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전이 말에 조정 중신들이 들썩거렸다!모두 제각기 우문호를 바라보며 ‘천자의 코 앞에서 어떻게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사형집행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어쩐지 어제 백성들이 소란스럽게 굴더라.’우문호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진범이 자수했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미 조사를 마쳤고, 이 사안은 철저하게 조사한 끝에 범인도 범죄사실을 동일하게 자백했습니다.”안왕이 차갑게, “자백이요? 고문하신 거죠? 어엿한 태자 신분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심하게 고문해서 자백을 받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우문호가 정색하고,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용의자에게 고신을 가한 적이 없으며, 범인이 피해자를 호수에 민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증인과 증거를 모두 갖추어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소신이 북당의 법률에 의거하여 살인자를 참수형에 처했는데 왜 백성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건지? 뜬금없이 자수했다는 그 진범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게다가 미해결 사건을 형부는 왜 경조부와 상의하지 않고 먼저 상소부터 올리는 겁니까?”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손상서를 바라봤다.손상서는 당황해서, “호숫가 살인사건이요? 제가 말씀 올린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오주(吳柱)와 주씨(朱氏)피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왕야께서 서류를 건내시고 이미 사건을 매듭지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니 범인에 문제가 있었고 진짜 범인이 이미 자수했습니다.”오주는 그 홀아비이고 주씨는 백정의 아내다.우문호는 더욱 이상하다는 듯, “오주와 주씨 사건을 형부에 건네며 별첨에 언급하길, 이 사건은 형부에 건네면 범인이 자수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범인이 이미 형부에 자수하지 않았습니까?”손상서의 얼굴색이 변하며, “그……그럼 왕야께서 지난번에 처결하신 것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닙니까?”우문호가, “당연히 아니지요, 손대인,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제출한 사건은 한 건 한 건 전부 똑똑히 기억하는데 처결한 것은 호숫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주씨와 오주 피살사건 용의자는 아직 경조부 감옥에
위태부의 탄핵안왕이, “폐하, 방금 태자 전하께서 이 사건을 형부에 제출할 때 범인이 나중에 자수할 거라고 별첨에 썼다는데 생각해보면 태자 전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말이 아닙니까, 범인을 알면서 왜 바로 체포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범인이 와서 자수하기를 기다렸다?”우문호가,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이미 사람을 시켜 범인까지 조사해 범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형부에 가서 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소신은 범인에게 그 기회를 주었을 뿐으로 자수하러 가는 길은 사람을 시켜 따라갔고 형부에서 사건의 정황을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먼저 사건 수사기록을 넘겼던 것입니다.”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수를 왜 굳이 형부에 가서 해야 하죠? 태자가 있는 경조사에서도 가능하고 이미 범죄사실을 파악하고도 자수라니 누구를 가지고 놀려는 겁니까?”우문호가 놀랐다가 문득 깨닫고, “맞아요, 자수를 하려면 경조부에 자수도 가능했는데 이 범인은 도대체 왜 이런 연극을 했을까요? 반드시 형부에서 자수해야 하는 이유라면, 분명 속사정이 있을 텐데, 역시 다시 한번 엄중히 심사할 것을 건의 드립니다.”“태자……”안왕은 열이 뻗쳐올라서 가슴이 답답한데,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자수한 사람도 속셈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고 뭐야?조정 대신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사건은 경조부에서 처리하는 것인데 범인은 일부러 형부에 자수하고 방금 호부상서도 말했지만 사건이 새 나간 것을 보면 형부에 외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럼 형부와 범인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황제의 스승인 위태부가 비틀비틀 줄 밖으로 나오며 형형한 눈빛으로, “폐하, 소신 탄핵을 주청드립니다!”위태부는 전에 조정의 어른으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간 일을 때문에 간언하다 격동하여 머리를 부딪혀 상처를 입고 지금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허약해 보였다.명원제가 위태부를 보고 어둡던 얼굴이 비로소 풀어지며, “태부는 상소를 올리라.”위태부는 후들거리며 무릎을 꿇고 준엄한 목소리로,
