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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45화

Author: 유애
걸리는 손자들

명원제는 지금 우문호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피로감이 심하거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명원제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견을 듣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우문호는 명원제와 얘기를 나눴는데 명원제는 의외로 제왕이 왕비를 골라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태후의 건강이 날로 악화되어 명원제는 위왕에게 소식을 전하고 짬을 내서 경성으로 돌아와 만나 뵐 것을 허락했다.

우문군 쪽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7월이 지나고 날이 갈수록 달아오르기 시작해 태후는 이미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8월 초사흘, 경성 바깥 관도에 말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데 말을 탄 사람은 옷이 더러운데다 얼굴은 흙먼지가 가득했다.

그가 성문에 도착했을 때 요패를 꺼내지 않았으면 아무도 눈앞에 이 거무튀튀한 사람이 왕년에 잘생기기로 소문난 위왕 전하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위왕이 경성으로 돌아온 뒤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입궁해 알현을 드렸다.

명원제는 위왕을 만나지 않고 목여태감을 통해 위왕을 용화전에 태후를 뵙게 하라고 전했다.

할머니와 손자가 만나 위왕이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태후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몸을 일으켜 위왕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눈물이 터져 나오는데, “어째 소식 한 자 없었어? 이 늙은이를 그리워 한 적이 있기는 했고?”

위왕이 침대맡으로 기어가며 목놓아 울었다.

태후는 별 말 하지 않고 위왕의 손을 잡더니 정화군주를 데리고 와서 잘 대해주라고 신신당부 하며 다시는 정화군주를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위왕이 알았다고 답하고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이제 그는 정화군주에게 접근할 자격이 없다.

위왕을 보고 태후의 마음에 그리운 사람은 이제 오직 우문군 뿐이다.

하지만 우문군을 입궁시키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데 아버지이자 임금을 저주하는 불효자를 무슨 자격으로 다시 황실 가문에 불러들인다는 말인가?

그래서 마음의 응어리는 도리어 깊어만 가고 우문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절박하면 할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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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후를 만난 우문군우문군은 주재상 집에서 온 전갈을 듣고 이게 꿈인가 싶었다.우무군은 꿈에서 궁으로 돌아가 여전히 예전의 존귀한 기왕의 모습이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매번 실망했다. 이제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게 그것은 곧 끝없는 실망이 우문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재상의 전갈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아바마마께서 자신이 돌아오는 것을 용서하셨을 리 없다.그러나 마차가 집 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실감이 들었다.서둘러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는데 어젯밤의 숙취가 상당히 남아 여전히 머리가 아팠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마차가 황궁을 향해 가자 우문군의 마음은 날아갈 듯했다.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이것은 유일한 기회다, 반드시 아바마마를 뵙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우문군은 그동안 아바마마의 분도 많이 가라앉았고 자신이 큰 아들이라 아바마마께서 한결같이 총애하셨으니 절대로 일생을 이렇게 밖에 버려 두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궁의 금색 유리 기와가 보이자 우문군은 감동이 밀려왔다.궁에서 사람들이 맞으러 나와 우문군을 데리고 용화전으로 갔다.맞으러 나온 사람은 궁인이 아니라 금군인 것을 보고 우문군이 속으로 좀 부끄러운 것이 아바마마께서 여전히 자신을 방비하고 있어서 였다.태후궁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상궁이 앞장을 섰다.우문군의 마음은 태후를 만나는 데 없고 그저 어서 아바마마를 뵙는 것만 생각했다.침대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불효한 손자 황조모를 뵙습니다. 황조모 옥체 강녕하시길 빕니다.”태후는 밤낮으로 한번만 보기를 바란 손자인데, 눈알을 굴려 다른 데를 쳐다보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우문군을 보니 오히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얼굴에 티 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좀 가까이 오너라, 자세히 보자.”우문군이 무릎을 꿇고 앞으로 나오는데 옷을 갈아입었다고 하나 오래 술독에 빠져서 피부와 모공에서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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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라는 약“황조모, 손자가 잘못했습니다. 손자를 믿어주세요. 매일 밤낮으로 집에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삐뚤어진 행동 했던 것 잘 압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손자에서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우문군은 정말 절박해 진 것이 태후는 자신을 위해 사정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고 태후의 병이 중하니 아바마마는 효자시라 황조모께서 입을 열기만 하면 허락하지 않으실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마디 하지도 않고 내쫓다니 어떻게 당황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용화전 사람이 벌써 나가서 금군을 불러왔고 억지로 우문군을 끌어 냈다.우문군은 끌려가는 내내 아우성을 치며 격분했다.용화전을 나오자 진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우문군은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손을 벌려 고함을 치며, “어마마마, 절 아바마마께 데려가 주세요. 아바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진비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어명에 따라 와서 멀리서만 볼 수 있을 뿐 가까이 갈 수 없었다.진비도 속으로 희망이 싹터 어쩌면 태후가 중병인 이 기회에 황제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다.진비는 상심하고 화가 나서 우문군을 손가락질 하며, “넌 언제 사람 될래?”우문군이 몸부림치며 외쳤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서 아바마마를 오시라고 해 주세요. 소자 아바마마를 뵙고 직접 아바마마께 사죄 드리고 싶습니다.”구사가 밖에서 보고 금군에게 손짓해 우문군을 끌고 가라고 했다. 궁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워서는 안된다.결국 우문군의 부르짖음은 온데 울려 퍼졌고, 명원제의 귀에도 보고가 들어갔다.명원제는 어서방에서 상소문을 보다가 보고를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명을 전해라, 앞으로 누구도 우문군을 위해 사정해서는 안되며 만약 사정할 경우 동일한 죄로 다스릴 것이다!”태후가 우문군을 보고 난 뒤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고 6,7월은 폭우가 많아 열흘 중 사나흘은 천둥 벼락이 쳐서 태후는 용화전에 발이 묶인 채 외출할 수 없는 가운데 8월 10일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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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5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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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5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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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551화

