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편지모든 장수는 명을 받들었다.회의가 끝나고 우문호는 장막 안에서 집에 안부 편지와 군사보고를 썼다.우문호는 지금 하루가 여삼추(如三秋: 3년같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전에도 바빴고 매일 원경릉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둘은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 보고싶어도 볼 수 없다.그나마 안부 편지를 쓰는 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종이를 펼치고 한참을 지나도 아무 말도 적어 내려가지 못한 게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단어로도 이 그리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한참 후에야 ‘원 선생’이란 3글자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막상 이 세 글자를 써 놓고 보니 또 호칭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당신’으로 고쳤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일필휘지(一筆揮之:단숨에 다 써 내림)로 다 쓰고 계속해서 군사보고를 썼다. 군사보고를 다 쓰고나서 두 서신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내용으로 전장에서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우문호는 안부 편지를 구겨서 버리며, 편지는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결국 반 시진을 끙끙 앓다가 고작 몇 마디 썼는데 내용은 간단하게 ‘잘 지내? 아이들은 잘 있어? 반찬은 좀 부실하지만 난 잘 지내. 날이 점점 풀려서 무성은 경치가 괜찮은 편이야.’ 이런 내용이다.다 쓰고 전해주며 감정이 풍부하게 써야 했던 게 아닐까 고민했다. 원선생은 이런 거에 요구수준이 엄청 높다.편지는 군사보고와 함께 경성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도착이 빨라서 5일이면 이미 경성에 도착한다.목여태감이 직접 편지를 원경릉에게 보내주었는데 원경릉이 열어보고 표정이 미묘한 게 편지가 너무 예의를 차렸다.목여태감이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답신을 보내고 싶으시면 얼른 써주세요. 제가 궁중으로 가지고 들어가 성지와 함께 보내겠습니다.”원경릉이 서재로 들어가 편지를 쓰며 임신한 사실도 알리고 싶었지만 우문호의 마음을 분산시킬 까봐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원경릉은 거침없이 줄줄 몇 장을 쓰고 집안의 상황을 전부
대월과의 협상하지만 우문호 생각에 임신도 너무 좋은 일만은 아닌 게 아이를 낳는 건 염라대왕 앞을 한번 다녀오는 일로, 세 쌍둥이를 낳을 때 놀랐던 게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오고 깜짝 놀라서 깨면 온 몸에 식은땀이 흥건하다.그때 하마터면 원선생을 잃을 뻔 했다.그래서 우문호는 끝에 한 마디를 더해, “낳지 않는 게 제일 좋지, 안전하고.”서일은 우문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태자비 마마 때와는 다릅니다. 태자비 마마는 그때 셋을 회임하고 계시다가 셋을 낳으셨잖아요. 얼마나 엄청나요? 하나면 위험성도 낮아져서 뭐 기뻐할 만 합니다.”우문호가 손으로 제지하며, “그만, 어쨌든 원선생은 그만 낳을 거야.”“회임이 되면 낳아야 지요.” 호대장군이 옆에서 말하길, ‘자손을 길이 잇는 것은 북당 천추만대의 일인데 어째서 태자 전하는 낳지 않는다고 하는 거지?’“회임이 되지 않으면 낳을 수 없지.” 우문호가 반박했다.호대장군이 웃으며 따스한 눈빛으로 우문호의 한곳을 바라보며, “손 데지 않는 걸 제외하면 언젠가는 회임할 기회가 있는 법입니다.”우문호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나 방법이 없는 거고.”“피임약을 드십니까? 그건 많이 드시면 몸을 상하세요.” 호대장군이 말했다.우문호가 손을 내젓더니, “하여간 당신들은 몰라.”우문천이 옆에서, “다섯째 형, 만약 형수님이 딸을 낳으실 수 있다면 그래도 싫어요?”“딸?” 우문호가 머리를 굴려보는데 큰 눈, 부드럽고 흰 피부, 삐죽거리는 애교, 달달하고 귀여운 여자아이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하지만 곧 손을 내젓고, “딸이 좋긴 좋지. 하지만 아이를 낳는 건 너무 위험해, 안돼 안되고 말고.”장수들은 일제히 아이 낳는 얘기를 시작했는데 전황이 사실 그다지 애를 먹이고 있지 않은 데다 현장에서 우문천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전부 전투경험이 상당한 백전노장으로 이렇게 애들 장난 같은 전쟁은 사실 겪어본 적이 없다.만약 홍엽공자가 정말 복수하는 거면 정말 무서운 자로 나라 하나를 대가로 치르