궁지에 몰리는 안왕안왕은 하마터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 했다. 오늘 탄핵을 주청할 때 100% 확신이 있었는데 형부가 일을 이따위로 허술하게 할 줄 누가 알았나, 서류조차 제대로 확인을 안 하다니.아니다, 이건 우문호의 고의다. 여러 사건을 제출해 시선을 헛갈리게 만드는 가 하면, 저 위태부는 다친 이후로 계속 조정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와서 자신을 질책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으로 보아 이미 계획된 것이다.위태부는 흥분한 나머지 지난번처럼 목숨을 걸고 간언하며 얼굴이 빨갛다 못해 자줏빛이 되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부짖듯, “폐하, 태자 전하의 위상이 요동쳐서는 안됩니다. 태자를 흔드는 것은 국본을 흔드는 것이요, 안왕 전하는 야심을 품고 태자 전하의 지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만약 계속 잘못을 고집하고 뉘우치지 않는다면 형제가 반목하고 상잔하는 비극을 초래해 황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어질 것입니다. 소신의 목을 걸고 폐하께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신 이 대전에 머리를 박고 자진할 생각입니다.”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머리속이 하얘지는 게 지난 번에 죽겠다고 기둥에 부딪혀서 놀라 자빠질 뻔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지금 머리통이 달걀껍질처럼 얄팍한 상태로 한번 더 박았다간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대전에 다른 사람 피를 뿌리는 건 모르겠지만 명원제의 제위 기간 동안 황제의 스승의 피를 뿌리는 것만은 절대로 사양한다.명원제는 차갑게 안왕을 훑어보니 목까지 빨개져서 있다. 명원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태자의 지위를 넘보았느냐?”대전의 문무백관의 눈이 전부 안왕에 쏠렸다. 안왕은 억지로 침을 삼키고, “폐하, 소신이 만약 그런 더러운 야심을 품고 있었으면 백 번 죽어 마땅합니다.”명원제가 차갑게, “그럼 어디 설명 해 보아라, 오늘 너희 12명이 탄핵을 주청한 것은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비공식적인 담합이 있었던 것이냐?”안왕이 땅에 엎드려, “폐하께 아룁니다, 신은……신은 다른 대인들도
냉정언의 반격“잘 물어 보셨습니다!” 냉정언이 눈을 반짝이며 마치 그가 이렇게 묻길 기다렸다는 듯, “ 태자비 마마는 보름전에 매화장에 가셔서 대흥국의 임 선생님과 의술을 연구해 나병을 낫게 할 처방을 얻었습니다. 일단 이 일이 성사되면 나병은 북당에서 더이상 불치병이나 악질이 아니요, 천추에 길이 남을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공은 자연스럽게 태자 전하에게 돌아가겠지요, 때가 되면 민심은 태자 전하의 지위가 공고해 지는 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 태자의 위치를 흔들고 싶다면 설상가상이죠.”문무 백관은 태자비가 나병을 치료할 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듣는 게 아니라 처음 들을 땐 추측에 불과하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 주재상에 이어 냉정언까지 확실하게 단언하는 것으로 확률이 80~90%로 보인다.일시에 조정 대신들이 술렁거리며 조정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안왕의 죄를 물어야 하는지 생각도 않고 삼삼오오 우문호에게 몰려들어 질문을 했다.위태부는 비록 문둥산을 거론하는 것이 싫지만 냉정언의 이 말을 들으니 위태부의 마음속에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큰 소리로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우문호가 시원스럽고 자신만만하게, “원래 치료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자비가 왜 걸핏하면 문둥산에 올라갔겠습니까? 임선생님이 오셔서 서로 상의하며 처방을 개선해 약효가 더욱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임 선생님은 원래 이 일을 위해 오셨습니다. 전에 항간에 떠도는 말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가는 건 보여주기 식이라고 했으나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게, 아니 누가 치료할 자신도 없는데 자기 목숨을 걸고 보여주기를 합니까? 그리고 이 일은 백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난동을 불러일으키고 태자비는 심지어 습격까지 당했지요, 만약 정말 낫게 할 수 없으면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습니까?”“그렇다면 정말 잘 된 일입니다!”“예, 정말 나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북당의 복입니다.”“7국중에 오직 우리 북당만이 나병을 치료할 수 있고
