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제와 태상황의 대화궁중.명원제는 종일 분노에 휩싸여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주씨 집안의 오만 방자함이 이미 명원제가 상상하는 정도를 넘어섰다.주씨 집안의 세력이 지금도 그의 황권을 압박하고 있으며, 과거는 주재상을 공경했으나, 지금은 한마디로 말해 주씨가 우문(宇文)씨의 강산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주재상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혜정후를 질책하면서 혜정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높은 지위에서 중대한 권력을 가지고 황은을 크게 입었는데, 아랫사람이 꼬드긴다고 이런 인간 말종의 일을 저지르다니, 주씨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주씨 집안의 명예? 그럼 황실의 명예는?명원제는 장인이 얼결에 뱉은 말을 듣고,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주재상에게 주씨 집안의 명예가 황실의 명예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주씨 집안의 중년들은 모두 조정의 요직에 몸 담고, 젊은이들은 군에서 경력을 쌓아 군인 제후의 길을 가고있다.그러면 명원제의 아들들은 어떤가? 태자의 지위를 놓고 다투느라 누가 주씨 집안의 위협을 안중에나 두고 있을까?오직 다섯째밖에 없다.다섯째는 자신과 왕비의 명예도 신경 쓰지 않고 집요하게 혜정후를 끌어내린 것을 볼 때 다섯째는 깨어 있는 사람이다.초왕이 주명양과의 결혼을 거절했을 때 대략 이럴 거라 예상하긴 했었다. 일단 초왕과 주씨 집안을 이익으로 엮어 두면 쉽게 동화될 것이고, 동화되지 않더라도 손발을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원제는 오래전부터 혜정후를 처리하고 싶었지만 군대로 세운 공이 혁혁해서 일반적인 죄목으론 건드릴 수가 없었는데, 죽으려고 자처해 길거리에서 초왕의 아내를 납치하다니……명원제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있자, 초왕의 아내는 왕비라 일을 보러 나갈 때 남장을 하고 혼자 갈 리가 없다.명원제는 정언의 말을 떠올리고, 이번에 만약 왕비가 눈치 빠르게 적당한 때를 봐서 도망쳐 나오지 못했으면, 초왕도 혜정후의 계략에 빠
손왕의 초왕비 문병명원제가 일어나, ‘아바마마, 그럼 이 일은……”태상황이 자리를 뜨며, “누가 알까? 하지만 내가 듣기로 정후가 원래는 둘째딸을 혜정후의 처로 시집 보내려고 했다 던데, 이 정후란 사람이 아주 재미있어. 만약 조정의 국면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안 보일 땐, 정후 같은 사람만 보면 돼. 이 사람들이 어디에 꼬리를 흔들고 있는지, 그럼 바로 그 사람이 정확하게 가장 실세 거든.”명원제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정후에게 퉤 침을 뱉았다. 이런 인간과 사돈을 맺었 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명원제는 예를 취하고 나왔다.이번에 다녀오며 생각이 분명해 졌다.명원제는 다섯째를 낮게 평가했던 것이다.정후는 딸을 혜정후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왕비는 동생과 자매 간의 정이 두터워 동생을 위해 책임을 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 섰고, 다섯째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 주씨 집안의 속박을 끊어버렸다.이렇게 생각하니 울분이 반으로 사그라지고 오히려 이게 최근 있었던 제일 기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명원제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초왕비에게 산해진미와 갖가지 보석을 하사도록 성지를 내렸는데 이는 초왕비가 혜정후의 손에 농락당할 뻔 했으나 여전히 순결을 지켰음을 황제가 직접 증명하는 셈이기도 했다. 명원제가 초왕비에게 상을 내리자, 초왕부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한 무리가 지나가면 또 한 무리가 와서 문안을 하고, 위로를 하는가 하면, 예물을 주고, 동시에 혜정후의 망령된 행동을 질책했다.원경릉은 줄곧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자신은 괜찮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반나절을 웃고 있었더니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지경이다.입으로 겨우 숨을 내쉬는데 다바오와 유일한 차이라면 혀를 빼고 할딱거리냐 아니냐 정도다.해가 지고 황혼이 빗기자, 겨우 접대가 끝났다.원경릉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차 한 잔을 크게 들이키더니 잠시 눈을 붙이는데,녹주가 총총히 들어오며, “왕비마마, 손왕 전하께서 납시었습니다.”원경릉은 의자 위에 뻗은 채로, 힘없이 손을 저으며,
