접수처]로 향했다.
대기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 수만 120명.
“하아….”
한숨이 나왔다. 오늘 안에 던전에 들어가긴 글렀나 싶을 때였다.
“비키세요! 비켜!”
로비 입구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거구의 사내들이 사람들을 밀치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황금색 독수리 문양이 박혀 있었다.
‘황금 독수리 길드.’
국내 10대 길드에는 못 미치지만, 1층에서 20층 사이의 저층 구간에서는 꽤나 악명 높은 길드였다. 주로 초보자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거나, 사냥터를 통제하며 자릿세를 뜯는 양아치 집단으로 유명했다.
그 선두에 선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껌을 짝짝 씹어대는 사내.
박철민. 황금 독수리 길드의 행동대장이자 B급 격투가.
‘저 녀석, 예전에 짐꾼들 임금 떼먹었던 그놈이네.’
기억이 났다. 3년 전, 내가 짐꾼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놈 파티의 짐을 들었다가 약속된 보수의 절반도 못 받았었다. 항의하던 동료 짐꾼을 발로 차서 갈비뼈를 부러뜨린 쓰레기.
박철민은 대기 줄을 무시하고 접수 창구로 직행했다.
“어이, 직원 양반. 우리 신입들 등록해야 하니까 창구 하나 비워.”
“아, 저… 박철민 헌터님. 지금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앙? 지금 우리 길드장님이 기다리시는 거 안 보여? 융통성 없게 진짜.”
박철민이 접수대 유리를 탕 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협회 직원은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줄을 서 있던 헌터들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황금 독수리 길드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처리해. 뒤에 있는 쩌리들은 어차피 F급, E급 쓰레기들이잖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박철민의 시선이 대기 줄을 훑었다. 경멸이 가득 찬 눈빛.
그 시선이 우연히 나와 마주쳤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빤히 쳐다보았다.
“……?”
박철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선글라스를 살짝 내렸다.
“뭐야? 눈깔 안 깔아? 어디서 본 낯짝인데….”
그가 성큼성큼 내 쪽으로 걸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다. 내 주위엔 이제 나 혼자뿐이었다.
“너, 3년 전에 내 돈 달라고 징징짜던 그 짐꾼 새끼 아니냐?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었어?”
기억력도 좋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줄 서세요. 새치기하지 말고.”
정적이 흘렀다.
주변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감히 B급 헌터에게, 그것도 황금 독수리 길드의 간부에게 짐꾼 따위가 훈계라니.
박철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허, 이 새끼가 돌았나. 튜토리얼에서 머리통이라도 다쳤냐? 감히 누구한테 훈계질이야!”
우우웅-
박철민의 주먹에 푸른 마력이 감돌았다. 강화 계열 스킬 [바위 주먹(C)]이다. 맞으면 일반인의 두개골 따위는 수박처럼 터져 나간다.
“뒤져라,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협회 내에서의 폭력은 금지지만, 그가 짐꾼 하나 죽인다고 해서 크게 처벌받을 리 없다는 오만이 깔린 일격이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피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머릿속으로 빠르게 [대여점]을 호출했다.
‘검색. 방어 스킬. 10초 대여. 가장 싼 거.’
‘아니, 반사 데미지가 있는 걸로.’
시스템은 내 의도를 즉각 파악했다.
[검색 완료]
[스킬: 가시나무 갑옷 (C급)]
* 효과: 1분간 물리 방어력 200% 상승. 받은 충격의 50%를 상대에게 되돌려줍니다.
* 대여료: 30 카르마 / 1분
‘대여.’
[결제 완료. 잔여 카르마: 220]
[스킬이 적용됩니다.]
투명한 녹색 기운이 내 피부 위를 얇게 덮었다.
그리고 0.1초 뒤.
퍼억-!
둔탁한 타격음이 로비를 울렸다.
사람들은 짐꾼의 머리가 터졌을 거라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이어진 비명은 내 것이 아니었다.
“끄아아악!!”