우문호가 못 마땅한 명원제신하들의 얘기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명원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태자의 탄핵을 주장한 12명에게 처분을 내려 전부 1년치 감봉 처분하고 만약 다시 작당하여 사리사욕을 도모하는 것이 발각될 시 즉각 면직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라 후궁이 늑대파를 찾아가 태자비 살해를 교사한 일은 증거가 없으므로 추궁하지 않았으나 안왕을 크게 꾸짖었는데, 형제의 의리를 잊은 것과 형부와 경조부 일은 안왕이 관여할 일이 아닌데 손을 너무 멀리 뻗쳤으니 다음부터는 자중하라고 했다.명원제의 이 말은 안왕의 계책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로 순간 아무도 안왕을 변명하지 못했다.그 다음 나병 건으로 명원제는 혜민서의 의원과 태자비는 같이 문둥산에 올라가 새로운 처방으로 병자들을 치료하고 만약 진전이 있으면 이 처방을 천하에 공표하라는 성지를 내렸다.드디어 원경릉은 문둥산에 가는 일이 떳떳해 졌고 다시는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었다.안왕은 원래 오늘 우문호를 파직 시키고 자동으로 자신이 경조부 임직을 자원할 요량이었으나, 이제 처분을 받은 몸이 되어 한 마디도 감히 올리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나겠습니다’는 한 마디 후 얼른 나갔다.보랏빛 옷에 옥대를 한 능력자 태자는 휘파람을 불며 나가는데 명원제는 그를 어서방으로 불렀다.명원제는 우문호가 득의만면해서 거의 매력적이기까지 한 얼굴에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보고 욱하고 치밀어 올라, “넌 마음먹은 대로 된 걸 숨길 줄 모르고, 희로애락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구나. 이정도 마음대로 됐다고 평정심을 잃다니 조만간 맞아 죽을 놈, 꿇어라.”우문호가 고분고분 꿇어 앉았으나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바마마, 소신 마음이 기쁜데, 기쁘면 웃어야지 숨기고 감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형제를 함정에 빠뜨리고 기쁘긴 뭐가 기뻐?” 우문호가 눈부시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깔깔 웃는 것을 보고 명원제는 화가 치밀었다. 우문호가 즐겁게, “소신이 즐거운 건 원 선생이 드디어 정정당당하게 산
우문호의 생각우문호가 대답하며, “예, 소신은 물러가겠습니다!”우문호가 문을 나서는 순간 명원제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막론하고 태부를 놀라게 하지 말아라.”사사건건 대전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서 아주 간이 벌렁거려 죽을 지경이다.우문호가 또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으며, “그건 소신과 상관없는 일로 재상의 생각이었습니다. 재상말이 태부가 절 총애한다고 분명 소신이 대전에서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걸 못 견딜 거다, 그리고 태부가 비록 나이가 상당하다고 하나 걸핏하면 기둥에 머리를 박는데, 이 수를 한 번 쓰면 아무도 당할 사람이 없다더니 과연 그렇군요.”대전 밖에서 재상과 태부가 가만히 이 말을 듣고 태부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주재상을 노려봤다.주재상이 은밀히 고개를 돌려 정원의 낙엽을 바라보며 양손을 소매 속에 넣고 ‘우문호, 이 망할 놈.’우문호가 나가자 태부와 주재상이 모두 눈을 부라리며 잡아먹을 듯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복도 왼쪽으로 슬그머니 도망을 쳤다.우문호가 궁을 떠난 뒤 명원제가 대리사에 성지를 내려 경성에서 최근 일어난 몇 건의 사건을 이어받아 담당할 것을 명하고 사람을 보내 자수한 범인을 철저히 심문해서 반드시 배후에 사주한 사람을 토해내게 하도록 시켰다.이와 동시에 조정에서도 ‘태자비와 대흥국의 임선생님이 연구하여 새로운 약을 내놓았으며, 이 약으로 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명확한 요지의 공지를 천명했다.조정에서 공지를 천명함에 따라 관청에서도 밤을 새워 경성 각처에 방을 붙여 이 일을 알리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전에 나병으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소동은 뚝 그치고 항간에도 책을 줄줄 읊듯이 태자비를 칭찬하기도 했다.우문호는 초왕부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손에 금 담뱃대를 들고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기침에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탕양이 웃으며, “전하, 담배를 좋아하지 않으시면 피우지 마세요, 이건 태상황 폐하께 드리는 건데 전하께서 먼저 피우시는 겁니다.”“황조부께서 늘 피우시
