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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작가: 제구

제1화

“사령관님, 이건 적국에서 온 투항서입니다. 땅 3000km를 내준다는 조건으로 우리가 철수하길 원합니다.”

“우리 용국을 도발하더니 군사들이 죽어나가니 땅 3000km를 내주고 살려 달라? 웃기지도 않는군!”

용국 남강 변강의 전략 회의실에서 10명의 장군들이 군복을 입고 예리한 눈빛을 하고 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이 사람이 바로 남강의 총사령관 서현우다.

6년 전 범죄자의 신분으로 남강에 도착하여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다져 6년 만에 9개의 적국을 무찔러 적들 사이에서 명성이 대단한 남자였다.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에는 스물여섯의 나이의 젊은 나이에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톡, 톡, 톡...

서현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릴 뿐이었다.

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대가 굴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의 항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쾅!

바로 이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에게로 향했다.

여인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잘 빠진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녀는 서현우의 심복 중 한 명인 홍성이었다.

홍성이 빠르게 걸어오는 모습에 서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결론이 난 모양이군.’

“보고드립니다!”

홍성은 그에게 다가와 경례를 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서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랫동안 그를 따른 홍성의 처음 보는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령관님, 중연시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여동생분께서...”

서현우는 벌떡 일어나 비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내 여동생이 왜?”

홍성이 이를 악물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쉽사리 사진을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화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연시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

“꺼내.”

서현우가 명령했다.

“네...”

홍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사진을 꺼냈다.

사진을 받아들고 확인한 서현우는 동공이 흔들렸다.

순간 분노를 폭발한 서현우로 인해 회의실에는 무서운 분위기가 흘렸다.

“사령관님!”

다른 장군들도 가슴이 철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뭘 보았던 것인가?

홀로 천군만마를 대적하는 남자가 손까지 떨고 있다니!

사진 속에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여자는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고 옷가지는 피로 물들었다. 침대 아래에 떨어진 손에는 뭔가가 쥐어져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서현우의 여동생이었다.

남강 총사령관의 동생 말이다.

“저를 벌하여 주세요!”

홍성이 이를 악물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가 여동생분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분은...”

“지금 어떤 상황이야?”

서현우는 사진을 으스러뜨렸다.

더욱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고 회의실에 있는 남강의 장군들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건물에서 떨어져 내장이 파열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로 버티고 있긴 한데...”

콰르릉!

서현우는 커다란 충격에 눈앞이 까매졌다.

다른 장군들 역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현우의 동생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어 서현우가 명령했다.

“전투기 대기시켜. 나는 중연시로 돌아간다.”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얼른 말했다.

“안 됩니다! 지금 적국이 투항할 관건적인 시기인데 사령관님께서 안 계시면 만약...”

서현우가 그를 쏘아보더니 일렁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만약은 없어! 내 여동생이 죽어가고 있어! 죽어가고 있다고!”

남자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져 얼른 고개를 숙이고 서현우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전투기 대기시켜!”

“네, 알겠습니다!”

전투기 한 대가 남강에서 날아올라 중연시로 향했다.

상공에서 서현우는 조급함과 후회가 교차했다.

6년 전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 가출하여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

남강에서 자리를 잡고 적국을 무찌를 때도 적들이 그의 신분을 캐내 여동생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까 더욱 연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을 시켜 보호하지도 못했다.

정보의 시대에서는 실수 한 번에 신분이 폭로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이런 일을 당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서현우는 주먹을 꽉 쥐고 눈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누구든 내 손에 죽어.’

“빨리! 더 빨리!”

서현우는 조급한 마음에 명령했다.

후웅!

전투기는 상공에 흔적을 남기며 놀라운 속도로 비행했다.

하지만 남강을 떠나기도 전에 세 대의 금색 전투기가 그들을 따랐다.

홍성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사령관님, 금용 감찰사입니다!”

서현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바로 전투기 세우세요!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남강을 떠나시면 안 됩니다! 반복합니다. 남강을 떠날 수 없습니다!”

무전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서현우의 귓가에 울렸다.

서현우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 나는 반드시 중연으로 향한다. 이천용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1분 안에 당장 꺼져! 아니면 후회해도 소용없어!”

동생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지금 의사들도 그녀를 구할 수 없다면 서현우 본인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염라대왕이 와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다.

3대의 감찰 전투기는 여전히 그들을 따랐지만 더 이상 무전기를 통해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만약 다른 사람이 동의 없이 남강을 떠난다면 바로 공격할 수 있겠지만 이 남자에 한해서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서현우가 없다면 남강은 수년 전에 이미 공략을 당해 없어졌을 것이다.

“막을 수 없어. 얼른 이천용님에게 연락해.”

중주 감찰사의 이천용은 부하의 소식을 받고 막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현우가 왜 남강을 떠나려고 하는지 얼른 조사해 봐.”

얼마 뒤, 폰으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이천용은 안색이 변하며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어서! 어서 떠나세요!”

남강 전투기 안에서 서현우의 곁에서 시간을 확인하는 홍성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서현우가 1분이라고 했으니 감찰 전투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뿐이었다. 1분 내로 떠나지 않으면 그는 분명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금용 감찰사를 향해 공격을 하는 순간 반역자로 된다.

“55... 56... 57...”

홍성의 심장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의 손은 이미 발사 버튼에 자리했는데 조금만 힘을 주어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58!”

“59!”

“6...”

홍성이 마지막 초수를 세려고 할 때 식은땀이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로 이때 앞에 있던 감찰 전투기 3대가 양쪽으로 피했다.

그녀는 얼른 발사 버튼에서 손을 거뒀다. 홍성의 얼굴은 어느새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반면 서현우는 일말의 감정의 변화도 없었다.

후웅...

남강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전투기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가르며 망설임 없이 남강의 상공을 벗어났다.

지금 속도로 변수가 없는 한 전투기는 반 시간 안에 중연시에 도착할 것이다.

서현우에게 30분이란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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