손왕과 기왕, 제왕 등의 병문안원경릉은 살 빼는 중인 손왕이 청소기로 빨아들이듯 먹는 것을 봤다. 간식 큰 접시 두개, 양 갈비 한 접시에 볶음 두 종류에 밥 한공기를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아주버님, 만약 모자라시거든 더 가져오라면 됩니다.” 원경릉은 여전히 갈망하는 눈빛으로 접시를 보는 손왕에게서 배고픈 가련함이 느껴졌다.손왕은 엄격한 눈으로 원경릉을 보며, “아뇨, 전 살을 빼야 해서, 제수씨가 이런 식으로 절 나쁜 길로 유혹하면 안됩니다.”원경릉은 정말 어이가 없다. 살을 뺀다는 사람이 원경릉이 있는 곳에 와서 잔뜩 먹고 나서는 원경릉이 자기를 나쁜 길로 유혹해?“그럼 아주버님 그만 드시지요.” 원경릉이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손왕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슬픈 얼굴로, “고작 간식 두 개밖에 안 먹었는데, 그렇게 짜게 굴 겁니까?”“아뇨……” 원경릉은 흥분한 그의 뚱뚱한 얼굴을 보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할 수 없이, “제 말은 아주버님이 오늘 드실 건 거진 다 드셨으니, 내일 다시 오셔서 드시라는 말이죠.”“내일 무슨 간식 만들죠?” 손왕이 손수건을 꺼내 고상하게 입술의 기름기를 닦으며 별 일 아니라는 듯 물었지만 내심 기대가 충만한 눈빛이다.“아주버니께서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시면 궁중 요리사에게 하라고 할께요.” 손왕한테 졌다.“아무거나 만들어도 좋아요.” 손왕은 눈을 내리 깔고 소매 속을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목록 한 장을 꺼내서, “그러고보니 참 절묘하네요, 며칠 전이 내 생일이라 왕비가 축하하는 의미로 특별히 식단을 정해줬는데 궁중 요리사에게 식단 중에서 몇 개 만들어 보라고 하는 것도 좋겠어요. 내가 맛을 좀 봐 주면, 나중에 손님에게 접대할 때도 실례가 되지 않고 말입니다. 양은 많이 할 필요 없어요. 난 살을 빼는 중이라 많이 먹을 수가 없어서.”식단을 탁자 위에 놓아두어 원경릉이 가져와서 훑어보고 개수를 세다가 그만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아주버님 생신 연회에 요리가 38개나 된다고요?”“비록 좀
원경릉, 기왕비와 주명취가 한 자리에. 주명취는 기왕비의 말을 듣고, 속으로 기분이 상했지만, 혜정후가 저지른 일도 있고 해서 원경릉 앞에서 말하기가 좀 껄끄럽다.주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경릉을 바라봤다.두 사람은 전부터 서로 미워해서 지금은 가식 떨 필요도 없는 사이지만, 제왕이 오겠다고 하니 주명취도 문병을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제왕이 멍청하다고 하지.오히려 기왕비는 상당히 다정해서, “아바마마께서 궁중 요리사 두 명을 보내주셨다면서요, 오늘 우리 같이 밥 먹는게 어때요? 우리 동서들끼리 같이 앉아 얘기한 지도 오래됐고요.”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요!”원래 셋은 딱히 나눌 얘기도 없지만, 기왕비가 자연스럽게 진행해 나가고 있어 분위기를 싸늘하게 할 수 없으니 계속 원경릉이 장단을 맞춰 주길 유도했고, 이런 저런 화제를 얘기하다가 태상황의 병수발을 든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태상황 폐하는 뭘 좋아하세요? 건곤전에서 병수발 들 때 태상황 폐하는 시중들기 어려웠어요?”원경릉은 이 때는 경각심이 들어서 웃으며, “ 전 그저 태상황 폐하께서 약 드시는 거 시중 든게 전부여서 나머지는 거의 제가 한 게 없어요. 그리고 평소에 태상황 폐하도 저랑 거의 말씀하시는 일이 없으셔서 시중들기 어렵고 할 게 없었던 것 같아요.”“그래요? 제가 듣기론 태상황 폐하께서 초왕비에게 어화원 산책도 같이 하자고 하셨다고 하던데.” 기왕비가 웃으며 말했다.“네, 그런 일이 있었죠.” 원경릉이 답하며, 태상황을 모시고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사람들의 이목을 이렇게 끌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정말.손왕 이 놈 자식은 왜 아직 안 오는데?“그 말은 태상황 폐하께서 각별히 신뢰하신다는 뜻이죠, 태상황께서 오래동안 어화원을 가신 일이 없는데 이번에 같이 가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초왕비가 폐하를 부축해 드렸다면서요?” 기왕비가 열정적으로 물었다.원경릉은 웃느라 얼굴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날 태상황 폐하 기분이 특히 좋으셨죠.”“보세요
