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이걸로 두 번째도 클리어."
우리는 파죽지세였다.
케르베로스는 [고급 개껌(수면제 첨가)]으로 잠재워서 생포했고,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엄청난 똥이 쌓인 곳)은 [공간 이동 포탈]을 열어 똥을 마탑주 오즈마의 집무실로 전송해 버리는(...) 방식으로 청소했다.
(오즈마가 또다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11개의 과업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저승의 신 하데스를 만나 페르세포네를 데려오기]
하지만 이건 사냥이나 청소가 아니다.
저승(Underworld).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살아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하데스는 제우스보다 훨씬 까다롭고 음흉한 신이다.
나는 농담조로 말하며 입안에 만두를 쑤셔 넣었다. 이수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허겁지겁 라면 국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며칠은 굶은 사람들처럼 필사적으로 음식을 먹어 치웠다.'확실히 여긴 내가 알던 서울과 공기부터 다르군.'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던 대기업들의 빌딩은 반쯤 무너져 내려 괴물의 둥지가 되어 있었다. 도로에는 주인을 잃은 수입 차들이 넝마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고, 가로등 대신 기괴한 발광 식물들이 보랏빛 빛을 내뿜고 있었다."맛있게 먹었으면 이제 일을 해야지. 이봐, 수연 씨라고 했나? 지금 서울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 좀 해주시겠소?"천마 독고패가 기계 의수를 탁자에 올리며 물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이수연을 꿰뚫어 보듯 빛났다. 이수연은 천마의 기세에 압도된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대답했다."한 달 전이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서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등급의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협회와 군이 총동원됐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종로에 있는 정부 청사를 점령한 '마왕'이 서울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요. 우리는 지하철역을 거점으로 간간이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마왕이라. 이름 한 번 거창하구먼. 그래서, 그놈만 잡으면 이 층은 클리어 되는 건가?"천마의 물음에 내가 대신 대답했다."시스템 메시지를 보니 서울 탈환이 이번 층의 핵심 목표인 건 확실해요. 하지만 마왕만 잡는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죠. 도시 전역에 퍼진 던전 브레이크의 근원을 차
"형, 저거 봐! 저기?"한지태가 가리킨 방향에는 반쯤 타버린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그때, 멀리서 굉음과 함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타타타타타!검은색 전투 헬기 여러 대가 상공을 가로지르며 지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콰과광!거대한 거미 괴물이 미사일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이곳은... 환각인가? 아니면 진짜 지구인가?"백광호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현재 구역: 탑 52층 - 평행세계 '멸망한 지구'』* 『시나리오: 던전 브레이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라.』환각은 아니었다. 탑의 시스템이 구현해낸 평행세계의 지구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달리,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지 못해 멸망해가는 지구."거참, 기분 묘하군. 내 고향이 이런 꼴이라니."천마가 혀를 찼다. 무림인인 그에게도 현대 도시의 폐허는 꽤나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그때, 우리 근처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무기를 든 민간인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뒤쫓아오는 수천 마리의 고블린 떼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비켜! 당장 도망쳐요! 곧 있으면 '대군주'가 나타난다고!"선두에 서 있던 젊은 여성 헌터가 소리쳤다. 그녀의 가슴에는 익숙한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대한헌터협회.'저 여자, 우리 예전에 30층대 대기 홀에서 봤던 신입 헌터 교육생 아냐?'&n
관리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는 급히 허공에 시스템 창을 띄워 상황을 복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명계의 법도는 신인 하데스와 망자들 사이의 계약으로 유지되는 것인데, 그 계약의 주체들이 집단으로 파업을 선언해버렸으니 시스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때, 궁전의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 안에서 칠흑 같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명계의 주인, 하데스였다."누가 나의 왕국을 이토록 소란스럽게 만드는가."하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소란스럽던 망자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죽음의 신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맨 앞줄에 서 있던 한 목 없는 기사가 용기 있게 나섰다."하데스 님!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300년 동안 휴가 한 번 없이 시지포스의 바위를 밀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합니다!""맞습니다! 엘리시온(낙원)행 티켓 추첨제도 공정하게 운영해 주십시오!"망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하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했다."인간. 네 놈이 저들에게 헛된 바람을 넣었느냐.""헛된 바람이라뇨. 정당한 요구죠. 하데스 님, 생각해 보세요. 저분들이 저렇게 단체로 파업하면 명계가 돌아가겠습니까? 고문하는 간수들도 힘들고, 관리 비용만 늘어날 텐데요."내가 당당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천마가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무림에서도 부하들을 너무 쥐어짜면 반란이 일어나지. 죽은 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군."
"이걸로 두 번째도 클리어."우리는 파죽지세였다.케르베로스는 [고급 개껌(수면제 첨가)]으로 잠재워서 생포했고,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엄청난 똥이 쌓인 곳)은 [공간 이동 포탈]을 열어 똥을 마탑주 오즈마의 집무실로 전송해 버리는(...) 방식으로 청소했다.(오즈마가 또다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그렇게 11개의 과업을 순식간에 해치웠다.이제 남은 건 단 하나.[저승의 신 하데스를 만나 페르세포네를 데려오기]하지만 이건 사냥이나 청소가 아니다.저승(Underworld).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살아서 들어가야 한다.그리고 하데스는 제우스보다 훨씬 까다롭고 음흉한 신이다."마지막이 제일 어렵겠군."천마가 중얼거렸다.우리는 51층의 가장 깊은 곳,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인 '타이동굴' 앞에 섰다."여기서부터는 산 자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들어 가려면... 죽거나, 죽은 척을 해야 해."나는 인벤토리에서 [가사(假死) 상태 유도제]를 꺼냈다.이걸 먹으면 심장이 멈추고 체온이 내려간다. 시스템상으로 '사망' 판정을 받게 된다."이거 먹으면 1시간 동안 시체가 된다. 그 안에 하데스를 만나서 쇼부를 봐야 해. 못 깨어나면 진짜 죽는 거고.""미친... 목숨 걸고 하는 도박이네."한지태가 꿀꺽 침을 삼켰다.