돌아온 원경릉탕양이, “지금 안왕 전하께서 아직 선비족과 결탁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정말 궁지에 몰리면 안 그러실 거라고 감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빙그레 아빠미소를 지으며, “전하께서 갈수록 성숙하고 침착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이, 아마 폐하께서도 속으로 기쁘실 겁니다.”우문호는 그러던지 말았던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노인네가 좋아하던 말던 모르겠지만 원래는 날 불러서 잔소리를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태자비가 얼마나 억울했던가 선수를 쳤더니 노인네가 무안해서 날 처벌하지 못했지.”탕양도 기뻐서, “지금 밖에 백성들이 다들 태자비 마마를 칭찬하죠,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에 그렇게 흉악하게 욕을 해대더니 공지가 선포되니 바로 말을 바꾸더라니 까요.”우문호가, “이건 아마 원 선생이 얘기한 ‘군중심리’라는 걸 꺼야. 전에 원 선생을 욕한 건 누군가 앞장을 선 것이고, 지금 아바마마께서 공지를 선포해 조정이 나서서 대외적으로 칭찬하니 백성들도 자연스럽게 또 그에 따라가는 거지. 거기다 문둥병이라는 게 그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공포로 위협해 왔는데 진짜 치료할 수 있다는데 감히 어떻게 욕을 하겠어,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탕양이 일리 있다는 생각에, “맞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는 오늘밤에 돌아오실 수 있으실 겁니다.”우문호가 일어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로, “아내가 저녁에 돌아온 다니, 그럼 난 관아나 한바퀴 하고 올까, 대리사에서 와서 사건을 이어받아 간다고 하니 앞으로 며칠 간 원 선생이랑 같이 있게 짬을 내볼 수 있겠어.”탕양이 웃으며, “태자비 마마께서 전하와 같이 계실 짬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밤 급히 오셔서 내일 세자 저하를 맞으러 가시고, 모레 아침 일찍 혜민서 의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시고, 문둥산 일을 마친 뒤 의대를 개설하시느라 태자비 마마 일정이 바쁘십니다. 어디 한가한 태자 전하를 응대할 짬이 있겠습니까.”우문호가 흥이 깨져서 벽을 짚으며, 후
아이들의 귀환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 일찍 부부는 우리 떡들을 맞이하러 입궁했다.태상황 쪽은 오히려 대하기 편해서 우문호가 금 담뱃대를 선물하고 원경릉이 살뜰히 챙기니, 태상황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져서 둘을 태후궁까지 아이들을 데려 가도록 보냈다.태후는 미련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요 근래 어렵사리 아이들 셋을 곁에 두고 희고 포동포동하게 키워 놨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하다니.상선이 따라 나오며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으니, 초왕부라는 태생에 귀한 곳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원경릉 부부를 두둔했다. 태후는 그제서야 아이들을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유모가 아이들을 안고 나가는 게 싫었다.아이들을 안고 나온 것을 보고 원경릉 부부가 깜짝 놀란 게, 아이들 얼굴이 꿀떡이 아니라 시루떡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뭘 먹인 거야? 어쩌자고 이렇게 쪘어!” 우문호가 만두를 안는데 묵직한 것이 적어도 서너 근(약2kg)은 늘었다. 양쪽 볼 살이 늘어져서 못생김의 신세계를 열고 있었는데 진짜 속이 꽉 찬 고기만두 같다.원경릉도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겠는 것이, 태후는 아이들이 배고플 까봐 최선을 다해 유모에게 젖을 먹이게 하는 바람에 찰떡이마저 적잖이 통통해 졌다. “왜 그러니? 애들은 자고로 포동포동해야 이쁘지.” 태후는 원경릉 부부가 ‘깜놀’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맞아요, 혈색 좀 보세요……혈색이 얼마나 좋은가.” 원경릉이 양심을 속이고 아첨을 하며, “어머나, 이빨도 많이 났네, 4개구나.”“그러게 말이다, 고기도 먹는다니까, 한 번에 고기 반그릇은 먹을 수 있더라.” 태후가 말했다.원경릉은 이 때 이유식을 하는 것도 적당하지만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여도 되는 걸까? 위장이 망가지겠어.두 사람은 별 말 없이 아이들을 안고 궁을 나왔다.돌아올 때 유모가 비로소 원경릉에게 우리 떡들이 원래 더 살이 쪘었는데 요 며칠 설사를 해서 어의를 불렀다고 했다. 어의 말이 너무 기름진 걸 먹였다며 고기를 못 주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