국내외 정세의 변화비록 작전은 상당히 힘들지만 다행히 밀정이 이미 숙나라 성안에 배치되어 있고 무과 장원 박원도 숙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북당에서 버림받은 사람으로 숙나라에서 쉽게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구출 작전의 핵심 책임은 박원에게 맡겨졌는데 박원은 이미 사촌 소형과 연락을 취해 시기를 보고 있다가 안팎으로 공조해서 사람들을 전부 구출해 내는 것으로 제일 어려운 것은 구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구출한 뒤에 추격하는 병사를 피해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다.박원도 도주할 루트를 짜 두고 우문호의 동의를 구했다. 인질을 구출해 나온 뒤 무성방향으로 이송하고 무성에서 직접 우문호와 합류하는 것이다.그리고 박원도 최신 소식을 탐문했는데 숙문제는 계속 전기가 될 만한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마땅한 게 없으면 5월 28일 생사를 건 전투를 치를 것이란 소식이었다.다시 말해 5월 28일 전에 전부 구출해 내야 해서 일정이 빡빡하고, 태자의 명령에 따르면 대월국의 인질까지 구해야 해서 인원수 측면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박원이 곤란한 그때 늑대파의 장문인 이리나리가 찾아왔는데 이리나리를 보니 박원은 마음이 놓였다.“이리 나리 가뭄에 단비처럼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의를 중시 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원이 감격해서 말했다.이리나리는 여전히 담담한 눈빛으로, “식구끼리 감사할 게 뭐가 있습니까?”박원이 놀라서 식구라고? 이리 나리가 언제 박원의 식구가 됐지?“둘째 전하가 제 손위 처남입니다.” 이리나리가 별일 아닌 듯 말했다.“……” 맞아, 박원이 이리나리가 왠지 외로운 한 마리 늑대 같다는 생각에 자꾸 이미 혼인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것도 현 황실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는데 말이다. 박원은 사실 이 신선 같은 사람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경성의 정세도 그다지 태평하지 않은 것이 우문호가 출정한 뒤 안왕과 적위명이 암암리에 재빠르게 지방관원과 상인들을 끌어들여 거대한 외부세력이 되었다.경성의 조정 신료 대다수
원용의의 임신에 대한 책임제왕도 무턱대고 긴장하는 것은 아닌 게 이날 원용의가 출혈을 시작해 유산의 전조가 비쳤다.원용의는 반드시 침대에 누워서 쉬고 매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이게 엄청 고통스러운데 몸이 불편한 나머지 원용의는 정신이 무너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태아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날 출혈은 비교적 심해서 황후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더니 상황을 보고받고 화가 나서 원경릉이 일부러 원용의가 아이를 지키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황후는 아직까지 죄를 지은 몸으로 명원제는 황후를 그다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데 원경릉을 불러들여 한바탕 혼을 내고 반드시 태아를 지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심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황후가 원경릉을 혼낸 사실이 새나가 명원제의 귀에도 들어갔는데 명원제는 황후의 말이 터무니없지만 원용의의 상황에 상당히 관심을 가졌다. 어쨌든 일곱째는 명원제의 적자고 원용의 또한 첫 아이로 이 아이는 반드시 순산해야 한다.그래서 그는 다시 원경릉을 궁으로 불렀다.먼저 원용의의 상태를 물었는데 원경릉도 일일이 상세하게 답하고 마지막으로 조금 허탈하게, “지금 확실히 유산의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출혈이 며칠간 계속되고 저도 최선을 다해 돕고 있지만 이 일은 저도 감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명원제가, “무슨 약을 쓰던, 얼마나 비싸던 말만 해라. 궁 안에 귀한 약재가 적지 않으니.”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궁 안의 약재는 잠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 침대에 누워 정양하고 매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다른 것들은 당분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명원제가 복잡한 눈빛으로, “넌 안심해도 돼. 제왕비의 이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지금 상태는 전혀 변함이 없어. 다섯째는 여전히 태자다.”원경릉이 놀라서 명원제에게, “아바마마?”명원제가 손을 흔들고, “짐의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너에게 보증을 했을 뿐이야.”원경릉은 말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을 느꼈다. 이 보증이란 건 마치 예리한 칼 같구나. 마음 속의