    어디까지?다들 우문호를 쳐다보며 얼굴이 굳어 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왕릉 경비를 들어오라고 하고 묘실 문을 열라고 한 뒤 신도를 따라 들어가 보도록 했다. 만약 지하궁전의 대문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이자는 들어가보지 않은 게 틀림없다. 지하궁전의 문은 부수지 않는 이상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묘실 문을 열자 안은 캄캄해서 공기가 흩어지길 잠시 기다렸다가 왕릉 경비가 횃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되지 않아 경비가 헐떡거리며 달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보고하길, “태자 전하께 아룁니다. 지하 궁전의 삼중문은 이미 훼손되었으며 소인은 감히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으니 전하께서 결정해 주십시오.”우문호는 치가 떨리는 것이, 황실의 자손으로 왕릉이 망가졌다니 이런 치욕이 어디 있을까?다들 묘실에서 나왔고, 우문호는 크게 노해서 왕릉을 지키는 수비대장 불러 문책했다.눈 앞에 수비대가 줄줄이 꿇어 앉아 있는데 전부 두렵고 당황한 모습이다.왕릉 수비대장은 장천(章天)이라는 좌천된 장군으로, 군에서 개인적인 원한 관계로 싸움을 일으켜 여기로 와서 왕릉을 지키게 되었는데 2년차다.장천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해 졌다가 우문호가 질책을 하자 겨우 정신이 들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보고하길, “태자 전하께 아룁니다. 신이 여기를 지킨 것이 3년째 인데, 추호의 태만도 없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늘 순찰하는 사람이 있으며 매년 제를 올릴 때를 제외하고 외인이 들여보낸 적이 없고, 누가 몰래 왕릉에 들어온 일도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우문호가 노해서, “누군가 들어온 적이 없다면서 어떻게 묘실과 지하궁전의 문이 훼손될 수 있지? 만약 누가 지하궁전에 들어가 휘종제가 편히 쉬시는 것을 방해한 날엔 너희들 목숨으로는 부족할 줄 알아.”장천이 바닥에 무너져 내리고 절망으로 비참한 표정이다. 지하궁전의 삼중문은 다 망가졌는데 지하궁전은 훼손되지 않았을까?모두 일단 물러나 위왕을 경성으로 돌려보내 이 일을 보고하게 하고 지하궁전에 들어가 찾아봐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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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가 직접 납시다우문호는 원래 오늘 발인 과정을 물어볼 생각이었으나 성지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관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없고 지금 예친왕도 조사중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예친왕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그래서 장천에서 손을 내젓고, “일단 물러가라, 성지가 내려오기 전까지 입도 뻥긋하지 말고 보안을 지키도록, 안 그러면 머리가 목에 붙어있지 못할 줄 알아!”장천은 자신이 큰 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고개를 흔들며, “예, 감히 입도 뻥긋하지 않겠습니다.”자시(밤11시~1시) 경성에서 빠른 말이 몇 마리 도착했는데 위왕은 성지를 가지고 온 게 아니라 아예 명원제를 직접 모시고 와서 다들 화들짝 놀랐다.명원제는 보위에 오른 이래 이렇게 미복을 하고 성을 나온 적이 없는 데다, 구사와 목여태감 그리고 금군 몇 명 만을 데리고 말을 달려 온 것으로 보아 사태가 얼마나 긴박한지 알 수 있다.그들이 도착한 후 바로 서릉으로 갔는데 그쪽을 밤새 지키는 관원들을 요동 시키지 않기 위해서 였다.장천은 명원제가 직접 온 것을 보고 놀라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명원제는 하얀 소복차림으로 팔에는 삼베로 된 완장을 차고 향은전으로 들어가는데 안색이 어둡고 눈은 형형하게 불타고 있었다.우문호가 얼른 무릎을 꿇고 황제의 왕림을 맞이하자 명원제가 우문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들어가서 봤느냐?”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지하궁전 바깥까지만 사람을 보냈다가 지하궁전의 삼중문도 훼손되었다고 해서 더는 깊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구사!” 명원제가 뒤를 돌아 굳은 얼굴로 어명을 내리는데, “너는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휘종제의 관이 사람 손을 탔는지 보고 오도록 해라.”“예!” 구사가 바로 명을 받들었다.우문호가, “아바마마, 구사는 황실 사람이 아니니 무턱대고 들어가는 것은 좋지 못하니 소자가 같이 가겠습니다.”안왕도 얼른, “소자도 같이 가겠습니다!”명원제가 허락하며, “너희는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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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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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 명의 왕비   제3398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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