희상궁의 조언과 손왕의 등장두 여인이 간 후 원경릉은 비로소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희상궁에게 감사했다. “희상궁이 날 구했네.”희상궁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왕비 마마는 생각이 깊으시니, 왕비께서는 가급적 왕래를 적게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원경릉이 웃으며: “기왕비가 생각이 깊다고? 아닌 것 같아, 오히려 경박한 감이 있던데.”희상궁이 비웃듯, “경박? 그건 일부러 가장한 겁니다.”원경릉이 어리둥절해서, “일부러 가장했다고? 왜 그래야 하는데?”“사람은 모두 보호색이 있습니다.” 기상궁은 원경릉에게 차를 따라주고 앉아서: “제왕비 마마는 독선적이시라 좀 똑똑한 걸 믿고 자신이 전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요. 풍요가 오히려 해가 된 셈입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제왕비 마마께서 주씨 집안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기왕비 마마는 다르지요, 기왕비 마마는 어려서 서책을 통달하고 학식도 깊고 넓어 기왕의 뒤에서 일을 주도하는 인물입니다. 왕비께서는 기왕비 마마의 어떤 점이 가장 두려운 지 아십니까?”원경릉이 답하길: ‘뭔데?”“기왕비 마마가 이토록 대단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겉으로 공손한 척 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심지어 체면을 구기면서 까지 적이 방심하고 경각심을 늦추게 하지요. 기왕비는 경박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방금 왕비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원경릉이 이 얘기를 듣고 등에 소름이 끼쳐 쓴 웃음을 지으며: “그럼 이 많은 왕자들의 왕비 중에 착실한 사람은 없어?”“없지는 않지만, 손왕비는 그럭저럭 괜찮지요, 좀 자만하는 성격이지만,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닙니다.”손왕 이 놈, 하고 싶어도 꽃뱀이 너랑 결혼해줄 리가 없지.유유상종, 끼리끼리 모이는구나.하지만 제왕은 단순해서 주명취와 결혼했으니 앞으로 고생 좀 할거다. 제왕처럼 바보 멍청이는 주명취에게 속기 딱 좋다.원경릉은 이렇게 생각하고 냉소를 짓다가 아니다, 한 명이 더 있었지. 우리집 왕야.사실 손왕은 이미
황자들의 성격“형수한테 사과 했어?” 제왕이 물었다.주명취는 제왕을 보고 마음속으론 병신이라고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한숨을 쉬며: “이게 어디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될 일인가요?”“사과도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긴 하지, 엄밀히 말해 이 일은 당신이랑 무관하니까.” 제왕은 주명취가 진심으로 혜정후가 저지른 일에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서 위로했다.주명취는 마음이 콩밭에 간 상태로 응대하며 우문호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예를 취하며, “호 오빠, 당숙을 대신해서 사과 드려요,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초왕비가 크게 다치지 않으셔서 불행 중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미안해서 죽을 뻔 했어요.”울음 섞인 주명취의 목소리는 처량하고 혜정후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서렸다.우문호는 주명취를 보고: “왕비는 상처가 상당히 심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왕비도 미안해 할 필요 없습니다. 이 일은 당신과 무관하니까요.”주명취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 졌다.우문호가 비록 너그럽게 받아주었지만 원경릉의 상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떨떠름하게 웃으며, 넋이 나간 채로 앉는데 애처로운 눈빛에 슬픔이 어려 있다.이어서 황자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주명취는 듣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마음을 다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둘째야, 듣자 하니 네가 다섯째를 경조부 부윤으로 천거했다면서.” 기왕이 갑자기 물었다.손왕이 고개를 들고 천천히, “맞아요, 아바마마께서 나에게 할 거냐 말 거냐 하셔서, 난 당연히 안 한다고, 그래서 다섯째를 추천했습니다.”“흥, 못난 녀석.” 기왕이 코웃음을 쳤다.“이건 주제를 정확히 아는 거죠.” 손왕이 매정하게 딱 잘라 반박했다.제왕이 호기심에: “둘째형은 왜 싫은데?”“내 능력 밖이야.”“둘째형 겸손했네, 둘째형이 문무 겸비한 걸 다 아는데……” 제왕이 말하면서 자기도 웃으며 그래, 이건 너무 비꼬는 거 같다.손왕이 제왕을 한 번 째려보더니,