원용의에게서 떼 놓기궁을 떠난 뒤 원경릉은 다시 제왕부로 갔다.원용의 상태가 좋지 않아 여전히 안심이 안 됐다.단지 주사를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궁에서 어의 두 사람이 와서 제왕비의 태아를 전담하여 책임진다고 했다.어의 외에 황후궁서도 사람이 와서 제왕부에 상주하겠다고 했으며 제왕비의 시중을 전담한다고 했다. 그 상궁은 강경한 태도로 원경릉에게, “황후마마께서 분부하셔서 태자비 마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시느라 지치셨으니 자꾸 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시며, 앞으로 어의가 살필 것이니 태자비 마마께서는 오실 필요 없으십니다.”제왕이 이 말을 듣고 가서 그 상궁을 꾸짖으며, “왕비가 회임한 이래 계속 태자비가 왕비와 태아를 보호하도록 애썼고 왕비도 태자비만 믿으니 반드시 와야 하네.”상궁이 제왕에게, “전하, 천하에 옳지 않은 부모는 없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전하를 위해서 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특히 이익이 앞에 있으니까요.”제왕이 분노해서, “무슨 이익이 앞에 있어? 아이를 낳는 일이 무슨 이익이 있다는 말이냐? 아들이라도 낳으면 내가 태자가 될 능력이라도 있나 보지? 내 생각은 훤히 알아, 여기는 제왕부는 너희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일로 크게 허풍을 떠는 것)할 자리가 아니야.”상궁은 조금도 꿀리지 않고 마치 오기 전에 황후가 이미 이런 상황을 언급한 듯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전하,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서는 안됩니다. 황후 마마는 태자비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태자비께서 한동안 치료하셔도 제왕비께서 호전되지 않으시니 어의 두명으로 바꿔서 시험해 보심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안 바꿔!” 제왕이 화를 버럭 내더니, “입궁해서 어마마마를 뵙겠다.”원경릉은 지금 용의의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은데 만약 자기가 안 오면 안심이 안돼서 제왕에게, “어의가 여기 계신 것도 좋아요, 사람이 많으면 방법도 많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도 매일 올 게요. 이렇게 하면 황후 마마 말씀에 합
명원제의 큰 그림제왕은 역시 입궁해서 명원제를 찾아가 어의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원경릉의 의술이 조금 더 낫다는 생각이 들고 쌍방이 충돌하지 않으니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원제는 회의를 마치고 제왕을 알현했다.이 아들에 대해 명원제는 늘 사랑과 포용으로 대했다. 제왕은 큰 야심이 없었는데 요 몇년간 나날이 크게 발전했고 특히 다섯째가 출정한 뒤에 경조부를 장악하고 실무도 담당하고 있다.“아바마마, 이렇게 하심은 다섯째 형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드실 수 있습니다.” 제왕이 원경릉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다섯째 형수의 고생을 제왕도 목격해서 참을 수 없었다.명원제가 제왕의 말을 듣고 마음의 위안이 되면서 천천히 걸어와 제왕과 같이 내전으로 들어가 앉아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짐이 태자비를 입궁 시켜 보증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보증할 수 없다고 하더군.”제왕의 큰 눈과 짙은 눈썹에 다급함이 가득한 채, “아바마마, 누구도 보증할 수 없습니다. 어의도 보증할 수 없지요.”“그래, 기왕 어의와 태자비가 다 보증할 방법이 없으면 왜 반드시 태자비여야 하지?” 명원제가 반문했다.“그…… 소자도 왕비도 다섯째 형수를 믿습니다.”“너희들은 형수를 믿는다면서 형수가 위험을 감수하게 해?”제왕이 놀라며, “무슨 위험 말씀이십니까?”명원제가, “네가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문제를 생각할 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데, 만약 태자비가 짐에게 반드시 복중의 아이를 지킬 수 있다고 보증할 수 있었으면 짐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태자비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데 만약 제왕비의 태아를 지키지 못하는 날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 아니냐? 누군가 태자비를 의심하지 않겠어? 네 형이 전투 중이라 형수가 대응할 일이 많아. 힐난, 의심, 공격이 적을 리 없지. 만약 제왕비의 태아에 진짜 문제라도 생기면 비수를 음흉한 놈의 손아귀에 쥐어 주는 꼴이 아니겠 느냐?”제왕이 깜짝 놀라, “아직도 다섯째 형수와 맞서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