박철민이 오른손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손가락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정작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내 어깨는 멀쩡했다. 먼지 하나 일지 않았다.
“뭐, 뭐야?!”
“박철민이 나동그라졌어!”
“저 짐꾼 뭐지? 스킬을 쓴 건가?”
로비가 술렁거렸다.
나는 옷에 묻은 보이지 않는 먼지를 털어내며, 바닥에서 뒹구는 박철민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줄을 섰어야죠. 뼈가 약하시네. 우유 좀 드셔야겠어요.”
“너… 너 이 개새끼…! 으으윽…!”
박철민이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고통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직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요, 이 사람 업무 못 볼 것 같은데. 다음 사람 진행하죠?”
직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네네! 다음 분… 아니, 강진혁 님! 이쪽으로 오세요! VIP 창구로 모시겠습니다!”
소란을 일으킨 대가로 쫓겨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대우가 좋아졌다.
역시 힘이 법인 세상이다.
나는 박철민을 밟고 지나가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다음에 또 시비 걸면, 그땐 손목이 아니라 목이 꺾일 거야. 알았어?”
박철민의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방금 내가 보여준 건 빙산의 일각도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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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헌터 라이선스가 발급되었습니다.]
[등급: D (잠정)]
[특이사항: 재심사 결과, 측정 불가의 방어 능력이 확인됨.]
측정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마자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척 연기했다. 대여 능력을 들키지 않으려면 적당히 숨기는 게 좋다. D급이면 솔로 플레이가 가능한 최저 한계선이니 딱 적당했다.
“감사합니다.”
따끈따끈한 라이선스 카드를 받아 들고 협회를 나섰다.
등 뒤에서 사람들의 경외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숨겨진 고수', '은둔형 헌터'라는 수식어가 벌써 따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형, 저거 봐! 저기?"한지태가 가리킨 방향에는 반쯤 타버린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그때, 멀리서 굉음과 함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타타타타타!검은색 전투 헬기 여러 대가 상공을 가로지르며 지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콰과광!거대한 거미 괴물이 미사일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이곳은... 환각인가? 아니면 진짜 지구인가?"백광호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현재 구역: 탑 52층 - 평행세계 '멸망한 지구'』* 『시나리오: 던전 브레이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라.』환각은 아니었다. 탑의 시스템이 구현해낸 평행세계의 지구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달리,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지 못해 멸망해가는 지구."거참, 기분 묘하군. 내 고향이 이런 꼴이라니."천마가 혀를 찼다. 무림인인 그에게도 현대 도시의 폐허는 꽤나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그때, 우리 근처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무기를 든 민간인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뒤쫓아오는 수천 마리의 고블린 떼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비켜! 당장 도망쳐요! 곧 있으면 '대군주'가 나타난다고!"선두에 서 있던 젊은 여성 헌터가 소리쳤다. 그녀의 가슴에는 익숙한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대한헌터협회.'저 여자, 우리 예전에 30층대 대기 홀에서 봤던 신입 헌터 교육생 아냐?'&n
관리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는 급히 허공에 시스템 창을 띄워 상황을 복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명계의 법도는 신인 하데스와 망자들 사이의 계약으로 유지되는 것인데, 그 계약의 주체들이 집단으로 파업을 선언해버렸으니 시스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때, 궁전의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 안에서 칠흑 같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명계의 주인, 하데스였다."누가 나의 왕국을 이토록 소란스럽게 만드는가."하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소란스럽던 망자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죽음의 신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맨 앞줄에 서 있던 한 목 없는 기사가 용기 있게 나섰다."하데스 님!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300년 동안 휴가 한 번 없이 시지포스의 바위를 밀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합니다!""맞습니다! 엘리시온(낙원)행 티켓 추첨제도 공정하게 운영해 주십시오!"망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하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했다."인간. 네 놈이 저들에게 헛된 바람을 넣었느냐.""헛된 바람이라뇨. 정당한 요구죠. 하데스 님, 생각해 보세요. 저분들이 저렇게 단체로 파업하면 명계가 돌아가겠습니까? 고문하는 간수들도 힘들고, 관리 비용만 늘어날 텐데요."내가 당당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천마가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무림에서도 부하들을 너무 쥐어짜면 반란이 일어나지. 죽은 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군."
