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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만해!”

송해인은 버럭 화를 냈다.

“서강빈,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나더러 포기하라고?”

“그래.”

서강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는?”

송해인이 따져 물었다.

“너처럼 매일 그 작은 가게에만 빠져있으라고? 서강빈, 정말 실망이야!”

“지금 비오 그룹이 네게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서강빈이 물었다.

송해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서강빈, 넌 정말 우물 안 개구리야. 난 금오단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해 추진할 거야. 네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일수록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할 거라고. 난 이 비오 그룹에 네가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 거야. 나 송해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아주 긴 침묵이 이어졌다.

서강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난 경고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게 도와달라고 찾아오지 마.”

“난 평생 너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

송해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탁’ 소리와 함께 유쾌하지 못했던 통화가 끊겼다.

송해인은 씩씩거리면서 휴대전화를 책상에 던졌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밖의 철창 같은 도시를 바라보았다.

‘서강빈, 넌 날 전혀 몰라. 금오단이 있으면 난 더 높이 날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비오 그룹은 내 손에서 송주의 첫째가는 기업이 될 거라고. 그때가 되면 너 서강빈은 그냥 일반 시민에 불과할 거야. 서강빈, 역시 우물 안 개구리답네. 네 눈에는 그 작은 하늘이 세상의 전부겠지. 이 송주 밖에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서강빈, 내가 증명해 내겠어.”

송해인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 비서, 지금 당장 기자회견 추진해. 난 기자회견에서 정식으로 금오단 프로젝트를 소개할 거야.”

...

작은 가게 안, 전화를 끊은 뒤 서강빈은 소파에 앉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서강빈은 자신과 송해인 사이가 지난 1년간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송해인의 눈에는 오직 비오 그룹과 권력, 지위만 있었다.

감정이라는 건 그녀에게 짐 덩어리였다.

서강빈은 자신이 3주년 결혼기념일 때 송해인에게 금오단을 선물로 준다면 그녀가 조금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틀어질 줄은 몰랐다.

결국 모든 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서강빈은 천의문의 제자로 3년 전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 은혜를 갚기 위해 송주로 와서 송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지난 3년간, 서강빈은 첫해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파산 위기에 이른 송씨 가문을 구했고 그 뒤 2년 동안은 작은 가게를 열어 장사했다. 그는 가끔은 관상이나 풍수를 봐주기도 하고 가끔은 병을 봐주기도 하며 한가롭게 살았다.

“강빈 형, 왜 그래요? 아내랑 싸웠어요?”

갑자기 옆 가게 사장이 들어왔다.

서강빈은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넌 정말 안 끼는 데가 없구나.”

하도운은 노잣돈이나 상복 같은 걸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고 가끔은 일을 보러 장례식장에가기도 했다.

두 집안은 가끔 같이 장사를 했었다.

하도운이 더 캐물으려고 할 때 갑자기 가게 앞에 빨간색 포르쉐 911이 멈춰 섰다.

선글라스를 끼고 LV 한정판 백을 든 늘씬한 여자가 긴 다리를 내뻗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흰색 긴 원피스에 검은색 샌들을 신고 있었다.

흰 피부와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고 여성스러웠다.

서강빈도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 이런 여자는 외모도 분위기도 모두 일품이었고 송해인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원피스를 입은 미녀는 눈앞의 가게를 쓱 훑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당신이 서강빈 씨인가요?”

여자가 도도하게 물었다.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누구시죠?”

여자는 시원스레 선글라스를 벗으며 조각한 듯 정교한 이목구비를 드러냈다. 그녀는 곧바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손목에 찬 몇억짜리 시계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전 강지원이라고 해요. 심 회장님이 서강빈 씨 의술이 뛰어나다면서 제게 소개해 주셨어요. 시작하시죠. 제가 좀 바빠서 5분 드릴게요.”

강지원?

서강빈은 당황했다.

눈앞의 여자는 다름 아닌 송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업계의 여왕이었다.

그녀는 28살에 포브스 부자 랭킹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그녀의 몸값만 해도 2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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