여인의 식사 예절과 혼절한 주명취원경릉은 사실 나와서 같이 밥 먹을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그게 가능한 게, 원경릉이 상처가 심하게 아프다거나 신체적인 원인으로 환자식을 먹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상궁이 말한 것이 떠올라 기왕비를 다시 한 번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비는 도대체 두 얼굴인지 아니면 가면이 여러 개 인지 말이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안색이 어제보다 안 좋은 듯하니 눈살을 찌푸리며, “약 먹었어?”“먹었어요.” 원경릉이 답했지만 그녀가 먹은 건 자기가 조제한 약으로 어의가 처방한 건 딱 한 모금 마시고 구실을 대서 쏟아버렸다.“정말 먹었으면 다행이겠지만, 가서 확인해보고 몰래 버렸으면 그땐 두고 봅시다.” 우문호는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원경릉이 목을 움츠리며, “안 그래요.”우문호는 정말 위협하고 있고, 원경릉도 진짜 소심한데 이 대화가 주명취의 귀에는 남녀가 “’꽁냥꽁냥’ 하는 것처럼 들렸다.원경릉이 자리에 앉자 우문호는 그녀의 왼쪽에, 주명취는 원경릉의 오른쪽에 그 옆은 제왕이, 다음은 기왕비, 기왕 그리고 손왕 순이다.하인이 들어와 식사 시중을 들려 하자, 손왕이 크게 손을 한번 내저으며, “오늘 형제가 모여 식사하는 자리니 시중들 필요 없다, 다들 나가봐.”하인이 요리를 집어오는 게 얼마나 느린지 원, 또 마음에 딱 들지도 않아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집는 것만 못하다.현대에서 원경릉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식탁 예절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손왕처럼 후루룩 먹어 치우지 않는다. 원경릉은 지금까지 자기가 교양 있게 먹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명취와 기왕비가 식사하는 것을 보고 원경릉은 자기가 얼마나 우악스럽게 먹었는지 깨달았다.주명취는 입을 살짝만 벌려 앞니 두개만 살짝 보이고 젓가락으로 집는 양이…… 원경릉이 한 번 세 보니 쌀알 다섯 알이다. 고작 이 정도로 작게 입에 넣고 입을 다물고 씹어서 천천히 목으로 넘기는데 이 동작이 얼마나 고상한지, 특히 밥알이 목구멍
화가나서 자리를 뜬 기왕 부부제왕은 ‘아’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빈혈일까요?”제왕은 원경릉을 보고, “그럼 형수님이 들어와서 도와주세요.”우문호는 한 손으로 원경릉의 팔목을 잡고, “우선 사랑채로 옮깁시다. 초왕부에 어의가 있으니 바로 어의에게 가라고 명하겠습니다.”“좋아요!” 제왕이 주명취를 안고 달려 나가고 기상궁이 앞장 서서 길을 안내했다.모두 다시 앉았지만 식욕이 없다, 손왕만 빼고 말이다.기왕비가 웃으며: “결혼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서둘 거라 생각도 못했네요.”손왕이 먹으면서 말하길: “어떻게 안 급합니까? 지금 우리 형들이 아직 전부 아들을 못 낳았잖아요.”기왕비는 머쓱하게 웃으며, ‘그럼 둘째 아주버님이 힘내시면 되겠네요.”“전 그러죠, 형도 힘내셔야 됩니다.” 손왕이 먹는 틈틈이 기왕을 흘끔 보며, “형 애가 타지?”기왕은 방금 젓가락을 들었다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내려놓으며 엄숙하게: “나한테 할 말이 있으면 직접 하면 되지, 그렇게 공격할 필요 없잖아. 난 너한테 잘못한 게 없는 걸로 아는데.”“없어.” 손왕이 계면쩍어 하며 고개를 들고, “난 말하는 게 늘 이런 식이야. 언제 공격했다고 그래? 아들 낳는 거에 애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애탄다고.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한 거야. 형은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기왕이 ‘흥’하더니 기왕비를 끌고: “말이 안 통하네. 가자!”기왕비가 미안해 하며 원경릉에게: “그럼 우리 먼저 갈게요.”원경릉이 예를 취하며, “조심히 가세요.”형제들이 모인 식사는 유쾌하지 못하게 마무리 되었으나 원경릉은 기뻤다. 적어도 이제 밥은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원경릉이 앉아 손왕에게: “저분들이 안 드셨으니 우리가 많이 먹어요, 낭비하지 말고요, 전부 신선한 채소와 고기잖아요.”“나도 사실 배가 부르지만 이렇게 많은 요리를 재료도 최고급을 사용한데다 궁중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인데 안 먹으면 낭비군요, 조금만 더 먹죠.”우문호는 안 먹고 앉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