"이걸로 두 번째도 클리어."우리는 파죽지세였다.케르베로스는 [고급 개껌(수면제 첨가)]으로 잠재워서 생포했고,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엄청난 똥이 쌓인 곳)은 [공간 이동 포탈]을 열어 똥을 마탑주 오즈마의 집무실로 전송해 버리는(...) 방식으로 청소했다.(오즈마가 또다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그렇게 11개의 과업을 순식간에 해치웠다.이제 남은 건 단 하나.[저승의 신 하데스를 만나 페르세포네를 데려오기]하지만 이건 사냥이나 청소가 아니다.저승(Underworld).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살아서 들어가야 한다.그리고 하데스는 제우스보다 훨씬 까다롭고 음흉한 신이다."마지막이 제일 어렵겠군."천마가 중얼거렸다.우리는 51층의 가장 깊은 곳,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인 '타이동굴' 앞에 섰다."여기서부터는 산 자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들어 가려면... 죽거나, 죽은 척을 해야 해."나는 인벤토리에서 [가사(假死) 상태 유도제]를 꺼냈다.이걸 먹으면 심장이 멈추고 체온이 내려간다. 시스템상으로 '사망' 판정을 받게 된다."이거 먹으면 1시간 동안 시체가 된다. 그 안에 하데스를 만나서 쇼부를 봐야 해. 못 깨어나면 진짜 죽는 거고.""미친... 목숨 걸고 하는 도박이네."한지태가 꿀꺽 침을 삼켰다.
12과업.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수행했던 불가능한 미션들.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케르베로스...이 녀석들은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신화 등급(Mythic)의 재료를 드랍하는 보물창고다.원래라면 헤라클레스가 잡아야 할 몹들이지만, 그걸 내가 가로채겠다는 뜻이다."대신 수행하겠다고? 그건 신조차 힘겨워하는 시련이다.""그러니까 하는 거죠. 쉬우면 재미없잖아요?"제우스가 신들을 둘러보았다.아레스는 분을 삭이고 있었고, 헤라는 흥미롭다는 눈빛이었다.무엇보다 그들의 빚(약점)을 쥐고 있는 내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좋다. 허락하마. 단, 실패한다면 너희의 영혼은 타르타로스(지옥)에 떨어질 것이다.""걱정 마십쇼. 지옥은 제 집 안방보다 편하니까."나는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윙크를 보냈다.거래 성립.이제 신화 속 괴물들을 사냥하러 갈 시간이다.***[현재 위치: 탑 51층 - 네메아의 숲]첫 번째 과업.가죽이 강철보다 단단하여 그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다는 식인 사자, [네메아의 사자] 사냥.숲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묵직한 살기가 깔려 있었다.우리는 숲의 공터에서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황금 사자를 발견했다.크기는
[현재 위치: 탑 51층 - 올림포스 신전]눈을 뜨자,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신전이 보였다.그리고 우리 앞에는 12개의 황금 옥좌가 놓여 있었다.그곳에 앉아 있는 거인들.번개를 든 제우스,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트리톤 아빠), 전쟁의 신 아레스...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인간이여. 감히 신들의 영역에 발을 들였는가."제우스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뭐야... 이번엔 진짜 신들이야?"천마가 긴장하며 검을 잡았다.신이라니. 무림에서도 보지 못한 존재들이다.하지만 나는 주눅 들지 않았다.오히려 반가웠다.왜냐고?내 [대여점]의 VIP 고객 명단에 이 양반들 이름이 꽤 많이 있었거든.내가 한 게 아니라 대여점 능력이 생기기 이미 오랜전부터, 대여점이 고객들을 많이 점유해 두고 있었던 것."안녕하세요, 제우스 형님. 저번에 빌려 가신 [번개 충전기]는 잘 쓰고 계시죠?""......?"제우스의 눈이 커졌다."너... 너는? 악덕 사채업자?!"대여점 시스템 때문에 자연히 아는 사이가 돼버렸다.그것도 아주 깊은(채무) 관계.&n
