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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양산노귀
주원우가 요양센터로 들어가자마자 윤남수가 그를 끌고 안으로 향했다.

주원우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물었다.

“형님, 저는 회장님을 뵌 적이 없는데 회장님께서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걸까요?”

윤남수는 비록 경비 팀장이긴 하지만 평소 무게를 잡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두 사람은 사이가 꽤 좋았다.

그러고 보면 윤남수는 주원우의 몇 안 되는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윤남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회장님이 TV에서 너를 보더니 너를 짚으면서 계속 뭔가를 말씀하셨대. 그러다가 대표님이 너를 불러오겠다고 하자 그제야 조용해지셨대...”

‘내가 TV에 나왔다고?’

주원우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아냈다.

면주의 방송기자들이 맞선 행사 현장에서 그 행사에 관해 보도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회장님이 5년 전에 그를 본 적이 있는 걸까?

주원우는 의문을 가득 품은 채 윤남수를 따라 회장 서필준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서씨 가문 사람들이 서필준의 병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서 이리 와요!”

주원우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서미래가 다급히 그를 불렀다.

서미래는 서필준의 장손녀일 뿐만 아니라 로젤 그룹의 CEO였고 동시에 면주에서 미인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로젤 그룹의 미혼 남직원들 마음속의 여신이었다.

주원우는 서미래에게 다가가서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서필준을 바라보았다.

병상에 누워있던 서필준은 주원우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흥분한 모습이었다.

서필준은 3년 전 실수로 발을 헛디뎌 계단을 구르는 바람에 뇌졸중을 앓게 되었고, 그 탓에 언어장애가 생겨 주원우뿐만 아니라 서필준의 가족들조차 그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주원우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다급히 서필준에게 다가가 예전에 자신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서필준은 힘주어 눈을 깜빡였다. 주원우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7년 전, 서필준은 몇몇 부유한 사업가들과 함께 해외에서 납치를 당한 적이 있는데 당시 주원우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그들을 납치했던 범인들을 처리했다.

서필준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왜 자신의 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지 알지 못했다.

‘역시 나를 알고 있어!’

주원우는 내심 기뻤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서필준에게 설명해 주었다.

“저는 5년 전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었어요...”

서필준은 조용히 생각을 해보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한쪽 손을 힘들게 들어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미래를 가리켰다.

서미래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황급히 서필준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흥분하지 마세요...”

그런데 서미래가 뭔가 더 말하기도 전에 서필준이 힘겹게 그녀와 주원우의 손을 겹쳐놓았다.

손이 닿는 순간, 서미래는 본능적으로 손을 빼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서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전부 넋이 나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필준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서미래와 주원우를 이어주고 싶은 듯했다.

주원우도 이러한 상황에 당황해서 사고가 멈췄다.

“아버님, 치매라도 걸리셨어요?”

조성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미래 좋다는 사람 널렸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경비원이랑 이어주시려는 거예요?”

서미래도 수모를 당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저는 이 사람과 완전히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요.”

서미래 모녀의 말을 듣자 서필준은 목청을 높여 뭐라고 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

서태의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웃는 얼굴로 조카를 바라보았다.

“미래야, 너희 할아버지 뜻이 확고하신 것 같은데 그냥 동의하는 게 어떻니? 할아버지께서 혹시라도 감정이 격해져 건강이 악화한다면 넌 우리 서씨 가문의 죄인이 돼버릴 거야.”

조성연은 그 말을 듣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머, 그러면 다율이랑 저 사람을 결혼시키지 그러세요?”

조성연은 서미래가 인생을 망치길 서태의가 간절히 바란다는 걸 알았다.

그래야 그들 가족에게 지분을 빼앗을 기회가 생길 테니 말이다.

“이건 아버지가 요구한 거지, 제가 요구한 게 아니잖아요.”

서태의는 피식 웃으며 큰형 서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형님이 결정하시죠.”

서지환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앞으로 나서며 서필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일단 두 사람에게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요?”

서지환은 그렇게 말하며 딸과 주원우를 향해 눈치를 줬다.