12과업.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수행했던 불가능한 미션들.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케르베로스...이 녀석들은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신화 등급(Mythic)의 재료를 드랍하는 보물창고다.원래라면 헤라클레스가 잡아야 할 몹들이지만, 그걸 내가 가로채겠다는 뜻이다."대신 수행하겠다고? 그건 신조차 힘겨워하는 시련이다.""그러니까 하는 거죠. 쉬우면 재미없잖아요?"제우스가 신들을 둘러보았다.아레스는 분을 삭이고 있었고, 헤라는 흥미롭다는 눈빛이었다.무엇보다 그들의 빚(약점)을 쥐고 있는 내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좋다. 허락하마. 단, 실패한다면 너희의 영혼은 타르타로스(지옥)에 떨어질 것이다.""걱정 마십쇼. 지옥은 제 집 안방보다 편하니까."나는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윙크를 보냈다.거래 성립.이제 신화 속 괴물들을 사냥하러 갈 시간이다.***[현재 위치: 탑 51층 - 네메아의 숲]첫 번째 과업.가죽이 강철보다 단단하여 그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다는 식인 사자, [네메아의 사자] 사냥.숲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묵직한 살기가 깔려 있었다.우리는 숲의 공터에서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황금 사자를 발견했다.크기는
[현재 위치: 탑 51층 - 올림포스 신전]눈을 뜨자,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신전이 보였다.그리고 우리 앞에는 12개의 황금 옥좌가 놓여 있었다.그곳에 앉아 있는 거인들.번개를 든 제우스,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트리톤 아빠), 전쟁의 신 아레스...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인간이여. 감히 신들의 영역에 발을 들였는가."제우스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뭐야... 이번엔 진짜 신들이야?"천마가 긴장하며 검을 잡았다.신이라니. 무림에서도 보지 못한 존재들이다.하지만 나는 주눅 들지 않았다.오히려 반가웠다.왜냐고?내 [대여점]의 VIP 고객 명단에 이 양반들 이름이 꽤 많이 있었거든.내가 한 게 아니라 대여점 능력이 생기기 이미 오랜전부터, 대여점이 고객들을 많이 점유해 두고 있었던 것."안녕하세요, 제우스 형님. 저번에 빌려 가신 [번개 충전기]는 잘 쓰고 계시죠?""......?"제우스의 눈이 커졌다."너... 너는? 악덕 사채업자?!"대여점 시스템 때문에 자연히 아는 사이가 돼버렸다.그것도 아주 깊은(채무) 관계.&n
나는 땅을 박찼다.[광전사의 검술]이 내게 속삭였다. ‘목을 노려라. 심장을 찔러라. 더 잔인하게, 더 확실하게.’놈이 남은 왼팔을 휘둘렀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고개를 살짝 숙여 피한 뒤, 그대로 대검을 놈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푸욱-!"크르르… 컥."이게 끝이 아니다. 마검 다인슬레프의 진정한 능력은 지금부터였다.[특수 효과 발동: '폭혈(暴血)'][검에 묻은 대상의 피를 폭발시킵니다.]콰직! 펑!놈의 몸속에 박힌 검신에서 붉은 섬광이 터졌다. 놈의 등 뒤로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뼈와 살점이 사
"젠장, 이게 말이 돼?"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돌바닥 위에서, 누군가의 잘린 팔이 내 발치로 굴러왔다.익숙한 시계였다. 싸구려 가죽 줄에 흠집이 난 다이얼. 방금 전까지 "이번 튜토리얼만 끝나면 빚 다 갚고 고향 내려간다"며 웃던 김 씨 아저씨의 것이었다."크으으… 캬아악!"전방 30미터 앞.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라 불리는 놈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놈의 이름은 [붉은 갈기 라이칸슬로프].권장 공략 레벨 10.최소 5인 이상의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가 필요한 몬스터다.하지만 지금 이곳에 남은 건, 각성자도 헌터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이제 준비는 끝났다.나는 곧장 1층 외곽에 있는 [전송 게이트]로 향했다.“행선지를 말씀해 주세요.”“고블린의 숲.”게이트 관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블린의 숲이요? 거긴 초보자 파티 사냥터인데… 혼자 가시게요? D급이라도 혼자는 위험합니다. 홉고블린이라도 나오면….”“괜찮습니다. 일행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거짓말이다.하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관리자는 찜찜한 표정으로 레버를 당겼다.우우웅-푸른색 포탈이 열렸다.나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던전
나는 1층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돔형 건물, 헌터 협회로 발걸음을 옮겼다.헌터 협회 1층 로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튜토리얼을 갓 끝낸 신규 각성자들, 파티원을 구하는 헌터들, 그리고 아이템을 사고파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B급 탱커 구합니다! 수익 배분 3:7! 장비 지원!”“포션 팝니다! 협회 정가보다 10% 싸게 드려요!”나는 그 소란을 뚫고 [재심사 접수처]로 향했다.대기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 수만 120명.“하아….”한숨이 나왔다. 오늘 안에 던전에 들어가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