할머니의 사랑명원제가 담담하게 제왕을 한번 훑어보더니, “만약 다들 너 같으면, 우문씨 집안 강산은 벌써 망했다.”제왕이 멋쩍은 듯 웃으며, “그건 확실히 그러네요. 하하!”제왕이 출궁한 뒤 원경릉이 전에 말한 대로 후문을 열어 뒀다가 원경릉이 들어온 뒤 아바마마의 말을 전했다.원경릉이 아바마마께서 이런 뜻인 줄 생각도 못했다가 순간 마음이 복잡해 지며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기쁜 건 아바마마께서 원경릉에게 의심을 품은 게 아니며 반대로 그녀를 지키고자 하셨다는 점이다.걱정은 원용의의 상황이 확실히 낙관적이지 않아서 만약 지혈할 수 없으면 아이는 지키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마지막으로 원경릉은 원용의에게 어의의 착상 처방을 받아 달라고 해서, 가지고 돌아가 할머니에게 보였다.할머니가 보시더니, “처방은 착상 처방인데 조제양은 생각을 좀 해봐야 겠구나. 제일 좋은 건 내가 직접 진맥을 하는 건데.”“그럼 우리 같이 다녀올까요?” 원경릉 생각에 할머니가 가시는 데는 군말이 없을 게 틀림없다.“그래, 내일 일찍 갔다가 난 다시 대학으로 가마. 내일 시험이 하나 있어. 비교적 중요한 거라.” “그래요, 할머니 뜻대로 하세요.” 할머니가 원경릉을 보니 요 며칠 또 마른 것이 가슴이 아파서, “본인도 잘 못 쉬고 다른 사람 일에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니 할미 마음이 너무 아프구나.”“전 아직 괜찮아요,” 원경릉이 할머니에게 기대 어리광을 피우며, “이번엔 할머니가 곁에 계시니 우리 떡들을 임신했을 때에 비해 훨씬 안정이 돼요.”“하지만 사위가 없지.” 할머니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원경릉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사위는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편지를 생각하고 웃으며, 소매속에서 편지를 꺼내 할머니께 드리고, “보세요 할머니 사위의 글 솜씨를.”할머니가 편지를 펼쳐 끄적거린 몇 줄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사위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구나.”“상남자죠.”할머니가 잘 접어서, “네 할아버지와 닮았어, 할
변화 양상원경릉은 다음날 일찍 할머니를 모시고 제왕부로 갔다.어의는 할머니를 지극히 존경하는 태도로 대했고 할머니가 진맥을 한 뒤 세사람이 의견을 나누더니 처방전을 약간 고치고 분량을 그에 맞게 증가시켰다.할머니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원용의의 상황은 비교적 심각하나 원용의는 무술을 연만한 사람으로 체력이 있어서 빠르게 출혈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면 중량을 늘려야 하는데 무공으로 인한 기본 체력이 있으므로 약을 증량해도 원용의는 버틸 수 있다.어의도 자신이 처방한 약이 다소 경미하다는 생각은 했으나 제왕비는 존귀한 신분으로 함부로 용량을 늘릴 수 없었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지적해 주시니 얼른 용량 증가에 동의했다.원경릉도 엽산을 남겨두며 영양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예를 들어 양젖이나 과일을 먹으라고 했다.할머니의 처방은 어의의 약에 기초해 용량을 증가시킨 것으로 어의의 동의를 얻어 처방전을 궁으로 보냈다. 황후가 원판을 불러 처방전 내용을 분석하게 했더니 원판이 이렇게 약을 쓰면 효과가 더 좋아질 거라고 했다.황후가 원판의 분석을 듣고 처방을 보존한 뒤 명령을 내려 어의에게 이 처방대로 하고 효과가 어떤 지 지켜보라고 했다.이 처방대로 5일쯤 복용하고 나자 점점 효과를 보이며 원용의는 출혈이 없어졌으나 어의의 분부대로 열흘 간은 계속 침대에 누워지내며 관찰하기로 했다.제왕부에 소복단(銷服丹)이 더 왔는데 이번엔 원용의의 구토와 어지러움을 어느 정도 멎게 해서 원용의도 좀 편안해 지고 먹는 것도 늘어서 상황이 점점 호전되고 있다.제왕은 좋아 죽겠는지 매일 경조부에서 돌아와서 아무데도 가지 않고 아내 곁을 지켰다.원용의는 원래 제왕의 진심을 조금 의심하고 있었던 게 어쨌든 둘은 태상황의 약때문에 다시 하나로 묶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왕이 이렇게 자상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마음 속의 불안이 서서히 사라졌다.5월 28일, 숙나라와 대주, 북당의 전쟁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전쟁이 시작된 이래 원경릉은 매일 가슴을 졸이며 밤에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