어차피 서필준은 움직일 수가 없으니 일단 그를 진정시킨 뒤 다른 일을 차근차근 얘기해 보는 게 나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먹히지 않았다. 서필준은 계속해 큰 소리로 뭐라고 했다.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버지, 설마 혼인신고부터 하길 바라시는 거예요?”

서태의는 서필준의 뜻을 읽어낸 듯했다.

서필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서태의가 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비록 서필준은 뇌졸중을 앓고 있지만 정신은 멀쩡했기에 쉽게 속일 수가 없었다.

서필준은 주원우가 기억을 잃은 기회를 틈타 그를 서씨 가문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만약 주원우가 기억을 회복한다면 절대 그의 손녀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서미래 가족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서필준의 태도가 너무나 강경했다. 그는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서씨 가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의사를 불러와 진정제를 투여했다.

서필준이 잠든 뒤에야 서지환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지환은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주원우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우리 아버지가 너를 알고 있는 것 같구나. 너도 동의한다면 지금 바로 미래랑 혼인신고 하러 가.”

정말로 혼인신고를 하란 말인가?

주원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서지환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지금 그에게 서미래와 결혼하는 것은 아주 운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서필준은 그를 알고 있는 듯했다.

주원우는 서씨 가문의 사위가 되어 신분 상승할 생각은 없지만 이 기회에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만약 서씨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그는 앞으로 아주 당당하게 서필준을 보러올 수 있었다.

비록 서필준은 말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지만 정신은 멀쩡했으니 그를 통해 천천히 자신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서필준은 그의 추측이 정확한지만 판단해 주면 되었다.

주원우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서미래 씨가...”

“너만 괜찮으면 돼.”

서지환이 말했다.

“미래에게는 내가 얘기할게.”

서지환은 그렇게 얘기한 뒤 서미래를 찾아갔다.

서미래는 사실 가짜로 혼인신고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태의가 틀림없이 지켜볼 테니 가짜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지환의 설득 끝에 서미래는 결국 결혼에 동의했고 곧 두 사람은 구청으로 향했다.

요즘 시대엔 결혼하는 사람보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30분도 되지 않아 혼인신고를 마쳤다.

혼인관계증명서를 받게 된 주원우는 이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구청에서 나온 뒤 서미래가 엄숙한 표정으로 주원우에게 경고했다.

“우리는 그저 혼인신고만 했을 뿐 진짜 부부가 아니라는 점 명심해요. 그러니까 주제넘은 생각 하지 말고 현실을 자각하길 바랄게요.”

주원우는 애초에 주제넘은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서미래가 그렇게 얘기하자 곧바로 짓궂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 말 들어본 적 없어요?”

“무슨 말이요?”

서미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오래 보면 정든다는 말이요.”

주원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정든다고?’

서미래는 표정이 싹 굳더니 뻔뻔하다고 욕한 뒤 빠르게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주원우가 차에 타기도 전에 서미래는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

“알 거 다 아는 성인이면서 순진한 척은. 언젠가는 잡아먹고 말 거야. 그때도 지금처럼 건방 떨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겠어!”

멀어지는 차를 향해 중얼거린 뒤 주원우는 빠르게 회사 직원 숙소로 향했다.

맞선 행사 때문에 근무 시간을 조정한 탓에 오늘 밤은 그가 근무를 서야 했기에 얼른 잠을 자둬야 했다.

조금 전 서미래의 태도를 본 주원우는 그녀에게서 어떠한 이득을 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출근도 당연히 해야 했다.

그리고 자기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눈을 붙인 지 두 시간도 안 돼서 주원우는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깼다.

꿈속의 피가 낭자한 광경은 매우 섬뜩했다.

“요즘 공포 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주원우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웅얼댔다.

그가 놀란 마음을 달래려 물이라도 마시려고 할 때 갑자기 서미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에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요. 내가 데리러 갈게요.”

전화를 받자마자 서미래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주원우가 뭔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서미래는 전화를 뚝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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