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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송해인은 시선을 올리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손 선생님을 모셨어?”

이세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손인수 선생님은 앞으로 의술을 연구하는 데에만 전념할 거래요.”

그 말에 송해인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손인수를 비오 그룹의 명예 신의로 두는 것은 비오 그룹 발전 전략 중 하나였는데 지금 당장은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대표님, 저 금오단 처방을 얻었어요.”

이세영은 자랑하듯 서강빈이 보내줬던 처방을 송해인의 휴대전화에 보냈다.

송해인은 예쁜 미간을 구겼다.

“금오단 처방이라고? 이게 뭔데?”

이세영은 곧바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인수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했던 파일을 들려줬다.

“이 금오단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손인수 선생님도 감탄할 정도로?”

송해인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표님, 이 금오단을 대량 생산해 시중에 팔고 거기에 손인수 선생님의 녹음 파일까지 같이 쓴다면 홍보 효과가 엄청날 거예요. 저희 회사가 송주 의약계를 크게 뒤흔들 수 있을 거라고요.”

송해인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도 감탄해 마지않는 금오단이라니 그것의 가치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정말 금오단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비오 그룹은 송주 의약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의약 회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송해인은 송주 상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왕이 될 것이다.

심지어 그 금오단으로 전국이 주목하는 한의학 대회 입장 자격을 얻고 거기에서 1등을 해서 크게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송해인의 이름은 송주, 더 나아가 전국에 널리 퍼질 것이다.

“네 말대로 하자. 우선 연구팀 직원들에게 약 효과를 알아보라고 하고 합격이면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은 전부 뒤로 미뤄두고 금오단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는 거야.”

송해인은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이세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비오 그룹은 물론이고 송해인까지 유명해지면 이세영은 자신도 이 기세를 빌어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표의 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 그 금오단 서강빈 거 아니었어?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얻은 거야?”

송해인이 갑자기 물었다.

이세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이 서강빈을 찾아가 처방을 달라고 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좀 너무한 거 아냐?”

“너무하다뇨?”

이세영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 이건 공동 재산이에요. 원래 반은 대표님 것이어야 했다고요. 그런데 서강빈 씨가 혼자 독점하게 놔둘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서강빈 씨도 그랬잖아요. 원래 3주년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고. 전 그저 원래 대표님의 것이어야 했던 걸 돌려받은 것뿐인데 뭐가 너무하다는 거예요?”

송해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세영이 말했다.

“대표님,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 돼요. 잊지 마세요. 대표님은 송주 상업계의 정상에 설 분이에요.”

송해인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알겠어. 가서 준비해.”

“네.”

이세영은 대답한 뒤 엉덩이를 씰룩이며 사무실을 나섰다.

송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두르며 차가운 얼굴로 창밖의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서강빈은 가게로 돌아가던 길에 휴대전화가 울려 확인해 보았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아내’라는 두 글자가 떠 있었다.

“네가 내게 연락한 건 금오단 때문이겠지.”

서강빈은 가게 문을 열면서 차갑게 말했다.

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서강빈. 금오단 프로젝트 수입 중 20%는 너에게 줄게.”

서강빈은 피식 웃더니 소파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송 대표, 내 짐작이 맞는다면 이 비서가 내가 했던 말을 너에게 전해주지 않은 모양이네.”

“무슨 뜻이야?”

송해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강빈이 말했다.

“비오 그룹은 금오단을 대량 생산할 생각이지? 이른 시일내로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내놓은 뒤 금오단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생각이겠지. 심지어 평소 네 신속한 업무 처리 방식을 생각해 보면 다른 프로젝트들은 전부 뒤로 미뤄두고 금오단에 모든 자원을 투자할 생각이겠지?”

송해인은 안색이 살짝 달라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맞아.”

서강빈은 여전히 통찰력이 뛰어났고 송해인은 그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송 대표, 금오단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야. 그냥 먹으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몸에 해로워. 그러니까 그 프로젝트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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