칩은 순식간에 5,000개가 되었다.주변 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를 따라 배팅하기 시작했다."저 사람 따라가! 무조건 딴다!""검정! 검정이다!"오우거 딜러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카지노 측의 손해가 막심했다. 이대로면 딜러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자, 잠깐! 기계 점검 좀 하겠다!"오우거가 경기를 중단시키려 했다.하지만 나는 칩 5,000개를 산처럼 쌓아놓고 그를 도발했다."왜? 쫄려? 쫄리면 뒈지시든가."그때였다.카지노 안쪽 VIP 룸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검은 연미복에 하얀 가면을 쓴 남자.이 카지노의 지배인, [조커(Joker)]."소란스럽군요."조커가 다가오자 오우거가 겁에 질려 물러났다."지, 지배인님! 저놈이 분명 사기를...""시끄럽다. 물러가라."조커가 손을 휘젓자 오우거가 바닥으로 꺼져버렸다.조커는 내 앞에 앉았다.가면 뒤로 보이는 눈동자가 뱀처럼 차가웠다."D급 아이템으로 꼼수를 부리시다니. 귀엽군요, 블루문 씨."들켰다.역시 지배인 짬밥은 무시 못 한다.하지만 그는 나를 쫓아내지 않았다.&nb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이제 준비는 끝났다.나는 곧장 1층 외곽에 있는 [전송 게이트]로 향했다.“행선지를 말씀해 주세요.”“고블린의 숲.”게이트 관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블린의 숲이요? 거긴 초보자 파티 사냥터인데… 혼자 가시게요? D급이라도 혼자는 위험합니다. 홉고블린이라도 나오면….”“괜찮습니다. 일행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거짓말이다.하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관리자는 찜찜한 표정으로 레버를 당겼다.우우웅-푸른색 포탈이 열렸다.나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던전
"미친…."하지만 두 번째 항목, '마석 및 전리품'은 이야기가 달랐다.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을 꺼냈다.주먹만 한 크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상급 마석.[감정 중….][보스 몬스터 '변종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예상 환전가: 3,000 카르마]"오."탄성이 절로 나왔다.역시 사냥이 답이다. 현금 박치기보다 몬스터 부산물의 가치를 훨씬 높게 쳐주는 시스템이었다.이 마석 하나면 빚을 갚고도 2,500 카르마가 남는다. 그 정도면 B급 아이템을 몇 시간은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환전하시겠습니
나는 땅을 박찼다.[광전사의 검술]이 내게 속삭였다. ‘목을 노려라. 심장을 찔러라. 더 잔인하게, 더 확실하게.’놈이 남은 왼팔을 휘둘렀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고개를 살짝 숙여 피한 뒤, 그대로 대검을 놈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푸욱-!"크르르… 컥."이게 끝이 아니다. 마검 다인슬레프의 진정한 능력은 지금부터였다.[특수 효과 발동: '폭혈(暴血)'][검에 묻은 대상의 피를 폭발시킵니다.]콰직! 펑!놈의 몸속에 박힌 검신에서 붉은 섬광이 터졌다. 놈의 등 뒤로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뼈와 살점이 사
"젠장, 이게 말이 돼?"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돌바닥 위에서, 누군가의 잘린 팔이 내 발치로 굴러왔다.익숙한 시계였다. 싸구려 가죽 줄에 흠집이 난 다이얼. 방금 전까지 "이번 튜토리얼만 끝나면 빚 다 갚고 고향 내려간다"며 웃던 김 씨 아저씨의 것이었다."크으으… 캬아악!"전방 30미터 앞.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라 불리는 놈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놈의 이름은 [붉은 갈기 라이칸슬로프].권장 공략 레벨 10.최소 5인 이상의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가 필요한 몬스터다.하지만 지금 이곳에 남은 건, 각성자도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